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57

고려가요(2) - 서경별곡(西京別曲) : 고려시대 집착 강한 여인의 노래

몇 년 전에 고려가요 '쌍화점' 을 블로그에 소개했는데, 오래간만에 다른 고려가요 '서경별곡(西京別曲)' 을 소개하려 한다. ☞ 고려가요(1) - 쌍화점(雙花店)(http://blog.daum.net/jha7791/15790787) 옛날이라고 하면 그저 막연히 '남녀관계에 있어서 무척 보수적이었던 시대' 라는 생각이 들지만... ..

이규보(李奎報) 시문(13) - 죽부인(竹夫人)

이번에 소개할 이규보의 시 죽부인(竹夫人)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에 여름밤에 쓰던 침구 '죽부인' 을 소재로 하고 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이틀만 지나면 중복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위에 고생할 것을 기념(?)하는 뜻에서 이 시를 골랐다. 먼저, 죽부인이란 게 무엇인고 하니... 대나무로 만든 살을 이용해서 공기가 통하도록 듬성듬성 엮어 만든 침구를 말한다. 길이는 성인 여자의 키 정도 되고, 굵기는 한 팔로 안을 수 있을 정도다. 무더운 여름에 죽부인을 팔과 다리로 끌어안고 이불 속에 누우면, 대나무 특유의 차가움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이불 위아래로 삐져나온 죽부인을 통해 공기가 들어오기까지 한다. 그러니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여름밤을 보내는 데 매우 ..

이규보(李奎報) 시문(12) - 아삼백음주(兒三百飮酒)

이규보의 시를 벌써 12번째 블로그에 올린다. 그 동안 이규보의 시를 소개하면서 몇 번이나 쓴 말이지만, 이규보 이 아저씨는 정말로 고려시대 1급 주당이었나 보다. 이규보가 얼마나 술을 마셔댔으면, 이규보의 아들마저 아직 젖니도 갈지 않은 나이에(즉, 요즘 같으면 이제 유치원이나 다닐 나이에) 술을 마셨다. -0-;; 어린 마음에, 술이라는 게 얼마나 맛이 있으면 아버지가 저렇게 자주 마실까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 라는 말처럼, 이규보 스스로는 말술을 마셨으면서 막상 어린 아들이 술을 마시자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시로 풀어 남겼다. (이규보 아저씨, 이런 시 지을 시간에 차라리 금주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게 아들에게 좋은 본보기..

사마상여(司馬相如)의 봉구황(鳳求凰) / 탁문군(卓文君)의 백두음(白頭吟)

오늘 소개할 두 편의 시(그 시에 곡을 붙인 노래이기도 함)는 봉구황(鳳求凰)과 백두음(白頭吟)이다. 재미있게도 두 작품을 지은 사람은 한 쌍의 부부다. 남편이 봉구황을, 아내가 백두음을 각각 지었다. 그런데 두 시 중 봉구황(鳳求凰)을 알게된 계기가 요즘 열심히 보고 있는 중국 드라마 량야방(琅琊榜) 이다. 이 랑야방이라는 드라마에서, 봉구황은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만들어 놓은 덫의 일부로 쓰인다. 봉구황이 복수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짜놓은 판에 특정인물을 등장시키기 위한 전조로 나온다. 그런데 드라마만 봐서는 봉구황이 나오는 장면이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칠현금으로 연주하는 봉구황을 들으며 리양장공주라는 인물이 눈물을 흘리고, 그 남편 녕국후 사옥은..

이규보(李奎報) 시문(11) - 동일여객음냉주희작(冬日與客飮冷酒戱作)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또 다시 이규보의 시로 새해의 문을 열어보려 한다. 이러다가 '설날은 무조건 이규보의 시...!' 가 내 블로그의 전통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 '겨울날 손님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라는 뜻을 가진 冬日與客飮冷酒戱作(동일여객음냉주희작)라는 시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봐도 그렇고, 연말연시는 망년회와 신년회로 술 마실 일이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요즘에야 따끈한 술을 마실 일이 거의 없이 술 하면 당연히 차가운 술이 보통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술자리에서 종종 장난 삼아 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참 여러가지로 현대의 상황과도 상통하는 시 제목이다. 그런데 옛날 옛적 문인이니 예술가니 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술을 좋아했을까... 이규보의 시 중에서 내가 아는 ..

이규보(李奎報) 시문(10) - 청춘부재래(靑春不再來)

2015년이라는 연도가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벌써 2015년이 다 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별 감흥이 없던 '세월이 빠르다' 는 말을, 이제는 몸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 역시 그렇다. 이 친구 저 친구 할 것 없이 눈가에 잔주름이 생겼네, 흰 머리카락이 나네, 지성이라 고민이었던 얼굴 피부가 이제는 건조해졌네, 전에는 가볍게 앓던 감기를 이제는 1주일 이상 호되게 앓게 되었네 하며 야단이다. 나도 몇 년 전부터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낀다. 전에는 추운 날씨에 두툼한 옷을 입으면 그저 따뜻해서 좋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커다란 반달곰 한 마리가 어깨에 무등 탄 것처럼 어깨가 무겁게 느껴져서, 어지간하면 외투 없이 추운 상태로 있는 쪽..

이규보(李奎報) 시문(9) - 미인원(美人怨)

오늘 소개할 이규보(李奎報)의 시 미인원(美人怨)은 형식적인 면에서 독특하다. 이 시는 회문시(回文詩)라는 종류에 속하는데, 원래대로 읽어도(順讀 : 순독) 거꾸로 읽어도(逆讀 : 역독) 전부 뜻이 통한다...! 회문시는 뜻만 통하면 되는 게 아니라, 순독하는 경우에도 역독하는 경우에도 한시 특유의 엄격한 압운이 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문학 쪽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지을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뛰어난 문인들은 술자리 등에서 이 회문시 짓기를 오락으로 즐겼다고 한다. (나 같으면 머리에 쥐가 날 만큼 고민스럽기만 할 것 같은데 그런 어려운 것을 오락이라고 즐기다니, 역시 뛰어난 사람들은 취향이 다 특이한가 보다... -.-;;) 이 시는 그 제목부터가 '미인의 원..

고계(高啓)의 조선아가(朝鮮兒歌) - 원나라로 팔려간 고려 아이들

오늘 소개하려는 중국 한시는, 우리 한국인 입장에서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만한 시다. 시를 쓴 사람은 분명히 중국인인데, 시의 소재가 우리나라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시를 지은 사람은 고계(高啓)라고 하는데, 원나라 말기에서 명나라 초기까지 살았던 유명한 문인이다. 그리고 시의 ..

이규보(李奎報) 시문(8) - 단오견추천여희(端午見鞦韆女戱)

올해 6월 20일이 음력으로 5월 5일, 즉 단오다. 마침 이규보(李奎報)의 시 중에 단오를 소재로 한 것이 있기에, 단오를 맞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단오견추천여희(端午見鞦韆女戱)다. 예전에는 단오라는 풍습이 여자들에게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이규보가 살던 고려시대야 그렇지도 않았지만, 조선시대에는 여자들의 외출이나 행동에 제한이 많았다. 남자들도 단오에 씨름을 즐기며 즐거워했겠지만, 여자들이 그네를 뛰며 즐거워하는 것 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평소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에게는 모처럼 합법적(?)으로 산에서 들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기회였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한바탕 그네를 뛰고서 땀에 젖은 머리와 몸을 창포물로 개운하게 씻어낸 다음에 수리떡 나눠먹으며 담소를 나..

이규보(李奎報) 시문(7) - 방엄사(訪嚴師)

2015년의 첫날, 블로그에게 떡국 대신 먹일 포스트는 이규보의 시다. 문득, 작년 첫날도 그러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블로그 목록을 보니, 2014년 첫날 뿐 아니라 2013년 첫날도 이규보의 시를 소개했다. 아무래도 매년 첫날에는 이규보의 시를 올리는 게, 이 블로그의 관행으로 굳어버릴 것 같다. ^^ '백주시' 를 통해, 술 애호가임을 드러낸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 ☞ 이규보(李奎報) 시문(5) - 백주시(白酒詩)(http://blog.daum.net/jha7791/15790957) 이규보란 사람이 술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깊은 산 속에 있는 절로 승려를 찾아가서까지 술을 즐겼던 모양이다. 그 승려와 친분이 무척 도타웠는지 종종 찾아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왕 번잡한 속세에서 벗..

이조년(李兆年)의 다정가(多情歌) - 드라마 '정도전' 으로 다시 접하게 된 시조

고려시대 문인이며 관료였던 '이조년(李兆年)' 이 지은 '다정가(多情歌)' 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유명한 시조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잠만 잔 사람이 아니라면, '이화에 월백하고...' 까지만 들어도 '아, 그거...!' 하게 된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배운 많은 문학작품이 거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