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57

이규보(李奎報) 시문(6) - 요화백로(蓼花白鷺) / 여뀌꽃은 어떤 꽃?

작년에 인터넷 연재 소설 하나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조선 숙종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한동안 열심히 봤다. 그 소설로 얻은 뜻밖의 수확이 있으니, 바로 이규보가 지은 요화백로(蓼花白鷺)라는 시다. '여뀌꽃과 백로' 라는 뜻이다. 현대의 우리가 조선시대 시조를 감상하는거나, 조선시대 사람이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시를 감상하는거나, 후세 사람이 옛날 시를 감상한다는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고려시대 시를 보게 되니, 괜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 蓼花白鷺(요화백로) 여뀌꽃과 백로 - 李奎報(이규보) - 前灘富魚蝦 (전탄부어하)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가 많아 有意劈波入 (유의벽파입) (백로들이) 물결을 가르고 들어갈 생각을 했..

이규보(李奎報) 시문(5) - 백주시(白酒詩)

오래간만에 이 시리즈를 다시 이어, 이규보(李奎報)의 '백주시(白酒詩)' 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연말연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술이라서, 일부러 이 시를 골랐다.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 한다고 술 마시고 새해맞이 한다고 또 술 마시고... 그렇게 지난 달과 이번 달 내내 술냄새 펄펄 풍기며 사는 이들이 많을 듯해서, 술에 관련된 시를 고른 것이다. ^^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문인이나 화가 같은 사람들은 술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도 흥이 날 정도로 적당히 즐기는 게 아니라,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술독에 빠져죽을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술고래로 살아야만 예술적 감성이 활짝 피어나는 건지 어떤 건지... (한때 대마초 피우다 걸린 가수들이 예술적 영감을 위해 어쩔 ..

이규보(李奎報) 시문(4) - 슬견설(蝨犬說)

오늘은 학창시절 배운 이규보의 슬견설(蝨犬說)을 소개하려 한다. 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하여튼 교과서에 실린 슬견설을 배웠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이규보의 작품이었다. 이왕 이규보 시리즈를 연재(?)하는 김에, 학창시절 나로 하여금 하품만 씹어삼키게 했던 슬견설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이가 들면 이런저런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생각이 조금이라도 더 깊어지기는 하나 보다. 학창시절에 이 슬견설을 배울 때에는 그저 지겹다는 생각만 했다. -.-;; 그런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인간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무엇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도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한다' 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이규보(李奎報) 시문(3) - 영정중월(詠井中月)

'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이라는 이 항목이,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의 작품으로 채워질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 이규보는 10살도 되기 전에 신동으로 소문날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재능 때문에 유명하기도 했지만,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최씨 무신정권에 야합한 어용관료 또는 어용문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몽항쟁 중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최씨 무신정권을 지지한 것이라는 평도 있다고 한다. (후자라면, 5.16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듯? -.-;;) 하여튼... 또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새해가 시작하는 이 시기에, 이규보의 작품 중에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 줄만한 시가 한 편 있어서 올려보려고 한다. 이 ..

이규보(李奎報) 시문(2) - 청자송(靑瓷頌) 또는 녹자배(綠瓷杯)

얼마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천하제일 비색청자(天下第一 翡色靑磁)' 라는 고려청자 전시회를 관람했다. 그런데 이 전시회에서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 의 시를 하나 소개해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여름에도 이규보의 시를 포스팅한 적이 있어서, 뜻밖의 장소에서 이규보의 시를 다시 접하니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 국립중앙박물관의 '천하제일 비색청자(天下第一 翡色靑磁)' (http://blog.daum.net/jha7791/15790938) 이규보(李奎報) 시문(1) - 절화행(折花行) (http://blog.daum.net/jha7791/15790906) 고려청자 전시회에 내걸린 시답게, 이규보가 지은 이 '청자송(靑瓷頌)' 또는 '녹자배(綠瓷杯)' 는 고려청자에 관한 시다. 이..

이규보(李奎報) 시문(1) - 절화행(折花行)

이규보(李奎報)는 고려 중기 때의 관료이며 유명한 문인이다. 시, 거문고, 술을 무척 즐겼다니 백운거사(白雲居士)라는 호가 그냥 붙은 게 아닌 모양이다. ^^ 사실, 우리 역사 속 대단한 문인인 이규보는 나에게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동안 내가 이규보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달랑 두 가지였다. 고려시대 사람이라는 것과,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하여튼 국어 교과서에 이규보의 슬견설(蝨犬說 : 이와 개에 대해 이야기하다)이라는 수필이 실려있었다는 것 뿐이다. 슬견설은 지금 보면 훌륭한 작품이다. 오직 외적인 것을 가치판단의 척도로 삼는 오류를 쉽게 저지르는 우리들에게, 외면이 아닌 본질을 바라보라는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10대 때는 제목만 봐도 지겨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