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는 미국의 드라마 및 영화인 스타 트렉(Star Trek) 시리즈에 속하는 드라마다.
작년까지만 해도 스타트렉 시리즈 중 최신작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 스타 트렉 : 피카드(Star Trek: Picard)가 방영하면서 최신작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졌다. 2017년에 시즌1을 방영했고 2019년에 시즌2를 방영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시즌3를 방영할 예정이다.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서론(?)부터 쓰자면...
스타 트렉 시리즈는 국가에 따라 인기도가 극과 극을 달린다.
최첨단 기술이 실용화 되어 인간이 우주로 진출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이기는 한데... 우리가 SF 드라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SF물과 서부활극을 짬뽕(!)해 놓은 듯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부 개척시대에 향수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비슷한 개척시대를 겪은 캐나다 및 호주에서는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트레키(Trekkie)라는 광팬(!)까지 잔뜩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지역의 국가(바로 우리나라가 여기에 속함...!)에서는 보는 사람만 보는, 즉 비교적 소수의 팬만 좋아하는 드라마다.
스타 트렉의 오리지널 드라마는 1960년대에 시작했는데, 그 후로 프리퀄이나 시퀄에 해당하는 후속편이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여기에서는 스타 트렉 시리즈 중 영화는 제외하고 드라마에 대해서만 쓰겠음.)
첫째, 스타 트렉 오리지널이라고 불리우는 스타 트렉(Star Trek).
1960년대에 방영한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그냥 스타 트렉이다.
하지만 훗날 쏟아져 나온 다른 작품들과 구분하기 위해 오리지널이란 말을 붙여 부른다고 한다. 나는 오리지널을 본 적이 없다. 이제 와서 오리지널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설사 있다고 한들 워낙 오래 된 작품이라 굳이 찾아 볼 생각은 없다. ^^;;
하지만 나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이 드라마는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방영하고 수십 년이 지났건만, 새로운 스타 트렉 드라마나 영화가 나올 때마다 트레키들은 갑론을박을 벌인다. 새로운 작품이 이 오리지널 속 설정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드라마나 영화 중에 스타트렉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대사 등이 언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한 각종 기술(물론 상상 속 기술)이, 과학자와 공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줘서 여러 신기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휴대폰, mp3 등 각종 음악 파일, 3D 프린터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함.)
둘째, 오리지널 종영 후 거의 20년 뒤에 제작된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Star Trek : The Next Generation).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중반에 걸쳐 시즌7까지 방영했다.
오리지널 드라마 속 시점에서 100년이 흐른 24세기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은 영화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패트릭 스튜어트가 엔터프라이즈 호를 이끄는 선장 역을 맡았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스타 트렉이라는 드라마도 있다.' 라고 제대로 알린 작품이, 바로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일 것이다.
공중파 TV 방송에서 더빙판으로 방영해줬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외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기는 커녕, 케이블 방송국조차 없어서 국내 드라마에 대한 선택의 폭도 좁았던 시절이다. (국내 방송국이라고는 KBS, MBC, EBS 등 달랑 3개였음. 심지어 SBS도 없었다는...! ㅠ.ㅠ) 그래서 꽤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시청했고, 나 역시 이 작품으로 스타 트렉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셋째, 스타 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Star Trek: Deep Space Nine).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대성공을 거두자, 그 외전이라 할 수 있는 스타 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이 제작되서 시즌7까지 방영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내가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할 건덕지(!)가 없으니, 이 포스트에서는 넘어가기로 하자... ^^;;
넷째, 스타 트렉: 보이저(Star Trek: Voyager).
1990년대 중반부터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후속편 격으로 방영했는데, 기존의 스타 트렉 시리즈와 차이점이 있다.
기존 스타트렉 시리즈는 지구가 있는 알파 분면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들이 탄 보이저 호가 본의 아니게 델타 분면으로 날아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7년에 걸쳐 여행을 하며 온갖 모험을 겪게 된다. (즉, 이 드라마도 시즌7까지 방영했음.) 미지의 세계인 델타 분면이 배경이다 보니 여러 새로운 종족이 나오고, 보이저 호를 이끄는 선장이 여자이고 부선장은 인디언으로 나오는 등의 변화가 보인다.
나는 스타 트렉: 보이저를 종영하고 몇 년은 지나서야 봤다.
스타 트렉 :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 후로는 우리나라 방송국이 스타 트렉 시리즈를 방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프렌즈와 CSI 등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인터넷에서 각종 미드를 구하기 쉬워진 덕분에, 뒤늦게나마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이 드라마는 원래도 나쁜 내 시력을 더 나빠지게 했다. 본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스타 트렉 :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를 복습(!)하고서 스타 트렉: 보이저까지 잇따라 봤다. 둘 다 시즌7까지 나온 작품이다 보니 총 14개의 시즌인데, 그것들을 불과 석 달 동안 몰아 보느라 눈알이 아파 혼났다는...
다섯째, 스타 트렉: 엔터프라이즈(Star Trek: Enterprise).
이 드라마는 나름 야심차게 시작했다.
21세기 들어서 제작된 첫 스타 트렉 시리즈이며, 기존 작품들이 오리지널 드라마의 시퀄인데 비해 이쪽은 프리퀄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뭔가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들지만...
여러가지로 망작(!)이라는 평가를 받다가 조기종영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스타트렉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자유, 평등, 협력' 의 정신을 내던져버린 행보를 보여서, 팬들에게 충격을 줬던 모양이다. 당시의 미국 정치 상황 및 국제 정세와 얽히면서 정치적.이념적으로 욕을 잔뜩 먹었다고 한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구구절절하게 쓰지는 않겠지만, 여러 사람이 쓴 평을 읽다 보면 왜 욕을 먹고 조기종영되었는지 이해가 간다. -.-;;
1987년에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방영한 뒤로 스타 트렉 시리즈는 꾸준히 제작되었다. 그런데 스타 트렉: 엔터프라이즈의 실패로 스타트렉 시리즈의 명맥이 한동안 끊겨버렸을 정도였으니...
여섯째, 드디어 이 포스트에서 다룰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스타 트렉: 엔터프라이즈가 폭삭 망하고 12년이 지난 2017년에 방영하기 시작한 드라마다.
스타 트렉: 보이저가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고 썼는데,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에서는 그 변화의 폭이 더욱 커진다. (그리고 나를 10여 년만에 스타트렉에 빠지게 만든 드라마이기도 하다는... ^^)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는 스타 트렉: 엔터프라이즈처럼 오리지널 작품의 프리퀄이다.
오리지널 속 시대에서 약 10여 년 전이며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보다는 110여 년 전인 23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만, 드라마 속 시대와 드라마 제작 연대의 괴리 때문에 시각적인 부분에서 묘한 어색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즉, 내용상으로는 기존 작품보다 옛날 이야기인데 제작 연대로 보면 오히려 최근에 만든 작품이라서, 영상미라든지 특수효과라든지 기타 여러가지 면에서 지나치게(?)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선장 아닌 인물' 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며, 단독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중이 높게 나온다.
기존 작품에서는 딱히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인물이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물론 선장이 우주선과 대원들을 이끄는 지도자이기에, 다른 인물들보다 선장에게 좀 더 초점이 맞춰지기는 하지만...
하지만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에서는 누가 봐도 주연은 한 명이고 나머지는 조연이라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주연이 선장이 아니라는 점도 특이하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신적, 감정적으로 미숙했던 주인공이 차츰 성숙해진다. (즉, 이 작품을 주인공의 성장물로 볼 수 있음.)
기존 작품에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인물들(즉, 선장들)은 한 인간으로서나 스타플릿(스타 트렉 시리즈 속 행성연방의 과학탐사대 겸 군대) 대원으로서나 완성된 인물로 묘사된다. 선장이란 지위에 걸맞게 중장년 캐릭터로 나오다 보니, 인생 경험도 풍부하고 스타플릿에서 오래 복무하며 산전수전 다 겪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가끔 대의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무엇이 옳은 길인가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이미 확고한 상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의 주인공은 남다른 성장기를 보낸 탓에 트라우마가 있고 인간관계에도 서툰 30살짜리 장교다. 그래서 사생활에 있어서나 임무 수행에 있어서나 계속해서 고민하고 상처받으며, 그 과정에서 성장해 나간다.
제일 파격적인 변화는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약 30년 전에 방영한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도 동성애자 관련 에피소드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유적이고 풍자적인 방식으로 묘사되었다. '원래 성별이 없는 외계종족' 이 있는데 그 중 소수가 특이하게도 남성 또는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수에게 비정상으로 취급받고 성 정체성을 없애는 세뇌까지 당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동성애자 캐릭터를 3명이나 등장시키는 게 가능해졌으니, 30년이란 세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나 보다. 게다가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 모두가 실제로 동성애자라고 하니...
마이클 버넘의 성장 과정 및 시즌1의 1~2회
이 포스트에서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과 시즌1의 1~2회까지만 쓰겠다. (시즌1의 나머지는 다음 포스트에서...)
마이클 버넘의 성장 과정은 여러 에피소드에 단편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의 내용 전개에 따라 여기저기에 나누어 쓰려면, 쓰기가 까다로워지기도 하고 포스트 양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뭉뚱그려(!) 쓰겠다.
또한 시즌1의 1~2회는 시즌1 전체를 위한 배경설명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선장이 되는 영광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 주인공이 어쩌다가 반역자가 되어 종신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가를 설명해주는 회차다. '몽테 크리스토 백작' 의 주인공 에드몽 단테스를 연상케 하는 상황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들이 몰락하게 되는 원인은 전혀 다르지만, 인생의 절정에서 바닥으로 순식간에 떨어지게 되는 극적인 상황은 흡사하다.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의 주인공은 마이클 버넘(소니콰 마틴-그린)이다.
위의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자이며 동시에 흑인이다. 스타 트렉 시리즈가 항상 시대를 앞서가는 드라마라는 점을 생각해도 파격적이다.
스타 트렉 시리즈는 작품마다 그 시대의 통념을 뛰어넘는 설정을 보여줘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는 호평을 받고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는 비난을 받곤 했다. 1960년대 작품인 스타 트렉 오리지널에서는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의 키스 장면이 나와서 시청자들(특히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1960년대는 합.법.적.으로 흑인의 교육권과 투표권이 제한되는가 하면, 버스 안에 백인 자리와 흑인 자리가 구분되었던 시절이었으니...) 1990년대 작품인 스타 트렉: 보이저에서는 선장은 여자고, 부선장은 인디언이며, 보안실장으로는 스타 트렉 시리즈 최초로 흑인인 '벌칸(스타트렉 시리즈 속 외계종족 중 가장 비중 높은 종족으로, 이성과 논리를 매우 중시함.)' 이 등장했다.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에서는 주인공을 '여자 + 흑인 + 선장이 아닌 사람' 으로 설정했으니... 스타 트렉 시리즈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간다는 전통에 충실한 셈이다.
주인공이 여자인데도 이름이 마이클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친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지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시대인 23세기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딸에게 붙여주거나, 어머니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여주거나 하는 일이, 받아들여진다는 설정이라고 한다. 다만, 23세기에도 흔한 경우는 아닌지 드라마 속에서 "마이클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는 처음 본다."는 대사가 나온다.
마이클의 인생은 파란만장하고 독특하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10살 때 '클링온(스타 트렉에 나오는 호전적인 외계종족)' 에게 친부모를 잃고, 벌칸 행성에서 수양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다. 친부모가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었다는 사실과,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고 이성과 논리만을 중시하는 벌칸 사회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은, 마이클의 성격과 인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보통 인간에 비해 감정적으로 많이 억압된 채 자라서 동족인 인간과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보다 여러모로 뛰어난 벌칸 사이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도 항상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며 자랐다.
마이클의 후견인 겸 수양아버지는,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사렉(제임스 프레인)이다.
사렉은 지구와의 외교 교섭을 담당하는 벌칸 측 고위직 외교관(대사)이며, 인간과 벌칸을 중심으로 한 여러 종족의 연합체인 '행성연방' 의 주요인사이기도 하다.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 시대에서 약 110년 후를 배경으로 하는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는, 사람들이 사렉을 행성연합의 전설적인 인물이며 살아있는 역사로 생각할 정도다.
이 정도로도 남들보다 두드러져 보이는데, 또 한 가지 특이한 기록을 세웠다. 벌칸 최초로 인간과 결혼해서, 역시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스팍(이선 펙)을 낳았다.
사렉은 친아들 스팍에게도 그러했지만, 수양딸 마이클에게도 이상적인 아버지가 되지는 못 했다.
그렇다고 사렉의 성격이나 인격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최초의 벌칸-인간 혼혈인 스팍이나, 최초로 벌칸 행성에서 성장기를 보낸 인간인 마이클이나, 벌칸과는 달리 감정이 풍부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다. (혹은 이해했더라도, 그 점에 대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 했음.) 그래서 다른 벌칸 부모처럼 마이클과 스팍에게 이성과 논리만을 강조했다.
그리고 사렉이 벌칸과 인간의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완전한 인간인 마이클이나 절반은 인간인 스팍을 '제대로 된 벌칸' 으로 키워내는 일이 벌칸 사회에서는 무슨 실험처럼 여겨졌다. 즉, 마이클과 스팍이 이상적인 벌칸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어야만, 인간에게도 벌칸과 교류할만한 능력과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 결과, 마이클과 스팍은 은근한 차별과 심한 압박감과 고민 속에서 자라나게 됐다.
마이클은 우수한 능력을 지니고도, 언제나 자신이 수양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다는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그리고 스팍은 자기 몸에 흐르는 벌칸 혈통과 인간 혈통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아버지의 뜻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성인이 된 마이클은 '스타플릿(행성연방 소속의 과학탐사대 겸 군대)' 대원이 되어 선저우 호에서 근무하게 된다.
드라마 1회에서 스타플릿에 들어온지 7년이 되었을 뿐인데도, 벌써 중령이 되어 일등 항해사(부선장에 해당함.)의 직위에 오른 것으로 나온다. 이는 마이클의 탁월한 능력과 끊임없는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저우 호 선장 필리파 조지우(양자경)의 인도 덕분이기도 했다.
사렉은 마이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서, 인간성을 중시하는 뛰어난 지휘관인 필리파 조지우 선장에게 마이클을 맡겼다. 필리파는 벌칸에서 자란 마이클이 주로 인간으로 이루어진 스타플릿에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했다. 7년 동안 두 사람은 깊은 유대감을 쌓았고, 필리파는 마이클에게 자기 목숨도 맡길 수 있다고 말할 만큼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필리파가 곧 마이클을 선장으로 승진시키겠다고 했으니, 아무 일 없었더라면 마이클은 스타플릿 사상 최연소 선장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선저우 호가 클링온(마이클의 친부모를 살해한, 호전적인 종족) 우주선들과 마주치는 사태가 벌어진다.
행성연방과 클링온은 100년 전쯤에 전쟁을 치른 후 특별한 접촉없이 지냈는데, 갑자기 클링온 우주선들이 등장하여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마이클은, 그동안 클링온이 자기들끼리 분열해서 전쟁을 일으킬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 누군가 클링온을 통일하여 다시 행성연방과 전쟁을 벌이려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면전을 막기 위해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리파는 마이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이클이 클링온에게 친부모를 잃은 탓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선제공격은 스타플릿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스타플릿은 평화와 공존을 중시하기 때문에, 선제공격은 안 하고 오직 방어를 위한 전투만 수행함.)
그러자 마이클은 엄청난 짓을 저지른다.
너브 핀치(상대방의 목과 어깨를 눌러 기절시키는 벌칸의 싸움 기술)로 필리파를 쓰러뜨리고, 선저우 호의 지휘권을 탈취하여 클링온을 공격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필리파는 곧 깨어나 마이클을 선상반란죄로 체포해 영창에 감금한다.
나중에 마이클은 필리파에게, 필리파와 다른 대원들을 살리는 일이 스타플릿의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때 나오는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원칙을 어기는 행동도 정당화 되는가' 라는 화두는 시즌1의 마지막 회까지 이어져서, 마이클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스타플릿 전체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마이클이 영창에 갇힌 직후, 클링온은 선저우 호에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다.
드라마에서 '쌍성계의 전투' 로 알려지게 되는, '행성연방-클링온 전쟁' 의 1막이 시작된 것이다. 선저우 호는 만신창이가 되고, 선저우 호를 도우러 온 다른 스타플릿 우주선들도 침몰하거나 자폭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필리파는 평범한 방식으로는 클링온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많은 스타플릿 대원들을 죽인 클링온에게 보복을 하면서 생존자들이 후퇴할 수 있도록, 자신이 핵탄두를 실은 셔틀을 타고 클링온 우주선에 자살공격을 할 결심을 한다.
이때 마이클이 나타난다.
클링온의 공격으로 영창이 있는 구역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마이클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런데 벌칸에서 배운 논리력으로 선저우 호 컴퓨터를 설득해 영창을 열게 하여 살아남은 것이다.
필리파는 치열한 전투 와중에도 영창이 있는 구역이 파괴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마이클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이클이 자신에게 하극상을 벌였는데도 여전히 마이클을 아끼고 걱정할 만큼,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마이클은 필리파의 자살공격 계획에 반대한다.
호전적인 클링온 사회에서는 적에게 죽은 자를 순교자로 대우한다. 만일 필리파가 자살공격으로 클링온의 지도자인 티쿠브마를 죽인다면, 클링온 전체가 순교자 티쿠브마의 복수를 하겠다고 들고 일어나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티쿠브마를 생포해서 클링온과 휴전 협상을 하는 데 이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필리파는 마이클의 주장을 받아들여, 마이클과 같이 클링온 우주선에 잠입하여 티쿠브마를 생포하기로 한다.
하지만 티쿠브마 생포 작전은 실패하고 만다.
클링온 우주선에서 필리파는 티쿠브마와 싸우다가 살해되고, 마이클은 그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티쿠브마를 죽여버린다. 마이클은 필리파의 시신을 선저우 호로 가져가려 했지만, 필리파의 시신을 붙잡기 직전에 홀로 선저우 호로 전송되어 버린다. 마이클은 자신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했던 필리파를 배신했고(필리파를 배신한 이유가 필리파를 살리기 위함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는...), 필리파가 자기 주장에 따라 생포 작전에 나섰다가 죽었다는 사실에,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마이클이 예상했던 대로, 클링온 측은 티쿠브마의 원수를 갚겠다며 대대적인 공격에 나선다. 마이클은 전면전을 막겠다며 반란까지 일으켰는데, 오히려 마이클 때문에 국지적인 전투가 본격적인 전쟁이 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된 것이다. 이에 마이클의 죄책감은 더욱 커진다.
결국, 마이클은 군사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 나이에 선장이 되는 게 유력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타플릿 역사상 최초로 선상반란죄를 저지른 자라는 오명을 얻고,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예측불허다.
마이클은 수감 생활을 한 지 6개월 만에 감옥 밖으로 나가, 예상치 못 했던 새 삶을 살게 된다.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는 현실의 은유 또는 반영
1. 입양아와 혼혈아의 고충
마이클과 스팍의 특수한 상황은, 입양아와 혼혈아가 겪는 고충을 23세기 식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보여준다.
지금도 해외입양아, 또는 국내입양아라도 미국 같은 다인종국가에서 인종이 다른 집안에서 살게 된 입양아는, 성장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양부모와 자신의 생김새가 전혀 달라 겪는 정체성 문제에, 입양된 문화권 또는 지역 사회에서 이방인 취급을 겪는 문제까지... 그런데 마이클은 같은 지구의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옮겨 살게 된 것도 아니고, 인간으로 태어나 벌칸행성에서 자랐다.
혼혈아 역시 자라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국제결혼이 많아졌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예전보다 많아졌을 뿐이라,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아는 여전히 소수자일 뿐이다. 그래서 어머니 쪽 사회에도 아버지 쪽 사회에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 하고 멸시 받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런데 스팍은 국제결혼도 아니고 아예 우주결혼으로 태어났다.
사렉의 인간 아내인 아만다 그레이슨(미아 커쉬너)는 두 아이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읽어줬다.
마이클이 인간 사회와 전혀 다른 벌칸 사회에서 살게 되며 힘들어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스팍 역시 인간 어머니를 통해 물려받은 감정과 난독증으로 벌칸 사회에서 자라며 고통을 받았다. 아만다는 위와 아래가 수시로 바뀌는가 하면 등장인물의 몸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통해, 두 아이가 벌칸 사회에 적응하는 걸 힘들어 하는 것은 두 아이의 잘못이 아니며 세상 모든 일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마이클이나 스팍이나 성인이 되고나서도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전히 끼지 못하고 힘들어 했으니까... 하지만 마이클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구절을 외우며 긴장감을 떨쳐내고, 스팍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덕분에 난독증을 극복해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만다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마이클과 스팍이 같은 아픔을 겪으며 자랐다는 사실은, 혈통상 남남인 두 사람을 이어주는 강력한 끈이 된다.
시즌2에 나올 어떤 사연 때문에, 마이클과 스팍은 오랜 시간 연락이나 만남 없이 지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항상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며, 서로를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이야,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 진 게 본인 탓이니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던 스팍 역시 그랬다. 두 사람이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었기에, 소원하게 지내던 시절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친남매보다 더 강한 결속력을 느꼈을 것이다.
2.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차별
마이클은 원래 '벌칸 원정대(벌칸의 엘리트 과학자로 구성된 과학탐사대)' 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마이클 스스로나 마이클의 수양부모나, 마이클이 벌칸 원정대에 당연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마이클이 인간 최초로 '벌칸 과학 아카데미(벌칸 원정대 대원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기관)' 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냥 졸업도 아니고 수석 졸업을 하기까지 했으니...
하지만 벌칸 원정대는 마이클을 불합격시켰다.
수양아버지 사렉은 불합격의 이유가 성적 이외의 분야(무술, 논리 등)에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은, 마이클이 성장과정에서 쭉 느꼈던 '인간인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벌칸보다 못하다' 는 좌절감과 '수양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다' 는 죄책감을 더 크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이클의 불합격에는 지저분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벌칸 원정대는 마이클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불합격시켰다. 벌칸이 아닌 존재가 벌칸 원정대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인간이 벌칸과 같은 수준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벌칸이 논리와 이성을 따르는 종족이라고 해서, 항상 논리와 이성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벌칸이라고 해서 감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이성과 논리로 최대한 감정을 통제하는 것 뿐이다. 감정이 있는 이상, 때때로 비뚤어진 감정에 휘둘려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는 건 피할 수 없다. 특히,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벌칸은 행성연방의 여러 종족 중 가장 뛰어난 종족인 것처럼 묘사되어서 우월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 그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일부 벌칸은 벌칸의 논리체계를 광신적으로 추종하며, 벌칸 사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테러를 저지른다. 마이클은 어렸을 적에 폭탄테러로 죽었다가 사렉 덕분에 살아났다. 열등한 인간이 벌칸 행성에서 벌칸식 교육을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짓이다. 벌칸의 고위인사인 사렉조차 외교업무에 나섰다가 수행원인 다른 벌칸의 자살공격으로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사렉이 인간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인간 아이를 딸로 키우는 등, 벌칸 사회를 오염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마이클이 불합격되자, 처음에 사렉은 이의를 제기했다.
이때 벌칸 원정대 관계자는 "벌칸 원정대에는 순수 벌칸이 아닌 사람은 하나면 충분하다." 고 말했다. 사렉의 아들 스팍도 벌칸 원정대에 지원할 예정인데, 스팍이 혼혈아다 보니 마이클처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순수 벌칸이 아니어도 한 명 정도는 특별히(!) 받아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사렉에게 두 자식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사렉이 수양딸보다는 친아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답정너(!) 식으로 한 강요인 셈이다.
결국 사렉은 마이클의 부당한 불합격을 받아들였다.
대신 마이클을 스타플릿에 입대시켜 필리파 조지우 선장에게 맡겼다. 마이클이 인간이라는 이유로 벌칸 원정대에서 배척당했으니, 구성원 다수가 인간인 스타플릿이라면 그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또한 그렇게라도 마이클의 앞날을 열어줌으로써, 스팍을 위해 마이클을 희생시킨 것에 속죄하고 보상하려는 마음도 있었던 듯하다.
다행히 사렉의 결정은 좋은 결과를 낳았다. 마이클은 벌칸 원정대 대신 스타플릿에 들어가게 된 것에 자존심이 상했던지, 필리파와 처음 만났을 때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필리파는 그런 마이클을 너그럽게 받아주는가 하면, 열패감에 젖어있던 마이클의 자존감을 북돋아주기까지 했다. 덕분에 마이클은 스타플릿에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초고속 승진을 했고, 마침내 선장 지위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비록 쌍성계의 전투에서 벌어진 일로 모든 게 무너졌지만...)
그런데 사렉에게는 충격적이게도, 훗날 스팍은 벌칸 원정대 대신 스타플릿을 선택했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다른 벌칸들에게 차별대우를 받으며 자란 탓인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타플릿에 들어간 것이다. 이 일로 사렉과 스팍 사이는 틀어져버렸고, 약 110년 후에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사렉이 사망할 때까지 화해를 하지 못 하게 된다. (여기에서 벌칸은 논리력과 체력에서 인간보다 우수할 뿐 아니라, 수명까지 인간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음. 불공평한 세상...)
만일 스팍이 벌칸 원정대에 들어갔다면, 마이클에 대한 사렉의 부끄러움이 그나마 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팍이 스타플릿을 선택함으로써, 사렉은 마이클을 괜히 희생시킨 셈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차마 마이클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이해와 용서를 구할 엄두도 못 내게 되었다.
마이클은 나중에야 진실을 알고 화를 냈다. 차라리 그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 일은 사렉의 뜻이 아니라 강요당한 것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사렉을 실망시켰다는 죄책감과 열등감을 느끼며 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벌칸 원정대 사건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어떤 사회가 이상으로 삼는 모습과 현실의 모습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벌칸은 지나칠 정도로 이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종족이다. 그런 벌칸조차 이성과 논리로는 말이 안 되는 차별행위를 한다. 대놓고 하는 차별이 아니라 뒤에서 은밀히 하는 차별이라, 어떤 면에서는 더 비열하고 음흉하게 느껴진다.
지금 대다수 문명국가의 법과 도덕에 따르면 국적, 인종, 종교, 성별, 직업, 재산에 따른 차별은 모두 나쁜 짓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옳은 원칙이 있다고 해서, 그 원칙이 현실에서 항상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원칙이 잘 지켜지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인간의 긴 역사 중 이런 원칙이라도 있었던 기간은 100년도 안 된다. 그러니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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