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5년 둥베이(동북)3성

중국의 공원

Lesley 2006. 1. 27. 21:24

 

  중국의 공원 - 심양(沈阳)  

 

  작년에 중국 중부지방을 여행할 때도 중국의 공원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뒤쳐지는 중국이지만, '공원'만 놓고 보면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있다. 일단 중국의 어떤 도시에나 공원이 많다. 그리고 그 공원에서 중노년층의 사람들이 태극권, 사교춤, 산책, 전통악기 연주, 연날리기 등으로 여가를 보낸다. 그 광경을 보면 보는 사람도 마음이 느긋해지는 것 같아 좋다.

  서울에도 몇 군데 안 되는 공원에 가면 노인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중국 공원의 노인들은 심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는데, 우리나라 공원의 노인들은 그냥 외롭고 초라해 보이기만 한다. ㅠ . ㅠ  

  심양에서 환전하러 중국은행 찾아가는 길에 본 공원에서 중노년층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광경을 봤는데, 재미있어 보였다.

 


  중국의 공원 - 단동(丹东)

 

  단동에서 맞는 첫 아침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압록강 공원에 갔다. 압록강변이 우리에게는 갈 수 없는 북한땅을 바라보기라도 하는 장소지만, 중국인들에게는 한가로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쉼터이다. 단동 이외의 다른 도시의 공원을 가도 공원 안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원에서 낚시하는 게 불법일 텐데, 중국에서는 허용되나 보다.

 

 

  북한 신의주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배를 타러 선착장에 가는 데, 압록강 공원에서 노인들이 단체로 춤을 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행사가 있나 보다 했는데, 일상복을 입은 사람들도 끼어있는 것을 보니 그냥 레크레이션으로 하는 모양이다.

  단순한 북소리와 피리소리에 맞추어 역시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춤이었는데, 춤추는 사람들이나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계속 웃음이 터지는 게 분위기가 좋다. 구경하다가 끼어들어서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중국의 공원  - 하얼빈(哈尔滨)

 

  작년에 중국 중부지방을 여행할 때 공원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몇 번 봤다.

  그런데 이번 동북지방 여행에서 태극권이 아닌 태극검을 수련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 하얼빈에서 내가 묵은 숙소 근처 공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태극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칼 휘두르는 것 보고 놀랐다. 무협영화에서의 검술 장면처럼 요란하지 않고 천천히 검을 움직이는 게 노인들의 몸에도 무리가 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저 검의 무게는…?

  나는 저 검이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금속처럼 보이도록 특수도료를 칠한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금속으로 만든 검을 휘두를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 추측은 길림에서 깨졌다. 길림의 송화강 공원에서 우연히 태극검 수련하는 조선족 할머니를 만났는데, 할머니가 쓰는 검이 진검이었던 것이다!! @.@

 

  송화강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인데, 이름하여 스탈린 공원이다. '스탈린 공원'이니, '해방 공원'이니, 이런 공원 이름을 접할 때마다 내가 사회주의 국가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공원 이름이 스탈린 공원이라기에 저 가운데에 있는 탑은 러시아의 공산혁명을 기념하는 탑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 봤더니 1950년대 있었던 송화강의 큰 홍수를 인민들의 힘으로 막아낸 것을 기념하기 위한 방홍(防洪)기념탑이다.  

  스탈린 공원을 지나 송화강을 건너 태양도(太阳) 공원으로 갔다. 하얼빈은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이다. 러시아의 공산혁명 이후 러시아에서 밀려난 왕당파들이 하얼빈을 거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아래의 사진은 러시아의 유명한 마트로시카 인형을 본 따서 만든 조형물인데, 태양도 공원 안에 있다.

 

  원래 태양도 공원은 빙설제로 유명한 곳이다. 매년 1월이 되어 영하 20도~영하 40도의 추위가 닥치면, 하얼빈 조린 공원에서는 빙등제를, 이 태양도 공원에서는 빙설제를 벌인다. 지금은 빙설제 기간이 아니라 한적해서 공원 전체를 나 혼자 전세 내어 구경하는 느낌이다.

  태양도 공원에 사는 송서(松鼠)라는 귀여운 동물이다. 내 생각에 다람쥐는 아닌 것 같고 우리나라의 청설모와 비슷한 종류의 동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귀국해서 사전 찾아보니 다람쥐류가 맞다. -.-;;

 

 

  태양도 공원의 한 구역을 이 송서가 통째로 차지하고 사는데 관리인들이 먹을 것도 잔뜩 주고 보살펴서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덕분에 사진 찍는 일이 수월했다.

 

 

  중국의 공원 - 치치하얼(齐齐哈尔)

 

  치치하얼에 있는 용사공원(龙公园)이다. 입장료 한 푼 안 받는 공원인데도 경치가 수려하고 좋다.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돈 값을 한다. 입장료가 비싸면 비싼 만큼 볼거리가 굉장하고, 입장료가 얼마 안 되거나 아예 무료라면 볼거리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눈에 확 띄는 볼거리는 없지만, 여행자가 머리 식힐 겸 거닐기에는 좋은 곳이다.

 

  내가 묵은 숙소 창문에서 내려다 본 치치하얼역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아침부터 어디에서 요란한 음악이 들려 뭔가 하고 숙소 창문을 내다봤더니,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커다랗게 음악 틀어놓고 집단무용인지 집단체조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 -.-'' 

 

 

  중국의 공원 - 길림(吉林)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쌓은 성터가 있다는 용담산(龙潭)을 찾아가는 데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용담산까지 송화강(松花江)이 흐르는데 송화강변을 공원으로 잘 조성해놓아서 산책도 할 겸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다가 하얼빈에서와 같이 태극검을 수련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내가 계속 쳐다보며 사진을 찍자 저 사진 속의 아줌마에게 검술 지도를 하시던 나이 드신 아줌마가 재미있느냐고 말을 거신다. 하얼빈에서부터 태극검 할 때 쓰는 검이 진검인지 궁금했던 내가 서툰 중국말로 ‘검 좀 봐도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중국말과 우리말을 섞어서 '哎呀, 小姐(아가씨) 조선 사람이구만.' 하시는 거 아닌가? 조선족 아줌마셨다. 나는 모르겠지만, 내 중국어에 한국인 특유의 억양이나 발음이 섞여 있나 보다.(내가 발음만 듣고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구별해낼 정도가 되는 날이 오긴 오려나... ㅠ.ㅠ)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태극검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며 아줌마의 검도 보여주셨다.

  그런데 내가 하얼빈에서 생각한 것과는 달리 그 검이 진검이었다…!! @.@ 태극검 수련하는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검의 날은 날카롭게 세우지 않았고 많이 무겁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진짜 금속으로 만든 검이었다. 그럼 할머니들이 진검을 휘두르신다는 건데… 오…!!

  그런데 나한테 이런 설명해주신 아줌마, 난 한 50대 초반의 아줌마로 봤는데, 64세의 할머니란다…! @.@  태극검을 수련하면 건강에만 좋은 게 아니라 노화방지에도 좋나 보다. (나도 좀 더 나이 들면 태극검을 배워야겠다...!) 나이가 들면서 어깨와 허리가 아팠는데, 옆집 할머니가 권해서 태극검을 배우면서부터 아픈 게 전부 없어졌고 몸도 훨씬 건강해졌다고 하신다.   

 

  태극검을 수련하고 있는 아줌마들 옆에서 아저씨들이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래도 무게가 나가는 검을 쓰는 태극검이 남자에게 적합하고, 맨손으로 하는 태극권이 여자에게 적합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 보다. 중국에서 내가 본 태극검을 수련하는 사람 중에 남자는 몇 명 안 된다.

  태극검 설명해주신 조선족 할머니(젊은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사진 가장 왼쪽에 있는 젊은 분이 선생님라고 한다. 나 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 눈에는 태극권을 수련하는 세 사람의 실력이 엇비슷해 보이는데, 그 할머니 말씀으로는 저 선생님 수준이 되려면 10년 넘게 수련해야 한다고 한다.

  태극검에 대해 설명해주신 조선족 할머니께 작별인사하고 다시 용담산으로 발길을 옮기다가, 어떤 할아버지가 연을 날리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옆에 개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는데, 사진 속의 저 그림자는 개주인 할아버지의 그림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설날 무렵에만 연을 날리고 그나마 요즘은 연을 날리는 광경을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공원에서 연을 날리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연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모양도 가지가지이고 색깔도 다양하다. 어떤 연은 모터까지 설치해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그런데 이 개는 주인 할아버지가 연 날리기를 끝내는 것을 기다리다 지쳐버린 것 같다.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에 날 쳐다보는 데, '너는 또 뭐냐, 귀찮다, 얼른 저리 가라'하는 표정이다.


 

  이 평화로운 공원에 난데없이 웬 대포가 무더기로 있냐… -0-;; 무슨 전쟁에서 사용한 대포라든지, 왜 전시해놓았는지 등의 설명도 없다. 그냥 뜬금없이 저렇게 대포가 죽 늘어서 있다.

  대포를 지나쳐 걷다보니 이번에 저렇게 예쁜 풍차도 보인다. 중국에 웬 풍차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평화로운 공원에 잘 어울린다.

 

  걷다 보니 또 태극검을 연습하는 아줌마들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TV에서나 검을 봤지, 실제로 검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정말 이번에 동북 3성 여행하면서 검을 원 없이 본다.

 

  그런데 아래 사진의 어두운 색깔 옷 입은 아줌마가 들고 있는 검은 조금 살벌하다. 다른 검하고는 생긴 게 다르다. 옛날 아랍의 군인들이 쓰던 언월도가 다이어트를 하면 저런 모양이 될 것 같다.

 

  길림에서의 두 번째 아침. 운석 박물관에 가기 전에 송화강공원을 산책하는데, 고등학생들이 환경미화활동을 하러 나왔다. 저런 건 우리나라와 같다. 나도 중학교 때 학교에서 시켜서 일요일에 동네 쓰레기 줍기 지긋지긋하게 했다.

 

  중국의 중․고등학생 체육복은 학교마다 색깔은 조금씩 다른 데 모양은 다 저렇다. 그리고 저 체육복을 체육시간에만 입는 것이 아니라 등․하교할 때에도 그냥 입고 다닌다. (혹시 저 체육복이 교복인가? -.- 설마 그건 아니겠지…) 처음엔 낯선 광경이라 이상해 보였는데, 자꾸 보다 보니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왜 중국의 남자 고등학생들 중에는 콧수염을 기르고 다니는 애들이 있는 거냐 -0-  처음에 그 모습 보고 경악했다. 물론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멀쩡한 모습으로 다닌다. 하지만 콧수염 기르고 다니는 애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그게 멋있다고고 생각하나?

 

 

  중국의 공원- 장춘(春) 

 

  장춘의 공원에서도 태극검을 수련하는 아줌마들이 보였다. 작년에 중국 여행할 때에는 명승고적 위주로 돌아다녀서 이런 광경을 못 봤던 것인지, 원래 북방사람들이 맨손으로 하는 태극권 보다는 검 들고 하는 태극검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중국 사람들이 늙어서 성인병이나 치매 잘 안 걸리는 이유가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저렇게 평소에 신체를 단련하니 늙어서도 건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춘시정부(우리나라의 '시청'에 해당됨)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중국의 도시에는 이렇게 별로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예쁜 공원이 정말 많다. 우리 서울은 그저 경제만 개발하겠다고 정신 없이 공장지대 만들고 상업지구 만드는 사이에 공원을 만들만한 장소가 없어져 버렸다. 요즘 들어서야 여기 저기에 공원 만든다고 애를 쓰고는 있는데, 그 숫나나 규모가 도무지 중국의 공원에 비하면 눈에 차지 않는다. 도시 난개발, 이거 정말 문제다… -.-;;


 

  길림대학 의학부 캠퍼스 안에 있는 작은 운동장에서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난 게이트볼이란 것도 한국에서는 그저 영화에서나 봤지,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서너 차례 봤다. 처음 게이트볼을 본 것은 도문의 두만강 공원에서 조선족 노인들이 하는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게이트볼이 제법 보급되어 있는 모양이다.

 

  길림대학 외국어센터 앞에서 아줌마들이 장구인지 북인지 알 수 없는 작은 악기 치는 것을 연습하고 있는 광경이다. 내가 아침에 버스 타고 지나갈 때에도 저러고 있더니, 점심 때 다 되어 다시 지나갈 때도 저러고 있다. 설마 반나절 내내 저렇게 연습하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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