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 시 9

이규보(李奎報) 시문(21) - 동백화(冬栢花)

오늘 소개할 '이규보(李奎報)' 의 시는 겨울꽃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동백을 소재로 하는 '동백화(冬栢花)' 다. 매해 첫 번째 날을 이규보의 시로 시작하는 내 블로그의 전통(?)이 슬슬 끝나갈 조짐이 보인다. 이 시가 이 블로그에 올리는 21번째 이규보의 시이다 보니 밑천(!)이 떨어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새해 첫날에는 그 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새해 또는 겨울을 소재로 하는 시)를 올려야 적당할 듯한데, 이규보 시 중에서도 그런 시는 이미 다 찾은 것 같다. 어쩌면 내년 첫날에는 이규보가 아닌 다른 시인의 시를 소개하는 포스트가 올라오거나, 아예 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포스트가 올라올 지도 모르겠다. 冬栢花 (동백화) - 李奎報 (이규보) - 桃李雖夭夭 (도리수요요) 복사꽃과 오얏꽃은 비록 어여쁘나..

이규보(李奎報) 시문(20) - 일일불음희작(一日不飮戱作)

오래간만에 이규보의 시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 소개할 시의 제목은 一日不飮戱作(일일불음희작)이다. 제목을 풀이하면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희롱삼아 짓다' 가 된다. 이 시에서 우리는 이규보란 사람이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이규보의 아내는 그런 남편 때문에 얼마나 속이 터졌을지 알 수가 있다. 일단, 시의 제목에 나오는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란 부분에서부터 이규보의 애주가 기질이 팍팍 드러난다. 아마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술을 마신 김에 흥취가 올라 시를 지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술고래(!) 이규보는 평소에 술을 물 마시듯 하던 사람이라, 오히려 모처럼 술을 안 마신 날이 특별한 날로 생각될 지경이어서 바로 그 날 이 시를 지었다. 一日不飮戱作(일일불음희작)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희롱..

이규보(李奎報) 시문(18) - 사인혜선(謝人惠扇)

오래간만에 이규보의 시를 한 수 올린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름철이 되면 푹푹 찌는 더위를 기념(?)하는 뜻으로 여름 더위와 관련된 시를 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고른 '사인혜선(謝人惠扇, 부채를 선물한 이에게 고마워하다)' 은 부채를 선물해 준 누군가에게 고마워 하는 마음에서 지은 작품이다. 다만, 부채를 주고받았다는 점과 서늘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아 이 시 속의 계절이 여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여름은 악명(!) 높은 1994년 여름을 넘어설 수준으로 대단한 여름이다. 이 여름이 하루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아, 고려 시대 에어컨(...은 너무 심했나? 그렇다면 그냥 선풍기 정도로... ^^;;)이라 할 수 있는 부채에 관련된 이 시를 포스팅하겠다. 謝人..

이규보(李奎報) 시문(17) - 신축정단(辛丑正旦)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언젠가부터 세월 가는 게 빠르다는 어른들 말씀을 실감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냥 빠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빛의 속도인 것 같다. 2017년이라는 연도에도 아직 익숙해지지 못 했는데 벌써 2018년이 되어 버리다니... 아마 이번 2018년도 순식간에 지나가겠지... 이제는 새해가 기쁜 게 아니라 또 한 살 더 먹었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마음은 아직도 파릇파릇한 10대이건만 몸은 이미... ㅠ.ㅠ 고려시대 사람인 이규보 아저씨도 새해가 마냥 기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아무리 부르짖어봤자 나이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속세의 일에는 초탈한 것처럼 굴던 고려시대의 호방한 시인도, 설날을 맞아 한 살 더 늙게된 것이 좋긴 ..

이규보(李奎報) 시문(15) - 방서(放鼠)

오늘 소개할 이규보의 시는 '쥐를 풀어주다' 라는 뜻의 放鼠(방서)라는 시다. 이 시의 주제는,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대자연 앞에서는 한 마리 쥐와 마찬가지로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즉, 자연을 예찬하는 내용이며 인간의 교만함을 경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시가 좀 다르게 읽힌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비판적인 시로 보인다. 그래서 이 시를 먼저 읽고서 이 시에 대한 해석을 읽었을 때 '응? 이게 뭐지?' 하는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일단, 시 내용부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放鼠 (방서) 쥐를 풀어주다. - 李奎報(이규보) - 人盜天生物 (인도천생물) 사람은 하늘이 낸 물건을 훔치고 爾盜人所盜 (이도인소도) 너(쥐)는 사람이 훔친 것을 훔치는구나. 均爲口腹謀..

이규보(李奎報) 시문(14) - 동일여승음희증(冬日與僧飮戲贈)

새해 첫날에는 블로그에게 떡국 대신 이규보의 시를 먹여주는 게 전통(?)으로 굳어지려나 보다. 이번에도 이규보의 시로 새해의 문을 열어보려 한다. 이번에 소개하 시는 冬日與僧飮戲贈(동일여승음희증)인데, 풀이하면 '겨울날 승려와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지어주다.'라는 뜻이다. 제목에서부터 장난기가 뚝뚝 흘러넘친다. 원래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승려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모자라(틀림없이 이규보가 술 마시자고 꾀었을 듯... ^^), 그 승려를 놀리는 의미의 시까지 지었으니... 이규보 이 아저씨 정말 짓궂다. 冬日與僧飮戲贈 (동일여승음희증) 겨울날 승려와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지어주다. - 李奎報(이규보) - 酒能防凜冽 (주능방늠열) 술은 능히 추위를 막아주니 俗諺號冬冠 (속언호동관) 속담에 이르기를 ..

이규보(李奎報) 시문(11) - 동일여객음냉주희작(冬日與客飮冷酒戱作)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또 다시 이규보의 시로 새해의 문을 열어보려 한다. 이러다가 '설날은 무조건 이규보의 시...!' 가 내 블로그의 전통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 '겨울날 손님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라는 뜻을 가진 冬日與客飮冷酒戱作(동일여객음냉주희작)라는 시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봐도 그렇고, 연말연시는 망년회와 신년회로 술 마실 일이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요즘에야 따끈한 술을 마실 일이 거의 없이 술 하면 당연히 차가운 술이 보통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술자리에서 종종 장난 삼아 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참 여러가지로 현대의 상황과도 상통하는 시 제목이다. 그런데 옛날 옛적 문인이니 예술가니 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술을 좋아했을까... 이규보의 시 중에서 내가 아는 ..

이규보(李奎報) 시문(10) - 청춘부재래(靑春不再來)

2015년이라는 연도가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벌써 2015년이 다 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별 감흥이 없던 '세월이 빠르다' 는 말을, 이제는 몸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 역시 그렇다. 이 친구 저 친구 할 것 없이 눈가에 잔주름이 생겼네, 흰 머리카락이 나네, 지성이라 고민이었던 얼굴 피부가 이제는 건조해졌네, 전에는 가볍게 앓던 감기를 이제는 1주일 이상 호되게 앓게 되었네 하며 야단이다. 나도 몇 년 전부터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낀다. 전에는 추운 날씨에 두툼한 옷을 입으면 그저 따뜻해서 좋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커다란 반달곰 한 마리가 어깨에 무등 탄 것처럼 어깨가 무겁게 느껴져서, 어지간하면 외투 없이 추운 상태로 있는 쪽..

이규보(李奎報) 시문(9) - 미인원(美人怨)

오늘 소개할 이규보(李奎報)의 시 미인원(美人怨)은 형식적인 면에서 독특하다. 이 시는 회문시(回文詩)라는 종류에 속하는데, 원래대로 읽어도(順讀 : 순독) 거꾸로 읽어도(逆讀 : 역독) 전부 뜻이 통한다...! 회문시는 뜻만 통하면 되는 게 아니라, 순독하는 경우에도 역독하는 경우에도 한시 특유의 엄격한 압운이 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문학 쪽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지을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뛰어난 문인들은 술자리 등에서 이 회문시 짓기를 오락으로 즐겼다고 한다. (나 같으면 머리에 쥐가 날 만큼 고민스럽기만 할 것 같은데 그런 어려운 것을 오락이라고 즐기다니, 역시 뛰어난 사람들은 취향이 다 특이한가 보다... -.-;;) 이 시는 그 제목부터가 '미인의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