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맘스터치에 갔다가 다른 손님을 도와준 적이 있다.
어떤 노부부가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노인분들이라, 처음에는 키오스크 이용법을 몰라서 대신 주문해달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기계 이용법은 둘째치고 어떤 메뉴를 고를 것인가부터가 문제였다.
키오스크에는 10개도 넘는 버거 이름만 쭉 나와있을 뿐, 그 버거들의 정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패스트푸드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게 전부 뭐래요?" 라는 질문에 나도 순간 멍해졌다. 그 버거들을 다 먹어보지도 않았고, 설사 먹어봤다고 한들 일일이 설명한다는 것도 난감하고, 정말 다 설명한다고 해도 그 분들을 헷갈리게 만들 것만 같고...
그래서 '선택과 집중'(!) 모드로 돌입했다. 맘스터치 버거 중 인기 1위인 싸이버거와 2위인 휠렛버거만 콕 집어 설명했다. "이게 제일 잘 팔리는 건데 닭다리살로 만든 거고, 이건 두 번째로 잘 팔리는 건데 닭가슴살로 만들었어요." 라고. 그러자 남편분 왈 "닭은 원래 닭다리가 최고지." , 아내분 왈 "제일 맛있으니까 제일 잘 팔리겠지." 그리하여 1위 싸이버거 세트로 결정 짓고 이것저것 눌러드린 후에, 신용카드 넣는 것만 그분들이 직접 하시도록 했다.
요즘 많이 늘어난 키오스크를 보면서 노인들이 이용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은 해봤다.
하지만 키오스크 그 자체의 이용이 아니라, 메뉴 고르는 것부터가 난관일 것이란 생각은 못 해봤다. 우리 세대야 패스트푸드란 음식과 외래어의 남용에 익숙해진 상태이다. 그래서 처음 가보는 패스트푸드점이라도, 그리고 처음 보는 메뉴라도, 대충 눈치로 때려잡을(?) 수 있다. 설사 이름만으로는 무슨 음식인지 감이 안 오더라도 상관없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잠깐 검색해보면 해결된다. 하지만 노인들 중에 싸이버거의 싸이(thigh)가 허벅지라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또 그게 소다리인지 닭다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렇다고 스마트폰 검색에 능숙한 것도 아니지 않나?
키오스크에 설명을 주저리 주저리 써놓으라는 게 아니다. (그러면 가독성만 떨어져서 오히려 더 난감해짐.) 그저 싸이버거란 단어 옆에 괄호 치고 '닭다리 고기' 라고 써주고, 휠렛버거 옆에도 괄호 치고 '닭가슴 고기' 라고 해놓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 정도면 노인 또는 그 패스트푸드점을 처음 이용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얼마 전에는 맥도날드에 갔다가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를 도와드렸다.
이 분은 위의 노부부와는 달리 패스트푸드 메뉴도, 키오스크 사용법도 다 아시는데... 문제는 거지(!) 같은 키오스크의 반응 속도였다.
맥도날드의 키오스크는 힘을 줘서 눌러야 하고 반응속도도 느려서 나도 전부터 불편함을 느꼈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의 키오스크는 스마트폰 화면 터치하는 정도로 살짝 건드리면 잘만 넘어가던데, 이쪽은 꾹꾹 눌러주지 않으면 반응이 없다. 어떤 때는 반응이 없어서 다시 눌렀더니, 그제서야 아까 누른 것이 효과(?)를 나타내며 화면 전환이 되다가 새로 누른 것 때문에 엉뚱한 화면으로 넘어간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서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 뒤로 사람들이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는 미안하고 눈치가 보인다. (잘못은 멍텅구리 키오스크가 저질렀는데 왜 미안함은 내 몫이냐고요~~~!)
다른 키오스크도 그 모양이라면, 키오스크란 녀석이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포기하겠는데...
위에 쓴 맘스터치에서도, 여러 카페에서도, 영화관에서도, 이렇게 느려터진 키오스크는 본 적이 없다. 가격 저렴한 대신 기능이 떨어지는 키오스크를 들여놓은 건지 어떤 건지...
엄청 빠른 키오스크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업체에 있는 키오스크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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