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시가 있다.
이별의 정을 읊은 시인데 그 제목이 '연구(聯句)' 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을 섭섭해하면서 그 누군가 또는 함께 전송에 나선 다른 이들과 함께 지은 것 같다.
사실, 시의 내용이 서정적이라서 좀 의외였다.
정철의 시라고는 최근에 알게 된 이 연구 말고 아는 게 없으니, 정철의 시풍이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정철이란 인물은, 낭만적이고 고상한 문인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당쟁 속에서 싸움닭 노릇 제대로 했던 정객의 이미지가 강하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희생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기축옥사(己丑獄事)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때문에, 피에 굶주린 악귀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 그런 사람이 이런 감상적인 시를 썼다니 뭔가 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옛날 유명한 문인 겸 정치인이었던 사람들 보면, 문학적 재능이나 취향과 정치적 행적이 별개인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聯句(연구)
- 鄭澈(정철) -
秋雲低薄暮 (추운저박모)
가을 구름 낮고 엷게 깔려 저무는데
別意醉中生 (별의취중생)
이별의 정이 취중에 이는구나.
前路崎嶇甚 (전로기구심)
갈 길은 험하기 이를 데 없는데
相留多少情 (상류다소정)
함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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