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163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영화 '트루먼 쇼' 를 다시 봤다. 오래 전에 보고 20년은 지나서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이 영화는 1998년 개봉작이니 '첨밀밀' , '가타카' 같은 나의 인생작(!)들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첨밀밀과 가타카는 지금까지 30번은 본 것 같은데, 트루먼 쇼는 반복해서 볼 정도로 빠지지는 못했다. 지난 추석 연휴 중 다시 보니 영화 감상 시기가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미디어 상황이 많이 달라진 2000년대 중후반에 봤더라면 강렬한 인상을 받았을 듯하다. 예전에 봤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한창 잘 나가던 '몰래 카메라' 의 확장판이란 점에만 주목했다. 그때는 몰래 카메라 관련 프로그램이 유행이었다. 유명한 배우나 가수를 섭외하여 무슨 촬영을 하네, 인터뷰를 하네 식으로 속여 엉뚱한 상황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오래간만에(대충 10년만에...!) 마블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다. 마블 영화 최초로 아시아계 주인공이 나온다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다. 마블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서, 굳이 스스로 찾아서 보지는 않고 누군가 같이 보자고 할 때 본다. 그런데 이번에 일부러 영화관을 찾은 이유는 이 영화의 출연진 때문이다. 주인공 샹치 역을 맡은 '시무 리우' 는 전에 재미있게 본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에서 한국계 가족의 아들 '정' 을 연기한 바 있다. 샹치의 아버지 역을 맡은 '양조위' 는 홍콩 영화 붐이 사그라든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영화팬들이 인정해주는 대배우다. (색계...! 화양연화...! 동사서독...! 무간도...!) 샹치의 이모 역은 지난 몇 년 열심히 보고 있는 미국 드..

추억의 미드 - V(브이) / 미녀와 야수

먼저 우리나라의 해외 드라마(사실상 미국 드라마) 시청 발전사(?)를 살펴보자면... 20세기에는 공중파 TV(20세기 후반부터는 케이블 TV도 추가)에서 방영해 주는 해외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 때에는 시청자에게 드라마를 선택할 권리도, 시청 시간을 선택할 권리도 없었다. 방송국에서 방영해주는 것만 볼 수 있었고, 방영 시간에 맞춰서 TV 앞에 얌전히 앉아 있어야 했다. '600만불의 사나이', '맥가이버', '전격 Z 작전' 등이 일방통행식으로 방영했던 드라마들이다. 이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꼭 해외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고자, 방영시간에 맞춰서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모래시계', 허준', '대장금' 같은 엄청난 인기를 누린 드라마 방영시간에는, ..

미나리 / 페어웰(The Farewell) - 비미국적인(?) 미국 영화

우리나라에서 이번 달에 개봉한 '미나리' 와 지난 달에 개봉한 '페어웰'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양쪽 모두 미국 영화이기는 한데 일반적인 미국 영화와는 다르다. 미나리는 한국계 감독이 한국계 미국인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영화이고, 페어웰은 중국계 감독이 중국계 미국인 가족을 등장시켜 만든 영화이다. 그래서 양쪽 모두 이민자가 현지에서 뿌리내리려 애쓰며 겪는 애환, 이민간 나라의 문화와 고국의 문화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 나온다. 두 영화 모두 이민자가 주인공이다 보니, 영어보다는 고국의 언어가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점 때문에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논란이 생겼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영어 대사가 50% 이상인 영화에 대해서만,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작품상의 후보 자격을 준다. 영어 ..

블라인드(Blind) - '눈의 여왕' 의 변주곡 같은 영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영화계도 힘들어졌는데, 딱 하나 바람직한 변화가 생겼으니...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 그 중에서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 일색이던 극장가에 다양한 영화가 걸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같으면 그런 영화는 아예 극장 개봉을 못 하거나, 개봉을 하더라도 저예산영화를 위한 소규모 극장에서만 상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수 극감으로 많은 영화가 상영을 미루거나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하게 되자, 영화관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양한 영화를 개봉하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블라인드' 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의 합작 영화도 개봉했다. 2007년 작품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1월에야 개봉했으니, 만일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개봉하지 못 했을 것이다. 사방이..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3

최근에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3' 가 끝났다. 원래는 작년 봄에 방영할 예정이었는데, 지구촌 전체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후반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작년 10월 중순에야 방영하기 시작했다. 시즌1과 시즌2의 시간적 배경은 23세기 중반이었는데, 시즌3는 디스커버리호가 웜홀을 통해 930년이나 뛰어넘으면서 32세기라는 아득한 미래를 무대로 펼쳐지게 된다. 시즌1과 시즌2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들은 작년에 올린 관련 리뷰를 먼저 보시기를...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마이클 버넘 / 시즌1의 1~2회 blog.daum.net/jha7791/15791580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1의 ..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몇 달 전에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라는 영화를 봤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라는데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올해 미국을 뒤집어놓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관련하여 이 영화를 소개하는 것을 듣고서야, 이런 영화가 있는 줄 알게 되었다. 196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여 흑인에 대한 차별을 소재로 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교훈적인 영화는 그 교훈적인 성격 때문에 지루한 편인데, 이 영화는 다행히도 재미면에서도 괜찮다. (즉, 교훈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라는...!) 영화는 1926년 미국의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서 시작한다. 캐서린 존슨(타라지 헨슨) 이라는 흑인 여학생은..

'빨강머리 앤' 다른 각도로 보기

우리나라에서 '빨강머리 앤' 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여자는 상당수가 학창시절에 원작 소설로든 TV 애니메이션(일본에서 만든 1979년도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송국에서 몇 차례나 방영했음.)로든 즐겁게 감상했을 것이다. 남자도 여자보다 팬층이 얇을지언정 일부 에피소드라도 봤거나 최소한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TV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한 이에게는 뜻밖이겠지만, '빨강머리 앤' 은 원래 10편짜리 연작 소설이다. 1권에서 11살로 처음 등장했던 주인공 앤이, 뒤에 가서는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중년을 거쳐 노년까지 이르게 된다. TV 애니메이션은 그 중 1권인 '초록 지붕 집의 앤' 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앤이 '초록 지붕 집..

코로나 시대와 공포영화 - 부산행 / 나는 전설이다

지난 여름에 공포물을 몇 편 봤다. 그 중 두 편만 간단히 포스팅하려고 한다. 하나는 몇 년 전 대히트를 치며 한국에서도 괜찮은 좀비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부산행' 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는 전설이다' 다. 나는 원래 공포물을 보지 않는다. 덩치에 안 어울리게 겁이 많아서,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 도 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나 겨우 볼 수 있었다. 지금처럼 즐길거리가 많은 시절이었다면 무서워하면서까지 '전설의 고향' 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각적인 오락거리가 적었던 시대인지라 심장마비(!)에 걸릴 것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다양한 경로로 영화를 볼 수 ..

소년시절의 너(少年的你) -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최근에 '소년시절의 너' 라는 중국 영화를 봤다. 황당하게도 이 영화를 착각(!) 때문에 봤다. 전에 대만 영화 '안녕, 나의 소녀' 가 괜찮다는 평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소년시절의 너' 와 제목이 비슷해서 착각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내 눈에는 비슷해 보였음.) 마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관객이 대폭 줄어든 탓에, 요즘 많은 영화관에서 새 영화를 개봉하는 대신 예전에 반응이 좋았던 영화를 재개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 년 전에 개봉했고 평도 괜찮았던 '안녕, 나의 소녀' 를 재개봉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본 영화지만 의외로 수작이었다. 물론 영화를 착각하고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안녕, 나의 소녀' 가 풋풋했던 학창시절의 첫사랑에 얽힌..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2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 시즌2는 시즌1의 마지막 장면인, 조난당한 엔터프라이즈 호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시즌 1의 내용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마이클 버넘 / 시즌1의 1~2회 blog.daum.net/jha7791/15791580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1의 3~15회 http://blog.daum.net/jha7791/15791648 시즌2 - 7개의 신호와 붉은 천사, 그리고 스팍. 디스커버리 호는 우주 한복판에서 조난당한 엔터프라이즈 호와 마주친다. 로르카 선장이 미러 우주에서 온 사기꾼(!)이라는 게 밝혀졌고 죽기까지 했으니 디스커버리 호에는 새로운 선장이 필요하..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1의 3~15회

이 포스트는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 중 시즌1의 3~15(마지막)회에 관한 것이다. 시즌1의 1~2회 내용은 이전 포스트에 나온다.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마이클 버넘 / 시즌1의 1~2회 blog.daum.net/jha7791/15791580 시즌1(3~15회) - 스타플릿 최초의 반역자에서 디스커버리 호의 대원으로, 그리고 마침내... 디스커버리 호의 선장인 가브리엘 로르카(제이슨 아이작스)는 다른 스타플릿 선장들과는 전혀 다르다. (이 드라마 제목에 나오는 디스커버리 호가 드디어 등장...!) 로르카는 과격하고 독단적이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휘관이다. 원래는 부란 호의 선장이었는데, 클링온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자 부란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마이클 버넘 / 시즌1의 1~2회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는 미국의 드라마 및 영화인 스타 트렉(Star Trek) 시리즈에 속하는 드라마다. 작년까지만 해도 스타트렉 시리즈 중 최신작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 스타 트렉 : 피카드(Star Trek: Picard)가 방영하면서 최신작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졌다. 2017년에 시즌1을 방영했고 2019년에 시즌2를 방영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시즌3를 방영할 예정이다.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서론(?)부터 쓰자면... 스타 트렉 시리즈는 국가에 따라 인기도가 극과 극을 달린다. 최첨단 기술이 실용화 되어 인간이 우주로 진출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이기는 한데... 우리가 SF 드라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재개봉판/확장판)

장국영 사망 17주년을 기리는 뜻으로, 5월 1일에 영화 '패왕별희' 가 재개봉했다. 원래는 장국영의 사망일인 4월 1일에 맞추어 재개봉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영화계가 초토화(!) 되면서 이번 달로 연기되었다.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가치를 인정받는 법이다. 1993년도에 개봉했던 작품인데도 재개봉하고 5일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물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관객수가 급감한 탓에, 요즘 극장가에 최신작이 거의 없는 덕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명한 영화인데다가 23년이나 된 영화라서 볼 사람은 벌써 다 봤을 텐데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니 대단한 일이다. 사실은 오래 전에 패왕별희에 대해 짤막하게나마 두 차례 포스팅한 적이 ..

컨테이젼(Contagion)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영화판

'망할 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벌써 두 달 넘게 온 나라가, 그리고 전 세계가 어수선하다. 그런데 한 친구가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고 만든 것 같은 영화가 한 편 있다면서 추천해줬다. 거의 10년 전인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이다.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친구가 꼭 한 번 보라며 권하기도 했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다른 사람들도 이 영화가 마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예언한 것 같다며 놀라워 하기에, 호기심 수치가 쭉 올라가던 중에... 이 영화를 볼 기회를 주신 이가 있어서 결국 봤다. 과연... 지금의 상황과 상당히 비슷하다...! 포스터 아래 오른쪽에 나오는 인물(기네스 펠트로)은 얼핏 보면 놀란 표정 짓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