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 22

이규보(李奎報) 시문(22) - 치통(齒痛)

오래간만에 이규보의 시를 한 수 올린다. 푹푹 찌는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시(폭염이 지겹다는 내용)가 있지 않을까 찾아 봤지만, 그런 시는 예전에 올려서 밑천(!)이 떨어졌다. 다른 것은 없을까 하고 뒤지던 중에 치통 관련한 시를 발견했다. (오, 이것도 딱이네~~!) 작년 여름과 올해 봄을 치통으로 고생하며 보냈다. 치과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치과 치료라는 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드릴 비슷한 기구로 치아를 갈 때 나는 소리와 느낌(공포의 그 느낌...!)도 싫다.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팔다리에 힘을 주게 되니, 치과 문을 나설 때면 이만 아픈 게 아니라 몸살이라도 앓은 듯 온몸이 피곤하다. 무엇보다 이번 치통은 이전에 겪었던 것들보다 훨씬 심해서, 처음에는 이만 아프다가 머리까지..

이규보(李奎報) 시문(21) - 동백화(冬栢花)

오늘 소개할 '이규보(李奎報)' 의 시는 겨울꽃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동백을 소재로 하는 '동백화(冬栢花)' 다. 매해 첫 번째 날을 이규보의 시로 시작하는 내 블로그의 전통(?)이 슬슬 끝나갈 조짐이 보인다. 이 시가 이 블로그에 올리는 21번째 이규보의 시이다 보니 밑천(!)이 떨어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새해 첫날에는 그 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새해 또는 겨울을 소재로 하는 시)를 올려야 적당할 듯한데, 이규보 시 중에서도 그런 시는 이미 다 찾은 것 같다. 어쩌면 내년 첫날에는 이규보가 아닌 다른 시인의 시를 소개하는 포스트가 올라오거나, 아예 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포스트가 올라올 지도 모르겠다. 冬栢花 (동백화) - 李奎報 (이규보) - 桃李雖夭夭 (도리수요요) 복사꽃과 오얏꽃은 비록 어여쁘나..

이규보(李奎報) 시문(20) - 일일불음희작(一日不飮戱作)

오래간만에 이규보의 시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 소개할 시의 제목은 一日不飮戱作(일일불음희작)이다. 제목을 풀이하면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희롱삼아 짓다' 가 된다. 이 시에서 우리는 이규보란 사람이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이규보의 아내는 그런 남편 때문에 얼마나 속이 터졌을지 알 수가 있다. 일단, 시의 제목에 나오는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란 부분에서부터 이규보의 애주가 기질이 팍팍 드러난다. 아마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술을 마신 김에 흥취가 올라 시를 지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술고래(!) 이규보는 평소에 술을 물 마시듯 하던 사람이라, 오히려 모처럼 술을 안 마신 날이 특별한 날로 생각될 지경이어서 바로 그 날 이 시를 지었다. 一日不飮戱作(일일불음희작)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희롱..

이규보(李奎報) 시문(19) - 설중방우인불우(雪中訪友人不遇)

올해로 7년째 새해 첫 번째 날에 이규보의 시를 올리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새해맞이용으로 올릴 만한 시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 어쩌면 내년부터는 새로운 무언가가 이규보의 시를 대신할 지도 모른다. 가급적 이 전통 아닌 전통을 이어가도록, 내년부터는 이규보의 시 중에 새해 첫날과 어울릴 만한 적당한 시가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야겠다. 오늘 올릴 시는 雪中訪友人不遇(설중방우인불우)라는 작품이다. 시 속의 계절로 보아도, 내용으로 보아도, 새해맞이용으로 적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규보가 한겨울에 눈을 헤치고 친구를 찾아갔으나 공교롭게도 친구가 집에 없어서 만나지 못하게 되자, 자신이 다녀갔다는 흔적을 시인답게 운치 있는 방법으로 남겼다는 내용이다. 雪中訪友人不遇(설중방우인불..

이규보(李奎報) 시문(18) - 사인혜선(謝人惠扇)

오래간만에 이규보의 시를 한 수 올린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름철이 되면 푹푹 찌는 더위를 기념(?)하는 뜻으로 여름 더위와 관련된 시를 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고른 '사인혜선(謝人惠扇, 부채를 선물한 이에게 고마워하다)' 은 부채를 선물해 준 누군가에게 고마워 하는 마음에서 지은 작품이다. 다만, 부채를 주고받았다는 점과 서늘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아 이 시 속의 계절이 여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여름은 악명(!) 높은 1994년 여름을 넘어설 수준으로 대단한 여름이다. 이 여름이 하루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아, 고려 시대 에어컨(...은 너무 심했나? 그렇다면 그냥 선풍기 정도로... ^^;;)이라 할 수 있는 부채에 관련된 이 시를 포스팅하겠다. 謝人..

이규보(李奎報) 시문(17) - 신축정단(辛丑正旦)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언젠가부터 세월 가는 게 빠르다는 어른들 말씀을 실감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냥 빠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빛의 속도인 것 같다. 2017년이라는 연도에도 아직 익숙해지지 못 했는데 벌써 2018년이 되어 버리다니... 아마 이번 2018년도 순식간에 지나가겠지... 이제는 새해가 기쁜 게 아니라 또 한 살 더 먹었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마음은 아직도 파릇파릇한 10대이건만 몸은 이미... ㅠ.ㅠ 고려시대 사람인 이규보 아저씨도 새해가 마냥 기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아무리 부르짖어봤자 나이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속세의 일에는 초탈한 것처럼 굴던 고려시대의 호방한 시인도, 설날을 맞아 한 살 더 늙게된 것이 좋긴 ..

이규보(李奎報) 시문(16) - 고열(苦熱)

작년 여름에 이어 올해 여름도 푹푹 찐다. 이상고온이 시작되었던 6월에 이미 '이번 여름도 보통이 아니겠구나.' 하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막상 무더위가 닥치니 진작 예상했던 건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미리 알았다고 해서 무더위가 괴롭지 않게 느껴지는 건 아니니까...! ㅠ.ㅠ 이규보의 시 중에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시가 한 편 있어서 소개하려 한다. '견디기 힘든 더위' 라는 뜻의 고열(苦熱)이다. '고통스러울 고(苦)' 자가 들어간 열기(熱)라니, 요즘 기승을 부리는 찜통 더위에 딱 맞는 표현이다. 이규보가 살았던 고려시대의 여름은 지금보다는 덜 더웠을 것 같지만 대신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게 없었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도 우리만큼이나 여름이 되면 더위에 진저리치며 고생했을 것이다. 고려..

이규보(李奎報) 시문(15) - 방서(放鼠)

오늘 소개할 이규보의 시는 '쥐를 풀어주다' 라는 뜻의 放鼠(방서)라는 시다. 이 시의 주제는,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대자연 앞에서는 한 마리 쥐와 마찬가지로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즉, 자연을 예찬하는 내용이며 인간의 교만함을 경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시가 좀 다르게 읽힌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비판적인 시로 보인다. 그래서 이 시를 먼저 읽고서 이 시에 대한 해석을 읽었을 때 '응? 이게 뭐지?' 하는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일단, 시 내용부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放鼠 (방서) 쥐를 풀어주다. - 李奎報(이규보) - 人盜天生物 (인도천생물) 사람은 하늘이 낸 물건을 훔치고 爾盜人所盜 (이도인소도) 너(쥐)는 사람이 훔친 것을 훔치는구나. 均爲口腹謀..

이규보(李奎報) 시문(14) - 동일여승음희증(冬日與僧飮戲贈)

새해 첫날에는 블로그에게 떡국 대신 이규보의 시를 먹여주는 게 전통(?)으로 굳어지려나 보다. 이번에도 이규보의 시로 새해의 문을 열어보려 한다. 이번에 소개하 시는 冬日與僧飮戲贈(동일여승음희증)인데, 풀이하면 '겨울날 승려와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지어주다.'라는 뜻이다. 제목에서부터 장난기가 뚝뚝 흘러넘친다. 원래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승려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모자라(틀림없이 이규보가 술 마시자고 꾀었을 듯... ^^), 그 승려를 놀리는 의미의 시까지 지었으니... 이규보 이 아저씨 정말 짓궂다. 冬日與僧飮戲贈 (동일여승음희증) 겨울날 승려와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지어주다. - 李奎報(이규보) - 酒能防凜冽 (주능방늠열) 술은 능히 추위를 막아주니 俗諺號冬冠 (속언호동관) 속담에 이르기를 ..

이규보(李奎報) 시문(13) - 죽부인(竹夫人)

이번에 소개할 이규보의 시 죽부인(竹夫人)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에 여름밤에 쓰던 침구 '죽부인' 을 소재로 하고 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이틀만 지나면 중복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위에 고생할 것을 기념(?)하는 뜻에서 이 시를 골랐다. 먼저, 죽부인이란 게 무엇인고 하니... 대나무로 만든 살을 이용해서 공기가 통하도록 듬성듬성 엮어 만든 침구를 말한다. 길이는 성인 여자의 키 정도 되고, 굵기는 한 팔로 안을 수 있을 정도다. 무더운 여름에 죽부인을 팔과 다리로 끌어안고 이불 속에 누우면, 대나무 특유의 차가움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이불 위아래로 삐져나온 죽부인을 통해 공기가 들어오기까지 한다. 그러니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여름밤을 보내는 데 매우 ..

이규보(李奎報) 시문(12) - 아삼백음주(兒三百飮酒)

이규보의 시를 벌써 12번째 블로그에 올린다. 그 동안 이규보의 시를 소개하면서 몇 번이나 쓴 말이지만, 이규보 이 아저씨는 정말로 고려시대 1급 주당이었나 보다. 이규보가 얼마나 술을 마셔댔으면, 이규보의 아들마저 아직 젖니도 갈지 않은 나이에(즉, 요즘 같으면 이제 유치원이나 다닐 나이에) 술을 마셨다. -0-;; 어린 마음에, 술이라는 게 얼마나 맛이 있으면 아버지가 저렇게 자주 마실까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 라는 말처럼, 이규보 스스로는 말술을 마셨으면서 막상 어린 아들이 술을 마시자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시로 풀어 남겼다. (이규보 아저씨, 이런 시 지을 시간에 차라리 금주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게 아들에게 좋은 본보기..

이규보(李奎報) 시문(11) - 동일여객음냉주희작(冬日與客飮冷酒戱作)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또 다시 이규보의 시로 새해의 문을 열어보려 한다. 이러다가 '설날은 무조건 이규보의 시...!' 가 내 블로그의 전통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 '겨울날 손님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라는 뜻을 가진 冬日與客飮冷酒戱作(동일여객음냉주희작)라는 시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봐도 그렇고, 연말연시는 망년회와 신년회로 술 마실 일이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요즘에야 따끈한 술을 마실 일이 거의 없이 술 하면 당연히 차가운 술이 보통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술자리에서 종종 장난 삼아 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참 여러가지로 현대의 상황과도 상통하는 시 제목이다. 그런데 옛날 옛적 문인이니 예술가니 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술을 좋아했을까... 이규보의 시 중에서 내가 아는 ..

이규보(李奎報) 시문(10) - 청춘부재래(靑春不再來)

2015년이라는 연도가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벌써 2015년이 다 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별 감흥이 없던 '세월이 빠르다' 는 말을, 이제는 몸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 역시 그렇다. 이 친구 저 친구 할 것 없이 눈가에 잔주름이 생겼네, 흰 머리카락이 나네, 지성이라 고민이었던 얼굴 피부가 이제는 건조해졌네, 전에는 가볍게 앓던 감기를 이제는 1주일 이상 호되게 앓게 되었네 하며 야단이다. 나도 몇 년 전부터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낀다. 전에는 추운 날씨에 두툼한 옷을 입으면 그저 따뜻해서 좋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커다란 반달곰 한 마리가 어깨에 무등 탄 것처럼 어깨가 무겁게 느껴져서, 어지간하면 외투 없이 추운 상태로 있는 쪽..

이규보(李奎報) 시문(9) - 미인원(美人怨)

오늘 소개할 이규보(李奎報)의 시 미인원(美人怨)은 형식적인 면에서 독특하다. 이 시는 회문시(回文詩)라는 종류에 속하는데, 원래대로 읽어도(順讀 : 순독) 거꾸로 읽어도(逆讀 : 역독) 전부 뜻이 통한다...! 회문시는 뜻만 통하면 되는 게 아니라, 순독하는 경우에도 역독하는 경우에도 한시 특유의 엄격한 압운이 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문학 쪽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지을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뛰어난 문인들은 술자리 등에서 이 회문시 짓기를 오락으로 즐겼다고 한다. (나 같으면 머리에 쥐가 날 만큼 고민스럽기만 할 것 같은데 그런 어려운 것을 오락이라고 즐기다니, 역시 뛰어난 사람들은 취향이 다 특이한가 보다... -.-;;) 이 시는 그 제목부터가 '미인의 원..

이규보(李奎報) 시문(8) - 단오견추천여희(端午見鞦韆女戱)

올해 6월 20일이 음력으로 5월 5일, 즉 단오다. 마침 이규보(李奎報)의 시 중에 단오를 소재로 한 것이 있기에, 단오를 맞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단오견추천여희(端午見鞦韆女戱)다. 예전에는 단오라는 풍습이 여자들에게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이규보가 살던 고려시대야 그렇지도 않았지만, 조선시대에는 여자들의 외출이나 행동에 제한이 많았다. 남자들도 단오에 씨름을 즐기며 즐거워했겠지만, 여자들이 그네를 뛰며 즐거워하는 것 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평소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에게는 모처럼 합법적(?)으로 산에서 들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기회였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한바탕 그네를 뛰고서 땀에 젖은 머리와 몸을 창포물로 개운하게 씻어낸 다음에 수리떡 나눠먹으며 담소를 나..

이규보(李奎報) 시문(7) - 방엄사(訪嚴師)

2015년의 첫날, 블로그에게 떡국 대신 먹일 포스트는 이규보의 시다. 문득, 작년 첫날도 그러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블로그 목록을 보니, 2014년 첫날 뿐 아니라 2013년 첫날도 이규보의 시를 소개했다. 아무래도 매년 첫날에는 이규보의 시를 올리는 게, 이 블로그의 관행으로 굳어버릴 것 같다. ^^ '백주시' 를 통해, 술 애호가임을 드러낸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 ☞ 이규보(李奎報) 시문(5) - 백주시(白酒詩)(http://blog.daum.net/jha7791/15790957) 이규보란 사람이 술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깊은 산 속에 있는 절로 승려를 찾아가서까지 술을 즐겼던 모양이다. 그 승려와 친분이 무척 도타웠는지 종종 찾아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왕 번잡한 속세에서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