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우리 일상에 바짝 다가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Lesley 2022. 3. 27. 00:0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며칠 전에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 중 20% 정도는 걸린 '흔한 병'(!)이 되어버렸다.  전에는 걱정은 하면서도 막연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구나 싶다가도...  너무 퍼지고 나니 오히려 덤덤해져서 '뭐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어쩔 수 없는 거고...' 같은 생각도 든다.  

  어떤 의사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질만큼 퍼진 것을 두고 '만일 주위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면 그 사람에게는 친구가 없다는 뜻이다'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왕따가 아닌가 보다.  주위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이 줄줄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시작은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 녀석이다.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 바로 전날까지도 신나게 잘 놀더니 새벽에 열이 올라 병원에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이 엄격하던 때에 같은 반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2주일씩 자가격리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유치원 안 가는 게 좋다면서 "오예~~!  코로나는 좋은 거야!  나도 코로나 걸렸으면 좋겠어!" 하고 방방 뛰더니만...  결국 소원성취(!)해서 코로나에 걸렸다. ㅠ.ㅠ

  같이 자가격리를 하던 조카 부모도 하루 이틀 간격으로 감염되었다.  맞벌이 아들 부부를 대신해서 주말 빼고는 조카를 돌봐주시던 엄마나, 역시 주말 빼고는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조카와 마주하던 나는, 의외로 무사히 넘어갔다.

 

  공교롭게도 조카가 확진 판정 받던 그 날, 친구 아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후로 친구네 식구와 조카네 식구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두 집안에서 같은 날짜에 한 명씩 확진자가 나오며 모두 감염되었다.  친구는 겨우 몇 주 전에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리신 일로 몸 고생에 마음 고생까지 했던 터라, 식구 중에 또 확진자가 나왔다고 심란해 했다.

 

  제일 황당했던 것은 다른 친구의 경우다.

  그 친구가 3월 중순에 이사간다고 말했던 게 생각나서 이사 잘 했느냐는 안부 카톡을 보냈더니...  이사하던 날 아들 상태가 안 좋아서 이삿짐을 대강 들여놓고 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확진 판정이 나오더란다. -.-;;  밀접접촉자인 다른 식구들도 검사 받았더니 줄줄이 확진...! 

  그래서 이삿짐 정리도 못 한 어수선한 새집에서 코로나를 앓다가(코로나가 새로운 집의 세입자? ^^;;)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겨우 짐정리를 했다고 한다.  낡은 집에서만 살다가 새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하필 그 새 아파트로 옮기던 날 온 식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을 줄이야...  그 집에서 사는 동안 절대로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듯하다.

 

  조카네나 친구네 말고도, 한두 다리 건너 아는 집에서도 확진자 나왔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여러 친척네, 엄마의 고향 친구네, 친구의 친구, 같은 아파트에 사는 조카의 친구네 가족 등등.  정말이지 이렇게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속세와 인연 끊고 사는 사람 아닌 다음에야 주위에 확진자가 없을 수가 없다.   

 

 

  3월 들어 적십자사에서 혈액이 부족하다며 휴대폰 메시지를 여러 번 보냈다.

  1월에 헌혈을 하려다가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건너뛰었고 2월에는 약을 먹느라 역시 못 했다.  그래서 3월에는 헌혈을 꼭 하겠다고 벼르기까지 했지만...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자, 이런 때 헌혈을 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3월 들어 아침에 눈을 뜨면 환절기 특유의 목 칼칼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루 이틀만에 사라지는 걸 보면 별 것 아니지만, 가끔 이러다가 덜컥 코로나에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지역 카페에 접속해 보면 이 동네에도 벌써 많은 사람이 걸렸기 때문에, 운 나쁘면 동네 마트에 가서 장보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을 것 같다. 

  내딴에는 건강하다고 믿고 헌혈했는데 혹시라도 무증상 감염 상태라면, 본의 아니게 내 피를 받은 환자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혹시라도 헌혈하고 얼마 안 되어 코로나에 감염된다면 더 심하게 앓을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든다.

 

  코로나야, 깽판(!) 칠 만큼 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떠나면 안 되겠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