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노트북 컴퓨터 판매자가 기가 막혀~~

Lesley 2023. 6. 12. 00:10

  한 달 넘게 블로그 활동을 못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일로 바빴고, 겨우 블로그에 글을 쓸 여유가 생겼을 때에는 왼손 집게손가락을 다쳐서 노트북 타자를 칠 수가 없었다.  잘 안 닫히는 빨래방 건조기 문을 억지로 닫다가 손가락이 문에 끼어버렸다.  손톱 아래로 보라빛 피멍 든 게 보이고, 지문이 있는 부분도 시퍼렇고...  그나마 뼈가 부러지지 않고 멍든 걸로 끝난 게 다행이다. ㅠ.ㅠ

  지금도 집게 손가락이 불편하다.  하지만 이제는 손가락이 구부러질 정도로 나아졌고(며칠 동안 퉁퉁 부어 구부러지지 않았다는..), 이러다가 내 블로그가 굶어죽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조심조심 타자를 치는 중이다.   

 

 

 

  자, 서론은 이쯤에서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난 달에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했다.

  2016년에 산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노트북을 지금껏 잘 썼고 앞으로도 몇 년 더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5월에 어떤 시험을 치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 시험은 자택에서 컴퓨터로 보는 시험이라 시험 관련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성능을 갖추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내 컴퓨터가 그 성능을 갖추지 못 해 새 제품을 사게 된 것이다.

 

  제품 자체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줄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우나, 판매자의 태도가 사람 뒷목 잡게 만들었다.

 

  그 인터넷 쇼핑몰에는 같은 모델을 파는 판매자가 여럿인데, 그 중 '당일배송, 재고보유' 란 문구를 쓴 판매자를 골라 주문했다.

  하루라도 빨리 새 노트북을 받아서 시험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설치하는 데에도 시간이 들 테니 말이다.  당일배송이 가능하다는 것 알고 주문했으면서도, 노파심에 인터넷 쇼핑몰에 당장 필요한 물건이니 반드시 그 날 발송해달라고 당부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만 하루가 지나도록 제품이 도착하기는 커녕 발송도 안 된 상태였다.  가정의 달 5월이라 주문이 밀려서 그런가 생각하면서 인터넷 쇼핑몰 댓글란에도, 그곳에 나오는 판매자 개인 휴대폰 번호로도, 재촉하는 메시지를 남겼으나 몇 시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더는 못 참고 전화를 했더지만...

 

  아, 이 양반 태도 좀 보소...!!!

  해가 중천에 뜬 것을 넘어 슬슬 서쪽으로 기울어 갈 시간에 전화했는데, 자다가 막 깬 게 분명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것부터 어이없더니...  인터넷 쇼핑몰과 휴대폰으로 남긴 메시지에 왜 답장 안 했냐고 묻자, 하다못해 형식적으로라도 미안해 하는 말 없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그냥 지금 얘기하세요.  뭔데요?" 란다. (이럴 거면 판매자 문의 댓글란이 왜 있고, 판매자 전화 번호는 왜 남겨놓은 거니... -.-;;)

  상대방이 그렇게 나오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 높이며 "재고가 있어서 당일배송해준다면서요?  그래서 주문한 건데 하루 지나고도 배송 안 해주면 어떻게 해요?" 라고 따졌다.  그랬더니 자기네가 재고 보관하고 있지도 않고 당일배송해준다고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0-;;  어이가 없어서 그러면 인터넷 쇼핑몰에 '당일배송, 재고보유'라고 써좋은 것은 거짓말이냐고 따졌더니, 자기는 그렇게 쓴 적 없단다. (이쯤 되니 화가 나서 쏘아붙이게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말문이 막혀버리더라는...)    

 

  심호흡 몇 번 한 후 "댁이 00사이트에 재고 보유하고 있어서 당일에 배송 된다고 분명히 썼잖아요!" 하고 소리쳤더니만...

  나로서는 그 상황에서 '너' 또는 '야' 라는 말 안 쓰고 '댁' 이라고 한 것만으로도 상당히 예의 차린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까지 귀찮다는 말투로 대답하던 상대방은 무척 당황해 하며 "댁? 댁? 댁이라고요?" 하며 버벅거린다.  그때까지 내가 따진 말보다 댁이란 말이 더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제서야 조금은 적극적인 태도로 변해서 어느 사이트에서 주문했냐고 묻더니, 내가 알려준 사이트에 접속한 후 하는 말이 가관이다.  "아, 정말 당일배송, 재고보유라고 되어 있네요." 라고 말했다.  그 말투가 자기도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식이다. -0-;;

 

  지금 장난하는 거냐고 따지려다가, 이런 사람하고 긴 말 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안에 발송이 가능한 지, 나는 급하게 필요해서 주문한 사람이라 오늘 발송이 안 된다면 취소하고 다른 곳에 주문해야 한다고, 필요한 말만 했다.  그랬더니 약간 기가 죽은 목소리로 오늘 안에 발송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다행히 그 날 저녁에 제품이 발송이 되어 다음 날 받기는 했다.

 

  인터넷으로 물건 구입한 지 20년은 지났는데, 이런 황당한 일은 겪어본 적이 없다.

  다른 판매자도 가끔 실수하기는 한다.  엉뚱한 물건을 배송한다든지, 갯수를 잘못 보낸다든지, 혹은 배송이 늦어진다든지...  하지만 이쪽에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문의하는 글 남기면, 한두 시간 안에 이러이러하여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댓글 남기면서 사과하는 성의는 보인다.  그러면 이쪽에서도 '사람이 하는 일이 어떻게 완벽하냐, 실수할 수도 있지' 라며 넘기게 되고...

  이번처럼 무대뽀로 나오는 판매자는 처음이다.  진지한 마음으로 장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혹시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서 심심풀이 삼아 장사하는 건지...

 

  무슨 드라마 '상도' 에 나오는 수준의 거창한 상도의까지는 바라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기본적인 예의는 지킵시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