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5년 둥베이(동북)3성

중국의 서양식 건물

Lesley 2006. 1. 27. 18:45

 

  심양(沈阳)의  장씨사부(长氏师府)

 

  서안사변(西安事变)의 주역이었던 장학량(长学良)과 9.18사변으로 폭사한 그의 아버지인 장작림(长作霖)의 사저였다. 웅장한 유럽식 건물로, 내부에는 장작림 일가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역사적 사실보다는 장작림이 부인을 대여섯명이나 두었다는 사실과 그 부인들과의 사이에 8남 6녀 두었다는 사실에 아연해졌다. 그 많은 자식들이 아들끼리, 딸끼리 키 순서대로 주르륵 늘어선 사진이 있는데, 무슨 도레미파솔라시도도 아니고 정말 황당했다. 

 

 

  하얼빈(哈尔滨)의 중앙대가(中央大街)

 

  하얼빈 최고의 번화가인 중앙대가의 입구이다.

 

  러시아의 공산혁명 이후 쫓겨난 왕당파들이 재기를 도모할 근거지로 하얼빈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곳에는 그 시절에 지은 러시아 양식의 건물이 많다.

 

  그리고 서울의 인사동처럼 자동차가 다닐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앞을 보지 않고 예쁜 건물에 한눈 팔며 걸어도 안전하다. 중국의 거리는 자동차와 사람이 뒤엉켜 다니기 일쑤이고, 거기에 자전거, 삼륜차, 오토바이까지 가세해서 보통 혼잡한 게 아니다. 작년 중국여행 때에는 신기한 것에 눈길 주며 걷다가 하마터면 자동차나 자전거 등에 치일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  -.-;;

  아주 멋진 거리지만 나를 열 받게 했던 거리이기도 하다.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곳이라 9킬로그램 육박하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안내책자에 나온 숙소를 찾아갔더니 그 새 숙소가 사라졌다. 그것도 두 군데나 -0-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무거운 배낭 짊어지고 40분 넘게 돌아다녔더니 등에 땀이 다 났다. 결국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가서 숙소를 잡았다.

 

  상하이(上海)에도 이국적인 거리가 있다. 

  손문(孫文)의 고거(古居), 주은래(周恩來)의 고거(古居), 그리고 그 두 집이 있는 거리 전체가 옛날 프랑스의 조계지였던 곳이라 유럽 한 복판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중국 근현대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거리 자체가 워낙 예쁘니 가보면 좋을 거다. 한국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들리는 우리나라 임시정부청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밖에 안 걸리니, 그곳에 간 김에 한번 가보면 좋을 듯...) 하지만 이곳 하얼빈의 러시아식 건물은 상하이의 프랑스식 건물과 느낌이 또 다르다. 상하이의 프랑스식 건물은 아기자기한 느낌인데, 하얼빈의 러시아식 건물은 웅장하고 위엄이 넘치는 느낌이다.

 

  중앙대가는 온갖 음식점과 백화점 등이 모여 있는 번화가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실물 크기로 만들어 놓은 말과 마차 모양의 동상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올라타고, 그 할아버지의 딸이나 며느리 쯤 되어 보이는 중년 여성이 그 모습을 사진 찍고 있었다. 그 때는 흐뭇한 마음으로 쳐다보면서 나도 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런데 장춘(长春)이던가, 길림(吉林)이던가… 하여간 하얼빈 이후에 머물렀던 도시에서 TV를 보니, 저 동상에 사람들이 저렇게 올라가 있는 모습이 나왔다. 처음에는 ‘어? 저거 내가 하얼빈에서 봤던 동상이네!’하고 반가운 마음에 TV를 봤는데, 보다 보니 ‘문화시민은 저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공익광고였다… -0-

 

  한국에서도 신문, 인터넷 등으로 많이 보도된 것처럼 중국에서는 대장금이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숙소에서 TV를 보면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50개까지 채널이 잡히는데, 그 중 너덧 개의 채널에서 대장금을 방영 중이다. 각기 다른 채널에서 방영해주다 보니, 어떤 도시에서는 TV를 켜보면 한 채널에서는 대장금의 앞부분을, 다른 채널에서는 대장금의 뒷부분을 방영해주고 있다.

  중국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도 대장금 포스터를 큼직하게 붙여놓은 경우가 종종 있다. (참고로 조선족이 운영하는 개고기집 간판을 보면, 한쪽에는 한국 탤런트 채시라가 한복 곱게 차려 입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순해 보이는 황구나 백구가 있다.  채시라는 자기 사진이 그런 광고에 이용되는 걸 알까? -0- )

 

  러시아풍의 웅장한 건물이 즐비한 중앙대가에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KFC와 맥도날드는 어김없이 저렇게 자리잡고 있다.

  내가 하얼빈에 머무는 시기를 전후해서 중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한국의 친구가 보내온 메일에는 중국에 조류독감이 발생했으니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먹지 말고 병아리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써 있었다. 중국 TV에도 조류 독감이 발생한 지역이 발표되고 연구원들이 닭과 오리를 가져다가 검사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하지만 조류독감이 유행하거나 말거나 중국의 KFC와 맥도날드는 치킨버거와 치킨 먹는 중국인으로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중국의 KFC나 맥도날드에는 우리나라에 흔한 쇠고기 햄버거가 드물다. 죄다 치킨버거다.) 

 

 

  하얼빈(哈)의  성소피아 성당

 

  제정 러시아 시대에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지은 건물이다. 지금도 러시아 정교회의 성당으로 쓰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세워진 건물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인데도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이 줄줄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었다.

 

  성당 주위 광장에는 비둘기들이 많은데, 한국의 비둘기들과는 달리 날씬하고 깨끗해서 봐줄만하다.

  성당 내부에 건축박물관이 있어서 하얼빈시의 건축 발전사에 관련된 자료를 전시했다는데, 건축 발전사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굳이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보고 싶지 않아 안 들어갔다. 나는 성당 외관만 봐도 눈이 매우 즐거웠다.

 

  저녁에 본 성 소피아 성당이다.  해가 진 후 광장 바닥에 설치된 전등에서 나온 조명을 받은 성당의 모습이 아침에 봤던 성당의 모습과는 또 다르다. 멋지다.

  하지만 일부러 저녁에 다시 성당을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숙소로 돌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헤매다가 저 성당이 있는 곳까지 다시 가게 된 것이다. 역시 난 어쩔 수 없는 방향치다…-.-;;  하지만 내 방향치 기질은 때때로 여행안내책자에 설명되지 않은 광경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불러오기도 한다.

'- 중국 여행기 > '05년 둥베이(동북)3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의 공원  (0) 2006.01.27
중국의 여러 대학교  (0) 2006.01.27
고구려...!  (0) 2006.01.27
중국의 여러 종교  (0) 2006.01.27
다양한 가로등  (0) 2006.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