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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백 시즌5(Strike Back: Legacy) - 미드 속 북한

Lesley 2019. 11. 23. 00:01

 

  이번 포스트에서는 '스트라이크 백(Strike Back) 시즌5' 혹은 '스트라이크 백 : 레거시(Strike Back: Legacy)'  라는 미국, 영국의 합작 드라마를 소개하려 한다.

  스트라이크 백 시리즈는 현재 7시즌까지 방영했는데, 특이하게도 시즌1은 영국에서 제작했지만 시즌2부터는 영국과 미국이 합작해서 제작했다.  장르는 첩보물/액션물인데, '섹션20' 이라는 영국의 대테러기관 소속 요원들이 국제 무대에서 악당들의 음모를 없애기 위해 활약하는 내용이다.

 

  다만, 나는 시즌5에 해당하는 스트라이크 백 : 레거시만 봤고, 여기에서도 시즌5만 소개할 것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이 드라마를 알게 되었는데 대체적인 평은 다음과 같다.  영국이 단독으로 만든 시즌1은 실제 국제관계에 기반을 둔 수작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제작에 참여한 시즌2부터는 돈을 엄청 쏟아부은 덕에 액션은 굉장하지만, 내용은 뻔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두 주인공(모두 남자) 중 한 명이 이 여자 저 여자와 펼치는 베드신이 뜬금없이 아무 때나 튀어나온다. -.-;;

  그러니 어쩌면 '이런 드라마도 있구나.' 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시즌5의 줄거리를 보니 흥미가 급상승...!  시즌5에서 주인공들이 상대할 악당이 북한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호라~~  북한 관련한 내용이라니 다른 건 몰라도 시즌5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앞 시즌을 안 보고 시즌5만 보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곤란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걱정 붙들어 매시라...!

  위에 쓴 것처럼 이 드라마는 액션신이 실감나고 스케일이 크지만, 내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뻔히 보인다. (즉, 클리셰투성이...!)  시즌5만 본 사람으로서 장담하는데, 앞 시즌 내용을 하나도 몰라도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

  그저 '복잡한 머리를 잠시 비울 겸 화끈한 액션을 즐기자' 는 생각 및 '외국 드라마에서 북한을 어떤 식으로 묘사하나' 라는 호기심으로 보면 된다.  게다가 전부 10회차 밖에 안 되어서 보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으니, 가볍게 즐기기에는 딱이다. 

 

  여기에서는 두 주연(섹션20 소속이며 전직 특수부대원인 남정네 두 명)보다는 악당이며 조연인 북한인들 쪽에 초점을 두어 쓰겠다.

  주연들이 몸 사리지 않고 난이도 높은 액션 장면을 열심히 찍었다는 점은 높이 산다. (한 사람이 액션신 찍다가 큰 부상을 입어 촬영이 중단되는 통에 드라마 제작 및 방영이 몇 달 미뤄졌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주연들은 애초에 액션 쪽으로만 특화된 캐릭터라서 액션 빼면 볼 게 없다.  오히려 악당으로 나오는 조연들의 감정선이 잘 묘사되어 있어서, 주연들보다 극중 비중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더 눈길이 갔다.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이야기는 태국 주재 영국대사의 딸이 납치된 사건으로 시작한다.

  영국대사는 전처와 사별하고 한동안 힘들어 하다가 메이(양자경)와 재혼했는데, 전처 소생이며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 납치된 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마침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인질 사건을 함께 해결한 적이 있는 로크 대령이, 현재 영국의 비밀 대테러기관인 섹션20의 수장으로 있다.  그래서 로크 대령에게 도움을 청한다.

  로크 대령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마이클과 데미언을 중심으로 한 구출팀을 만들어 영국대사의 딸을 구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어찌된 일인지 납치범들이 섹션20 요원들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섹션20 요원들은 비밀 구출작전에 관한 정보가 어떤 경로로 누설된 것인지 알 수 없어 당황해 한다.

 

  그 후 납치범들은 영국대사 딸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 대사관으로 보내는 만행을 저지른다.

  구출작전을 시도한 것에 대한 복수이며 앞으로는 무조건 자기들 말에 따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자 영국대사와 메이는 로크 대령만 믿고 모든 걸 맡겼는데, 섹션20이 구출작전을 망쳐서 딸이 더욱 위험해졌다며 화를 낸다.  로크 대령은 영국대사가 딸의 손가락을 본 충격으로 납치범들의 협박에 굴복할까봐 걱정하는데...

  

 

 

딸의 손가락을 보고 로크 대령을 노려보는 영국대사.

남편 옆에서 같이 분노하는 메이.

 

 

  결국, 로크 대령의 걱정이 현실이 된다.

  영국대사는 북한과의 평화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납치범들은 섹션 20이 모르게 영국대사에게 연락을 해서 가방 하나를 북한 대표와의 회담장에 가져가라는 요구를 한다.  대사 지위에 오르기까지 외교가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을 사람이 가방의 정체를 짐작 못 할 리가 없다.  하지만 딸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납치범의 요구대로 한다.  마이클과 데미언의 활약으로 영국대사의 딸이 구출되기는 하지만, 그 직후 가방 속 폭탄이 터지면서 회담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드러나는 메이의 정체...

  폭탄이 터진 와중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영국대사는, 정작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아내 메이에게 살해되고 만다.  메이는 옥스포드 대학 출신의 일본인으로 알려져 있었고, 남편과의 사이가 돈독하며 전처 딸과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모든 게 연극이었다.  실제로는 북한에서 파견한 비밀요원 '리나' 라는 게 드러난다. (리나가 무슨 북한 이름이냐고 묻지 마시라, 나 역시 북한 이름치고는 무척이나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  북한이 오랜 경제제재에 지쳐서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평화회담에 나서자, 자존심만 넘쳐흐르는 북한 강경파가 불만을 품고 평화회담을 망치려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리나는 남편을 죽인 후에 자기 정체가 드러나자, 태국에 진출한 일본 야쿠자 조직과 손잡고 섹션20의 추격을 피해 다닌다.  그러더니 야쿠자를 통해 일본에서 밀수한 핵물질을 갖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다.

 

 

 

북한 평양에 도착해서 문영수와 만나는 리나.

 

 

  문영수(나광훈)는 북한 군부의 고위인사인데 리나를 어려서부터 훈련시켰다고 한다.

  평양에 도착한 리나에게, 리나는 자신이 키워낸 아이들 중 최고의 인물이라고 칭찬하며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여담으로 문영수 역을 맡은 '나광훈' 이란 배우의 경력이 특이한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설명하겠다. 

 

 

 

전혀 평양스럽지(?) 않은 평양의 공항 모습.

 

 

  당연한 말이지만, 이 드라마 속에 나오는 북한은 실제 북한이 아니다.

  자신들의 치부를 묘사하는 드라마 촬영을 허가할 리도 없고, 아마 제작진도 북한에서 촬영을 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까딱 잘못 하면 드라마 찍다 말고 아오지 탄광 체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

  드라마 속 북한 장면은 실제로는 헝가리와 체코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북한이라고 나오는 장면은 화면을 세피아톤으로 보이게 해서 암울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헝가리 혹은 체코에 살고 있는 동양계 어린이는

죄다 끌어모은 듯한 장면. ^^;;

 

 

  문영수는 특수요원을 양성하는 학교로 리나를 데려간다. 

  리나 역시 어려서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 리나의 후배뻘인 아이들이 부동자세로 서서 체제 수호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며 리나와 문영수를 맞는다.  그리고 여기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 했던 연인 권준서(윌 윤 리)와 재회한다.

 

  내용 전개상 엉성한 구석이 제법 보이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리나와 권준서의 재회 장면이다.

  아마 리나가 영국 외교관에게 접근해서 결혼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권준서와 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만난 두 연인은, 어린 시절 함께 공부했던 교실에서 서로 반대쪽으로 교차해서 걷는 것을 반복하며 대화를 나눈다.  표정은 덤덤하고 목소리 또한 침작하지만, 서로를 스쳐지나가며 보내는 눈빛이나 옛날 자신들이 앉았던 책상을 짚는 손가락에는 설레고 긴장된 감정이 실린다.

 

 

 

양자경과 윌 윤 리의 열연이 돋보였던 장면.

"여기가 당신 책상이고 여기가 내 책상이었죠."

 

 

 

권준서의 손이 먼저 닿은 자기 책상을 만질 때

떨리는 리나의 손.

서로 엇갈려 걸으면서 손가락을 스치는...

 

 

  리나는 차츰 북한 당국의 태도에 실망하게 된다.

  자신이 목숨 걸고 가져온 핵물질로 어서 제대로 된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당과 군부는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며 좋아할 뿐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영국 외교관의 아내로 살았던 리나가 서구 사상에 물들지 않았나 의심까지 하며, 하필이면 권준서를 감시 담당으로 붙여놓기까지 한다.

 

 

 

깨알 같은 이상한 한글 표어.

'빛내이는' 은 무엇이며 '창조자 가' 는 왜 떨어졌는가... ^^;;  

 

 

  핵무기 개발 공장으로 시찰나온 당 간부와 영접하는 군부 인사들이 자축의 악수를 나눈다.

  리나는 핵물질이 북한에 들어간 것을 아는 서방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며 경비 인력을 늘여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승리감에 들뜬 고위직 인사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흥분한 무리와 떨어져 한쪽 구석에 선 리나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한다.  그리고 상관들과 함께 서 있던 권준서는 그런 리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리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당황해하며 얼굴을 돌린다.

 

  결국 리나의 우려가 들어맞아 핵무기 개발 계획이 틀어진다.

  섹션20의 마이클과 데미언이 북한으로 잠입해서 핵무기 개발 공장에 폭탄을 설치해 공장을 박살낸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며 진작부터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리나는, 섹션20과 북한 당국 모두에게 분노한다. 

 

 

 

일개 드라마일 뿐인데도 폭파신이 영화급임.

(미국 제작사의 빵빵한 자본력이 돋보이는 장면.)

 

 

  이 드라마에서 제일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마이클과 데미언이 북한에서 종횡무진하는 장면이다.

  차라리 우리 남한이라면 워낙 많은 외국인이 드나들기도 하고 거주하고 있기도 하니, 마이클과 데미언이 관광객이나 주재원 정도로 위장해서 입국하여 일을 벌인다고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어떤 곳인가?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에서 북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두 백인이, 비록 안내역을 맡은 북한인 조력자도 있고 산길을 통해 몰래 움직였다고는 하지만, 북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극비시설인 핵무기 개발 공장에 무사히 도착하다니...  이 무슨 개연성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내던진 전개란 말인가...!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특수요원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200명도 아니고 20명도 아니고 달랑 2명이서 핵무기 개발 공장을 통째로 날려버렸다는 사실...! -0-;;  만일 이런 일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북한 핵 문제는 오래 전에 해결이 되었을 테고, 더 나아가 남북통일도 벌써 이루어졌을 것이다.

 

 

 

마이클 아들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마이클과 데미언을 협박하는 리나.

 

 

  마이클과 데미언은 핵무기 공장을 폭파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만 붙잡히게 된다.

  리나는 마이클과 데미언에게 모든 일이 영국의 음모라는 거짓 자백을 하라고 강요한다.  그러면서 데미언의 아들을 데려다가 그 머리에 총을 겨누고 협박한다.

 

  그러나 마이클 일행은 어찌어찌 탈출하는데 성공하고, 북한은 리나를 토사구팽하려 든다.

  만일 마이클 일행이 거짓 자백을 했더라면, 북한은 그것을 빌미 삼아 영국 등 서방세계에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 일행이 도망쳤으니, 평회회담장에서의 가방 폭탄 사건과 핵물질을 밀반입해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 바로 꼬리 자르기...!  즉, 자신들은 진심으로 평화회담에 응할 생각이었는데 리나가 혼자 설치면서 대형사고 쳤다는 식으로 밀고나갈 생각으로,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리나를 처형하여 일을 수습하려 한다. 

 

  문영수는 정원에 홀로 서 있던 리나에게 다가선다.

  "너에게 잘못이 없다는 걸 안다" 라고 말하면서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서 당에서 리나를 처단하기로 결정했으니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차라리 그냥 죽이는 게 낫지, 이런 식으로 이해해주는 것처럼 말하면서 결국 궁지로 몰아넣는 사람이 더 얄미움. -.-;;)

 

 

 

문영수에게서 당의 처분을 듣는 리나.

 

 

  헝가리 혹은 체코에서 촬영했다는 이 장면도 '가짜 북한' 티가 난다.

  디서 구한 건지 커다란 돌불상을 정원에 가져다 놓는 등 제작진이 최대한 동양 분위기를 풍기려고 애쓴 것은 알겠는데...  일단, 북한에서는 종교라는 것을 혹세무민이나 하는 이상한 사상 취급한다.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괴뢰 종교단체가 몇 개 있다고는 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군부 인사들이 드나드는 정원에 불상이 웬 말이냐...  그리고 북쪽에 있어서 지구 온난화 이전에는 대나무도 보기 힘들었다는 북한 정원에 있는 식물들이란 게 전부 아열대 식물이다. ^^;;

 

 

 

리나의 뒤편에서 총을 쏘려다가

자기가 뒤편에서 총격받고 쓰러지는 문영수.

 

 

  위에서 리나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권준서는 결국 리나 편에 선다.

  그 동안 상급자에게 계속 이의를 제기하는 리나를 걱정하며 보호하고 싶어하면서도, 당의 눈치를 보느라 나서지 못 하고 안타까워 하기만 했다.  그런데 리나의 처형 명령이 떨어지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두 사람은 문영수의 시신을 뒤로 한 채 북한을 탈출한다.

 

  이때부터 리나는 북한 당국과 인연을 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리나는, 비록 잔뜩 뒤틀린 형태의 애국심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자기 나름대로 애국심을 불태우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리워 했던 조국에서 보게 된 것이라고는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 무사안일에 젖은 행태, 목숨 걸고 일하는 현장 요원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사용하다가 버리는 뻔뻔스러움 뿐이다.  그에 실망한 나머지 이제는 조국을 위해서 자기 방식대로 나서기로 한다.

 

  문제는, 조국을 위한답시고 벌인 활동이란 게 UN 회담장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는 일이라는 것...!

  먼저, 회담장에 모인 각국 외교관 중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국가의 외교관들을 한꺼번에 죽여서 앙갚음을 할 수 있다.  동시에, 북한 쪽 요원이 저지른 테러라 북한 당국이 명령한 게 아니더라도 북한은 비난과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니, 궁지에 몰린 북한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즉, 리나에게는,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자존심을 세우는 것만 중요할 뿐이다. (리나가 질색하는 부정부패에 빠진 북한 고위층보다 더 무서움...!)

 

 

 

리나를 지지하면서도

리나와의 평범한 삶을 원하는 권준서.

그런 권준서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비틀린 대의를 내세우는 리나.

 

 

  리나와 권준서는 섹션20의 추격을 따돌리고, 영국의 모 은행 보안금고에 있던 핵무기 관련 암호 책자를 빼내는 데 성공한다.

  권준서는 조국에 등을 돌리고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리나의 계획을 돕지만, 모든 것을 잊고 리나와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다.  권준서의 말을 들으며 리나 역시 회한 어린 표정을 짓지만 곧 권준서를 설득한다.  자신들은 조국의 부패를 척결하고 조국을 변하게 하기 위해서 이미 결단을 내렸다고.  그러자 잠시 흔들렸던 권준서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리나 일당은 북한 관련 회담이 벌어지고 있던 제네바의 UN 회담장을 점거하고 핵폭탄을 작동시킨다.

  리나가 TV 생중계로 자기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장면에서는 복잡하면서 묘한 기분이 든다.  리나가 하는 주장의 요지는 "미국 등 강대국들은 자기들도 핵폭탄을 갖고 있으면서 왜 다른 나라가 핵폭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방해하고 제재를 가하느냐" 이다.

  사실, 말만 놓고 보면 맞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세계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면 말이 되지만, 자기들은 계속 핵무기를 보유할 생각이면서 남들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 하게 하는 건 강대국들의 억지주장이며 행패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에야 핵보유국들이 서로 조심스러워 하며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그런 분위기가 영원토록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하지만 당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북한이 그 동안 저지른 짓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북한과 대치중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북한이 제대로 된 핵폭탄을 수중에 넣게 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강대국들이 핵폭탄으로 끔찍한 일을 저지를 가능성이 미래의 위험이라면, 북한이 핵폭탄으로 엄청난 일을 저지를 가능성은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아... 너무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다...

 

  당연하게도(!) 마이클과 데미언이 폼나게(!) 등장해서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다.

  권준서는 총에 맞아 쓰러지고 리나 역시 마이클이 겨눈 총을 마주하게 된다.  핵폭탄이 폭발하기까지 5분도 안 남았다.  카운트다운을 멈추려면 리나에게서 해제코드를 알아내야 하니, 마음이 급해진 데미언이 쓰러져 있는 권준서의 다리에 총을 쏜다.  리나를 직접 협박하거나 쏘아봤자 그 성격에 죽어도 입을 안 열게 게 뻔하니, 권준서를 이용해 리나를 압박한 것이다.

 

  처음에는 버티던 리나가 결국 해제코드를 털어놓자, 마이클이 서둘러 그 코드를 입력한다.

  핵폭탄이 멈추는 것 같아서 다 해결되었나 보다 했는데...   그나마 5분 정도라도 남았던 카운트다운 시간이 2분으로 확 줄어든 상태로 다시 작동한다...!  마이클과 데미언은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된다.

  그 와중에 리나와 권준서가 의미심장한 눈짓을 주고 받더니, 곧 권준서가 칼로 자기 목을 찔러 자살한다.  가뜩이나 제정신이 아닌 데미언은 아예 넋이 나갈 지경이 되어 버린다.

 

 

 

비틀린 신념이 낳은 비극적인 결과.

 

 

  하지만 마이클이 급히 폭탄 전문가로 보이는 옛날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폭발 2초 전에 핵폭탄을 멈추는데 성공한다.

  핵폭탄을 멈추게 되는 과정을 보면 '이게 어른용 드라마가 맞나, 혹시 어린이용 드라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원래 좀 엉성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알고 본 거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

  어찌되었거나 주인공들이 동분서주한 덕에 제네바 한복판에서 핵폭탄이 터져 수많은 이가 죽고 다치는 비극은 막아냈다.  리나는 비뚤어진 신념으로 움직이다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결과를 얻었을 뿐이다. 

 

  그 후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용두사미...

  로크 대령, 마이클, 데미언은 생포한 리나를 영국의 다른 정보기관(섹션20이 비밀 기관인데 비해 이쪽은 공식적인 기관인 듯.) 수장인 찰스에게 넘긴다.  문제는, 찰스가 리나 일당이 대형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는 섹션20의 예측과 경고를 무시했던 탓에, 막상 테러 미수 사건이 터지고 나니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는 것.  게다가 영국이나 북한이나 전쟁까지 가는 건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하마터면 핵폭탄이 터질 뻔한 엄청난 사건을 대강 묻어버리기로 결정해버렸다는 것.  결국 찰스는 사건의 전말을 숨기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관련자 모두를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테러리스트이자 증인도 되는 리나는 물론이고, 핵무기 테러를 막는 데 공을 세운 로크 대령까지 죽여버린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회가 남은 상태라서 주인공인 마이클과 데미언까지 죽어버리면 곤란하니, 일단 두 사람은 현장을 무사히 빠져나간다. -.-;;  그리고 끝에서 데미언은 공식적으로는 죽은 것으로 처리되지만 실제로는 살아서 아들과 알콩달콩 살게 되고, 마이클도 그럭저럭 살아남는다는 이야기... 

 

 

 

  개연성 측면에서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만, 그래도 다 본 후에 시간 낭비를 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일단 위에 쓴 것처럼 액션 장면이 화끈하고 시원시원하다.  현실 생활에서 온갖 문제로 스트레스 쌓여서 복잡하거나 진지한 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을 때 보면, 잠시나마 머리가 개운해 질 것이다. 

  그리고 서구권 드라마에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 묘사되는지 보는 즐거움(?)도 있다.  북한인 역할로 나오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리나 역을 맡은 양자경의 대사 중에 나오는 약간의 한국어는 오, 마이 갓~~~! ㅠ.ㅠ  우리나라 드라마 속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이 하는 중국어나 일본어 대사를 현지인들이 들을 때 어떤 기분일지 알게 된다는...)

  또한 드라마상의 설정이라고는 해도, 뉴스에 종종 나오는 문제에 대해 잠깐 생각하게 된다.  북한이 외부세계와 평화회담을 추진하면서 벌어지는 북한 내부의 온건파와 강경파의 갈등이라든지,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 차이가 나는 핵무기 보유 권리(?)라든지...

 

 

스트라이크 백 시즌5(Strike Back: Legacy) - 양자경, 윌 윤 리, 나광훈(http://blog.daum.net/jha7791/1579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