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운전면허시험(4) - 비 오는 날 도로주행시험 낙방 거듭하다가 합격...!

Lesley 2023. 7. 13. 00:10


  장내기능시험이든 도로주행시험이든 불합격하면 3일 후부터 재시험을 볼 수 있다.

  규정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이 3일 후로 재시험 날짜를 잡기는 했는데, 왜 다음 날 보면 안 될까?  그것이 알고 싶다...!
 

  곧 장마철이란 것을 생각 못하고 재시험 날짜를 잡았는데 하필이면 중부지방에서 장마 시작되는 날이란다.

  날짜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우리나라 일기예보가 안 맞기로 유명한데, 날짜 바꿨다가 원래 시험 보기로 했던 날은 날씨 화창하고 정작 바꾼 날에 폭우 쏟아지면 어떻게 하나?  장마라는 게 최소 이주일은 계속 될 텐데 비 안 오는 날 고르다가는 언제 운전면허증을 딸 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그냥 빨리 시험 보고 끝내자...! (그러나 빨리 끝내겠다는 것은 나의 희망사항일 뿐, 나의 현실은 시궁창... ㅠ.ㅠ)

 

  운전면허시험 준비할 이들에게 주는 충고 하나...

  운전면허시험은 가급적 장마 기간 피해서 보시라...!  운전 오래 한 사람들도 폭우 쏟아지면 앞이 잘 안 보이고 수막현상 때문에 타이어가 헛돌기도 해서 쩔쩔맨다.  그러니 이제 운전 배우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특히 방향감각과 반사신경 쪽으로 별로인 사람(바로 나 같은 사람 -.-;;)이라면 더욱 더 힘들어진다.   

 

 

 

  비 오는 날 도로주행시험 재수하여 불합격하다.

 

  역시나 장마가 내 발목을 잡았다.

  재시험 보는 전날 밤부터 비가 많이 내렸지만 시험날 아침에는 그쳐서 좋아했는데...  막상 시험 시작하려니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젠장...! -.-;;)

 

  그래도 시험 초반에는 괜찮았다.

  운전하는데 방해될 정도로 많이 오지는 않았으니까.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에는 유턴도 무난히 해냈고 차선 바꿀 때 깜빡이 때문에 생쇼하는 일도 없었다.  차로유지가 불안해서 감독관에게 두 번인가 경고받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결국 불합격했다. (에구구... ㅠ.ㅠ)  

  시험 후반에 사당역 근처로 돌아오는 구간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불안한 마음에 속도를 낮추니 시험용 태블릿에서 속도를 높이라는 멘트가 여러 번 나왔다.  하지만 도로에 고인 빗물이 앞서 가는 자동차 바퀴에 좍좍 튀어오르는 것을 보니 긴장되어 속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고 나면 어쩌냐고요...!)  게다가 빗물 때문에 차선도 잘 안 보여서 좌회전하며 엉뚱한 차선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실력과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니 날씨 탓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건만...

  역시 초보 운전자에게 날씨는 꽤 큰 변수인가 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장마철이 시작되어 앞으로도 비가 올 날이 많을 텐데...   그나마 지난 번보다 점수가 많이 올랐다는 게 위로가 되었다.  '이번에는 한결 좋아졌으니 다음에는 더 좋아져서 합격할 수 있겠지' 라고 씁쓸한 마음을 달랬다.

 

 

  여담으로...

 

  나와 한 팀이 된 수험생 때문에 무서웠다.

  샌들, 슬리퍼, 하이힐 같은 신발을 신으면 운전면허시험을 못 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수험생은 스포츠 샌들을 신고 왔다.  감독관이 그 신발을 못 봐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 뭐라고 하지 않고 그냥 시험을 진행했다. 

  가뜩이나 겁 많은 나, 그 수험생도 나처럼 이제 운전 배우는 왕초보 운전자인데 스포츠 샌들 때문에 엑셀이나 브레이크 밟다가 잘못 되어 사고 나는 것 아닌지 겁 먹었더랬다.  게다가 그 수험생이 시험 볼 때는 비가 폭우 수준으로 쏟아져서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 만지작거리며 '이거 좀 헐거운 거 아닌가?  차가 뒤집혀도 내 몸을 잘 지탱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왜 난 쓸데없는 쪽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건지... ㅠ.ㅠ (결국 그 수험생은 스포츠 샌들이 아닌 중앙선 침범으로 실격했다는...)

 

 

 

  비 오는 날 도로주행시험 삼수하여 불합격하다.

 

  이 날은 아예 처음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그래도 처음에는 그럭저럭 운전했는데...  첫 시험 때 같은 팀이었던 수험생이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저질렀다.  즉,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면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엑셀을 밟아 왕창 감점되었다. -.-;;  이때부터 긴장했는지 실수연발이었다.

 

  연세 지긋하신 감독관도 안타까우셨나 보다.

  "처음대로만 했으면 합격했을 텐데 아까 멘붕했나 보네.  어차피 운전학원 다니는 사람들 실력이 다 거기서 거기지.  문제는 얼마나 침착하냐인데, 실수 한 번 해도 그 뒤에 침착하게 하면 합격인 거고, 실수했다고 당황해서 멘붕해버리면 불합격이고.  다음에 침착하게 하면 합격할 거예요." 라고 위로해주셨다.

 

  어째서인지 첫 도로주행시험 때부터 이때까지 나와 한 팀이 된 수험생은 모두 탈락했다.

  그나마 혼자 불합격하지 않은 것에 위로를 느껴야 하는 건가...  운전학원에서 실력 비슷한 사람들끼리 한 팀으로 묶어주는 건지 어떤 건지, 참...

 

 

 

  햇볕 쨍한 날 사수하여 불합격하다.

 

  세 번 불합격하고 일주일만에 네 번째로 시험을 봤다.

  주위에서는 운전하는 감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지만, 연달아 낙방하니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쉬고 싶었다.  이번에는 모처럼 비가 오지 않아서 합격을 기대했으나 또 불합격... ㅠ.ㅠ

 

  같이 시험 본 수험생도 나와 같은 사수생(!)인데 합격했다.

  시험 끝나고서 감독관이 나에게 뭐가 문제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옆에서 조용히 같이 듣더니만...  나중에 나와 둘이 있게 되었을 때 "저기요, 이거 오지랖일 수도 있는데..." 하더니 자기 휴대폰에 저장한 도로주행노선 약도까지 보여주면서 "여기에서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저렇게 했어요.  저도 먼저 번에 그래서 망했거든요." 라고 열심히 설명했다.

  같은 사수생 신세인데 혼자만 합격하고 나니 내가 어지간히 안쓰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친구 왈 "그 사람한테 '값싼 동정 따위 필요없어' 라고 하지 그랬냐?" -.-;;)  

 

 

 

  비 오는 날 도로주행시험 오수하여 합격하다.

 

  전에 운전면허 관련 정보 찾다가 '대학은 1수, 면허는 5수' 란 제목의 글(혹은 동영상이었나?)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때는 내가 그 제목의 주인공이 될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다.  내가 바로 대학은 1수로 합격하고 면허는 5수로 합격한 사람이다. ㅠ.ㅠ  또  다시 장맛비가 무섭게 쏟아지던 날 턱걸이로 겨우 합격했다.  합격이란 말을 듣는데 기쁘기보다는 긴장이 풀려서 한숨이 먼저 나왔다.

 

  이번 감독관은 먼저 번에 한 번 만났던 분인데, 시험 끝나고 학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신당부하셨다.

  면허시험에 합격했다지만 지금 실력으로 혼자 운전하면 위험하다고.  그러니 따로 도로연수받으며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

  네...  좋은 점수로 한 번에 척하니 붙은 사람조차 불안해하며 도로연수 받는데, 저처럼 오수 끝에 아슬아슬하게 붙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도로연수 받아야겠지요...  걱정마세요, 저 자신이 무서워서라도 꼭 도로연수 받을 테니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