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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영화관의 추억

지난번 80년대 영화 '씨받이' 에 대해 포스팅을 한 김에, 옛날 영화관에 얽힌 추억을 풀어볼까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옛날 영화관이란 씨받이가 개봉되었던 1980년대 중반부터 20세기의 마지막 날인 1999년 12월 31일까지 내가 다녔던 영화관을 말한다. (어떻게 연도와 월일까지 정확하게 나올 수 있는지는 저 아래까지 읽다 보면 알 수 있다는...) 지금이야 상영관을 10개 정도 갖추고,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며, 좌석이 정해져 있는 영화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는 영화관마다 상영관이 몇 개 안 되었고, 내부도 지금만큼 깨끗하지 못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음침(?)하기까지 했다. 특히 1990년대 초중반까지도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영화관이 있엇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

씨받이 - 강수연을 추모하며

지난 주말 영화배우 강수연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었다. 어린이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언젠가부터 연예계에서 종종 벌어지는 극단적인 선택의 경우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후속 보도를 보니 최근 건강이 안 좋았으며 뇌출혈을 일으켜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강수연의 작품을 많이 보지는 못 했다. 강수연이 활발히 영화 활동을 하던 1980년대는 내가 어려서 영화관을 드나들지 못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에 '정난정' 역으로 출연했던 TV 드라마 '여인천하' 속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도 '토요명화' 니 '주말의 명화' 니 하며 TV를 통해 영화를 자주 접할 수 있던 시절을 거친 덕에 강수연의 작품 몇 편은 본 적이 있다. 영화배우 강수연을 ..

거의 모든 숫자 표현의 영어 - 영어 숫자 좀 제대로 읽어봅시다!

특이한 영어책을 한 권 소개할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영어책은 보통 두 종류로 갈린다. 하나는 토익, 토플, 수능시험 등을 위한 문법책이나 독해책 같은 수험서다. 또 하나는 좀 더 실용적이면서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인데 주로 회화책이다. (그게 정석적(?)인 회화책이든 영화나 드라마를 이용한 회화책이든 간에...) 그런 점에서 '조나단 데이비스' 와 '유현정' 이 함께 쓴 '거의 모든 숫자 표현의 영어' 는 독특하다. 제목 그대로 숫자 표현만 목표물로 잡아서 쓴 영어책이다. 많은 사람이 영어로 각종 숫자를 읽는 법을 모르는 이유는, 평소 영어 회화를 할 일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유학생이나 주재원처럼 외국에서 장기간 살아야 하는 사람이거나, 국내에 머물더라도 외국인과 영어로 자주 소통해야 ..

책, 서점 등 2022.05.01

2022년 첫 헌혈

지난 3월 코로나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헌혈양이 뚝 떨어졌다. 확진자 또는 밀접접촉자는 건강하다는 게 확인될 때까지 헌혈하지 못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또 앞의 두 경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어수선한 시국이라 사람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에, 헌혈하는 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 달에도 그러더니 이번 달에도 헌혈을 독려하는 문자가 계속 날아와서 언제 시간 내서 헌혈해야지 라는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지역 카페에 어머니가 수술을 앞두고 계신데 수혈받을 O형 피가 부족하다며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글이 올라왔다. 나는 O형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는 없었지만, 그런 글까지 올라온 것을 보니 정말 피가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참에 헌혈하기로 하고 헌혈의 집으로 고고씽~~! 피가 많이 부족하긴 ..

끄적끄적 2022.04.23

하남역사박물관

하남시 덕풍동에 있는 하남역사박물관에 다녀왔다. 대중교통으로는 전철 5호선 하남시청역을 통하는 게 가장 간단할 듯하고, 그 밖에 하남시청역 근처에 서는 버스가 여러 대 있다. (나는 38번 버스를 이용했는데 다른 버스도 있음.) 우리나라 상당수 공공 박물관이 그러하듯 여기도 무료 관람이다. 하남역사박물관은 아파트촌 한가운데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이다. 1층에 물품보관소가 있다. 관람 순서가 3층부터 내려오며 보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로 곧장 가느라 계단 옆에 있는 물품보관소를 보지 못했다. 가방을 물품보관소에 넣었더라면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내내 들쳐매고 다녔으니... ㅠ.ㅠ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게 되는 것은, 바닥에 타일로 만들어 놓은 하남시 지도다. (꽤 크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포스트에는 소설 결말이 드러나니,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시기를... 얼마 전 일본의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가 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을 읽었다. 소싯적(!)에는 책벌레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새 책이 생기면 다른 일은 제쳐두고 그 책부터 읽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가 되자 직접 산 책이나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책이나 전부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짧게는 반 년에서 길게는 몇 년이 지나야 겨우 읽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데 이 책은 손에 들어온 날 읽기 시작해서 다음 날 끝장(!)을 냈다. 택배회사 파업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택배 업무가 엉망이 되어 거의 3주일만에 받았기 때문에, 책을 본 순간 투지(?)가 ..

책, 서점 등 2022.04.04

우리 일상에 바짝 다가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며칠 전에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 중 20% 정도는 걸린 '흔한 병'(!)이 되어버렸다. 전에는 걱정은 하면서도 막연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구나 싶다가도... 너무 퍼지고 나니 오히려 덤덤해져서 '뭐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어쩔 수 없는 거고...' 같은 생각도 든다. 어떤 의사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질만큼 퍼진 것을 두고 '만일 주위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면 그 사람에게는 친구가 없다는 뜻이다'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왕따가 아닌가 보다. 주위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이 줄줄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시작은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 녀석이다. 어디에서 감염되었..

끄적끄적 2022.03.27

아이들도 홀리는 허경영 / 다음 계정과 카카오 계정 통합

아이들도 홀리는 허경영 얼마 전에 있었던 20대 대통령 선거는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는 일이 없었던 선거가 어디 있겠느냐만은... 이번 선거 때 두 거대 정당에서 상대 정당 후보에 대해 폭로한 사실들을 보면,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그나마 갖고 있던 관심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 누가 더 비호감인가 겨루는 것처럼, 두 후보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가족에 대해서도 보는 사람 짜증나게 하는 일이 줄줄이 폭로되었다. 이 와중에 반사효과를 누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허... 경... 영...! 이번 선거에서 약 28만표를 얻었다고 한다. 득표율로 따지면 1%도 안 되는 저조한 성적이다. 그러나 허경영이란 사람의 실체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이번 선거의 1위 후보와 2위 후보의 득표 격..

끄적끄적 2022.03.20

블랙 코미디 2 - 이디오크러시(Idiocracy)

'이디오크러시(Idiocracy)' 도 지난 번 포스팅한 '돈 룩 업(Don’t Look Up)' 과 같은 블랙 코미디 영화다. 돈 룩 업과의 차이가 있다면, 훨씬 웃기게 진행되다가 그래도 희망찬 결말을 맺는다는 점이다. (돈 룩 업에서는 우리 지구가 멸망해버렸다는...!) 21세기에 나온 영화답지 않게 많은 장면에 고풍적인(?)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깔린다는 점도 나름 신선하다. 제목인 이디오크러시(Idiocracy)는 바보란 뜻의 idiot과 통치나 정치체제를 뜻하는 cracy를 합쳐서 만든 단어다. 의역하면 '바보들이 다스리는 세상', '바보들이 이끌어나가는 세상' 정도가 될 것 같다. 인류의 지능이 퇴화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우스운 사건들(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풍자한 사건이기도 함...

블랙 코미디 1 - 돈 룩 업(Don’t Look Up)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다가오고 있는 대통령 선거일을 기념하는 뜻에서 '선거 특선'(?)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지난 설 연휴 동안 본 '돈 룩 업(Don’t Look Up)' 이란 넷플릭스 영화다.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다룬 블랙 코미디 장르이며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 한 영화이기도 한다. 현실을 풍자하는 코미디 작품이 보통은 열린 결말 또는 씁쓸한 결말 정도로 끝내는 것에 비해서, 이 영화는 비극적 결말로 시청자의 뒤통수를 친다는 점도 나름 신선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웃픈 결말이라는... ^^;;) 지구 멸망보다는 선거 승리와 시청률이 중요하다...! 사건의 시작은, 천문학 박사 후 과정 중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일이다. 천문학도로서 큰 성과이기에 본인도 동..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와 상비약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1년을 채워가던 2020년 12월에 하루 확진자 수가 세 자리가 되자, 언론이고 국민이고 모두 패닉 상태가 되면서 대중교통, 마트, 식당 같은 곳에서 사람이 확 줄어들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당장 망하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확진자 수는 껌(!)이었다. 지금은 하루 확진자 수가 다섯 자리가 되어 며칠 동안 5만 명을 넘었다고 난리더니, 곧 6만~8만 명 대를 통째로 건너 뛰고 9만 명 대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확진자 수 5만 명이라는 보도를 접할 때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는데 9만 명이라는 숫자에는 덤덤한 기분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커진 숫자가 실감이 안 나는 것인지..

끄적끄적 2022.02.18

지옥

'연상호' 감독의 작품 '지옥' 은 작년에 '오징어 게임' 에 이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우리나라 드라마다. 다만 대중적인 인기로는 오징어 게임에 미치지 못 했다. 오징어 게임보다 더 처절하고 잔혹하고 어둡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취향 타는 작품이라는...) 연상호 감독 작품 중에 애니메이션 '사이비' 와 영화 '부산행' 을 본 적이 있다. 소재, 주제, 분위기 면에서 '지옥' 은 '사이비' 와 결이 비슷하다. 주요 소재가 종교, 그 중에서도 사이비 종교라는 점부터 그러하다.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사실은 비이성적인 것에 쉽게 휘둘리는 인간의 나약함, 그런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용할 줄 아는 무리의 사악함, 그리고 비정상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이 잘 묘사된 작품이..

설날 변천사 - 설날, 구정, 민속의 날, 다시 설날

올해도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새삼스레 설날을 포스트 소재로 삼은 이유가 뭔고 하니... 우리집은 특이하게 신정을 쇠는데 이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는 국가 공인 설날이 구정이었던 것을 겪은 세대이며, 동시에 설날이 신정에서 구정으로 변신(?)하는 것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나름 격동(!)의 시대를 거친 셈이다. ^^;; 최초로 우리나라 설날이 양력 1월 1일로 바뀐 것은 조선 후기 을미개혁 때였다. 1895년 을미개혁으로 기존의 음력(청나라 때 만든 시헌력으로, 지금 우리가 음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폐지되고 양력(지금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을 채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때 처음으로 설날이 양력 1월 1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을미개혁은 일본의 지원하에 추진된 개혁이었다. 조정에서나 재야..

끄적끄적 2022.01.30

오징어 게임

이번 포스트는 드라마 리뷰라기보다는 드라마를 본 후의 단상 모음이다. 작년에 '오징어 게임' 과 '지옥' 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어 한국 드라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몇 년 전에 방영한 '스카이 캐슬' 을 본 후로 우리나라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두 드라마는 언론에서도 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터라 챙겨봤다. 먼저 '오징어 게임' 에 대해서 쓸 생각인데,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만큼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으니 여기에서는 줄거리를 생략하겠다. 시청한 후의 느낌이나 생각, 몇몇 인상적인 장면 위주로 쓰겠다. 인생작이라기에는 조금 아쉬운... 오징어 게임은 지옥보다 훨씬 인기를 끈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열풍이 조금 의아했다. 일단, 단순하고 즐거운 소재..

코로나 백신 3차 후기(부스터샷) - 화이자

지난 12월 마지막 주에 코로나 백신 3차(부스터샷)를 접종했다. 1년 전쯤에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조만간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줄 알았다.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두 번만 맞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코로나를 이겨낼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게 웬 일...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데이터를 근거로 만든 백신들이 이 나라 저 나라에 보급되는 동안, 그 백신들이 잘 듣지 않는 여러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그래서 원래는 2번으로 끝날 것이라고 했던 백신을, 부스터샷이란 이름으로 한 차례 더 맞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1차, 2차, 3차 전부 잔여백신으로 접종했다. 원래 1월 13일에 3차 접종을 하기로 예약했다. 그런데 12월 들어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기도 했고, 아는 분이 코로나..

끄적끄적 2022.01.09

정연복의 '설날 떡국'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새해 첫날에 어울리는 시로 새해를 시작해볼까 한다. 정연복 시인의 '설날 떡국' 이란 작품이다. 제목이 그냥 '설날' 도 아니고 '설날 떡국' 이라니, 나처럼 설날을 떡국 먹는데 의의가 있는 날로 생각하는 이에게 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떡국을 배부르고 맛난 음식으로만 생각하는데, 이 시인은 떡국을 세상사에 의연해지고 마음이 깊어지는 '좋은 의미로 나이드는 것' 과 연관짓고 있다. (그래서 이 분은 시인이 되셨고 나는 속세의 범인 중 1인일 뿐이라는... ^^;;) 설날 떡국 - 정연복 - ​ 설날 아침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덩달아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 나무로 치자면 나이테 산 줄이 더 그어지는 셈이다 그래, 올해부터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자 ​ 하루하루 전혀..

끄적끄적 202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