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와 상비약

Lesley 2022. 2. 18. 00:01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1년을 채워가던 2020년 12월에 하루 확진자 수가 세 자리가 되자, 언론이고 국민이고 모두 패닉 상태가 되면서 대중교통, 마트, 식당 같은 곳에서 사람이 확 줄어들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당장 망하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확진자 수는 껌(!)이었다.  지금은 하루 확진자 수가 다섯 자리가 되어 며칠 동안 5만 명을 넘었다고 난리더니, 곧 6만~8만 명 대를 통째로 건너 뛰고 9만 명 대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확진자 수 5만 명이라는 보도를 접할 때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는데 9만 명이라는 숫자에는 덤덤한 기분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커진 숫자가 실감이 안 나는 것인지...

 

  확진자가 대폭 늘자 확진자 대책도 병원치료에서 재택치료로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 초기만 해도 아무런 증세 없는 사람도 일단 확진되면 무조건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증인 확진자, 또는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어서 중증이 될 가능성이 높은 확진자만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 갈 수 있다.  그나마 빈 병상이 없어서 다 갈 수도 없다.  전에는 병원보다 의료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게 되었다고 불만 갖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지경이다.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려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아직도 변화무쌍하게 진화(!)하고 있어서 미지의 병으로 생각되는 질환에 걸리고도 병원에 갈 수 없다니, 사람들이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기저질환 없는 사람들은 1주일 정도 감기몸살 정도로 앓고 넘어간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람마다 다른 듯하다.  주위에서 들리는 소식으로는, 평소 젊고 건강했는데도 확진된 후에 무척 고생했으며, 무엇보다 병원에 갈 수 없어서 힘들고 무서웠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제법 많다. 

 

  이 와중에 지인 중에 확진되신 분들이 나왔다.

  작년 12월에 친인척 중 한 분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하셨다가 돌아가셨다.  뉴스에서 확진자가 연일 늘고 있네 사망자는 몇 명이 되었네 할 때에는 막연하게 '큰일이구나, 조심해야겠네.'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직접 뵌 적 있는 분이 확진되고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피부에 확 와닿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니, 두 번이나 맞았는데 뭘 또 맞으래?  이번에는 좀 천천히 맞아야지.' 했던 3차 백신을 앞당겨 맞았다.

  최근에는 친구 부모님이 연달아 확진되셨다.  친구는 그 동안 코로나 사태를 걱정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남의 일처럼 생각했는데 이제 자기 집 일이 되었다며 한탄했다.  자신이 너무 오만했던 것 같다고 자책하면서 심란해 하기도 했다.  친구가 늦둥이다 보니 두 분 모두 연세가 많으시니 더욱 걱정될 수 밖에...  지병이 있으신 어머니는 의외로 증세가 심하지 않아 재택치료 중이시다.  오히려 건강한 편이셨던 아버지가 한밤중에 상태가 악화되셔서 식구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태웠다고 한다.  119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권역 내에 빈 병상이 없어서 몇 시간 대기한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되셨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와 상비약을 부지런히 사날랐다.  이제는 아무나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수요가 폭발한 자가진단 키트야 말할 것도 없고, 화이투벤 코프 같은 흔한 종합 감기약조차 약국에서 동이 난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자가진단 키트와 약 사재기에 나선 듯하다.

 

  자가진단 키트를 사는 데에는 발품과 시간을 들여야 했고 운도 필요했다.

  며칠을 이 약국 저 약국 전전하며 자가진단 키트 10개를 구입했다.  한꺼번에 산 게 아니라 첫 날 몇 군데를 돌다가 겨우 4개를 구하고, 그 뒤로 이삼 일을 허탕친 후에 2개 더 구하고, 그 다음 날 또 4개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구입한 곳에서는 서비스로 KF94 마스크를 두 개 주셨음.)

  친구는 자기 동네 약국에서 25개짜리 자가진단 키트를 개봉하여 소분 판매하는 것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 약국이 구석진 곳에 있다고 하는 걸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 여분이 남아있었던 듯.)  친구보다 먼저 약국에 간 손님이 5개를 구입했고 친구가 나머지 20개를 구입했다는데, 원래 한 박스로 포장된 것이라 당연히 설명서가 1장만 있다.  먼저 5개를 구입한 손님이 설명서를 원하기에 양보했더니, 약사가 고마워하며 2만원을 할인해줬다고 한다. ^^;;

 

  상비약 사는 데에는 공부(?)를 좀 해야 했다.

  인터넷 공간에는 온갖 유용한 정보가 있지만 동시에 불확실하거나 이상한 정보도 넘쳐난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며 고심하다가 약사로 일하는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발견해서 도움을 받았다.

  종합 감기약이라고 다 같은 종합 감기약이 아니라 기침 및 가래용으로 나온 것과 코감기용으로 나온 것이 나뉘어져 있다.  똑같이 코로나에 걸려도 사람마다 겪는 증상이 달라서 감기약을 종류별로 구입해야 한단다.  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함유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뉘어져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유무에 따라 진통제도 골라 먹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감기약을 먹으면서, 두통이나 근육통으로 힘들다고 역시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된 타이레놀을 같이 먹으면 부작용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감기약을 먹을 때에는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를 쓰는 게 낫다. 

  의외로 한방약인 갈근탕이나 은교산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구입했다.  갈근탕은 몸살에 효과가 있어서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과 함께 복용하면 좋고, 은교산은 코로나의 대표 증상인 인후통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설사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소화제도 필요하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집에는 활명수가 넉넉하게 남아있어서 소화제는 따로 구입하지 않았다. 

  비타민D는 진작에 사놓고 먹는 게 있어서 이번에는 구입하지 않았다.  비타민D가 코로나 증세를 직접 완화시켜주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이스라엘에서도 코로나 확진자 중 상당수가 비타민D가 매우 부족했다는 통계도 있으니, 요즘 같은 시기에는 평소에 먹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현대인은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는 육체 노동 종사자 빼고는 거의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하니 코로나에 도움이 되든 안 되든 그냥 먹읍시다~~!)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코로나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건지, 전문가란 사람들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누구는 올해 연말 쯤에는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낙관한다.  그러나 누구는 5년 정도는 겪어야 일반 독감 수준이 되어 우리 생활이 정상화 된다고 말한다.  또 누구는 코로나는 시작일 뿐이고 다른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날 것이기에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끔찍한 의견을 내놓는다.

  부디 세 번째 의견은 빗나가기를...!  그리고 코로나에 감염되신 분들 모두 쾌차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