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163

패러다이스(Paradise) - 수명과 젊음조차 사고 파는 세상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독일 영화 '패러다이스' 는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린다.  일단 영화의 주제는 좋다.  '과학의 발전을 무제한 허용해야 하는가' 와 '경제적 대가만 치른다면 무엇이든 허용해야 하는가' 를 화두로 잡고 있다.  AI니 인간복제니 하는 것들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 과학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못해 아예 우리 인간들이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매몰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든다.  게다가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태에 걸맞는 주제를 선택해서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설정이나 전개에 구멍이 뚫려 있다.  원래 SF 영화에 나오는 ..

플랜 75(Plan 75) - 노인 안락사는 선택인가, 강요인가?

설 연휴 때 인상 깊게 본 영화를 이제야 포스팅한다.  2022년에 칸느 영화제에 출품되어서 주목을 끌었던 일본 영화인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일본은 우리보다 한 발자국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그러한 일본의 노인 문제을 소재로 '히야카와 치에' 감독이 만든 영화가 오늘 소개할 '플랜 75' 다.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에 노인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고 청년 사이에서도 노인 혐오가 심해진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플랜 75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한다.     플랜 75는 75세 이상의 노인들을 안락사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무..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확장판) / 대사집

지난 달에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를 봤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CGV 판교 아이맥스(https://jha7791.tistory.com/15791765) 내가 영화를 보고난 후에야 관람객에게 영화 대사집을 나눠주는 이벤트가 열렸기 때문에 아쉬워했는데, 뜻밖에도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도 그러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여 최초 개봉판이 종료하자마자 확장판을 개봉했다. 그리고 확장판 개봉일에 대사집 이벤트를 또 연다고 했다. 두 번째 기회는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메가박스 하남 스타필드점으로 갔다. (확장판은 '메가박스' 에서만 상영함.) 재미있는 점은 확장판 제목이다. 보통은 최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CGV 판교 아이맥스

이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중이니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시기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라는 긴 제목의 영화는 지난 3월 미국에서 개봉했다. 할리우드 영화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했건만 개봉 전 인터넷에 풀린 예고편 하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개봉 후에도 엄청난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비평과 흥행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어 내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로 꼽힐 정도다. 나 역시 유튜브로 예고편을 본 후 기대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나라에서는 ..

더 크라운(The Crown) 시즌 2 , 시즌 4

'더 크라운(The Crown)' 은 시즌 4까지 방영한 영국 드라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가 주인공이며, 다른 영국 왕족들과 정치인들도 비중있게 등장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특히 이 나라 저 나라의 왕정이 무너지는 와중에) 영국 왕실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 전통과 변화 속에서 방황하는 왕족들의 모습, 영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묘사된다. 2016년부터 시작했다는 이 드라마를 올해 들어서야 시즌 2와 시즌 4만 봤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다. 방영하고 얼마 안 된 때부터 평이 좋고 시청률도 괜찮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인물들을 다룬 드라마라는 점에 거부감을 느꼈던 건지 어떤 건지, 딱히 보고 ..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 나의 마더(I Am Mother) / 지금 우리 학교는

서로 장르가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서 뜻밖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2018년도 영화 '나의 마더(I Am Mother)' 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올해 초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던 우리나라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이다. 전자는 소녀 한 명을 빼면 인류가 멸망하다시피 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물이고, 후자는 현대의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물이다. 그러니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이란 말로 알려진 공리주의와 관련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나의 마더' 는 영화 전체에 공리주의가 깔려 있는데 비해 '지금 우리 학교는' 는 후반부에서 살짝 건드리는 정도라는 점이다. 나의 마더 주인공 소녀는 거대한 벙커에서 마더(mother)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로봇과 살고 ..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4 - 'Arkangel(아크앤젤)'

몇 년 전에 '블랙 미러(BLACK MIRROR)' 라는 영국 드라마 중 몇몇 에피소드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최근에 블랙 미러 중 한 에피소드가 떠올라서 이어서 포스팅하려 한다. ☞ 블랙 미러(BLACK MIRROR) - 독특한 영국 SF 드라마 http://blog.daum.net/jha7791/15791367 ☞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3 - 'Shut Up and Dance(닥치고 춤 춰라)' https://blog.daum.net/jha7791/15791467 ☞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3 - 'Hated In the Nation(범국민적 증오)' http://blog.daum.net/jha7791/15791469 오래간만에 이 드라마를 떠올린 것은 요즘 아이들 ..

사라진 영화관의 추억

지난번 80년대 영화 '씨받이' 에 대해 포스팅을 한 김에, 옛날 영화관에 얽힌 추억을 풀어볼까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옛날 영화관이란 씨받이가 개봉되었던 1980년대 중반부터 20세기의 마지막 날인 1999년 12월 31일까지 내가 다녔던 영화관을 말한다. (어떻게 연도와 월일까지 정확하게 나올 수 있는지는 저 아래까지 읽다 보면 알 수 있다는...) 지금이야 상영관을 10개 정도 갖추고,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며, 좌석이 정해져 있는 영화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는 영화관마다 상영관이 몇 개 안 되었고, 내부도 지금만큼 깨끗하지 못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음침(?)하기까지 했다. 특히 1990년대 초중반까지도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영화관이 있엇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

씨받이 - 강수연을 추모하며

지난 주말 영화배우 강수연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었다. 어린이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언젠가부터 연예계에서 종종 벌어지는 극단적인 선택의 경우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후속 보도를 보니 최근 건강이 안 좋았으며 뇌출혈을 일으켜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강수연의 작품을 많이 보지는 못 했다. 강수연이 활발히 영화 활동을 하던 1980년대는 내가 어려서 영화관을 드나들지 못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에 '정난정' 역으로 출연했던 TV 드라마 '여인천하' 속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도 '토요명화' 니 '주말의 명화' 니 하며 TV를 통해 영화를 자주 접할 수 있던 시절을 거친 덕에 강수연의 작품 몇 편은 본 적이 있다. 영화배우 강수연을 ..

블랙 코미디 2 - 이디오크러시(Idiocracy)

'이디오크러시(Idiocracy)' 도 지난 번 포스팅한 '돈 룩 업(Don’t Look Up)' 과 같은 블랙 코미디 영화다. 돈 룩 업과의 차이가 있다면, 훨씬 웃기게 진행되다가 그래도 희망찬 결말을 맺는다는 점이다. (돈 룩 업에서는 우리 지구가 멸망해버렸다는...!) 21세기에 나온 영화답지 않게 많은 장면에 고풍적인(?)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깔린다는 점도 나름 신선하다. 제목인 이디오크러시(Idiocracy)는 바보란 뜻의 idiot과 통치나 정치체제를 뜻하는 cracy를 합쳐서 만든 단어다. 의역하면 '바보들이 다스리는 세상', '바보들이 이끌어나가는 세상' 정도가 될 것 같다. 인류의 지능이 퇴화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우스운 사건들(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풍자한 사건이기도 함...

블랙 코미디 1 - 돈 룩 업(Don’t Look Up)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다가오고 있는 대통령 선거일을 기념하는 뜻에서 '선거 특선'(?)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지난 설 연휴 동안 본 '돈 룩 업(Don’t Look Up)' 이란 넷플릭스 영화다.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다룬 블랙 코미디 장르이며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 한 영화이기도 한다. 현실을 풍자하는 코미디 작품이 보통은 열린 결말 또는 씁쓸한 결말 정도로 끝내는 것에 비해서, 이 영화는 비극적 결말로 시청자의 뒤통수를 친다는 점도 나름 신선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웃픈 결말이라는... ^^;;) 지구 멸망보다는 선거 승리와 시청률이 중요하다...! 사건의 시작은, 천문학 박사 후 과정 중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일이다. 천문학도로서 큰 성과이기에 본인도 동..

지옥

'연상호' 감독의 작품 '지옥' 은 작년에 '오징어 게임' 에 이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우리나라 드라마다. 다만 대중적인 인기로는 오징어 게임에 미치지 못 했다. 오징어 게임보다 더 처절하고 잔혹하고 어둡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취향 타는 작품이라는...) 연상호 감독 작품 중에 애니메이션 '사이비' 와 영화 '부산행' 을 본 적이 있다. 소재, 주제, 분위기 면에서 '지옥' 은 '사이비' 와 결이 비슷하다. 주요 소재가 종교, 그 중에서도 사이비 종교라는 점부터 그러하다.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사실은 비이성적인 것에 쉽게 휘둘리는 인간의 나약함, 그런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용할 줄 아는 무리의 사악함, 그리고 비정상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이 잘 묘사된 작품이..

오징어 게임

이번 포스트는 드라마 리뷰라기보다는 드라마를 본 후의 단상 모음이다. 작년에 '오징어 게임' 과 '지옥' 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어 한국 드라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몇 년 전에 방영한 '스카이 캐슬' 을 본 후로 우리나라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두 드라마는 언론에서도 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터라 챙겨봤다. 먼저 '오징어 게임' 에 대해서 쓸 생각인데,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만큼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으니 여기에서는 줄거리를 생략하겠다. 시청한 후의 느낌이나 생각, 몇몇 인상적인 장면 위주로 쓰겠다. 인생작이라기에는 조금 아쉬운... 오징어 게임은 지옥보다 훨씬 인기를 끈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열풍이 조금 의아했다. 일단, 단순하고 즐거운 소재..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The Last Duel)

이번 달 초에 봤던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를 소개하려 한다. 감독은 '리들리 스콧' 이고 주연 배우로 '맷 데이먼' 과 '조디 코머'가 등장한다. (조디 코머는 내가 모르는 배우인데, 몇 년 전부터 방영하고 있는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 로 유명해졌다고 함.)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흥행에서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박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쪽박(!) 수준을 기록하고 말았다. 괜찮은 소재와 주제로 만든 영화지만, 마지막 결투 장면을 빼면 밋밋하고 진행되는 편인데다가 상영시간이 152분이나 되어 지루한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지루하다는 점과는 별도로, 한 번 보고 잊어버리기에는 아까운 영화이기에 포스팅하려 한다.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다. '마르그리트(조디 코머)' 는 부..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은 2003년도 독일 영화다. 동서독으로 분단되어 있던 독일이 통일을 이루던 때를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 영화인데, 우리가 코미디 영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종류는 아니다. 기본적인 장르는 코미디가 맞지만, 그 속에 한 가족의 비극과 화해, 급속히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는 자와 적응하지 못 하는 자의 모습이 잘 녹아있다. 즉, 심각한 소재들을 유머러스하게 녹여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알렉스(다니엘 브륄)' 는 20세 정도 되는 동독 청년이다. 알렉스 가족은 모두 4명이다. TV 수리기사로 일하는 알렉스, 전직 교사이며 지금은 가정주부인 어머니, 대학생이며 미혼모인 누나, 갓난아이인 조카딸. 아버지는 알렉스와 누나가 아직 어렸을 적에 외국에서 ..

버드 박스(Bird Box)

원래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장르를 잘 안 보는데 코로나 사태 터진 후로는 여러 편 봤다. 코로나 사태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보니 이런 영화에도 눈이 가는 모양이다.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를 뒤집어 놓은 것만으로도 모자라 나의 영화 취향까지 바꾸어버린 코로나 바이러스의 힘에 경의(?)를 표한다. 지난 추석 연휴 때 넷플릭스 영화인 '버드 박스' 를 봤다. '산드라 블록' 이 주연을 맡은 2018년도 작품인데, 당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공개 첫 주만에 최다 조회수 찍었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사람들이 영화 속 상황을 흉내내다가(천으로 눈을 가린 채 밖을 돌아다니기) 사고 당하는 일이 줄줄이 생겨 뉴스에 보도될 정도였다. 이 영화는 '공포물 +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이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