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5년 둥베이(동북)3성

길림 용담산

Lesley 2006. 1. 28. 12:15

 

  용담산(龙潭山)에서 본 길림

 

  원래 동북지방은 서울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해서 겨울이 일찍 찾아온다. 더구나 내가 길림(吉林)에서 첫 아침을 맞은 날은 11월 초였다. 이쯤이면 한국에서도 제법 추워질 때인데, 웬일인지 길림이 하나도 안 추워서 연길(延吉)에서부터 입고 다녔던 내복이 거추장스러워졌다. 결국 내복을 벗어던지고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만들었다는 용담산성을 찾아 용담산으로 갔다.

 

 

  동북공정...

 

  산에 올라가는 길에 고구려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설명한 커다란 설명판이 몇 개 서 있는데, 읽다보면 한숨이 나온다. 동북공정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설명판의 첫 문구가 ‘고구려는 중국 동북의 지방정권으로 고구려인들은 한어를 이해했고 일찍이 한자문화를 받아들였다’ 이다. 어떻게든 중국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려 무진장 애를 썼다. 더 황당했던 것은 설명판 끝부분에 그러한 설명의 출전을 밝혔는데, 그게 바로 ‘삼국사기’이다...! 아니, 고구려가 중국역사라면 삼국사기에서 말하는 삼국이 도대체 어떤 나라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가하면 삼국사기의 저자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신라인인 김부식’이라고 써놨다. ‘신라 왕족의 후손 김부식’도 아니고, 김부식이 어느 시대 사람인데 웬 신라인?

  억지 주장을 하더라도 억지 주장 나름대로의 논리와 논거는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이 설명판의 내용을 쓴 사람이 뭘 제대로 알아보고 설명을 쓴 건지 의심스럽다.  

하여간 그 설명판을 한번 훑어보고 위로 올라갔는데, 이게 웬일이냐... 여행안내책자에도 용담산성은 성터만 남아있어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더니,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산성 같은 것이 안 보인다. 혹시 바닥에서 약간 불룩하게 올라온 흙으로 된 긴 선이 성터인가? 나만 못 찾는 건지, 원래 그렇게 찾아보기 힘든 건지... -.-   

 


  아름다운 길림, 아름다운 송화강(松花江)

 

  성터를 더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그 앞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산을 올라갔다. 사실 용담산은 ‘산’이라고 부르기가 조금 쑥스러운 곳이다. 그냥 우리 집 뒷동산 수준이다.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30분도 안 걸린다.

 

  그렇게 낮은 산인데도, 산 정상에 서니 시야가 확 트여 송화강이 흐르는 길림의 모습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아름답다.  

 

 

  송화강 오염사건

 

  그런데 용담산에서 봤을 때 송화강 건너편은 아파트가 잔뜩 들어선 주택가인데, 용담산 쪽은 화학공장이 줄줄이 늘어서있다. 용담산 오면서 만났던 중국인이 그 공장들을 가리키며 ‘모두 화학공장이다. 길림은 동북에서 화학공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했었다.

 

  그런데 나는 강 하나 사이에 두고 주택가와 위험한 공단이 저렇게 가까이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화학공장이 폭발한다면 그 유독가스가 강 건너 주택가까지 넘어갈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더니 기어이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내가 길림을 떠난 지 2주일 만에,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길림의 화학공장 한 곳에서 큰 사고가 나서 유독물질이 송화강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송화강이 오염이 되다니...! ㅠ.ㅠ 덕분에 역시 송화강이 지나는 하얼빈(哈尔滨)에 며칠간이나 단수가 되어 사람들이 하얼빈을 탈출하는 대소동이 일어났고, 그 오염물질이 러시아와의 국경인 흑룡강(黑龙江)에까지 흘러들어 러시아가 중국에 항의까지 했다는 소식이 한국 TV에서도 며칠간 크게 보도가 되었다. 아니, 그 멋진 흑룡강마저... ㅠ.ㅠ


 

  태어나서 처음 본 패러글라이더

 

  길림에서 사는 사람들도 산책 겸 산 위에 올라와서 그 사람들 틈에서 길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떠들썩해졌다. 무슨 일인가 시선을 돌려보니, 패러글라이더 두 대가 산 저쪽에서 떠올랐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관심을 보이자 패러글라이더가 우리 쪽으로 가깝게 다가와서 잠시 머물다가 송화강 쪽으로 날아간다.

 

  송화강의 예쁜 풍경을 배경으로 빨간 패러글라이더가 날아가는 모습은 멋있었다. 

 

  한국에서는 TV에서나 봤던 패러글라이더를 이번 한 달간의 중국여행 중 두 번이나 봤다. (웬일이니... -.-^) 처음 본 것은 길림 오기 전에 갔던 도시인 치치하얼(齐齐哈尔)에서다.

 

  치치하얼 시내를 걷는데 머리 위에서 무슨 요란한 소리가 들려서 뭔가 하고 올려다보니 모터가 달린 패러글라이더였다. (그런데 패러글라이더라는 게 원래 바람의 힘으로만 날아가는 것 아닌지... 뜬금없이 웬 모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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