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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CGV 판교 아이맥스

Lesley 2022. 10. 26. 00:01

 

  이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중이니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시기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라는 긴 제목의 영화는 지난 3월 미국에서 개봉했다.

  할리우드 영화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했건만 개봉 전 인터넷에 풀린 예고편 하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개봉 후에도 엄청난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비평과 흥행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어 내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로 꼽힐 정도다.

  나 역시 유튜브로 예고편을 본 후 기대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나라에서는 상반기 중 개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감감무소식이기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한참 늦은 10월에야 개봉해서 마...! 침...! 내...! 봤다.  

 

 

포스터부터 범상치 않다...!

 

  위의 두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의 독창성을 알 수 있다.

  왼쪽 포스터는 불교 탱화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에 불교 교리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절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전반에 '세상 만사 결국 부질없다' 식의 허무주의와 '색즉시공 공즉시색' 비슷한 느낌이 깔려 있다.  그러면서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며 후회하거나 허망한 욕심을 내지 말고 지금 상황에서 행복을 찾자' 는, 요즘 말하는 소확행을 추구하는 식의(이쪽도 나름 불교와 통하는 듯) 결말을 맺는다.

  오른쪽 포스터는 시쳇말로 병맛(!) 넘치고 유치함이 넘실거린다.  이 영화에서 미국의 B급 코미디 영화 중 자주 나오는 화장실 유머와 유치뽕짝(!)을 듬뿍 맛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제작자 겸 감독 겸 각본가인 '다니엘스' 는 속된 말로 똘끼(!) 넘치는 천재인 것 같다.

  다니엘스는 '다니엘 콴' 과  '다니엘 샤이너트' 를 말하는데, 두 사람의 이름이 모두 다니엘이라 영화계에서 다니엘스로 통한다.  다니엘스는, 고단한 삶에 지치고 과거에 대한 후회를 곱씹는 50대 이민자 여성의 자아 성찰을, 요즘 영화계에 많이 나오는 멀티버스란 소재와 섞은 후, 'SF + 판타지 + 코미디 +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라는 양념을 쳐서, 미친(!) 수준의 연출력으로 팍팍 버무렸다.

 

  그렇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미국에 거주해서 일찌감치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인터넷에 짤막한 감상을 올렸는데, '미국인 입맛에 맞는 영화라 한국인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미국인 입맛에 맞는 영화' 란 게 무슨 뜻일까 의아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아,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포스트 첫머리에 '아직 극장 상영중인 영화니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이는 보지 말라' 고 경고했지만...

  예민한 사람을 위한 경고일 뿐, 개인적으로는 이 포스트를 읽고 영화를 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는 특이한 영화라, 줄거리만으로 스포일러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멀티버스를 순차적으로 오가는 게 아니라 마구잡이로 왔다갔다 하고, 독특한 상상력과 B급 영화의 감성까지 합쳐진 통에, 영화의 느낌을 글로 정리하기 힘들다.

  결국 이 영화는 자기 눈으로 봐야 한다.  남의 이야기나 글로 내용을 알게 되는 것과 별도로, 자신이 직접 영화를 봐야만 그 독특함을 알 수 있는 부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블린(양자경)' 은 홍콩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이다.

  홍콩에서 살던 젊은 시절에는 배우를 꿈꿨지만, 아버지가 반대하는 와중에도 연인 '웨이먼드(키 후이 콴)' 의 청혼을 받아들여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결혼 초기에는 세탁소를 꾸려나가면서 장차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었고 외동딸 '조이(스테파니 수)' 도 태어나 행복하게 지냈다.

  그러나 이제는 일상에 찌들고 냉소적인 50대가 되었다.  남편 웨이먼드는 착하기만 할 뿐 현실적이지 못해서 사실상 이블린이 아둥바둥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게다가 딸 조이는 대학을 중퇴하더니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집을 나가 애인과 동거하고 있다.  삶에 지치고 가족에게 실망한 이블린은 '20대 시절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써가며 웨이먼드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이주한 게 옳은 결정이었을까' 하는 후회와 불안을 느낀다.

 

  이블린은 세무조사를 받으러 국세청에 갔다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다.

  함께 국세청에 간 웨이먼드가 다른 사람에게 빙의된 것 마냥 평소와 다른 태도로 이상한 소리를 한다.  알고 보니 그는 이블린의 남편이 아니라 알파버스라는 다른 우주에서 온 또 다른 웨이먼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알파 웨이먼드' 로 통함.)

 

  알파 웨이먼드가 이블린에게 한 말 속에 이 영화의 주제가 드러낸다.

  이블린이 오랜 세월 마음 속에 품고 있던 후회, 두려움, 아쉬움을 꿰뚫어 보는 말이면서, 동시에 이블린의 인생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말이기도 하다.  "나의 친애하는 이블린, 나는 당신을 알아.  모든 지나가는 순간 속에서, 당신은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룰 기회를 놓쳤을 지도 모른다고 두려워 해.  하지만 그 모든 좌절, 모든 실망이 당신을 이 순간으로 이끌었어.  그 사실을 외면하지 마."

  이블린 뿐 아니라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돌아보며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상황이 더 좋았을 텐데.' 식의 아쉬움이다.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도 반드시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고, 심지어 훨씬 나쁜 결과만 얻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우리 모습에 만족하든 아니든, 결국 인생에서 우리가 내린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모습에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이블린은 원래의 우주에서 무서운 적들과 연달아 싸우는 와중에 정신없이 이 우주 저 우주를 넘나든다.

  많은 우주가 나오는데, 비중 있게 나오는 우주에서는 원래의 우주 속 인간관계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원래의 우주에서보다 더 나은 관계로, 때로는 더 나쁜 관계로...  지금의 우리 자신과, 우리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존재하기까지, 수많은 갈림길과 선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블린이 가장 먼저 접한 다른 우주에서는, 젊은 시절 웨이먼드와 결혼하지 않고 홍콩에 남기로 결정했을 때의 인생이 펼쳐진다.

  이블린은 우연히 무술 고수를 만나 무술을 배워 영화계의 액션 스타가 된다.  원래의 우주로 돌아온 이블린은 웨이먼드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화려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었다며 눈물까지 흘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우주의 웨이먼드 역시 이블린과 이어지지 않았기에 부유하고 멋진 사업가가 되었다.

  20대에 이별했다가 50대가 되어 재회한 두 연인의 모습은, 홍콩의 영화 감독 왕가위의 '화양연화' 를 오마주한 감각적인 장면으로 묘사된다.  스텝프린팅 기법과, 감상적인 음악과, 이루지 못 한 사랑에 대한 회한이 뒤섞여, 멋진 장면으로 그려진다.

 

  이블린이 어린 시절 사고를 겪어 시력을 잃는 우주도 나온다. 

  이블린의 아버지는 딸의 침대 곁에서 위로하듯 나즈막한 목소리로 노래(중국 전통 노래인 듯)를 불러준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블린은 비록 앞을 못 보지만 어엿한 전통 노래 가수가 된다.  딸이 무대에서 공연할 때 아버지는 무대 뒤편에서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즉, 이 우주에서 이블린과 아버지는 돈독한 사이인데 이 점이 얄궂다.  원래의 우주에서 이블린과 아버지는 애증으로 엮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원래의 우주에서 아버지는 옛날 사람답게 남아선호사상이 강해서 딸이 태어날 때부터 실망했고, '네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 식으로 딸의 자존감을 짓밟는 소리를 자주 했다.  심지어 웨이먼드 같은 능력 없고 심약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하나 밖에 없는 딸과 오랫동안 절연하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들자 미국으로 가 딸네 집에서 살게 되었지만, 이제 같이 늙어갈 정도로 나이 든 딸에게 여전히 상처주는 말을 한다.  장애인이 된 우주에서 이블린은 시력을 잃는 대신 아버지의 애정을 얻은 셈이다.

 

  알파버스(알파 웨이먼드가 사는 우주)에서 이블린은 이미 사망했다.

  알파버스의 이블린은 천재 과학자라 수많은 우주를 연결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유망한 젊은이들에게 다른 우주에 있는 스스로와 연결되는 실험을 했다.  그러나 자기 딸 조이의 잠재력이 크다며 실험에 참가시켜 지나치게 몰아치다가 조이를 무서운 괴물로 만들어버렸고, 스스로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시각장애인이 된 우주에서 '이블린-아버지' 의 관계가 원래의 우주 속 관계와 대비되듯이, 알파버스에서는 '이블린-딸' 의 관계가 원래 우주 속 관계와 대비된다.  원래의 우주에서 조이는 대학을 때려치우고 커밍아웃을 하여 어머니를 실망시켰지만, 대신 자기 모습 그대로(즉, 동성애자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알파버스에서는 어머니의 바람에 부응하여 무리한 실험에 응하다가 원래의 자신을 잃고 전 우주를 멸망시킬 악당으로 변하고 만다.   

 

  인류의 손가락이 핫도그 모양으로 진화한, 어처구니 없는 우주까지 등장한다. (연인끼리 사랑을 확인할 때 상대방 입에 손가락을 넣으면 손가락 끝에서 머스타드 소스와 케첩까지 나온다는...!)

  여기에서도 원래 우주의 인간관계를 비튼 장면이 등장한다.  원래의 우주에서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 는 깐깐하게 세무조사를 하며 이블린을 괴롭히며 세탁소를 압류하려는 국세청 직원이다.  그런데 핫도그 손가락 우주에서는 놀랍게도 이블린의 애인이다.  이블린은 원래의 우주에서 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못해 딸과 갈등을 겪었다.  그런데 이 우주에서는 이블린 스스로가 동성애자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그 외에도 이 우주 저 우주가 정신 사나울 만큼 빠르게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이블린이 철판요리 전문점의 요리사로 일하는 우주, 이블린이 도로 위에서 피자 광고판을 돌리는 일을 하는 우주, 이블린이 건물 청소직원인 우주, 죄수인 이블린이 간수인 조이와 싸우는 우주, 이블린과 조이가 어린 아이가 크레파스로 대충 그린 것 같은 허접한(!) 그림으로 존재하는 우주, 두 사람이 나무에 매달린 인형 신세인 우주,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맞서는 검사와 변호사로 등장하는 우주 등등. 

  

  이 많은 우주 중 가장 인상적인 우주는 생명체가 아예 없는 우주다.

  그랜드 캐년 비슷한 황량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사막 벼랑 끝에 돌 두 개가 있다.  검은 돌은 이블린, 하얀 돌은 조이다.  돌이니 당연히 목소리를 내지 못 한다.  둘 사이에 텔레파시(?)처럼 오가는 대화는 자막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감독인 다니엘스는 두 돌 사이의 대화를 양자경과 스테파니 수의 목소리로 표현하려 했는데, 양자경이 목소리 대신 자막을 쓰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영리하고 효과적인 아이디어다.  이 우주는 어떠한 생명체도 없고 끝없는 사막을 휘감는 바람 소리 외에는 다른 소리도 없는 곳이다.  그런 우주에서 두 개의 돌이 소리내어 대화를 했더라면, 대화에 깔린 허무함과 씁쓸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화양연화의 오마주인 우주, 생명체가 없는 우주.

 

  영화는 예상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원래의 우주에서 조이가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마저 커다란 검은색 베이글(빵 종류인 그 베이글 맞음)에 빨려들어가게 만들어 세상을 공허함으로 물들이려 할 때, 이블린은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딸을 베이글 밖으로 끌어낸다.  그리고 다른 모든 우주에서도 갈등이 해결된다. (특히 하얀 돌(조이)이 자살(?)하듯 벼랑 아래로 몸을 내던지자 검은 돌(이블린)이 하얀 돌을 쫓아 같이 떨어지는 장면이 감동적임.  영화관 여기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림.)

  수천 또는 수만이나 되는 우주에 수많은 이블린이 살고 있지만, 결국 각 우주의 이블린은 그 우주에서만큼은 유일한 존재다.  또한 각 우주에서 이블린이 만난 소중한 이들도 다른 우주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기에, 그 우주에서는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블린은 세탁소 운영과 세무조사로 허덕이는 인생을 살지언정, 그리고 착하고 낙천적이기만 한 남편과 대학을 중퇴한 동성애자 딸이 마음에 안 찰 지언정, 결국 소중한 가족과 함께 원래의 우주에서 사는 것을 선택한다.

 

 

 

  CGV 판교 아이맥스

 

  이 영화를 CGV 판교 아이맥스관에서 봤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아이맥스관에 딱 한 번 가봤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63빌딩의 아이맥스관에 갔더랬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재미를 느낄만한 영화는 아니었는지 그때 본 영화의 제목이나 내용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당연히 아이맥스관이 보통 영화관과 뭐가 달랐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것도 몰라, 저것도 몰라, 아무 것도 몰라...! ㅠ.ㅠ)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이번이 내 인생 최초의 아이맥스 관람이라 할 수 있는데...

  상영관에 들어서서 스크린을 본 순간 목이 저절로 뒤로 젖혀지며 마음 속으로 '헉!' 을 외쳤다.  스크린이 정말 크다...!  매우 크다...!!  엄청 크다...!!!

  

 

드넓은 아이맥스 스크린.

 

  위의 사진은 영화 시작 전 광고 장면을 찍은 것이다.

  일반 영화관에서는 광고 영상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데, 아이맥스관에서는 스크린의 상하좌우로 남는 공간이 많다.  그 정도로 스크린이 넓다.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아이맥스관은 일반 상영관보다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이맥스의 묘미가 스크린이 시야를 가득 채움으로써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것이라, 스크린의 가장자리가 시야에 안 들어오는 위치에 앉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일반 상영관은 뒤쪽 자리를 명당으로 보지만, 아이맥스관은 가운데 자리나 가운데에서 좀 앞쪽에 있는 자리를 명당으로 친다고 한다.

  다만 아이맥스 영화관이라고 스크린 크기가 전부 같은 게 아니라, 스크린 크기에 따라 명당 위치도 제각각이라고 한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도 무시 못해서 사람마다 선호하는 자리가 다르기도 하고...

 

  나는 H열의 가운데 좌석에서 봤다.

  처음에는 CGV 판교 아이맥스에 먼저 다녀온 사람의 후기에 나온대로 F열 좌석을 예매했다.  하지만 평소 영화를 최대한 뒷자리에서 보던 터라 F열은 너무 앞인 듯하여 H열로 바꿨다.

  영화가 시작한 순간 H열로 바꾸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맥스 스크린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H열에서도 스크린이 너무 커 보여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만일 두 줄 앞인 F열에 앉았더라면 영상 가운데만 보다가 나오거나, 영상의 네 귀퉁이까지 보느라 눈동자를 여기저기로 빠르게 움직이느라 피곤했을 것 같다. 

 

  어찌되었거나 큰 스크린으로 보니 몰입감이 대단했다.

  특히 카메라가 서서히 줌인을 하거나 줌아웃을 할 때면, 마치 등장인물이 실제로 내 눈앞에 있다가 나에게 점점 다가오거나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에는 아이맥스관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영화 매니아들을 유별나게 생각했다. ('영화관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 이렇게 생각했음)  하지만 아이맥스관을 체험하고 나니, 이래서 영화 매니아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아이맥스관을 찾아다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백문이 불여인견...!)

 

 

 

  뱀발

 

  이 영화 관련해서 아쉬운 일이 있다.

  무척 기다리던 영화라 개봉 첫 주에 영화관에 가서 봤다.  그것도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건만, 일부러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판교까지 가서 아이맥스관에서 봤다. 

 

  그... 런... 데...!!!

  나중에야 서울 용산의 아이맥스관에서 특정한 날짜에 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100페이지나 되는 영화 속 대사집을 주는 이벤트가 열렸다...!  재미있게 본 영화이기도 하고 대사집도 탐나서 무리해서라도 한 번 더 영화관 나들이를 할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나보다 먼저 이벤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재빨리 예매를 한 통에 그 날 상영분 표가 매진되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ㅠ.ㅠ 

 

 

 

  덧붙임

 

  이 포스트를 올리고 한 달 후에 결국 대사집을 득템하고야 말았다는...!!!  ☞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확장판) / 대사집(https://jha7791.tistory.com/15791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