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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3 - 'Hated In the Nation(범국민적 증오)'

Lesley 2018. 3. 8. 00:01

 

 

 

 

  지난 포스트에 이어 역시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3' 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려 한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게 'Hated In the Nation(범국민적 증오)' 이다.  네티즌들이 군중심리에 휘말려 무분별하고 집단적으로 특정인을 공격하는 행위, 정부가 최첨단 기술을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하는 문제, 최첨단 기술이라는 게 무서운 생각을 가진 이의 손에 들어가 잘못 이용되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가 등을 다루고 있다.    

 

  ※ 경고 :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래의 글을 읽지 마시오~~!

 

 

 

 

 

 

  이 에피소드는 형사 '카린 파크' 가 청문회에 출석해서 몇 달 전에 벌어졌던 엄청난 사건에 대해 증언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건 첫째날

 

  '조 파우어스'(이름 때문에 남자로 착각할 수 있는데 여자임.)라는 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인터넷이 들끓는다.

  어떤 장애인이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항의하며 자살했는데, 조 파우어스는 그 장애인의 인격과 죽음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기사를 썼다.  그 일로 조 파우어스를 해고하라는 청원에 2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할 정도로, 조 파우어스는 영국 전체에서 공공의 적으로 찍혀버렸다.  TV와 인터넷 등 미디어를 통해 얼굴이 다 알려져서, 조 파우어스가 지나가면 버스 정류장에 서있던 사람들이 줄줄이 노려보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인이 대놓고 욕을 하는 지경이다.

  하지만 조 파우어스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모든 걸 쿨하게 넘긴다.  SNS에 올라오는 자신에 대한 악플을 읽으며 재미있다는 듯 웃지를 않나, 누군가가 택배로 보낸 욕설이 써진 케이크를 맛있게 먹지를 않나...  그야말로 강심장(!) + 강철멘탈(!)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그런 조 파우어스가 잔인하게 살해된다...!

  파크는 '블루 콜린' 이라는 새로 온 부하 형사와 파트너가 되어 수사를 맡게 된다. (참고로 파크와 콜린 모두 여자임.)

  콜린은 원래 디지털 포렌식팀 소속이었다.  그런데 팀의 업무상 범인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온갖 끔찍한 사진 및 동영상을 자주 보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차라리 현장에서 직접 뛰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수사팀으로 전출 신청을 했고, 파크 밑으로 배정받은 것이다. 

 

 

  사건 둘째날

 

  조 파우어스 살해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그 남편이다.

  그런데 남편은 뜻밖의 말을 한다.  아내가 살해당한 게 아니라 자살했다는 것이다...!  아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머리를 책상에 마구 찧더니 깨진 와인병으로 스스로의 목을 그어 죽었다고 한다.  자신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아내의 행동이 너무 격렬해서 막을 수 없었다며 흐느껴 운다. 

 

  조 파우어스의 남편에 대해 파크와 콜린은 다른 견해를 보인다.

  파크는 조 파우어스의 남편을 의심한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고 남편도 배에 심한 상처를 입은 것을 보니, 부부가 심하게 싸우다가 극단적인 일을 벌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는, 사건 정황 말고도 파크의 개인적 경험으로 인한 선입관도 한몫을 한다. (파크는 이혼녀인데 언뜻 흘리는 말을 들으면 이혼 과정이 험했던 모양임.) 

  그러나 콜린은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소행으로 본다.  디지털 포렌식팀 출신답게 인터넷이란 게 범죄의 원인도 될 수도 있고 수단도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크가 인터넷상의 비난을 일시적으로만 들끓는 '반쪽짜리 분노' 라고 생각하는데 비해, 콜린은 SNS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조 파우어스에 대한 악플을 주시한다. 

 

  두 형사는 조 파우어스에게 욕설이 써진 케이크를 보냈던 사람을 찾아간다.

  그 사람은 교사인데, 아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정의감으로 그런 짓을 벌인 듯하다.  조 파우어스가 자살한 장애인을 비하하는 기사를 쓰는 대가로 큰 돈을 받았을 거라면서(이 사람의 주장이 맞다면, 조 파우어스는 영국판 '기레기' 인 셈... ^^;;), 문제의 케이크를 조 파우어스에게 보내는 데 드는 돈을 마련하려고 클라우드 펀딩으로 모금까지 했다고 한다.

  콜린은 교사가 SNS에 올린 '조 파우어스에게 죽음을' 이라는 해시태그를 보이며, 조 파우어스가 죽기를 바랐던 것 아니냐고 압박한다.  그러자 교사는 당황해하며 장난이었을 뿐 정말로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으로 '~~에게 죽음을' 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게임이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의감은 넘쳐흐르지만 생각은 많이 짧은 선생님 같음. -.-;;)

 

 

  사건 셋째날

 

  조 파우어스의 시신을 부검하자 뜻밖의 사실이 드러난다.

  이 에피소드 속 영국에서는 꿀벌이 이미 멸종해버렸다.  그래서 최첨단 기술로 개발한 인공꿀벌로 식물들을 수분시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각지에서 꿀벌 숫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듯함.)

  그런데 조 파우어스의 뇌 속에서 바로 그 인공꿀벌이 발견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인공꿀벌이 조 파우어스의 귀를 통해 들어가 뇌에 터널(!)을 뚫어 엄청난 고통을 일으킨 탓에, 조 파우어스가 발작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리고 끔찍한 고통을 이기지 못 하고 자살까지 한 것이다.

 

  파크와 콜린은 인공꿀벌을 개발한 회사를 찾아간다.

  누군가 인공꿀벌을 해킹해서 조종하는 게 가능한지 묻자, 회사 직원은 자기네 인공꿀벌이 군사기밀 수준으로 암호화 되어 있기 때문에 해킹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는 그 말이 얼마나 허망한 말인지 알고 있다.  해킹 위험이 제기될 때마다 대기업이나 은행 등에서 흔히 하는 주장이 '이러이러한 복잡한 암호화가 되어 있어서 해킹의 위험이 없다' 이다.  그러나 암호화 작업이란 게 결국 사람이 한 일인데, 그 암호를 푸는 해킹을 어째서 사람이 못 한다는 걸까... (수시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서 마침내 공공재가 되어버린 우리의 개인정보... ㅠ.ㅠ)

  두 형사의 끈질긴 태도에 회사 직원들이 마지못해 협조에 나선다.  그리고 조 파우어스가 살해된 시간에 그 집 근처에 있던 인공꿀벌 한 마리가 회사의 통제에서 벗어나 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철통 보안을 확신했던 회사 직원들은 충격을 받는다.

 

  한편, 정보기관인 NCA(국가범죄수사국) 소속의 '숀 리' 요원이 경찰서로 찾아와 바로 전날 유사한 사건이 터졌음을 알려준다.

  '터스크' 라는 유명한 가수가 TV에 출연해서 자신의 춤을 흉내낸 소년을 심하게 조롱했다.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소년이 고개를 떨구며 속상해하자, 사람들은 터스크의 무례함에 분노하며 SNS에 악플을 쏟아냈다.

  말하자면 터스크가 제2의 조 파우어스가 된 셈인데...  누가 제2의 조 파우어스 아니랄까봐 똑같이 인공꿀벌로 살해당한 것이다.

 

  모두가 두 사건이 어떻게 연관된 것인지 궁금해 하는 와중에, 콜린이 중요한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그것은 조 파우어스에게 케이크를 보냈던 교사가 말했던 '~~에게 죽음을' 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게임이다.  소위 '인과의 게임(Game of Consequences)' 이라는 것인데, 네티즌들이 싫은 사람의 이름을 넣어 '~~에게 죽음을'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 매일 오후 5시에 그 날 해시태그가 가장 많이 달린 사람을 1등으로 뽑아 죽이는 것이다.

  물론 네티즌들은 '죽인다' 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누가 제일 비호감(!)인가 알아보는 짓궂은 투표 정도로 생각하고 게임에 참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첫째날 1등으로 뽑힌 조 파우어스와 둘째날 1등으로 뽑힌 터스크는 정말로 살해당했다.  이건 절대로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곧 유력한 세번째 피해자 후보가 나온다. 

  '클라라 미즈' 란 젊은 여자가 무슨 일로 시위에 나섰다가, 전쟁 기념비에 남자들이 소변을 보는 것 같은 시늉을 하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자기 딴에는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뜻으로 퍼포먼스를 벌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라를 위해 전사한 군인들을 모욕하는 의미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클라라 미즈에게 죽음을' 이라는 해시태그가 SNS에 무더기로 쏟아지게 되어 '인과의 게임' 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오후 5시가 안 되어 1등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시태그가 워낙 많아서 곧 1등이 될 게 뻔하다. 

 

  파크, 콜린, 숀 리는 서둘러 클라라 미즈를 NCA의 안가로 피신시킨다.

  정보기관의 안가라면 틀림없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놀랍게도 이번에는, 인공꿀벌이 한 마리도 아니고 수천 마리씩이나 회사의 통제를 벗어나 사라진다...!  사라진 인공꿀벌들이 향한 곳은 당연히 정보기관의 안가이다.

  파크와 콜린은 클라라 미즈를 데리고 욕실로 숨어들어 새까맣게 몰려드는 벌떼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쓴다. (원래도 곤충을 무서워 하는 나에게 수천 마리의 인공꿀벌이 창문을 새까맣게 뒤덮는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음...! ㅠ.ㅠ)  하지만 욕실 환기구를 통해 들어온 몇 마리 때문에 클라라 미즈는 죽음을 맞는다. 

 

  클라라 미즈의 죽음으로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다.   좁은 욕실 안에 여자 세 명이 들어가 있었는데 오직 한 명만 공격당해 죽었다는 것...  그것은 해커가 인공꿀벌의 시각 센서를 통해 사람들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공격 대상의 얼굴과 공격 대상이 아닌 얼굴을 구별하려면, 당연히 그 사람들의 얼굴 및 이름 등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알고보니 영국 어디에나 있는 인공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본연의 임무 뿐 아니라,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정보기관에게 넘겨주는 임무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정부가 사기업에서 하는 인공꿀벌 사업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여 지원해 준 데에는, 쉽고도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는 속셈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해커는 정보기관이 수집한 국민의 개인정보 리스트로 목표대상의 얼굴을 확인한 것이다.
  콜린 : (화가 나서 따지는)  "도대체 당신들이 감시하지 않는 게 뭐죠?"  숀 리 : (뭐 이런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화내는)  "이봐요, 인공꿀벌 수백만 마리가 날아다니며 생태계를 유지한다고?   와, 멋지군!  지구를 구한다니, 할렐루야!   연구소 몇 군데가 예산이 필요하다니까, 아니면 많지도 않은 환경운동가들 표나 얻자고, 정부가 수십억이나 투입한 줄 아는 거요?   정부는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알아보고 그 기회를 잡은 거요!"

 


  사건 넷째날

 

  연쇄살인사건에 '인과의 게임' 이 관련되었다는 뉴스가 나가지만,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한다.  못된 여자가 죽어서 정말 기쁘다, 해커가 살인을 한 거지 해시태그 자체가 살인한 건 아니니 상관없다, 욕 먹을 짓을 한 사람은 마땅히 욕 먹어야 한다, 인종차별주의자처럼 나쁜 사람이라면 죽어도 괜찮다 등등.  사실상 불특정 다수가 어떤 한 사람을 찍어 제대로 된 법적 절차 없이 사형(!)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인데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러니까 누가 나쁜 짓 하래?' 식의 반응이 압도적이다.
  한 술 더 떠서 게임이 계속되기까지 한다.  얼핏 생각하면, 게임에서 1등으로 뽑힌 사람이 정말로 살해당한다는 게 알려졌으니, 이제는 사람들이 그 게임에 참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천말의 말씀...  네티즌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 한다.  또한 일종의 간접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인터넷의 익명성만 믿고,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한다.  그래서 그 전보다 더 많은 네티즌이 싫은 사람의 이름을 넣어 '~~에게 죽음을' 이라는 해시태그를 열심히 단다.  그리하여 넷째날 유력한 1등 후보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영국 수상이다...!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미움 받는 법... -.-;;)
  수상은 대책 회의를 연다.  그 날 안에 죽게 생긴 수상은 이성을 잃는다.  혐오의 대상인 소아성애자조차 4등인데, 자신이 1등으로 뽑혀 죽게 생겼으니 제정신이 아닐 수 밖에...  회의 참석자들이 진정시키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수상은 북한의 막장스러운(!) 행보를 따라하자는 소리까지 한다. (갑자기 영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북한... -.-;;)  
  수상 :  "그냥 모든 SNS를 중지시켜.  망할 놈의 인터넷도 중지시켜버리고.  오늘 하루만 중지시키면 엄지공주(페이스북 등 SNS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걸 좋아하는 네티즌들을 뜻함)도 클릭질을 그만 둘 테고 그 놈도 붙잡을 수 있겠지."    숀 리 : "SNS를 중지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상 : "하지만 가능하지 않나?  중지시킬 수 있잖아?"   다른 참석자 : "모든 SNS를 말입니까?"  수상 : "그래, 북한처럼 하자고!"
  한편, 경찰에서는 인공꿀벌 회사의 전현직 직원 중 수상한 사람을 추려서 조사하는데, 이미 사직한 여직원의 차례가 된다.  여직원의 사직 원인은 악플 공격으로 인한 신경쇠약이었다.  전철에서 만난 어떤 남자가 자기를 성희롱했다며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는데, 알고보니 그 남자가 장애인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장애인을 괴롭히는 사람으로 찍혀 무더기로 쏟아지는 악플에 시달리다가 자살까지 기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애인 남자가 성희롱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임.  그렇다면 이 여자는 고의든 실수든 간에 무고한 사람을 매장시키려다가 거꾸로 자기가 당한 것임. -.-;;)  여직원이 자살하려고 손목을 그었을 때 직장 동료이며 한 집에 살던 '개럿 스콜스' 에게 발견되었다. (동거하는 애인이 아니라 그저 한 집을 나눠쓰는 사람임.)  스콜스는 구급차가 올 때까지 여직원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덕분에 여직원은 살아났다.
  파크는 스콜스가 해커라는 걸 직감한다.  인공꿀벌 해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스콜스는 인공꿀벌 개발팀에서 일했던 뛰어난 개발자였으니 인공꿀벌 전문가라 할 수 있고, 인공꿀벌의 통제권을 얻는데 필요한 회사의 중요 자료에 접근하는 법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스콜스라면 충분히 해킹할 수 있다.  그리고 스콜스는 자살하려 했던 여직원을 좋아했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네티즌들의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하려는 걸 목격했으니, 악플을 쏟아내는 네티즌들을 증오할 만하다.  마침 콜린도 인공꿀벌 안의 메모리를 조사하다가 스콜스가 남긴 장문의 선언문이 담긴 파일을 발견한다.  선언문의 요지는, 인간은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자기의 분노를 쏟아내게 되었는데, 자기가 말하고 행동한 것에 대한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스콜스가 연쇄살인을 저지른 해커라는 게 확실해졌다.  콜린은 스콜스의 선언문에 포함된 이미지 정보를 이용하여 스콜스의 은신처 위치를 찾아내기까지 한다.  경찰이 은신처로 갔을 때 스콜스는 이미 도망쳤지만, 운 좋게도 스콜스가 쓰던 디스크를 발견한다...!  인공꿀벌 회사 직원은 디스크 속 정보로 인공꿀벌을 다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한다.  숀 리는 4시 47분을 가르키는 시계를 보며 서두르라고 말한다.  3분만 있으면 5시가 되어 수상이 이승을 하직할 판국이니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파크는 이 상황을 미심찍게 생각한다.  그 동안 저지른 짓을 생각했을 때 스콜스는 매우 똑똑하고 주도면밀한 사람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이 자기 계획을 무너뜨릴 만한 중요한 자료가 담긴 디스크를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고 도망쳤다는 게 이상하다.  게다가 디스크로 작업을 하던 인공꿀벌 회사 직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디스크 안에는 인공꿀벌을 통제하는데 필요한 파일들만 있는 게 아니라 처음 보는 파일도 있다.  콜린이 그 파일을 열어보니 무려 387,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정보가 들어있는데, 알고보니 해시태그를 다는 게임에 참가한 사람의 명단이다.
  파크는 끔찍한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스콜스가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을 하다가 비호감으로 찍혀서 죽은 세 사람이 아니다.  실제 목표물은 벌떼처럼 몰려들어 '~~에게 죽음을'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악플을 달았던 네티즌들이다.   사실, 스콜스가 범죄를 저지른 동기를 생각하면 조 파우어스,  터스크, 클라라 미즈가 살해된 것은 이상하다.  스콜스는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가 악플 때문에 자살하려는 걸 보고 분노한 나머지 범죄에 나섰고, 사람들이 아무 죄책감이나 책임감 없이 인터넷에 악플을  쏟아내는 것을 비판하는 선언문까지 작성했다.  그런데 인공꿀벌로 살해된 세 사람은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행동을 했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악플의 피해자였다.  그런 세 사람을 목표물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국 스콜스가 진정으로 응징(!)하고자 하는 목표물은 한 사람(그 사람에게 잘못이 있든 없든)을 찍어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네티즌들이고, 살해된 세 사람은 그런 네티즌들을 골라내기 위한 미끼였을 뿐이다.
  파크가 자기 생각을 말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 운명의 5시가 코앞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들은 파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기며 다시 생각해보자고 하지만, 수상을 구해야 하는 숀 리는 급한 마음에 엔터키를 눌러 디스크 안의 파일을 실행시켜버린다...!  모두가 얼어붙어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다행히도 사라졌던 영국 전역의 인공꿀벌 신호가 모니터에 뜬다.  인공꿀벌에 대한 통제권이 회사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갑자기 모니터에 이상한 표시가 뜨며 원래 노란색인 인공꿀벌 신호가 한꺼번에 빨간색으로 바뀐다.  파크가 다급하게 어찌된 일이냐고 묻지만 회사 직원은 "안돼."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다른 사람들도 불길한 예감에 얼굴색이 변한다.
  빨간색으로 뒤덮힌 모니터 속 영국 지도를 보면, 마치 영국 전체가 화염지옥으로 변한 것만 같다.  수많은 인공꿀벌이 여기저기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게임에 참가했던 이들이 있는 건물 유리창에 새까맣게 달라붙는다.  그 후의 장면은 너무 당연해서 나오지도 않는다.  영국 전역에서 387,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인공꿀벌의 공격으로 죽는 대참사가 벌어졌을 게 뻔하니까...  바로 그 시간, 시골의 폐가에 숨어있던 스콜스는 컴퓨터로 자기 목적이 달성된 것을 확인한다.  곧 머리를 깍고 컬러렌즈를 끼며 변장을 한 후, 증거가 될만한 물건들을 넣은 가방을 강물에 던져넣고 어디론가 떠난다. 

  사건 발생 몇 달 후
  청문회 위원이 사건 경위를 설명한 파크에게 콜린에 대해 묻는다.  파크는 콜린이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대답한다.  사건을 수사하며 디지털 포렌식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큰 활약을 했지만, 스콜스가 일부러 남기고 간 디스크를 찾아낸 일로 스콜스의 목적 달성을 도운 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결정타는 숀 리가 날렸지만...)  파크는 북받치는 감정을 참으려 애쓰며 말을 잇는다.  결국 콜린은 사직서를 내고 떠났고 연락도 닿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해변에서 콜린의 물건과 쪽지만 덩그라니 발견되었다는 것...  누가 들어도 콜린이 죄책감에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청문회 위원이 콜린이 자살한 거냐고 질문하자, 파크는 눈물 어린 눈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고 대답한다. 
  한편, 스콜스는 중남미 어느 국가의 허름한 술집에서 청문회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숀 리가 파크 다음 차례로 증인석에 앉지만, 스콜스는 파크의 증언이 끝나자 더 볼 것 없다는 듯 술집을 나선다.  그러자 같은 술집에서 책을 읽는 척하며 스콜스를 주시하던 여자가 스콜스의 뒤를 쫓는다.  자살한 걸로 알려졌던 콜린이다...!
  파크가 차를 타고 청문회장을 떠나던 중에 휴대폰 문자를 받는다.  발신자 이름도 없이 "그를 발견했어요." 라고만 써진 문자를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문자를 삭제하더니 다시 심각하고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즉, 파크는 콜린이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고 서로 연락까지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파크는 콜린이 스콜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청문회에서 콜린이 자살했다는 식으로 말해서, 어디에선가 청문회를 보고 있을 스콜스를 속였다.  그리고 '자살했다' 가 아니라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고 했으니, 훗날 청문회에서 위증한 것 아니냐며 문제가 되었을 때 위증죄를 피해갈 수 있는 구멍도 하나 만들어 놓은 셈이다.      시골 장터를 지나 한적한 골목길로 사라지는 스콜스 뒤를 콜린이 부지런히 쫓아가는 것으로, 이 에피소드는 막을 내린다.  

 

 

 

  기타

 

  첫째, '카린 파크' 역을 맡은 영국 배우 '캘리 맥도널드(Kelly Macdonald)' 가 동양계 혼혈인 줄 알았다.

  영화 속 캘리 맥도널드는 검은 머리로 나오는데다가 백인 치고 피부가 어두운 편이고(화장을 어둡게 한 듯.) 이목구비에서도 동양인 느낌도 난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물론 내가 눈썰미 없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기는 함. -.-;;)

  그런데 구글에서 사진을 찾아보니, 평범하게 화장하거나 노란 머리로 나온 얼굴을 보면 그냥 백인으로 보인다.  역시 화장과 머리색깔이 사람의 인상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둘째, 이 드라마에는 버디 무비의 요소도 들어있다.

  파크과 콜린은 살인사건이 처음 터지던 날 만나서 겨우 나흘 간 함께 일했다.  나이 차이도 좀 나고 최신기술에 익숙하냐 익숙하지 못 하냐 하는 차이도 있어서, 은근히 투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익숙해질 틈도 없이 만나자마자 큰 사건을 맡은 사람들 치고 손발이 잘 맞는다.  두 사람이 수사를 하면서 시니컬한 농담을 서로에게 던지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끌어주고 받쳐주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셋째, 콜린이 파크에게 디지털 포렌식팀을 떠나게 된 사연을 말할 때 시즌2의 사건이 언급된다.

  작년에 블로그에 올린, 블랙 미러 시즌2에 나오는 White Bear(하얀 곰)이란 에피소드이다.  ☞ 블랙 미러(BLACK MIRROR) - 독특한 영국 SF 드라마(http://blog.daum.net/jha7791/15791367)  극악무도한 연인 한 쌍이 6살 밖에 안 된 아이를 납치해서 고문 끝에 살해한 사건이다.  파크는 그 사건의 범인이 쓰던 휴대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사진들을 봤고, 결국 디지털 포렌식팀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넷째, 자율주행자동차는 언제나 널리 보급될 것인가...

  콜린과 파크가 처음 만나 살인사건 현장을 조사한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파크가 콜린에게 운전해서 갈 것인지 묻는다.  그러자 콜린은 "면허 없어요.  면허시험에 떨어졌거든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죠." 라고 대답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기를 기다린다는 말은, 운전면허 없는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가는 말이다.  문제는, 이 드라마 속 시대가 인공꿀벌이 날아다닐 정도로 과학이 발달된 때인데도 아직 자율주행자동차가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도대체 언제나 보급되는 것이냐...! ㅠ.ㅠ 

 

 

 

블랙 미러(BLACK MIRROR) - 독특한 영국 SF 드라마(http://blog.daum.net/jha7791/15791367)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3 - 'Shut Up and Dance(닥치고 춤 춰라)'(http://blog.daum.net/jha7791/15791467)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4 - 'Arkangel(아크앤젤)'(https://jha7791.tistory.com/1579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