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5년 둥베이(동북)3성

중국의 여러 종교

Lesley 2006. 1. 27. 14:16

 

  심양(沈阳) - 고궁(故宫)의 솟대 

 

  심양의 고궁은 만주족(满洲族)이 세운 나라인 청나라 초기의 궁이다. 그래서 한족이 세운 북경의 자금성(중국인들은 자금성이란 말보다 故宫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북경과 심양에 고궁이 하나씩 있는 셈이다.)과 그 모양새가 많이 다르다. 좋게 말하면 자금성보다 박력 있고 화려하고, 나쁘게 말하면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다.

  가운데 서 있는 쇠기둥은 다름 아닌 '솟대'이다. (중국에서는 한자로 뭐라고 표현을 하던데, 기억이 안 난다. -.-) 저 솟대 꼭대기에 고기를 꽂아서 까마귀가 먹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만주족뿐만 아니라 북방민족에 속하는 민족은 모두 하늘을 숭상해서 그 하늘과 교감하기 위해서 저렇게 하늘을 향하는 긴 쇠기둥을 만들었다. 역시 북방민족에 속하는 우리도 삼한시대에 각 지역마다 속세의 정치세력이 닿을 수 없는 '소도'라는 신성불가침한 지역을 정해 솟대를 세워 표시했다.

  또한 까마귀를 하늘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성스러운 동물로 여겼다. 고구려도 그렇고 고대 일본도 그렇고 발이 세 개인 까마귀(三足乌)를 신성한 동물로 여겼다. (그런데 어쩌다가 한국인들이 까마귀를 불길한 동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똑같이 새까만 새인데 까치는 길조로 여기면서 말이다.) 

 

 

  치치하얼(齐齐哈尔) - 청진사(清真寺) (1) 

 

  치치하얼 용사공원(龙沙公园)에 갔다가 그 북쪽에 있는 이슬람교 사원을 발견했다.

 

  작년에 서안(西安)에 갔을 때 청진대사(清真大寺)' 라는 이슬람 사원에 갔었다. 그때는 '청진대사'가 '소림사(少林寺)' 같은 고유명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에서는 이슬람 사원을 몽땅 '청진사'라고 부른다. 결국 '청진대사' 라는 곳은 '규모가 큰 청진사' 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동북지방에서 이슬람교 사원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위구르인들이 모여사는 신강(新疆)지역이나 그 근처 회족(回族)들이 많이 사는 곳에만 이슬람교도들이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보다.

  안에 들어갔더니 위구르족 할아버지가(서양인처럼 코가 높고 눈도 파란색에 가까운 걸 보니 위구르족 같다. 위구르족과 한족의 수세기에 걸친 혼혈로 이루어졌다는 회족은 한족 비슷하게 생겼다.) 참관하러 왔느냐며 대뜸 '大学生? '하고 묻는다. 작년 여행 때에는 대학생이라고 하면 어디에서나 학생증을 요구했는데(그때마다 나는 우리 동네 도서관 회원증을 학생증이라고 내밀어 할인받았음.ㅋㅋㅋ^^), 동북지방에서는 으레 자기들이 먼저 대학생이냐고 묻고 학생증 보자는 소리도 없이 학생할인을 해준다. ^0^

 

 


  치치하얼(齐齐哈尔) - 청진사(清真寺) (2)

 

  학생증 보자는 소리도 없이 할인해주신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작은 청진사를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다. 그래 봤자 내가 알아들은 말은 몇 마디 안 된다. ㅠ.ㅠ  하지만 워낙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하셔서 '听不懂 (못 알아듣겠다)' 이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

  

 

  건물 옆의 돌벽에 새겨진 저 조각들을 가리키며 '우즈베크~~~, 한족~~~'라고 하시던데, 대충 '이건 우즈베키스탄식의 문양이지 한족식 문양이 아니다'라는 뜻 같았다. (이건 눈치로 알아듣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상상력 발휘해서 내 멋대로 해석하는 거다…! -0-)  저런 이국적인 느낌의 문양은 치치하얼 보다는 사막 한 복판에 있는 오아시스 옆에 있어야 어울릴 것 같다.    

  

 

  청진사 안에 들어가 뒤편 마당으로 가면 이 탑이 서 있다. 확실히 절에 있는 불탑과는 다르다. 이것도 우즈베키스탄식인가?



  치치하얼(齐齐哈尔) - 청진사(清真寺) 근처의 이슬람 찹쌀떡…!

 

  청진사 근처에는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음식을 파는 가게나 노점이 있다. 이슬람교도는 음식을 먹을 때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 돼지고기나 돼지기름이 들어간 음식을 피해야 하고, 다른 고기를 먹더라도 이슬람식 율법에 따라 도살한 것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슬람식 음식을 파는 곳에서는 반드시 '청진(清真)' 이라는 글씨를 써서 이슬람식 율법에 어긋나지 않은 음식을 판다는 걸 알린다.

  작년에 갔던 서안 이슬람 노점상에게서 우리나라 인절미 비슷한 떡을 사서 맛있게 먹었는데, 치치하얼의 청진사 근처 노점에서는 찹쌀떡을 팔고 있었다…! @.@  우리나라 찹쌀떡처럼 쫄깃쫄깃한게 정말 맛있다. 속에는 깨와 설탕을 섞은 것을 넣어서 한국 찹쌀떡보다 조금 단 맛이 강하다. 그래도 란주(兰州)식 라면 먹고 느끼해서 죽을 뻔했는데, 저 찹쌀떡 먹고 나니 속이 편해졌다.

 

  오며 가며 3번이나 사먹었더니, 나중에 저 찹쌀떡 파는 회족 아줌마가 내 서툰 중국어에 외국인이라는 걸 눈치 채고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나보고 이슬람교 믿느냐고 물었다! -0-  이슬람교는 안 믿는데, 한국에도 이것과 똑같은 음식이 있다고 했더니 신기해했다.

 


  치치하얼(齐齐哈尔) - 대승사(大乘寺)

 

  중국의 절과 우리나라 절의 가장 큰 다른 점은 바로 향이다. 우리나라 절에서 피우는 향은 작고 가느다란데, 중국 절의 향은 엄청 크다.(사진에 나오는 분홍색 막대기가 모두 향이다)

 

  물론 우리나라 것과 같은 크기의 향도 팔긴 하는데, 그것을 사서 피우는 사람은 못 봤다. 모두 저 몽둥이(?)만한 크기의 향을 피운다. 향이 크다 보니 향에서 나오는 연기나 냄새도 엄청나다.

  그리고 중국 절에 가면 탑 안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을 종종 복 수 있다. 던진 동전이 탑 안에 들어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치치하얼(齐齐哈尔) - 천주당(天主堂)

 

  치치하얼대학을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에 옆 골목에 왠 오래된 성당이 보이기에 가서 구경했다.

 

  성당 앞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1920년대에 지어진 성당인데, 그 동안 성당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다가(중국어 실력이 짧아서 무슨 용도인지 도무지 모르겠음 ㅠ.ㅠ) 1980년대 들어와서야 다시 성당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면 중국정부가 점진적인 종교 자유화 정책을 채택하던 시기이다. 그 전에는 공산주의 이념과 안 맞는다고 저 불쌍한 성당이 중국정부한테 엄청나게 구박받았나 보다.

  하지만 성당 건물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외벽이 지저분하고 입구 앞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는 게, 아무래도 저 안에서 미사를 보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저 건물 옆으로 가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서 여러 사람이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그곳에서 미사를 보나 보다.

 

 


  길림(吉林) - 천주당(天主堂)

 

  길림에서 내가 묵었던 숙소 근처에 있는 성당이다. 그 숙소 이름이 천사빈관((天使宾馆)이었는데, 성당 근처에 있어서 '천사'란 이름을 쓰나 보다.

 

  1920년대 프랑스인들이 건설한 고딕 양식의 성당인데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때 많이 파손되었다가 복구했다고 한다. 오직 미사 때에만 내부를 공개한다고 해서 길림에 머무는 동안 미사 시간에 가서 구경하려고 했는데, 숙소 바로 옆인데도 게을러서 한번도 미사 시간에 못 갔다.-.-

 

  길림대교(吉林大) 위에서 본 성당은 송화강(松花江)과 함께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길림(吉林) - 북산공원(北山公园)의 옥황각(玉皇阁)

 

  북산공원에는 불교와 도교의 여러 사찰들이 있다. 제일 특이한 게 저 산 위에 보이는 옥황각이다.

 

  옥황각에는 유교의 공자, 불교의 부처, 도교의 각종 신이 다 함께 모여 있다. 그 이유가 정말 재미있다. 이왕 무언가를 빌 거라면 특정 종교의 신에게만 빌 것이 아니라 여러 신에게 다 빌어보는 게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0-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자, 뭐 그런 논리인가 보다. ^^

 

 

  길림(吉林) - 청진사(清真寺)

 

  길림에서의 마지막 날, 북산공원 구경하고 장춘(长春)으로 가려고 버스터미널 찾아가다가 또 길을 잃어버렸다… -0- 누가 장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헤매는데 갑자기 저 건물이 눈에 확 들어왔다. 중국에 와서 청진사를 몇 번 봤지만, 저렇게 이슬람식으로 지은 청진사는 처음 봤다.

  청진사 앞에 있는 설명판을 보니 원래 길림의 청진사는 청나라 건륭제(乾龙帝) 때 중국 전통 양식으로 지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6년에 길림시에서 2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어째서 중요하지도 않은 돈 액수가 이렇게 기억이 잘 나는 건지 모르겠다. 역시 인간은 경제적인 동물인가보다. -.-) 건축을 시작해서 작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동북지방에 의외로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사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에 청진사가 하나씩 있는 것을 보니 길림 다음으로 갔던 장춘에서도, 비록 들리지는 못했지만 지도를 보니 청진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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