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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 1 - 돈 룩 업(Don’t Look Up)

Lesley 2022. 2. 25. 00:01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다가오고 있는 대통령 선거일을 기념하는 뜻에서 '선거 특선'(?)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지난 설 연휴 동안 본 '돈 룩 업(Don’t Look Up)' 이란 넷플릭스 영화다.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다룬 블랙 코미디 장르이며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 한 영화이기도 한다.  현실을 풍자하는 코미디 작품이 보통은 열린 결말 또는 씁쓸한 결말 정도로 끝내는 것에 비해서, 이 영화는 비극적 결말로 시청자의 뒤통수를 친다는 점도 나름 신선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웃픈 결말이라는... ^^;;) 

 

 

 

 

  지구 멸망보다는 선거 승리와 시청률이 중요하다...!

 

  사건의 시작은, 천문학 박사 후 과정 중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일이다.

  천문학도로서 큰 성과이기에 본인도 동료들도 기뻐하고, 지도 교수인 '랜달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박사도 축하해준다.  그러나 디비아스키 혜성(발견자의 성을 따서 이렇게 이름 지었음.)이 몇 달 후 지구에 충돌해서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계산이 나오자, 기쁨은 경악으로 변한다. 

 

  이 일을 관계 기관에 보고하자 백악관에서 두 사람을 부른다. 

  군용기까지 동원해서 케이트와 민디 박사를 급히 불러들였으니 백악관에서도 사태의 긴박함을 아는 것 같았는데...  정작 대통령인 '제이니 올린(메릴 스트립)' 과 대통령 비서실장인 '제이슨 올린(조나 힐)' 은 시큰둥해 한다. (둘의 성씨가 같은 것을 보고 눈치챈 이도 있겠지만 두 사람은 가족임. 모자 관계임.)  두 사람은 곧 있을 선거와 대법관 인선 문제에만 정신이 팔려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고?  그게 뭐?' 같은 반응이나 보인다.

  이 와중에 제이슨이 유능한 천문학자인 민디 박사를 두고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명문대 교수가 아니라고 비웃기까지 하는 건 덤이다.  정작 제이슨은 무능하기 짝이 없으면서 대통령 엄마를 둔 빽(!)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었는데 말이다. -.-;;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인기 토크쇼에 출연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선거 승리에만 관심 있듯이 토크쇼 진행자들은 시청률에만 신경 쓸 뿐이다.  토크쇼 진행자들은 얼마 후면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소식을 재미있고 신기한 농담거리로만 다룬다.  대중은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가볍고 웃긴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고, 토크쇼 진행자들은 그런 대중의 기호에 잘 맞춰줄 때 시청률이 오르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방송 중 케이트가 더 참지 못 하고 분통을 터뜨리며 나가버리자, 민디는 어설픈 농담으로 케이트의 행동을 무마하려 한다.  진행자 중 한 명인 '브리(케이트 블란쳇)' 는 케이트에 대해서는 '쟤는 왜 저렇게 눈치없고 재미없게 굴고 그러니?' 식으로 반응하면서, 민디에 대해서는 '그래도 너는 방송 감각이 좀 있구나.' 식으로 호감을 보인다. (훗날 두 사람은 불륜 관계로 발전한다는...)

 

  정치인과 대중매체만 정신 나간 게 아니라 대중도 별 다를 게 없다.

  사람들은 지구 멸망이라는 충격 받아 마땅한 말에 충격 받지 않는다.  그보다는 케이트가 생방송 중 화를 낼 때의 표정을 캡처해서 웃기고 기괴한 밈을 만들어 인터넷에 퍼뜨리며 비웃는다. -.-;;  가볍고 순간적인 재미에만 길들여진 사람들은 어렵고 지루한 용어로 가득찬 혜성 소식이 싫다.  그런 소식을 전하는 사람의 얼굴을 못난이로 바꾸어 비웃는 게 훨씬 즐거울 뿐이다. 

  

 

 

  전 세계인의 목숨을 구할 계획 vs. 전 세계인의 목숨을 건 도박 

 

  제이니 올린 대통령이 민디 박사와 케이트를 다시 불러들인다.

  먼저 번 자기들이 무관심 하게 군 것에 사과를 하며(진지한 사과가 아니고 사과인 듯 아닌 듯한 어설픈 사과...) 이제부터 대책을 세워보자고 한다.  제이니는 성추문이 있는데다가 자기와 사귄 적이 있는 사람을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그런데 그 사람과 각자의 성기를 찍은 사진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선거를 앞두고 지지도가 바닥을 치게 되었다. -.-;;  그래서 지구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일에 앞장 서는 방법으로 지지도를 끌어올리려 한다.

  제이니는 브리 만큼이나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고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지구 멸망이라는 중대사를 전 세계에 발표하는 장소로,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백악관 기자회견실이 아니라 위풍당당한 군함을 선택한다.  핵폭탄을 디비아스키 혜성에 쏘아 혜성 경로를 바꾸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고는, 군함 상공에 화려한 불꽃쇼를 보이며 자기를 멋진 쇼의 주인공으로 연출한다.

 

  어쨌거나 핵폭탄을 실은 위성들이 디비아스키 혜성을 향해 발사된다.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 미국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도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혜성 궤도 변경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과거형이라는 것에 주목...!)

  이 때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런스)' 이 개입하면서 일이 단단히 꼬여버린다.  피터는 스마트폰 업계를 주도하는 회사의 CEO이며, 우주 개발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는 거물이다.  제이니에게 엄청난 정치 후원금을 낸 덕에, 정부 고위급 인사나 혜성 궤도 변경 계획의 실무진만 출입할 수 있는 상황실에 아무렇지 않게 드나든다.  그런 피터가 할 말이 있다며 제이니를 마음대로 데리고 나갈 때부터(대통령에게 오라 가라 하는 패기... -.-;;) 심상치 않다 했더니만, 멀쩡히 진행되던 혜성 궤도 변경 계획이 갑자기 중단된다...!

   

  이제 우리의 피터가 대통령도 참석한 회의에서 새로운 계획을 제안한다.

  혜성이 지구를 피해가도록 궤도를 변경할 게 아니라, 혜성을 30조각으로 쪼개어 지구에 떨어뜨리자고 한다.  지구의 운명을 구할 계획을 중단하고 대신 엉뚱한 계획을 내놓은 목적은 딱 하나다.   바로 경제적 이득...!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현대 사회의 필수품에는 희토류가 필요한데, 그 희토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아 다른 나라에 압력을 넣곤 한다.  그런데 디비아스키 혜성에 막대한 양의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으니, 그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혜성을 지구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 그대로 떨어뜨리면 지구가 망해버리니 양자폭탄을 써서 혜성을 30조각으로 쪼갠 뒤에 떨어뜨리자는 것이다.

 

  회의에 참가한 민디 박사는 아연실색한다.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게, 덩어리째 떨어졌을 때 지구를 멸망시킬 정도의 거대한 혜성이라면, 30조각으로 나뉘어 떨어진다 한들 피해가 없을 리 없다.  지구가 통째로 망하는 수준이 아닐 뿐이지, 혜성 조각이 떨어지는 곳 또는 그 근처의 수십 개 국가는 치명적인 재난을 겪을 게 뻔하다.  그런데도 돈 때문에(그 놈의 돈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지구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감수하자는 것이다.

  민디가 반대하지만 제이니와 제이슨 모자가 적극 지지한 덕에 피터의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난다. (지구의 운명이 돈에 환장한 장사꾼 손아귀에 떨어지다니...!)

 

 

 

  두 쪽이 난 세상 - 민디와 피터 / Look up파와 Don't look up파

 

  한편, 디비아스키 혜성의 발견자 케이트는 마트 계산원이 된다.

  케이트가 피터의 계획을 전해듣고 흥분해서 식당에서 소리를 지르자, 식당의 다른 손님들도 피터의 계획에 대해 알게 되어 분노한 나머지 폭동을 일으켰다.  케이트는 국가 기밀 누설죄 및 폭동 선동죄라는 요란한 죄목으로 체포되었다가, 다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언론에게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쓰고 풀려난다.  하지만 그 일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더는 천문학 연구를 못 하고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게다가 부모에게도 의절 당한다.  케이트의 아버지는 정부의 선전(디비아스키 혜성의 희토류 덕분에 경제가 호황을 맞게 되면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내용)을 믿는다.  그래서 딸이 정부에 반대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며 딸의 코앞에서 문을 잠가버린다.  여기에서 황당한 점이, 아버지는 케이트에게 '정치는 안 된다!' 라며 딸이 정치적 문제에 깊게 개입하는 게 싫어서 의절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정작 자기도 정부의 혜성 정책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딸을 쫓아낸다. -.-;;

 

  민디 박사는 혼자서라도 피터와 제이니의 폭주를 막으려 애쓰지만 당.연.하.게.도. 실패한다. 

  민디는 피터에게 지구의 운명이 달린 계획에 '사업가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공격적으로 따진 것도 아니고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말했을 뿐인데도, 피터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피터는 스스로를 대단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꾸었고 이제 혜성의 자원으로 세상을 또 한 번 바꾸는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자신이 인류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는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런 자신을 일개 사업가 따위(?)로 생각하는 것에 분노하여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퍼붓는다.  민디에 대해 수집한 수많은 정보를 자기네 회사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더니, 민디는 스스로 도덕적으로 행동한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고통을 못 견디고 도망치는 형편없는 사람일 뿐이며 훗날 혼자서 외롭게 죽을 것이라 말한다.

  결국 민디 박사도 쫓겨난다.  이제 정부에 남은 사람은 제이니, 제이슨, 피터 같은 미친(!) 것들과 그들에게 무조건 yes를 외치는 것들 뿐이다.

 

  쓸쓸한 표정으로 밤길을 운전하던 민디는 차창 밖으로 디비아스키 혜성를 보게 된다.

  혜성이 지구에 가깝게 다가와서 육안으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 세계를 멸망시킬 혜성이기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자연의 섭리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한다.  위를 쳐다보라(Look up)는 민디의 외침에 다른 운전자들도 차에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놀라워한다. (원래 뉴스로만 접하던 소식을 자기 눈으로 확인하면 느낌이 달라지는 법이니...)

 

  이때부터 사람들은 Look up파와  Don't look up파로 갈라져서 치열하게 싸워댄다.

  Look up파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분명히 보이는 혜성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쪽이다.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과학과 이성을 믿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Don't look up파는 정부의 주장대로 혜성을 이용하여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자는 실용주의자(?), 또는 혜성의 존재를 아예 부정하는 극단주의자들이다.  이들은 과학자 집단을 아는 것 좀 많다는 이유로 평범한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드는, 특권의식에 찌든 무리 정도로 폄하한다.

 

 

 

  마지막 희망도 사라지고...

 

  국제사회는 미국과 별도로 혜성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제이니와 피터가 밀어붙이는 계획이라는 게 미국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목숨을 건 엄청난 도박이다 보니, 알아서 살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UN이 혜성 궤도 변경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더니, 미국 만큼은 아니어도 우주산업 분야에서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러시아, 중국, 인도)이 연합하여 혜성 궤도 변경에 나선다.  그러나 이 계획은 준비 단계에서 실패하고 만다.

  지구를 구할 제.대.로. 된. 마지막 시도가 실패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성공 가능성은 로또급이요, 성공한다고 해도 많은 나라와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피터의 계획 뿐이다.

 

  민디는 다 틀렸음을 예감하고 케이트와 케이트의 남자친구 '율(티모시 샬라메)' 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민디가 브리와 바람피운 일로 결별을 선언했던 아내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아내, 두 아들, 케이트, 율, 그동안 함께 활동한 동료 과학자와 함께 식사를 하며 조용하고 편안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바로 그 시간, 피터의 계획대로 양자폭탄을 탑재한 30개의 드론이 발사된다.

  그러나 발사된 지 얼마 안 되어 공중에서 폭발하는 드론이 있는가 하면, 폭발하여 추락하면서 발사 준비 중이던 다른 드론까지 폭발시키는 드론도 있다. (팀킬... -.-;;)  디비아스키 혜성까지 간 드론 중에서도 몇 개는 혜성에 착륙하지 못 하고 나가떨어진다.  무사히 착륙해서 양자폭탄을 터뜨릴 준비가 된 드론은 24개 뿐이다.

  피터는 혜성을 30조각으로 쪼개겠다며 드론도 딱 30개만 준비해서 발사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수준을 넘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라, 자기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생각 안 한 것 같다.  혹시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지구 멸망의 위기 속에서도 경제적 이득부터 생각하는 사람이니 만큼, 드론을 더 제작하여 발사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드는 점을 걱정해서 예비용 드론을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24개의 드론이 양자폭탄을 터뜨린다.

  나중에야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나마 4개는 불발했다고 한다. -.-;;  폭탄이 터지고 얼마 안 되어 시스템 오작동으로 통신이 끊겨서, 상황실에서는 혜성의 상황을 알 수 없게 된다. (지구의 운명이 달린 계획인데 뭐 제대로 되는 게 없음. -.-;;)  상황실 사람들은 작전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없어 불안해 하며 웅성거리는데...

 

   

  

  망했다...!!!

 

  먹통이 된 모니터를 초조히 바라보고 있던 피터에게, 대통령 제이니가 다가서며 속삭인다.

  중국 주석이 휴대폰 메시지를 보냈는데 혜성이 쪼개지지 않고 멀쩡하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0-;;)  피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뜬다.  곧 제이니도 화장실에 가겠다며 상황실에서 나간다.

  상황실의 최고 지휘자 두 명이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는 꼴을 보았으니, 실무진도 동요하며 가족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자리를 이탈한다.  누구도 소리내어 말하지 않지만, 그냥 가족을 만나는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이 와중에 제이슨만 "(엄마가) 곧 오실 텐데." 라고 중얼거리며 자리를 지킨다. 

  엄마가 태워준 낙하산으로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된 제이슨이 능력만 없는 게 아니라 눈치도 없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 바보야, 너희 엄마가 너도 내팽개치고 도망쳤다고...!)

  제이니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마련해 둔 지구 탈출용 우주선에 탑승하려고 떠나면서, 민디에게 전화를 해 우주선에 태워주겠다고 제의한다.  민디는 거절한 후 제이슨과 잘 지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민디 입에서 나온 제이슨이란 이름을 듣고서야 대통령 각하께서는 자기가 아들을 내버려두고 왔음을 깨닫는다...! -0-;;  

 

  지구 멸망 직전, 전 세계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다. 

  여러 종교의 사원에서는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최후의 발악을 하듯이 공중의 혜성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기를 목욕시키는 사람도 있고, 세상의 멸망을 차마 견딜 수 없는지 일찌감치 목숨을 끊어버린 사람도 있다.

  어차피 끝이라는 절망감을 표출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저 밑의 거리에서는 폭동이 나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데, 위의 옥상에서는 수십 명의 사람이 나체로 뒤엉켜 난교 파티를 벌이고 있다.

 

 

  

  첫 번째 쿠키 영상(엔딩 크레딧 이전) 

 

  지구가 멸망하고 무려 22,740년이 지난 후에 우주선이 한 행성에 도착한다.

  제이니와 피터를 비롯한 2,000명의 VIP들이 나체로 냉동수면기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래도 절반 이상이 그때까지 생존하여 깨어난다. (이 VIP들은 피터처럼 제이니에게 거액의 정치 후원금을 기부했던 사람들인 듯...)

  우주선 밖으로 나와 낯선 행성 풍경에 두리번거리다가, 알파카에 화려한 깃털을 붙여놓은 듯한 신기한 동물을 보게 된다.  제이니가 호기심에 다가갔다가 그 동물에게 머리를 물려 죽고 뜯어먹히기까지 한다. (2만년 이상을 기약 없는 우주 여행에서 살아남았던 사람이 한 순간의 부주의로 어이없이 죽음. -.-;;)

 

  피터는 놀라는 사람들에게 그 동물이 아마 '브론테록' 인 것 같다고 설명한다.

  30개의 드론을 발사하기 직전 상황실에서, 제이니는 피터가 '민디는 혼자서 외롭게 죽을 것이다' 라고 알고리즘 분석 결과를 말했던 것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어떻게 죽을지 알면 재미있을 거라고 신난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피터는 제이니가 브론테록에게 잡아먹힌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 브론테록이란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제이니가 낯선 동물에게 잡아먹혔으니 그 동물이 브론테록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결과론적인 끼워맞추기 같은데... -.-;;) 

 

  그 동물이 브론테록이든 아니든, 여러 마리가 VIP들을 둘러싸고 다가선다.

  아마 모두 죽었을 것이다.  대부분이 노인인데다가(엄청난 고위급 인사들이니 거의 노인일 수 밖에...), 무기고 뭐고 없는 알몸들인데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렇게 지구인 중 마지막 생존자들도 죽는다.  80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수많은 다른 생물이 목숨을 잃을 때 돈과 권력 덕분에 지구를 탈출했던 극소수의 사람들이, 결국 허무하게 몰살당한 것이다.

 

 

 

  두 번째 쿠키 영상(엔딩 크레딧 이후)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구가 망하던 그 날, 제이슨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해치고 밖으로 나온다.

  폐허와 연기와 불길 밖에 없는 주위를 둘러보며 "엄마!" 하고 외친다.  그 와중에도 한쪽 팔에 엄마의 에르메스 핸드백을 걸치고 있다. (엄마는 자기 목숨 챙기기에 급급하여 아들도 까맣게 잊고 내뺐는데, 엄마의 고가 핸드백을 끝까지 챙기는 기특한 아들... -.-;;)  휴대폰을 들어 셀카를 찍더니, 자기가 지구 최후의 생존자라며 '좋아요' 와 '구독' 을 눌러달라고 말한다. 

 

 

 

  기타

  

  1. 피터는 누가 봐도 '스티브 잡스' 와 '일론 머스크' 를 짬뽕해서 만든 캐릭터다.

  스마트폰 업계를 선도해나가는 업체의 CEO이며,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세계인의 정보를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하고 활용한다.  또한 NASA라는 지구 최고의 우주 관련 기구를 가진 미국 정부조차 미처 몰랐던 혜성에 매장된 자원이 어떤 종류인지 먼저 알아내는가 하면, 그 자원을 경제적으로 이용해보자는 계획을 내놓을 만큼, 고급 인력과 최첨단 기술 및 설비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2. 피터는 정경유착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제이니가 피터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인다.  혜성 궤도 변경 계획을 추진할 때 정부의 고위급 인사와 실무자들만 출입해야 하는 상황실에, 아무리 거대 기업의 CEO라고는 해도 일개 사업가인 피터가 마음대로 들어온다.  그리고 상황실에 머물며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아무렇지 않게 할 말이 있으니 나오라고 말한다.  심지어 지구의 운명이 걸린 정부의 계획을 자기 멋대로 중단시키고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새 계획을 추진하기까지 한다.  피터가 이런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이유는 하나다.  제이니에게 정치 후원금을 두둑하게 기부했다는 것...!

 

  3. 제이니 올린이란 캐릭터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여성 버전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자, 제이니 올린 대통령은 여자라는 점 하나를 빼면 판박이다.  두 사람 다 예의니 품위니 하는 것은 내던지고 파격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언행을 일삼은 덕에 오히려 지지자를 결속시켜 대통령이 되었다.  능력 없는 자식을 백악관 고위직에 앉혔다는 점도 같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과학자 등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론을 호도한다.  공교롭게도 제이니 역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트럼프가 이민자를 배척하고 장애인 기자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며 조롱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자 트럼프는 메릴 스트립이 과대평가 받는 배우라고 평가절하 했음.)  트럼프와 악연으로 얽힌 메릴 스트립이 트럼프에게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4. 이 영화가 1차 목표(?)로 삼은 건 정치인과 대중매체지만 대중의 어리석음도 묘사된다. 

  대통령인 제이니나 토크쇼 진행자인 브리나 대중이 좋아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대중의 눈길을 어떻게 끌지도 잘 알고 있다.  국가와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정치인과 대중매체가, 대중의 눈을 가리고 지지도나 시청률 같은 인기에만 목을 매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나오는가를 우스꽝스럽지만 살벌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대중도 현실의 문제점을 생각하고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을 귀찮아 하며 눈앞의 재미만 쫓는 존재로 나온다.  형편없는 정치인과 대중매체가 대중을 어리석음으로 이끈 것인지, 아니면 대중이 어리석어서 정치인과 대중매체가 형편없어진 것인지... 

 

  5. 유명 배우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단독 주인공 맡을만한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오다 보니 한 사람당 출연 분량은 적은 편이다.  특히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케이트의 남자친구 역할은 굳이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비중이 낮다.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을 보면서 화장술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꼈다.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하는 걸 분명히 알고 봤는데 영화가 절반 넘게 진행되도록 나오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토크쇼의 여자 진행자 브리가 케이트 블란쳇이었다.  다른 영화에서 봤을 때에 비해 화장을 진하게 하고 야시시한(!) 옷을 입은데다가 요염한 분위기로 나와서 몰라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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