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포스팅한 제2외국어 교육만큼이나 우리나라 역사 교육도 많이 변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우리나라 역사를 '국사' 라는 단일 교과로 배웠다.
국사는 상.하 두 권으로 되어 있어서, 1학년 때 상권을 배우고 2학년 때 하권을 배웠다. 국사 교과서 중 70~80%가 선사시대에서 개화기 전까지의 내용이었다. 나머지는 개화기에서 그 교과서가 만들어진 시점(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되어 문민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는 부분)까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시절 국사 교육의 특징 중 하나가 6.25 이후 부분을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점이었다.
1993년 2월에 문민정부가 출범한 것까지 기술했으니 그 전의 사건들도 당연히 교과서에 나왔다. 4.19혁명, 5.16군사정변, 10.26사건, 12.12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953년에 6.25 전쟁이 끝나게 되는 부분(즉, 휴전협정 체결)까지만 공부했다.
6.25 전쟁 이후는 몇 페이지 되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국사 선생님이 설명도 안 해주시고 "집에 가서 그냥 한 번 읽어보세요." 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6.25 전쟁 뒷부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에 현대사의 껄끄러운 장면과 얽힌 이들이 많아서, 전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에서 정치적인 논란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국사가 '한국사' 란 과목과 '근현대사' 란 과목으로 나누어졌다.
그리고 '개화기 이전' 과 '개화기 이후' 의 비율이 완전히 뒤집혔다. 위에 쓴 것처럼 국사 시절에는 개화기 이전이 70~80%나 되었는데 지금은 겨우 40% 정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과목의 이름도, 내용 비율도 전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사가 곧 한국사 아닌가?
그런데 국사를 둘로 쪼개서 한국사와 근현대사라고 이름 붙이다니 이상하다. 마치 국사란 단어의 하위개념으로 한국사가 있는 것 같고, 또한 한국사와 근현대사가 같은 선상에 놓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근현대사가 국사 또는 한국사의 하위개념 아닌가? 굳이 국사를 두 과목으로 쪼갤 생각이라면, 두 과목 이름을 '전근대사(또는 고중대사)' 와 '근현대사' 정도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개화기 이전이 40%밖에 안 되고 개화기부터 현대까지가 60%나 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근현대사 부분을 대폭 늘린 취지는 대충 알겠다.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못 했고 두 차례의 군사정변 관련 인물들이 오랫동안 집권하는 등의 문제로, 전에는 근현대사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울 수 밖에 없었다. (위에 이미 쓴 것처럼, 예전에는 정치적 미묘함 때문에 6.25 이후 부분을 학교에서 제대로 못 배웠다는...) 그러니 이제라도 파란만장했던 근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화기 이전 부분을 달랑 40%로 퉁치면(!) 어쩌자는 건가... 전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본 적이 있는데,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각각 대여섯 페이지 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뭉뚱그려 설명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래서 요즘 인터넷에 우리나라 역사 관련해서 이상한 댓글 쓰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
현직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기고 있는지... 혹은 역사 과목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내 친구처럼 '아, 몰라. 나는 고대사고 근대사고 다 싫어. 미래가 중요한 거지, 무슨 과거에 목을 매고 그래.' 라고 생각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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