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운전면허시험(2) - 장내기능시험 얼떨결에 합격...!

Lesley 2023. 6. 28. 00:10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그 다음 주에 장내기능교육을 받았다.  

  다른 학원도 같은지 모르겠는데 사당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4시간짜리 장내기능교육을 하루 2시간씩 이틀 동안 받게 한다.  급하게 운전면허 따야 하는 사람은 하루 4시간 수업도 가능한 모양이니 관심있는 분은 학원에 문의해보시기를... (그런데 초보자는 하루 2시간 운전하고도 지치는데 4시간이나 하면 몸살날 듯...)

 

 

 

  장내기능 첫 번째 수업은 괴로웠다.

 

  나는 운전학원 등록하기 전까지 운전도 자동차도 전혀 모르고 살았다.

  첫 번째 수업 전날 예습 차원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서야 자동변속기 자동차는 엑셀을 안 밟아도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사람이란 말이다...! (여지껏 자동차는 무조건 엑셀 밟아야만 움직이는 줄 알았음.)  그렇다고 내가 손재주 있거나 반사신경 예민한 사람도 아니다.  그런 내가 시동 켜는 법이라든지 방향지시등과 전조등 켜는 법 같은 간단한 설명만 몇 분 듣고서 운전을 시작했으니 오죽했겠는가...

 

  자동차는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주는데 옆자리에 앉은 강사는 답답해하며 뭐라고 했다.

  속터지는 강사 입장도 이해 안 가는 건 아닌데 은근히 짜증이 났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데 계속 지적만 받았더니 나중에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내가 운전 할 줄 모르니 비싼 수강료 내고 운전학원에 온 거지, 다 알면 뭐하러 왔겠냐고요~~~  강사님은 태어날 때부터 운전할 줄 알았냐고요~~~

 

  강사의 질책을 듣는 와중에도 떠오른 의문점 하나...

  어째서 브레이크과 엑셀이 전부 오른쪽에 치우쳐 있어서 오른발로만 밟게 되어 있을까?  브레이크는 왼쪽에 두어 왼발로 밟고, 엑셀은 오른쪽에 두어 오른발로 밟으면 더 편하고 좋은 것 아닌가?

  짜증내는 강사에게는 못 물어보고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그렇게 했다가는 급박한 상황에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두 발로 동시에 밟아 대형사고 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아, 그런 깊은 뜻이 있구나...

 

 

 

  장내기능 두 번째 수업은 좀 나았다.

 

  두 번째 수업 때도 실수투성이지만 그래도 진전이 있었다.

  어쨌거나 전에 2시간이라도 운전대를 잡아봤다고 핸들 움직이는 게 나아졌다.  뭐 그래봤자 자동차 바퀴가 경계석을 두 번이나 밟았고, T자 주차하느라 후진하면서 좌회전 해야 하는 것을 우회전 해서 강사에게 "이러면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사고 난다고요!" 라는 소리 들었지만 말이다. -.-;;

 

  두 번째 수업을 맡은 강사가 내 문제점 중 제일 심각한 것  두 가지를 지적했다.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다''커브 돌 때 속도를 줄이지 않아서 차를 컨트롤하지 못한다' 는 것이다.  그렇게 딱 두 가지만 찍어서 말해 준 것이 효과가 컸다.  사실은 이것저것 다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한꺼번에 지적하면 왕초보 교육생이 뭘 어쩌겠나...  가뜩이나 머릿속이 엉망진창인데 아예 정신줄 놓겠지...  차라리 두 가지만 찍어주니 그 두 가지를 고치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어 그전보다 한결 나아졌다.

 

  몰론 전보다 나아졌을 뿐이지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라 강사가 은근슬쩍 추가교육을 권했다. 

  하지만 추가교육비가 1시간당 6만원이 넘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두 번째 수업 끝나고 2시간 후에 있는 장내기능시험을 신청했다.  그러자 강사가 당황해하며 "어지간하면 교육생한테 시험 봐라 마라 하는 말 안 하는데 그래도 불속(!)으로 뛰어드는 걸 가만히 볼 수는 없잖아요." 라고 한다.  아이고...  그냥 불합격하는 것도 아니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속이라니... ㅠ.ㅠ

  그렇게 말한 강사도 기왕 시험 보기로 한 사람에게 너무 부정적인 말만 했다고 생각했는지 "뭐 경험(!) 삼아 한 번 보는 것도 좋아요.  20대 애들 중에도 5번(!)씩 떨어지는 사람도 있는데요."라고 덧붙였다.  강사의 의도는 용기를 북돋아주자는 것이겠지만 결국 '불합격할 것이다' 라는 전제를 깐 말이다.  괜히 신청했나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시험 당일에 취소하면 위약금을 20%나 물어야 해서 그냥 밀어붙이기도 했다.  

 

 

 

  장내기능시험 얼떨결에 합격...!

 

  나를 포함해 수험생 15명이 장내기능시험장 한쪽 구석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시험에 앞서 감독관이 컨테이너 벽에 붙은 장내기능시험 코스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서는 00를 주의하고 저기서는 XX를 해야 하고...' 식으로 설명을 해줬다.  수업 받을 때 이미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는 운전하며 듣느라 정신없기도 했고 이 코스 저 코스에서 단편적으로 들어서 설명이 조각조각 나뉜 느낌이었다.

  그런데 수업하며 시험 코스 몇 번 돌아본 상태로 코스 설명을 쭉 이어 들으니 제대로 정리가 되었다.  그러니 컨테이너 박스에서 설명해 줄 때 귀를 쫑긋 세우고 잘 듣기를...  몇 분 안 되는 설명이지만 의외로 도움이 된다..    

 

  시험을 무슨 정신으로 봤는지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합격했다...! @.@

  출발하면서부터 종료선에 차를 세울 때까지 입으로 계속 "브레이크 살살, 커브 천천히" 라고 중얼거렸다.  시험 보기 2시간 전에 있었던 수업 시간에 강사가 지적한 것들이다.  시험 내내 그랬으니 내가 나에게 최면을 걸다시피 한 셈이다.  그리고 이 최면요법(!)이 효과가 무척 좋아서 놀랍게도 100점으로 합격했다..!

  사실은 종료선을 통과한 후 기계에서 나오는 '합격입니다, 축하합니다' 라는 멘트에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 멍하니 있느라 점수를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내기능시험은 실수할 때마다 '시간초과로 감점입니다' 식의 멘트가 나오는데, 시험 내내 그런 멘트가 없었으니 100점일 가능성 99%...!

  

  장내기능시험 합격했다는 소식에 다른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게 아니라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2시간 전 나를 가르쳐 준 강사와 우연히 마주쳐서 합격했다고 말했다.  어지간하면 자기가 가르친 수강생이 합격했다면 예의상으로라도 축하한다고 할텐데, 그 강사는 숨을 '헉~~' 하고 들이키며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

  친구가 보인 첫 반응은 "이거 뭐 어떻게 해야 되냐?  헌법소원 내야 돼?" 였다.  뜬금없이 헌법소원이 왜 튀어나오나 했더니만...   그렇잖아도 난이도 한창 높을 때 운전면허 따서 요즘 운전면허에 대한 불신감이 대단한 이 친구 왈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 진짜 문제다.  너무 쉬워져서 면허 따고도 좌회전도 못하고 실선에서 차선 변경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제는 너 같은 사람도 합격시키냐.  국가가 인간흉기를 도로에 내놓은 거네.  국민들 안전 어쩌라고.  이건 기본권 침해야.  헌법소원 내야 돼." -.-;;  솔직히 반박할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순전히 운으로 합격한 거라...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시험 보기 2시간 전까지만 해도 바퀴로 경계석 밟는 생쇼를 펼친 실력이건만, 운이 따라주니 턱걸이도 아니고 만점으로 합격하는구나...

  어쨌거나 장내기능시험을 간단히 합격하고 나니 도로주행시험도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