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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1의 3~15회

Lesley 2020. 7. 4. 00:01

  이 포스트는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 중 시즌1의 3~15(마지막)회에 관한 것이다.

  시즌1의 1~2회 내용은 이전 포스트에 나온다.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마이클 버넘 / 시즌1의 1~2회 blog.daum.net/jha7791/15791580

 

 

마이클 버넘과 가브리엘 로르카.

 

 

  시즌1(3~15회) - 스타플릿 최초의 반역자에서 디스커버리 호의 대원으로, 그리고 마침내... 

 

  디스커버리 호의 선장인 가브리엘 로르카(제이슨 아이작스)는 다른 스타플릿 선장들과는 전혀 다르다. (이 드라마 제목에 나오는 디스커버리 호가 드디어 등장...!)

  로르카는 과격하고 독단적이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휘관이다.  원래는 부란 호의 선장이었는데, 클링온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자 부란 호를 자폭시켜 버렸다.  부하들이 클링온의 포로가 되어 오랫동안 고통 받다 죽는 것을 볼 수 없어서 그랬다고 하는데(행성연방은 포로에게 인도적 대우를 하지만 클링온은 포로를 학대함.), 정작 자신은 살아남았다.

  그런데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디스커버리 호의 선장이 된 것을 보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덕을 본 듯하다.  즉, 많은 스타플릿 대원이 전사한 탓에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전쟁에는 로르카 같은 스타일의 지휘관이 유용하기도 해서, 스타플릿 수뇌부가 적당히 넘어가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 로르카 선장이,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마이클 버넘을 디스커버리 호 대원으로 받아들인다. 

  행성연방-클링온 전쟁에서 행성연방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디스커버리 호에서 '스포어 드라이브(우주에 깔린 포자망을 이용해 우주 어디로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기술)' 를 비밀리에 개발중이다.  로르카는 그 일에 마이클의 능력이 필요하다며, 우격다짐으로 마이클을 디스커버리 호에 태운 것이다.

  보통의 선장이라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중범죄자인 사람을 부하 대원으로 삼아 중요한 임무에 투입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플릿 수뇌부에서도,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르카는 자기 뜻을 밀어붙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마이클은 디스커버리 호에서 겉돈다.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은, 스타플릿 역사상 최초의 선상반란죄인인 마이클에게 적대감을 보이거나 꺼림칙해 하는 눈빛을 보인다.  공교롭게도 선저우 호 시절의 동료 몇 명도 디스커버리 호에서 복무하고 있는데, 한때는 동고동락했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마이클을 위험시하며 외면한다.

  로르카 선장과 마이클의 룸메이트 실비아 틸리(메리 와이즈먼) 생도 정도만 마이클을 아무렇지 않게 대한다.  다만, 틸리가 마이클에게 순수한 친절을 보이는데 비해, 로르카는 마이클을 능력 때문에 아끼는 듯하면서도 집착 비슷한 묘한 감정을 내비친다. (반전을 위한 떡밥...!)

 

  디스커버리 호에 탑승하고 얼마 후, 필리파 조지우 선장이 생전에 녹화해 둔 홀로그램 유언이 마이클에게 전달된다.

  필리파는 마이클이 그 홀로그램을 볼 때면 이미 선장이 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자신이 마이클을 친딸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장이 되기는커녕 반역자로 전락한 마이클은, 자신이 배신했고 지켜내지 못 한 옛 선장의 홀로그램 모습을 온갖 감정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본다. 

  필리파는 자기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던 천체망원경을 마이클에게 물려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이클은, 선저우 호에서 함께 근무했고 이제는 디스커버리 호의 일등 항해사가 된 사루(더그 존스) 중령에게 천체망원경을 준다.  자신은 필리파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에 그 유품을 받을 자격이 없고, 사루야말로 필리파의 유지를 계승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섞여들던 중에,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진다.

  상대는 애쉬 타일러(샤쟈드 라티프) 대위다.  애쉬는 쌍성계의 전투 때 클링온의 포로가 되어 고문을 받으며 버티던 중에, 로르카 선장이 클링온에게 납치되었을 때 만났다.  그후 로르카와 함께 탈출해서 디스커버리 호의 수석 보안장교가 되었다.

  애쉬는 마이클을 처음 만났을 때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마이클의 선상반란 이력을 알면서도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현재 상황만 본다." 라면서, 아무 거리낌 없이 동료로 인정하고 친절히 대했다.  마이클은 그런 애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애쉬도 마이클에게 관심을 보인다.  애쉬는 포로 시절의 고통을 잘 극복해 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PTSD를 겪고 있었다.  애쉬가 임무 수행 중 PTSD 발작을 일으켰을 때 마이클이 도와주고 위로해 준 일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진다.

 

  마침내 디스커버리 호는 스포어 드라이브 개발에 성공한다.

  로르카 선장은 스포어 드라이브를 이용해 클링온의 우주선인 '죽은 자의 배(필리파 조지우 선장이 티쿠브마와 싸우다가 죽었던 클링온 우주선임.)' 를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클링온의 은폐 기술을 간파하는데 필요하다며, 폴 스타메츠(앤소리 랩) 대위에게 엄청난 양의 점프를 요구한다.  스타메츠는 스포어 드라이브 개발을 주도한 과학장교이며, 스포어 드라이브를 가동하는 네비게이터 역할까지 맡게 된 사람이다.  평소 몇 번씩 점프를 한 것만으로도 몸에 이상이 생겼는데, 로르카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무려 133번의 점프를 시킨다. 

  마이클은 위험하다는 로르카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은 자의 배에 잠입하여 탐지기를 설치하는데 성공한다. (로르카는 스타메츠에게 무리한 점프를 요구하는 등 평소 부하들을 전쟁을 위한 도구처럼 부렸는데, 마이클이 위험한 임무에 자원했을 때는 반대하는 등 마이클만 특별대우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임.  반전을 위한 복선임.)  그리고 타메츠가 극심한 고통을 참아가며 133번의 점프를 해내어, 마이클이 설치한 탐지기를 통해 클링온의 은폐 기술 데이타를 알아낸다.  덕분에 디스커버리 호는 죽은 자의 배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행성연방-클링온 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거둔 대승리 앞에 기뻐한 것도 잠시, 곧 엄청난 일이 터진다.

  전투를 끝낸 디스커버리 호가 귀환 명령을 받자, 스타메츠는 귀환을 위해 마지막 점프를 시도한다.  그런데 이미 133회의 점프로 무리한 탓에 중간에 정신을 잃어버린다.  네비게이터 역할을 맡은 사람이 정신을 잃자, 디스커버리 호는 원래의 목적지 대신 엉뚱한 곳에 도착한다.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은 자신들이 '프라임 우주(스타 트렉의 원래 우주)' 에서 '미러 우주(거울 우주, 평행 우주)' 로 넘어왔다는 걸 알고 경악한다.

 

  미러 우주는 프라임 우주와는 모든 게 반대다.

  프라임 우주에서는 인간, 벌칸, 그 밖의 다양한 외계종족이 행성연방을 이루어 평화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그리고 행성연방 회원이 아닌 종족과도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즉, 개방적이고 평화적인 체제다.

  그런데 미러 우주를 거의 정복하다시피 한 '테란 제국' 은 오직 인간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인간 아닌 모든 종족들을 상대로 전쟁과 학살을 벌이고 있다.  또한 같은 테란 제국 군인 사이에서도 전우애 같은 것은 없고, 각자 능력껏(?) 상관을 없애고 상관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용인되는 분위기다.  즉, 폐쇄적이고 호전적이며 약육강식의 원리만 판치는 체제다.

 

  또한 프라임 우주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미러 우주에도 존재한다.

  다만 얼굴과 이름은 완전히 같되, 성격과 행동은 정반대다. (미러 우주에 존재하는 이들을 '미러 000' 라고 하겠음.)

  마이클의 룸메이트인 틸리는 착하고 수다스러우며 애교 많은 성격이다.  그러나 미러 틸리는 병을 앓던 자기 선장을 살해하고 선장 자리를 차지한 독한 인물이며, 적을 얼마나 많이 살해했는지 킬리(Tilly + Kill = Killy)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스타메츠는 신경질적이고 투덜이 기질이 강한 편이지만, 자기 연구가 전쟁에 쓰이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할 정도로 인간적이고 선량한 사람이다.  하지만 미러 스타메츠는 뛰어난 능력으로 대량학살용 독가스나 개발하는가 하면, 그 독가스로 사람들을 죽이는 데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악한 인물이다.   

 

  미러 우주에 대해 조사하던 중에, 미러 로르카와 미러 마이클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미러 로르카는 테란 제국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서 탈출한 후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러 마이클은 황제의 명령으로 미러 로르카를 체포하려고 셔틀을 타고 추격하다가, 미러 로르카의 부하들이 셔틀을 격추하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다. 

  마이클과 로르카는, 미러 마이클의 생사와 미러 로르카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한다.  즉,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미러 마이클이 천신만고 끝에 미러 로르카를 체포하여 돌아왔고, 황제를 만나 미러 로르카를 넘기려 한다.' 는 것으로 꾸미기로 한다.  프라임 우주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정보가 황제의 우주선에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황제의 우주선에 탑승해 정보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이클과 애쉬의 관계에 큰 문제가 생긴다.

  사실, 애쉬가 그동안 겪은 고통은 PTSD가 아니라 수술 후유증이었다.  애쉬는 클링온의 포로가 되었을 때, 보크(쌍성계의 전투 때 필리파가 티쿠브마와 싸우는 동안 마이클과 싸웠던 클링온)와 육체 및 영혼이 합쳐지는 수술을 받았다.  클링온이 스타플릿 속에 집어넣을 트로이의 목마로 이용하려고 '인간-클링온 하이브리드' 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동안 보크의 인격은 잠재의식에 묻혀 있었고, 애쉬는 가끔씩 뭔지 모를 단편적인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에 힘들어 했다.

  그런데 마이클이 미러 마이클로 위장했을 때 같이 있던 애쉬가 보크의 인격으로 각성해버린다.  애쉬는 티쿠브마의 원수를 갚겠다며 마이클의 목을 졸라 죽이려 했다.  이 일로 애쉬의 정체가 드러나, 애쉬 스스로는 물론이고 마이클도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드디어 마이클이 테란 제국의 황제와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필리파 조지우다. (이 장면의 서스펜스가 엄청남...!)

  마이클의 옛 선장인 필리파는 홀로그램으로 남긴 유언에서, 자신이 마이클을 딸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러 마이클은 어려서 친부모를 잃고 미러 필리파에게 입양되었다고 하니, 미러 필리파에게는 정말로 딸이다.  나중에 마이클이 한 말처럼, 마이클과 필리파의 인연은 우주도 넘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미러 마이클은 미러 로르카의 반란 계획에 동참했다고 한다.

  미러 마이클에게는 어머니(미러 필리파)는 있지만 아버지가 없었던 탓에, 미러 로르카를 아버지처럼 여기며 따랐다고 한다.  미러 로르카도 어린 미러 마이클을 딸처럼 대하며 친하게 지내다가, 미러 마이클이 성장한 후에는 유혹하여 연인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손잡고 반란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미러 필리파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클에게 복잡미묘한 심사를 드러낸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마이클이 나타나자, 처음에는 잔인한 독재자답지 않게 다정한 태도를 취하며 옛날처럼 좋은 모녀 사이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하지만 곧 의심과 배신감을 드러내며 마이클을 처형하려 한다. 그러자 마이클은 자신이 황제의 딸이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미러 필리파가 마이클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시즌1의 최대 반전이 일어난다.

  미러 필리파는 마이클과 대화를 하던 중에 밝은 빛이 쏟아지자,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돌려 빛을 피한다.  그리고 놀라서 질문하는 마이클에게, 미러 우주 사람들은 모두 빛에 민감하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로르카 선장이 평소 밝은 빛에 민감해 했다.  로르카는 부란 호 자폭 때 눈을 다쳐서 빛에 민감하게 되었는데, 그때 희생된 부하들을 잊지 않기 위해 일부러 치료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이클은 그 사실과 그동안 로르카가 자신에게 했던 묘한 말(운명으로 엮인 사람들은 어떤 우주에서든 결국 만나게 되어 있다, 마이클이 감옥에서 나온 것은 운명이다 등)을 떠올리며, 로르카의 정체를 알아챈다.

  로르카는 미러 우주 사람이었다...!  미러 필리파에게 반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 인물이다.  반란에 실패하고 탈출한 후 행방불명되었다더니, 어떤 이유에서인지 프라임 우주로 넘어가 프라임 로르카인 척 하며 지내다가 다시 미러 우주로 돌아온 것이다.

 

  로르카가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을 철저히 속이고 이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스타플릿 규정을 위반해가며 스포어 드라이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스타메츠에게 무리한 점프를 요구한 것은, 클링온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스포어 드라이브와 스타메츠를 이용해서 고향인 미러 우주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디스커버리 호가 미러 우주로 넘어가게 된 이유가, 그저 스타메츠가 점프 도중 기절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로르카가 목적지 좌표를 수정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밝혀진다.

  스타플릿 최초의 선상반란죄인으로 악명 높은 마이클을 굳이 디스커버리 호 대원으로 삼은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다시 반란을 일으키고 황제를 없애려면, 일단 황제의 우주선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피도 눈물도 없는 황제가 딸인 미러 마이클에게만큼은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그러니 미러 마이클이 살아돌아왔노라며 마이클을 내세우면, 마이클과 함께 황제의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을 거라 계산한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그동안 자신과 생사를 함께 했던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을 모두 죽일 생각까지 한다.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은 스타플릿 원칙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라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을 테니, 차라리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로르카가 다시 반란을 일으키자, 마이클은 미러 필리파의 편에 선다. 

  마이클은 미러 필리파를 자신의 옛 선장처럼 죽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미러 필리파와 함께 로르카를 제압하는데 성공한다.  로르카는 미러 필리파의 칼에 찔린 후 균사로에 떨어져 분해되어 죽는다.

  그후 로르카의 부하들이 몰려오자, 미러 필리파는 반란군에게 약점을 보인 이상 자신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홀로 싸움에 나선다.  황제답게 당당히 싸우다가 죽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딸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클에게 탈출할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리파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던 마이클은 또 다른 필리파가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서, 디스커버리 호로 전송되는 순간 미러 필리파를 붙잡아 같이 전송된다.

 

  디스커버리 호가 프라임 우주로 돌아와 보니, 전쟁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클링온이 행성연방 영역의 80%를 점령했다는 것만으로도 절망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행성연방의 중심지인 지구마저 위태롭다.

  마이클은 미러 필리파에게 클링온을 이길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미러 필리파가 미러 우주에서 클링온을 정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러 필리파는 클링온을 상대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마이클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크로노스(클링온의 고향 행성)' 로 잠입하여 전쟁의 판도를 바꿀 작전을 세운다.  그리고 상부로부터 작전 승인도 받아내는데...

 

  미러 필리파가 마이클의 수양아버지 사렉을 만나 은밀한 제안을 한다. 

  마이클의 작전으로는 클링온을 잠시 제압할 수 있을 뿐이라며,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클링온을 완전히 제압할 작전을 내놓는다.  그 작전이란, 크로노스를 수소폭탄으로 파괴해서 클링온이란 종족 자체를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다.

  종족학살이라니, 평소의 스타플릿이라면 논의할 가치도 느끼지 못 할 이야기다.  하지만 행성연방이 멸망할 위기에 처해있다 보니 스타플릿 수뇌부도 흔들린다.  결국,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미러 필리파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스타플릿 수뇌부는 미러 필리파에게 크로노스 폭파 계획을 맡긴다.

  다만, 크로노스 폭파 계획은 미러 필리파와 스타플릿 수뇌부만 아는 기밀이다.  마이클과 다른 대원들에게는 마이클의 작전을 실행하는 것으로 꾸미고, 미러 필리파에게 작전팀을 이끌면서 은밀히 크로노스를 폭파하도록 한다.

  그러다 보니 미러 필리파를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 앞에 내보일 수 밖에 없어서, 이미 사망한 필리파 조지우 선장으로 소개한다.  즉, 클링온과 싸우다가 죽었다던 필리파 조지우 선장이 사실은 포로로 잡혀 있다가 구출되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장면도 긴장감 넘침.  미러 필리파의 정체를 알고 있던 마이클과 사루의 표정은 굳어지는데, 미러 필리파는 선장석에 앉아 사악한 눈빛을 빛내며 미소 짓는...!)

   

  그러나 마이클이 크로노스 폭파 계획에 대해 알게 된다.

  마이클은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스타플릿 수뇌부에 항의한다.  자신이 쌍성계의 전투 때 '옳은 목적을 위해서' 라는 이유로 스타플릿의 원칙을 어긴 일을 언급하며, 스타플릿 수뇌부가 자신과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에서라면 '반란이나 일으킨 주제에 입 다물고 있어라!' 는 소리나 듣기 딱이겠지만, 스타 트렉 시리즈는 보다 이상적으로 변할 미래를 그려내는 드라마다.  스타플릿 수뇌부는 정의와 원칙을 앞세우는 디스커버리 호의 젊은 장교들에게 두 손을 든다.  크로노스 폭파 계획은 취소되고, 뒷일은 마이클이 맡게 된다.

 

  마이클은 크로노스에 수소폭탄을 설치하던 미러 필리파를 찾아간다.

  미러 필리파는 마이클을 위해서 그런 짓을 벌였다고 말한다.  마이클이 자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괴로워하고 있으니, 전쟁을 확실히 끝내서 그 괴로움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마이클을 위해서라는 말은 진심인 것 같기는 한데, 그 방법이 너무나 과격한...)

  마이클이 기폭장치를 빼앗으려고 하자, 미러 필리파는 페이저(레이저 총 비슷한 무기)를 들이댄다.  그러나 마이클은 오히려 페이저를 자기 몸으로 바짝 잡아당기며 "당신은 내가 죽는 것을 봐야 해요, 또 다시요." 라고 미러 필리파의 아픈 곳을 찌른다.  마이클이 필리파의 죽음을 두 번 볼 수 없어서 미러 필리파를 프라임 우주로 데려왔듯이, 미러 필리파 역시 마이클의 죽음을 두 번 볼 자신은 없기에 기폭장치를 넘겨준다. 

 

  마이클은 기폭장치를 르렐(디스커버리 호에 포로로 잡혀 있던 클링온)에게 준다.

  다른 클링온 지도자들은 호전적인 클링온의 성향 때문에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르렐은 전쟁을 클링온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클링온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긴 하지만, 전쟁이 전쟁 그 자체를 위한 것으로 변질된 것에 실망하고 우려하고 있었다.

  마이클은 르렐이 다른 클링온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르렐을 평화 시대를 위한 파트너로 선택한다.  행성연방이 수소폭탄으로 클링온을 몰살할 기회를 잡았는데도 클링온과 공존하는 쪽을 선택했음을 강조하며, 전쟁을 멈추자고 설득한다.  또한 르렐이 강경파 클링온 사이에서 힘을 못 썼는데, 그런 르렐에게 수소폭탄의 기폭장치를 넘겨줌으로써 강경파 클링온들을 누를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기도 하다.

 

  마침내 잔인한 전쟁이 끝났다.

  마이클은 미러 필리파 및 애쉬와 작별을 한다.  미러 필리파는 스타플릿이 약속했던 자유를 얻고 떠난다.  애쉬는 인간-클링온 하이브리드가 된 이상 양쪽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들기에, 르렐을 따라가 인간과 클링온 사이의 평화를 위한 역할을 찾아보기로 한다.

  지구에서 열린 종전 기념식에 디스커버리 호 대원들이 참석해 훈장을 받게 된다.  기념식이 열리기 전에 사렉은 마이클에게 중령 계급장을 주며, 행성연방의 대통령이 마이클을 정식으로 사면하고 복권했음을 알려준다.  수양아버지인 자신과 스타플릿 수뇌부가 스타플릿의 원칙과 정신을 저버리려 했을 때, 마이클이 그 일을 바로잡아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아마 사렉이 수양딸의 능력과 성과를 직접적으로 인정해 준 첫 번째 사례일 듯.) 

 

  이제 마이클은 과학장교의 신분으로 다시 디스커버리 호에 타고, 동료들과 새 선장을 맞기 위해 떠난다.  

  도중에 다른 스타플릿 우주선인 엔터프라이즈 호가 조난당한 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즌1이 끝난다. 

 

 

왼쪽부터 애쉬 타일러, 사루, 마이클 버넘, 가브리엘 로르카, 폴 스타메츠, 실비아 틸리.

 

 

  기타

 

 

  1. 시즌1의 주제는 '마이클의 정신적 성장' 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는가' 라고 할 수 있다.

  

  시즌1 초기에, 마이클 버넘은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미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스타플릿에 들어간지 7년만에 선장으로 승진할 뻔한 것을 보면, 인재들만 모아놓았다는 스타플릿에서도 대단한 실력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스타플릿 선장 중에서도 최다 수훈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필리파 조지우 선장에게 능력을 인정받았고, 디스커버리 호에서 룸메이트로 만난 틸리가 마이클이 스타플릿 최고의 일등 항해사로 유명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감정이 풍부한 인간으로 태어나 감정을 억제하는 벌칸으로 자랐기에, 감정과 논리 사이에서 헤매며 자랐다.  그래도 선저우 호에서 지냈던 7년간은 상관이며 멘토인 필리파의 인도 덕분에 어떻게 균형을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전쟁 위기라는 초비상사태를 맞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던 균형이 깨져버렸다.

 

  쌍성계의 전투 때 마이클의 반란에 충격을 받은 필리파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이클은 "제가 어떻게 선장님께 등을 돌렸는지 궁금하십니까?  선장님과 대원들을 구하는 게 스타플릿의 원칙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제 결정이) 논리적이었느냐고요?  감정적이었느냐고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아마 논리와 감정이 뒤섞인 행동이었을 테고, 그 중에서 감정이 좀 더 앞선 행동이었을 것이다.  선제공격을 함으로써 많은 이가 희생될 전면전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논리였을 것이고, 자신이 존경하는 선장과 동료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감정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평소 통제했던 감정이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쏟아져나온 탓에, 선상반란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점이다.

 

  이때 필리파는 아무 대꾸 없이 눈물로 벌개진 눈으로 마이클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마, 자신과 대원들을 구하려고 그런 행동을 했다는 마이클의 진심은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상관 겸 멘토로 7년이나 이끌었고 곧 선장으로 승진시킬 생각을 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해졌다고 믿었던 마이클이, 사실은 그렇지 못 하다는 사실을 그때야 깨달아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딸처럼 아꼈던 마이클이 선상반란이라는 엄청난 짓을 벌여서 경력과 인생을 완전히 망치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했을 것이다. 

 

  그후 마이클은 수감생활과 디스커버리 호 생활을 거치며 변해간다.

  많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 감정과 논리의 균형점을 찾아가게 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  그런 변화가 확연히 드러나는 장면이, 크로노스 폭파 계획을 알게 되어 스타플릿 수뇌부에게 항의할 때다.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똑같이 저지르려는 수뇌부에게, 그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지적한다.

 

  마이클 : "이게 스타플릿이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입니까?  종족학살이 말입니다!"
  콘웰 제독 : "지금 여기에서 이래야 되겠나?  그래, 일이 벌어진 후에는 잔인한 짓이니 어떠니 떠들기 쉽지.  하지만 클링온은 지금 행성연방을 말살하려 하고 있어!" 
  마이클 : "맞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요.  왜 이 임무를 테란(미러 필리파)에게 맡겼는지 말입니다.   왜 비밀로 했는지도 말입니다.  이 일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콘웰 제독 : "곧 달라진다.  원칙을 따질 여유가 없어." 
  마이클 : "우리에게는 원칙뿐입니다.  1년 전에는 저 혼자 (생존을 위해 원칙을 버리는 행동에) 나섰습니다.  생존이 우리의 원칙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우리가 상징하는 가치를 위해 (디스커버리 호 대원 모두가) 반란까지 일으겨야 합니까?"

 

 

  2. 행성연방-클링온 전쟁이 마이클 탓인가?

 

  시즌1의 앞부분을 보면서 좀 이상하게 생각한 점이 있다.

  전쟁이 벌어지는데 마이클이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은 맞다.  쌍성계에서 마이클이 조사 임무를 수행하다가 마주친 클리온 병사를 죽였고, 클링온 측에서는 그걸 빌미 삼아 선저우 호를 공격했으니까.

  하지만 그 클링온 병사가 먼저 마이클을 죽이려고 공격했으니, 마이클의 행동은 정당방위다.  무엇보다, 클링온 함대는 이미 전쟁 준비를 끝내고 쌍성계에 매복하고 있었다.  그러니 마이클이 클링온 병사를 죽였든 안 죽였든 간에, 클링온은 선저우 호를 공격해서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사람이 마이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비난한다.

  마이클 스스로야 필리파 조지우 선장을 배신했고, 티쿠브마를 죽여버려서 클링온에게 전쟁을 벌일 명분을 하나 더 만들어줬으니, 전쟁이 자기 탓이라며 죄책감을 느낄만 하다.  하지만 스타플릿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죄수들조차 마이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며 적대감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이게 어떤 상황인가 했는데...

 

  콘웰 제독과 로르카 선장의 대화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로르카가 죄수 신분인 마이클을 막무가내로 디스커버리 호 대원으로 삼자, 콘웰 제독이 그에 대해 우려하는 말을 한다.  "우리 조직에서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반역자야.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마이클을 클링온과의 충돌 원인으로 보고 있어.  그런데 마이클이 (감옥에서 나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은 것을 보게 되었으니, 대원들의 사기 진작에 좋을 리 없지."

  많은 사람이 마이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스타플릿 수뇌부의 제독 입에서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이란 말이 나왔다.  즉, 스타플릿 수뇌부도 전쟁 발발 책임을 마이클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감정이 격앙되면, 이성적으로는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전쟁이 일어나 많은 이가 죽었고 또 앞으로도 많은 이가 죽을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분노와 공포와 슬픔을 어딘가에 풀고 싶어 했다.  그래서 클링온이 공격을 시작한 시점과 장소에 우.연.히. 있었던 마이클을 표적으로 삼게 된 것이다.

  마침 마이클은 쌍성계의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에 선상반란죄라는 엄청난 짓을 저질러, 눈에 확 띄는 존재가 되었다.  어차피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니, 그 사람한테 비난의 원인을 하나 더 얹는 건 쉬운 일이다.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지만, 스타플릿 수뇌부도 그런 분위기를 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묵인은 했을 법하다.

  디스커버리 호가 스포어 드라이브 개발에 성공하기 전까지, 스타플릿은 전쟁에서 패배를 거듭했다.  스타플릿의 일반 대원들이나 행성연방의 민간인들 사이에서, 스타플릿 수뇌부가 무능해서 전쟁에 제대로 대처 못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올 만한 상황이다.  그러니 자신들에게 꽂힐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쓰다보니, 보다 이상적으로 변할 미래를 그려낸 스타 트렉 시리즈와는 어울리지 않는 음침하고 지저분한 이야기 같은데...  음침하고 지저분한 만큼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 구글을 뒤져보니 스타플릿 수뇌부가 전쟁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과 부담을 피하려고 마이클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드는 스토리를 다룬 팬픽도 있다. 

 

 

  3. 온갖 모순과 갈등을 딛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가야만 하는...!

 

  원래 스타 트렉 시리즈는 '먼 미래에는 아름다운 세상이 올 것이다.' 라는 낙관적인 세계관을 바탕에 깐 드라마다.

  스타 트렉 오리지널이 방영된 1966년은 매카시즘(미국판 빨갱이 사냥) 광풍이 미국을 휩쓴지 겨우 10년 남짓 지난 때였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종차별, 남녀차별, 빈부격차 등 사회모순을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하면 '체제 전복을 꿈꾸는 공산주의자' 로 몰렸다.

  영화업계나 방송업계에서도 어처구니 없게 희생된 이들이 있었다.  그러니 드라마나 영화 속에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타 트렉 오리지널의 제작자는 자신의 생각과 이상을 안전하게(!) 드러낼 장르로 SF물을 선택했다.

  당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속에서 당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공격당할 건덕지(!)가 많아진다.  그러니 당시의 미국 사회가 가진 모순을 전부 극복해 낸 미래 세계를 묘사하며(즉, 당시의 미국 사회가 얼마나 문제투성이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이거 그냥 상상의 나래를 편 것 뿐이야.' 식으로 공격을 피한 것이다.

 

  그런데 오리지널 종영 후 약 20년이 지나고 방영한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부터 드라마 성격이 변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오리지널처럼, 미래에는 유토피아적인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기는 한데...  우리가 지금 현실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를 미래 버전으로 변형한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나오게 되었다.  사회를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면 무조건 공산주의자로 몰리던 시절이 끝난지 수십 년이 지났으니, 드라마 속에 현재의 모순과 갈등을 좀 더 노골적으로 집어넣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부터 장기 방영이 고착화(?)되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대 초반까지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타 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 스타 트렉: 보이저가 모두 큰 인기를 끌어서 7시즌씩 방영했다.  이렇게 되면 드라마 소재가 고갈되는 문제가 생긴다. (7시즌짜리 작품 3개, 즉 21개나 되는 시즌에 주구장창 모험담만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에피소드가 필요할 수 밖에...  우리가 사는 현대에 나타나고 있는 모순과 갈등을 살짝(!) 각색해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늘어난 데에는, 소재 고갈 문제를 피하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2017년에 방영하기 시작한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에서는 드라마의 성격 변화가 더 커진다.

  그래서 기존의 스타 트렉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좋게 말하면, 보다 현실적이고 진지한 작품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스타 트렉 시리즈 특유의 밝고 낙천적인 분위기가 많이 죽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1960년대의 오리지널과 비교할 것도 없다.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00년대 초반에 방영이 끝난 스타 트렉: 보이저와 비교해 봐도 '이게 같은 시리즈에 속하는 드라마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든다.  행성연방의 스타플릿 소속 우주선이 온갖 외계종족을 만나 이런저런 일을 겪는다는 기본 설정은 같은데, 분위기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먼저 주인공 마이클 버넘의 변화와 성장을 그려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지난 포스트와 이 포스트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이 드라마는 마이클의 성장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 했고 인간사회나 감정처리에 대한 경험도 부족했던 마이클이, 이런저런 풍상을 겪으며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성장물이다 보니, 인간세상의 모순과 갈등으로 인한 고통과 시련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것들을 견여내야만 마이클이 성숙해 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최근 전 세계에 유행(?)하는 보수주의나 고립주의와도 관련 있는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촌 시대니 세계화 시대니 하며 세계 각지 사람들이 교류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같은 지구촌 사람들끼리 갈등을 벌이는 일이 많아지고 심해졌다.  차라리 인종.민족.국적.종교가 다른 사람들끼리 만날 일이 별로 없던 시절에는, 국가 차원이라면 몰라도 개인 차원에서는 갈등을 겪을 일이 많지 않았다. (일단 마주쳐야 싸움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마주칠 기회가 많아지자, 서로 부대끼며 갈등을 빚게 되었다.

  특히 이슬람권의 근본주의 세력들이 줄줄이 테러사건을 일으키고, 여러 나라에서 생긴 난민들이 대량으로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가고,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치솟게 되자, 인종.민족.국적.종교간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이며,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여러 인종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도 하고, 동시에 스타 트렉 시리즈가 탄생한 나라이기도 한 미국부터, 그런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에는 이런 현실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배어 있다.

  일단 주인공 마이클 버넘이 벌컨들 사이에서 차별받은 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비유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이클의 의붓동생인 스팍이 벌칸-인간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것은 '서로 다른 인종간 결합의 산물' 인 혼혈아에 대한 거부감과 멸시를 비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거울 우주에서 로르카가 황제(미러 필리파)에게 반란을 일으키며 내세운 이유가 '황제가 외계종족이 테란 제국 안으로 몰려와 살도록 방치해서 테란 제국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는 것이다.  사실은, 황제도 외계종족을 수도 없이 학살한, 인간중심적이고 외계종족을 혐오하는 사상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황제가 외계종족에게 물러터지게(!) 굴었다고 비난하며 반란을 일으키는 게 가능할 만큼, 테란 제국의 외계종족 혐오는 극에 달한 상태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서로 다른 인종.민족.국적.종교에 대한 혐오를, 비유적이면서도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보여준다.

  인간과 여러 외계종족들이 힘을 합쳐 만든 행성연합과 그 소속인 스타플릿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유.평등.협력을 원칙으로 삼고 있고, 그런 원칙을 지키고자 애쓰는 조직이다.  비록 전쟁이라는 위기상황 속에서 원칙을 저버릴 뻔하기도 했지만, 마이클을 비롯한 디스커버리 대원들이 항의하자 원칙을 지키는 쪽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이 행성연합과 스타플릿도 때로는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결국 행성연합과 스타플릿은 자정능력이 살아있는 건강한 조직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앞날을 기대할 수 있다.  스타 트렉 시리즈가 우리에게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으로 제시하는 모델인 것이다.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마이클 버넘 / 시즌1의 1~2회 blog.daum.net/jha7791/15791580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2 blog.daum.net/jha7791/15791650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3 blog.daum.net/jha7791/15791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