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5년 둥베이(동북)3성

고구려...!

Lesley 2006. 1. 27. 14:29

 

  집안(集安)의 장군총(將军冢)

 

  어렸을 적에 열심히 봤던 '세계의 불가사의' 같은 책에 나오는 마야의 피라미드처럼 생긴, 고구려 시대의 석총이다.

  오랜 세월 동안 안의 부장품을 모두 도굴당해서 누구의 무덤인지는 알 수가 없고, 그저 광개토대왕 또는 장수왕의 무덤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만 할 뿐이다. 내부 관람이 가능해서 석실에 들어갔는데 벽에 손을 대자 그 느낌이 다른 돌을 만질 때와는 달랐다. 그저 돌의 독특한 질감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에는 세월의 무게감처럼 느껴졌다.

  이 장군총 관람에 대해서 인터넷의 중국여행동호회 회원들 사이에 불만이 많다. 원래는 입장료를 전혀 안 받던 곳인데, 한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장료를 너무 자주 인상하고 그 인상폭도 높다. 중국정부 생각에, 동북공정은 동북공정이고 한국인들한테서 입장료 수입 올리는 건 수입 올리는 거인 모양이다. -.-;; 

 

  사진에 나오는 고인돌(?) 비슷한 저것은 장군총에 딸린 부장묘라고 한다. 원래는 장군총 동서남북에 한 개씩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은 한 개 밖에 안 남았다.

 

 


  집안(集安)의 광개토대왕비(广开土大王碑)

 

  이 광개토대왕릉비 관람에 대해서도 중국여행동호회 회원들의 성토가 대단하다. 동북공정 문제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껄끄러울 때에는 한국인들이 이 비를 관람하는 것을 금지해서 불만이 많았다. 최근에는 관람 금지가 풀리긴 했는데, 허허벌판에 그럴 듯한 비각 하나 세워놓고 그 안에 저렇게 광개토대왕비를 넣어놓고는 관람료를 인민폐로 30원(한화 약 4100원)씩이나 받아서 불만이 많다.

 

  사실, 광개토대왕릉비 뿐 아니라 집안의 모든 고구려 관련 유적지는 입장료가 몽땅 30원으로 통일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데는 그렇다 치고, 그 허접한 고구려 박물관의 입장료가 30원이라는 건 정말 죽어도 납득이 안 간다.>_<   도대체 볼 게 뭐가 있다고 30원이나 받는 건지... 누가 고구려 박물관 가면 돈만 버리니 절대로 가지 말라고 인터넷에 글 올렸던데, 그 충고 안 들은 것을 엄청나게 후회했다.

  인터넷에는 그 비각의 사면을 유리로 둘러싸서 비를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고 마침 비 주위에 담장 같이 시야를 가리는 물건도 없으니, 차라리 멀찍이서 사진이나 한 장 찍고 관람료 30원 아끼라는 글도 종종 올라온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광개토대왕비만큼은 제대로 못 볼지언정 가까이라도 가보고 싶어서, 30원을 내고 관람했다. 상상했던 것 보다 크기가 작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난 어마어마한 높이의 비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3층 건물 높이만큼도 안 되었다. 그래도 그 대단한 광개토대왕의 비를 가까이에서 본 게 어디냐… 거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아, 참고로 혹시 집안에서 광개토대왕비를 찾아가는 길을 중국인에게 물을 일이 생긴다면 ‘호태왕비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중국인들은 광개토대왕을 호태왕이라고 부른다.(버스에서 만난 중국인과 얘기하다가 나는 ‘광개토대왕비 보러 간다’고 말했더니 못 알아들었다. 내가 여행안내책자의 사진을 보여주니까 그 중국인이 ‘아, 호태왕비! 중국인들은 호태왕비라고 부른다.’라고 했다.^^) 광개토대왕의 정식 시호는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다. 너무 길어서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줄여서 부르는 것이다.

 

 


  집안(集安)의 환도산성(丸都山城)   

 

  고구려의 제2대 왕인 유리왕이 처음 건설했다고 한다. 환도산성 자체는 여기저기 그저 돌무더기로만 산재해 있어 큰 볼거리는 못 된다. 하지만 고구려의 초기 수도가 있었던 자리라는 것만으로 큰 의의가 있다.

 

  그런 큰 왕국의 수도가 있던 자리가 이제는 옥수수밭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환도산성을 설명하는 비석에 새겨진 영문 설명을 보니 '고구려'를 중국식 한자 발음이 아닌 한국식 한자 발음(Koguryo)으로 표기해놓았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일부러 그렇게 해놓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동북공정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정말 뜻밖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