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이규보(李奎報) 시문(7) - 방엄사(訪嚴師)

Lesley 2015. 1. 1. 00:01

 

  2015년의 첫날, 블로그에게 떡국 대신 먹일 포스트는 이규보의 시다. 

  문득, 작년 첫날도 그러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블로그 목록을 보니, 2014년 첫날 뿐 아니라 2013년 첫날도 이규보의 시를 소개했다.  아무래도 매년 첫날에는 이규보의 시를 올리는 게, 이 블로그의 관행으로 굳어버릴 것 같다. ^^

 

 

  '백주시' 를 통해, 술 애호가임을 드러낸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

  ☞ 이규보(李奎報) 시문(5) - 백주시(白酒詩)(http://blog.daum.net/jha7791/15790957)

 

  이규보란 사람이 술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깊은 산 속에 있는 절로 승려를 찾아가서까지 술을 즐겼던 모양이다.

  그 승려와 친분이 무척 도타웠는지 종종 찾아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왕 번잡한 속세에서 벗어난 김에, 산사의 고요함이나 즐겼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만은...  갈 때마다, 차를 마시는 승려를 앞에 두고 자신은 신나게 술이나 마셨던 모양이다. ^^;;  그리고 그런 상황을 시로 남겨 후세에 전하기까지 했다.

 

 

 

訪嚴師 (방엄사)

엄스님을 방문하다

 

                                            - 李奎報 (이규보) -

 

 

我今訪山家 (아금방산가)내가 오늘 산사를 찾은 것은

 
飮酒本非意 (음주본비의)

음주가 본래의 뜻이 아니었네.

 
每來說飮莚 (매래열음연)

(하지만) 올 때마다 술자리를 즐기게 되니

 

顔厚得無比 (안후득무비)

얼굴 두껍기가 비할 데 없구나.

  
僧格所自高 (승격소자고) 
스님의 격을 스스로 높이는 것은

 

唯是茗飮耳 (유시명음이)

오직 차를 마시는 것이라.

 

好將蒙頂芽 (호장몽정아)

(엄스님이) 몽정 찻잎을 꺼내어 
※ 蒙頂(몽정) : 중국 쓰촨성(사천성)에 있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 가운데서 가장 높은 산 꼭대기.

 
煎却惠山水 (전각혜산수)
혜산수로 우린다네.

※ 惠山水(혜산수) : 중국에서 가장 좋다는 물인데, 여기서는 깨끗한 물을 혜산수에 비유한 것임.

 

一甌輒一話 (일구첩일화)

(엄스님이)

한 사발 마실 때마다 문득 한 마디 하니 
 

漸入玄玄旨 (점입현현지)

점점 오묘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

 
此樂信淸淡 (차락신청담)

이런 즐거움은 진실로 깨끗하고 맑으니  
 

何必昏昏醉 (하필혼혼취)
어찌 정신 없이 취하겠는가.

 

 

 

  이규보는 이 시 속에서, 겨우 몇 마디 말로 대화를 오묘한 경지로 이끄는 승려에게 감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높은 경지의 대화가 한 사발의 차에서 나온다며, 자신과 그 승려의 격이 다른 것을 '술을 즐기느냐' 와 '차를 즐기느냐' 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말술 즐기는 게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 과 '그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 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자신이 술 마시려고 찾아온 게 아닌데 매번 술자리를 즐기게 된다며, 스스로를 얼굴 두꺼운 뻔뻔한 사람이라고 책망하면서까지, 결국에는 또 술을 즐겁게 마신다.

 

  이규보... 그는 역시 고려시대의 진정한 주당이었다. ^^;;

 

 

이규보(李奎報) 시문(1) - 절화행(折花行)(http://blog.daum.net/jha7791/157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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