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미드 '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 시즌3 중 'Kamsahamnida(감사합니다)'

Lesley 2019. 7. 9. 00:01


  그 동안 나에게 미국 드라마라는 것은 '기발한 상상력과 소재로 만든 짜임새 있고 세련된, 그러나 잔잔하고 인간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 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지금까지 내가 푹 빠졌던 미국 드라마를 보면...  일단, 정확한 장르를 알 수 없는 짬뽕(!)물(굳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스릴러+SF+음모론 드라마 정도? ^^)인 엑스파일,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타 트렉이나 배틀스타 갤럭티카 같은 SF물, 성범죄 및 가정폭력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범죄수사물인 로 앤 오더 SVU 등이다.  즉, 모두 우리의 평범한 현실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작품들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보고 있는 '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 는 다르다.

  올해 상반기에 시즌3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오가며 보여주는 '가족 드라마' 다.  미국 드라마 중에서 이런 종류를 본 적이 없어서 참신한 느낌마저 들 지경이었다. (어쩌면 미국 드라마에도 이런 장르가 많은데 내가 안 봤던 건지도... ^^;;)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대목이 많아서 블로그에 올릴까 하는 생각을 진작부터 했다.  그러나 가족 드라마답게 주요 등장인물이 여러 명인데다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서, 내용이 방대한 편이다.  게다가 잔잔한 가족 드라마치고는 의외로 복선과 반전이 자주 나오기까지 해서, 포스팅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3 중에 한국인이라면 흥미있어 할 에피소드가 있어서, 그 부분만 소개할까 한다.

  시즌3 중 6번째 에피소드인데, 제목이 'Kamsahamnida(감사합니다)' 다.  처음에는 이게 한국어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생각을 못 하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직업군에서만 쓰는 방언이나 은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인터넷 영어 사전으로 검색까지 했다. (당연히 영어 사전에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라고 나왔음. ^^;;)




  이 에피소드에 대해 쓰기 전에, 최대한 간단하게 배경 설명 좀 하자면...


  드라마 속 피어슨 집안의 자식은 세 쌍둥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피어슨 부부의 친자녀인 케빈케이트 및 양자인 랜들이다.  피어슨 부부는 세 쌍둥이(2남 1녀)를 낳았는데 그만 셋째 아이가 출산 과정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마침 피어슨 부부의 아이들과 같은 날 태어났으나 바로 그 날 소방서 앞에 버려진 랜들이 같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피어슨 부부, 특히 아빠는 자기 아들딸과 나란히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랜들을 보고 강렬한 운명을 느꼈다.  그래서 아내를 설득하여 랜들을 입양해 키우게 되었다.


  문제는, 피어슨 가족은 백인 가족인데 랜들만 흑인이라는 점이다.

  드라마 초반부를 보면 세 쌍둥이 중 랜들이 제일 잘 나가는 것 같다.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서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영재학교를 다녔고, 명문대를 졸업한 후에는 월가에서 고소득 직장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세 쌍둥이 중 유일하게 가정을 이루어 똑똑하고 매력적인 아내와 귀여운 두 딸과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만 성공한 직장인이며 완벽한 가장일 뿐, 실제로는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 살아왔다.  마음 밑바닥에는 항상 '나의 뿌리는 어디인가?  그리고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과 고뇌가 도사리고 있었다.  피어슨 부부가 친자식들과 전혀 차별하지 않고 사랑을 쏟아부어 키웠다고는 해도, 백인 가족 속 유일한 흑인으로 자랐으니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잖아도 다정다감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성격인데,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상처도 받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드라마 도입부에서 시한부 인생인 생부를 만나 몇 달이나마 함께 지냈던 일이, 랜들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다.

  생부가 사망한 후 유품을 정리하러 생부가 살았던 허름한 공동주택에 갔다가, 이 정의감 넘치는 이상주의자 아저씨가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생부와 정을 나누며 살던 공동주택의 이웃들이 열악한 동네 환경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을 보고, 그저 몇 가지 도와주려던 것 뿐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시의원이 자신도 이 지역 출신의 흑인이면서 동네 환경 개선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을 보고 분노해서 따지다가, 아예 자신이 시의원 선거에 나가서 지역 환경을 뜯어고치기로 마음 먹는다. ('핸드폰 싼 집 찾다가 열불 터져서 내가 차린 핸드폰 가게' 비슷한 상황... ^^;;)


  그러나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똑똑하고 순수하며 의욕이 넘친다고 해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랜들이 출마한 지역의 흑인들이 보기에, 랜들은 흑인이면서 동시에 흑인이 아닌 애매한 인물이다.  피부색만 보면 분명히 자기들과 같은 흑인이고, 자기들과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던 다정한 이웃의 아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백인 가정에서 자랐고 지금도 주로 백인이  사는 부유한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14만 3천 달러짜리 벤츠를 몰고 다니는 랜들에게, 빈민층 흑인들은 도무지 동질감을 느낄 수 없다.  '우리와 다르게 곱게 자란 탓에 뭘 몰라서 잠깐 설치는 거겠지.' 라고 회의적으로 생각하거나, 아예 '겉만 흑인일 뿐 속은 백인인 저 놈이 우리를 이용해서 정치인으로 출세하려고 하네.' 식으로 색안경을 쓰고 본다.  그래서 현재의 시의원이 자기네 지역 발전을위해 아무 일도 안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사람이 자기들과 같은 빈민층 흑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계속 표를 몰아주려 한다. 

  랜들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못 해 속이 터질 지경이다.  자신은 진심으로 가난한 흑인 커뮤니티를 위해 무언가 해보겠다고 선거에 나선 건데, 정작 흑인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자, 바로 이 시점에서 시즌3의 6번째 에피소드 'Kamsahamnida(감사합니다)' 가 시작한다.


  세 쌍둥이 중 맏이인 케빈이 랜들에게 전화를 한다.

  케빈은 오랫동안 무명 배우로 지내다가 최근에 한 시트콤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다.  케빈과 랜들은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성장과정에서 갈등을 많이 겪었다. (주로 짓궂고 극성 맞은 케빈이 얌전한 랜들을 괜히 건드리거나, 부모에게 곰살맞게 굴며 사랑받는 랜들을 질투하며 시비를 걸었다는... ^^;;) 

  하지만 함께 자란 형제로서의 정도 끈끈하기 때문에, 랜들이 선거에 출마한다는 걸 알고 뭔가 돕겠다며 연락을 한 것이다.  그러나 랜들로서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그렇잖아도 흑인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흑인' 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백인 형제가 떡하니 등장하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표도 날아갈 게 뻔한다. 


  어찌되었거나 케빈이 따로 할 이야기도 있다고 하니 만나기는 해야 한다.

  그래서 가급적 흑인들 눈에 안 띄도록, 출마 지역의 한국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한다.     



케빈을 알아보고 놀라는 여자 손님들.

씩 웃으며 "네, 저 맞아요." 라고 말하는 케빈. ^^



  랜들은 사람들 눈에 안 띌 장소라며 한국음식점을 골랐는데, 이게 웬걸...

  랜들이 자기 형제의 유명세를 과소평가했다.  음식점 화장실에서 나오던 젊은 여자 손님들이, 먼저 도착해서 랜들을 기다리던 케빈을 알아보고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여자 손님들이 한국인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미국에 있는 한국음식점에 한국인만 가라는 법은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



유명배우를 위한 서비스 음식 등장이오~~

어리둥절해 하는 랜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고개까지 숙이는 케빈.

한국어와 한국식 인사에 기뻐하는 음식점 사장.



  잠시 후 랜들도 도착해서 케빈과 함께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아직 음식을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음식점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웬 음식을 내온다.  랜들은 뭔가 착오가 있나 보다 하고 당황해 하는데, 알고 보니 사장이 케빈을 알아보고 서비스로 가져다 준 것이다.  

  

  랜들은 워낙 진지한 성격이라 시트콤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케빈이 출연한 시트콤도 본 적이 없다.

  시즌1에서 그 일로 케빈이 무척 서운해하며 랜들과 입씨름을 벌이다가, 어린 시절부터 두 사람 사이에 쌓였던 앙금까지 터져서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  그러니 랜들은 케빈이 유명해졌다고는 해도 크게 실감을 못 했다.  그런데 미국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소수민족인 한국인이 케빈을 알아보고 서비스 음식까지 주는 것을 보았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랜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케빈은 친절하고 예의 바른 얼굴로 "감사합니다" 라고 한국어로 말하면서 한국식으로 고개까지 숙여 인사한다.  사장은 그렇잖아도 유명 배우가 자기 음식점에 찾아온 것에 들떠있었는데, 그 배우 입에서 자기 언어로 된 감사 인사가 흘러나오기까지 하니 무척 기뻐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표정 짓는 랜들.

'이 정도야 당연하지' 라는 표정 짓는 케빈.



  사장이 자리를 뜬 후, 여전히 놀라워 하는 랜들에게 케빈이 설명해준다.

  "매니(케빈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시트콤) 때문이지.  한국에서 최고 인기 드라마거든.  농담이 아니야.  내 이름으로 된 케이팝(!) 노래도 나올 것 같던데.  너도 다 알아서 여기서 만나자고 한 줄 알았어."  이 때 케빈은 이 정도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지만, 표정을 보면 은근히 자랑하는 빛이 드러난다. (마치 '내가 이렇게 잘 나가는 배우인 걸 너만 모르지, 남들은 다 알고 있거든!' 하고 말하는 것 같은... ^^;;)



케빈에게 새로운 선거전략을 말하는 랜들.



  케빈의 인기가 자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는 데 놀라던 랜들 머리 속에, 문득 기막힌 생각이 떠오른다.

  케빈을 자기 선거운동 사무소로 데리고 가서 유권자 관련 서류를 찾아본 후 말한다.  랜들이 출마한 지역의 한국인 유권자 숫자가 흑인 유권자 숫자와 비슷한데, 한국인들의 투표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흑인들에게 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표를 끌어올 수만 있다면, 불리한 판세를 뒤집고 당선될 수 있다...!

 


케빈의 유명세를 업고

한국인들에게 선거유세를 하는 랜들.



  랜들은 케빈을 데리고 한국인 시장에 간다.

  랜들이 기대했던 대로, 장을 보러 온 한국인들이 케빈을 알아보고 모여들어 같이 사진을 찍자고 부탁한다.  그렇게 한국인들 눈길을 잡아끄는데 성공한 랜들은 한국인들에게 열심히 선거유세를 한다.



랜들 앞에 등장한 유재원.



  이 때 유재원이란 한국계 청년이 등장한다.

  할머니와 여동생과 같이 나타난 유재원은 생긴 것만 보면 서글서글한 인상인데, 처음 만난 랜들에게 꽤나 날카롭게 나온다.  흑인들의 표를 못 얻으니 한국인 표를 얻어서 당선될 속셈 아니냐고 정곡을 찌른다.  그리고 어차피 한국인 커뮤니티에 관심도 없을 테니 선거만 끝나면 두 번 다시 안 올 거 아니냐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랄하게 말한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 는 생각으로

정공법을 택하는 랜들.



  그러나 랜들이 누구인가...!

  고등학교 졸업반 때 아빠한테, 자신은 장차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하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가정에 소홀하게 될까 두렵다고 털어놓았던 사람이다.  당시 아빠는 그런 걱정을 하는 18살짜리 소년은 지구상에 랜들 한 명 밖에 없을 거라고 말했다.  반은 아들을 놀리듯이, 또 반은 어린 나이에 이미 사회적 성취와 가정의 행복을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아들에게 감탄하듯이...


  랜들은 애초에 이 선거에 출마한 이유, 즉 자신이 진심으로 이 지역 사회의 발전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호소한다.

  "맞아요.  한 번도 (한국인 커뮤니티에) 와 본 적 없지만 지금 왔잖아요.  그런데 여기로 오다가 빈 가게들을 봤어요.  움푹 패인 길도 봤고요.  자전거 바퀴를 도둑맞을까봐 팔에 끼고 다니는 것도 봤어요.  저는 한국인 커뮤니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릅니다.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요.  하지만 제게 알려주시면 듣겠습니다.  당신 여동생이 계속 통역해준다면 말이죠. (재원의 여동생이 영어를 모르는 할머니에게 한국어로 통역중인 상황)  제가 아는 한국어는 한 단어 뿐입니다.  (한국어로 말하는) '감사합니다.'  (케빈을 가르키며) 제 형제에게 배웠죠.  제대로 발음한 거 맞나요?"



진심은 냉소적인 청년도 열정적으로 변하게 함.

의기투합한 랜들과 재원.



  그 날 저녁 랜들 혼자서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유인물을 봉투에 넣고 있는데, 뜻밖에도 재원이 찾아온다.

  재원 : "우리 할머니께서 지난 몇 시간동안 멋진 손을 가진 흑인(랜들) 얘기만 하세요.  손에 대한 믿음이 있으시거든요."

  랜들 :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핸드크림 덕분이죠."

  재원 : "할머니는 한번도 투표를 해 본 적이 없으세요.  한국에서는 투표권이 없었고, 여기 시민이 된 후에는 어떤 정치인도 서울의 작은 마을에서 온 노인에게 신경 안 썼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75년 만에 처음으로 유권자 등록을 하셨어요.  당신이 정말 (한국인 커뮤니티에) 신경쓰고 있다는 믿음을 줬거든요.  게다가 손도 멋지고요."

  랜들 : "정말로 신경쓰고 있어요."

  재원 : "저는 정치학 석사 학위가 있는데, 2016년 오하이오 13구역의 선거 캠프 보좌관이었어요.  선거 캠페인 매니저가 없다고 들었는데 제가 하고 싶어요."

  랜들 : (흥분을 억누른 표정으로) "미안한데 아직 당신 이름도 몰라요."

  재원 : "재원이에요.  대부분은 존이라고 부르지만."

  랜들 : "저와 제 멋진 손이 당신을 환영해요, 재원."


  후일담을 여기에서 하자면, 재원이 랜들의 선거운동에 합류한 것은 랜들의 당선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재원이 한국인이라 한국인 커뮤니티의 표를 끌어오는데 효과적이기도 하고, 또 재원이란 사람 자체가 상당히 유능한 선거운동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칙주의자이며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랜들과 현실주의자이며 정치판의 생리를 아는 재원 사이에 어느 정도 트러블이 있기도 했지만.




  한국 시장과 고객을 위한 서비스 장면?


  한국 관련한 이 에피소드는 한국 시장과 한국 소비자를 위한 립 서비스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전에 읽은 기사에 의하면, 한국은 인구 규모나 경제 규모에 비해 유독 영화 및 드라마 시장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시장 규모로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한국인이 원래 영화와 드라마를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소에 야근에 시달리고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영화 및 드라마를 자주 보는 것이라고 한다.

  즉, 긴 시간을 투자하거나 가뜩이나 피곤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취미활동보다는, 하루 두세 시간만 투자하면 되고 몸을 쓸 일도 없는 취미인 영화와 드라마 보기에 몰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미국의 드라마와 영화 관련 회사들은 한국에서 떼돈(!)을 버는 중이고...

 

  이 에피소드는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케빈이 출연한 미국 시트콤이 한국에서 무척 인기가 있다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미국 방송업계(+영화업계)의 큰 고객이라 그들이 한국 시장을 중시하고 있음을 어필(!)하려는 듯하다.  또한 케이팝에 대한 언급을 봤을 때, 해외에서 나날이 인기를 끄는 케이팝 이야기도 슬쩍 해서 큰 고객인 한국을 띄어주는 게 아닐까... ^^




  옥의 티 - 한국 여성의 투표권



  드라마의 흐름과는 별 상관없지만, 이 에피소드에 나오는 잘못된 정보 하나를 지적하자면...

  재원은 자기 할머니가 75년만에 처음으로 투표하기로 했다면서, 할머니가 한국에서 살 때에는 투표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드라마 제작진이 한국 상황에 대해 알아보지 않고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드라마에서 75세인 할머니라면 분명히 1940년대에 출생했을 텐데, 그렇다면 한국에서 투표권을 갖지 못 했을 리 없다...!

  그 시절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형편없었던 것과는 별개로,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당시(1948년)부터 이미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보장했다.  그러니 재원의 할머니가 미성년자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간 게 아닌 다음에야, 한국에서 투표권이 없었을 리 없다. (재원이 하는 대사의 앞뒤 상황을 보면 할머니가 미성년자라 당연히 투표권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음.)

  차라리 재원 할머니의 아버지나 남편이 지독한 여성차별주의자라서 '여자가 무슨 투표냐, 그럴 시간 있으면 집안일이나 제대로 해라' 라면서 투표장에 못 가게 했다면 말이 된다.  하지만 투표권 자체가 없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 상황을 모르는 드라마 제작진이 지레짐작으로 만든 장면인 듯하다.

  한국보다 민주주의 역사도 길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높은 서구권에서도 20세기 초중반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투표권을 인정했다.  그래서 드라마 제작진이 서구권 국가보다 낙후(?)된 국가인 한국은 그보다 더 늦게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을 거라고 넘겨짚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