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동네 한 바퀴 돌다가 근사한 사진 몇 장을 건졌다.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나갔건만 그날따라 저녁노을 색깔이 유독 강렬했다. 나처럼 저녁 산책이나 운동 나온 사람들도, 장을 본 듯한 꾸러미 들고 걷던 사람들도, 자전거 타고 가던 학생들도, 다들 잠시 멈추고 하늘에 폰카를 들이댔다. 곧 아파트를 짓는다면서 몇 년째 공터로 남아있는 곳에서 본 저녁노을이다. 잡초 무성한 공터에 덩그러니 있는 주홍빛 포크레인(포크레인 맞나? 지게차인가?)과 주홍빛 노을이, 회색빛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서 묘하게 짝을 이루고 있다. 노을은 하늘에 오염물질이 많을 수록 색깔이 예쁘다고 어디에서 읽었던 것 같다. 지난 몇 달 노을을 제대로 못 봤던 것 같은데, 이건 내가 산책 나가는 시간이 노을이 저버린 후라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