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이사(3) - 당근마켓으로 살림 구하기

Lesley 2023. 3. 10. 00:10

 

  지난 번에 '당근마켓' 에 대해 포스팅 한 적이 있다. ☞ 당근마켓에 울고 웃고 https://jha7791.tistory.com/15791780 

  당근마켓 앱을 휴대폰에 깔고 종종 접속해서 구경하곤 했지만 직접 거래를 한 적은 없었다.  그저 여기저기에서 당근마켓 타령을 해대니 호기심에 깔았을 뿐...

 

 

 

  그러다가 드... 디... 어... 당근마켓 거래를 시작했다...!

  이사를 했으니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아무리 1인 가구 살림이라고 해도 이것저것 사들이다 보면 돈이 제법 나간다.  그래서 중고품 중에 적당한 게 없을까 하여 이사한 첫날부터 당근마켓을 열심히 찾아봤다.  이사하고 3주일 동안 다양한 물건을 당근마켓에서 구했는데 그 중 몇 가지에 대해서만 포스팅하겠다.

 

 

 

  1. 첫 번째 거래 - 의자, 책장

 

  당장 필요한 것이 책장과 의자였다.

  책장은 책과 그밖의 물건들을 수납하기 위해 필요하고, 의자는 책상 앞에 앉기 위해 필요했다. (차라리 원룸에 책상도 의자도 없다면 이해하겠는데, 책상은 있으면서 의자는 없는 게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사실, 의자는 이사하던 날 구하기는 했다.

  이사를 도와주러 온 친구가 남는 의자가 하나 있다며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접이식 의자라는 것...!

  책상 앞에 앉을 때 뿐 아니라, 높은 선반 위에 물건을 넣고 뺄 때에 밟고 올라갈 생각이라 튼튼한 의자가 필요했다.  이사하던 날에는 나보다 무게가 덜 나가는 친구가 접이식 의자 위에 올라가 물건을 높은 선반에 넣어주었다.  그러나 물건 넣고 뺄 때마다 친구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자가 나의 육중한(!)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 할 것 같았다.  결국 그 의자는 손님이 왔을 때 접대용(?)으로 쓰기로 하고 다른 의자를 구하기로 한 것이다.

 

  운 좋게도 이사한 다음 날 당근마켓에서 적당한 의자를 찾았다.

  사진을 보니 오래되었는지 나무로 된 팔걸이 부분이 제법 긁힌 상태였다.  하지만 매우 튼튼하게 생겼다는 점, 판매자도 나처럼 인헌동에 산다는 점(내가 사는 건물이 언덕에 있어서 의자를 먼 곳에서 운반하기 힘듦),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당장 구매하기로 했다.

  당근마켓 거래담을 보면 별의별 황당한 일들이 있는 것 같던데, 다행히 나의 첫 거래는 무탈하게 끝났다.  비록 친구가 준 의자처럼 내 방 가구들과 어울리는 하얀색은 아니고(하얀색은 커녕 시커먼 색깔... ^^;;) 낡기까지 했지만, 어쨌거나 밟고 올라갈 때마다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되는 튼튼한 의자라는 점 하나로 대만족이다.

 

  첫 거래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다시 당근마켓에 접속했는데, 이 날 운수가 좋았나 보다. 

  그새 괜찮은 책장이 매물로 나왔다...!  회전식 책장인데 몇 달 안 썼으니 새것이나 다름없고, 가격도 저렴하고, 이번에도 같은 동네였다.  그래서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당장 판매자에게 연락하고서 판매자가 사는 곳으로 갔는데...

 

  아이고... 내가 너무 앞뒤 생각없이 덤볐다.

  높이가 120센티미터라기에, 본가에 살 때 가구점에서 사서 집까지 직접 운반했던 4단짜리 책장을 생각하며 그럭저럭 옮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일... 예전에 옮긴 합성목재로 만든 책장과 이번에 산 원목으로 만든 책장은 덩치는 비슷해도 무게가 전혀 달랐다...! ㅠ.ㅠ

  책장을 집에서 갖고 나온 부부도 내가 당연히 차를 갖고 올 줄 알았다며 당황해 했다.  하지만 이왕에 사기로 약속했고 또 그만한 물건을 다시 살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속으로는 '헐~~~!' 을 외치며 겉으로는 "쉬엄쉬엄 가면 옮길 수 있어요." 라고 말했다.  물론 그 부부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데 부탁하지도 않았건만 남편분이 옮겨주시겠다고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 옮기는 건 무리라고 여긴 모양이다.  너무 고마워서 수고비로 만원을 더 주기로 하고 책장을 옮겼다.

  정말이지 그 분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도보로 10분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지만 중간에 계단을 내려가야 하고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하고...  거리 자체는 짧고 책장도 내가 아예 감당 못 할 무게는 아니었으니, 혼자라도 어떻게든 옮기기는 했을 것이다.  다만 몇 번씩 멈추고 쉬는 통에 30~40분은 걸렸을 테고, 무엇보다 그 뒤로 며칠 동안 팔의 근육통으로 쩔쩔맸을 것이다.

  무척 고마웠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고서 약속한 책장값 및 수고비와 함께, 비상식량(...이라고 쓰고 군것질거리라고 읽는다는... ^^;;)으로 사둔 단백질바 두 개도 아이들에게 주라고 드렸다.  창문 밖으로 내다보니, 성인 남자라도 역시 힘들었는지 한쪽 팔을 다른 팔로 주무르며 떠나시더라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2. 첫 번째 나눔 - 미니 크로스백

 

  미니 크로스백은 당근마켓에서 처음으로 나눔 받은 물건이다. 

  당근 거래 첫날 괜찮은 물건을 두 개나 건지고서 당근의 유용함에 푹 빠져, 또 좋은 것이 없나 하고 당근마켓에 수시로 접속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미니 크로스백이다.

  지금이야 겨울이라 두툼한 외투를 입고 다니니 휴대폰과 지갑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되지만, 곧 봄이 와서 옷이 가벼워지면 작은 가방이 필요할 듯했다.  가격도 3,000원 밖에 안 하고 이번에도 같은 동네라 사기로 했다.

 

  그런데 판매자가 갑자기 나눔을 해주겠다고 했다.

  약속 장소를 잡느라 채팅을 하던 중에 우리 두 사람이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을 알고는, 이웃이니 그냥 주겠다는 것이다.  판매가 왜 갑자기 나눔으로 바뀌나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무료로 준다니 고마운 마음에 집에 있던 미니 컵라면 하나를 들고 나가 답례로 주고 미니 크로스백을 받아왔다.

 

  친구한테 이 일을 얘기했더니, 아마 판매자는 처음부터 나눔을 할 생각이었을 거라 했다.

  사람들이 나눔을 하는 이유는, 자기에게는 필요없지만 물건 상태가 좋기 때문에 남들이라도 잘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나눔을 한다고 하면 별 이상한 사람들(공짜로 받아다가 돈 받고 팔려는 사람, 맡겨둔 자기 물건 찾아가려는 것 같은 태도로 나오는 사람, 어차피 공짜라니 충동적으로 약속잡았다가 노쇼하는 사람 등등)이 달라붙어 골치아프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소액이라도 붙여서 내놓았을 것이라 했다.

  나는 돈을 지불하고 사겠다고 했으니 그 물건을 정말 쓸 사람이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당장 만나자고 한 것으로 보아 노쇼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섰을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면 기분 좋게 무료로 줘도 좋을 거라 생각하고 나눔으로 줬을 것이라는 게, 친구가 한 긴 설명의 결론이다.

 

  실제로 당근마켓에서 나눔에 대해 검색해 보니(당근마켓은 중고품 오픈마켓 뿐 아니라 커뮤니티 기능도 있음.) 온갖 사연이 나왔다.

  비오는 날 약속을 어기고 연락까지 끊고 잠수해버렸다는 사람 이야기부터, 낚아채듯이 물건을 받아가서는 감사의 인사나 작별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렸다는 사람에...  제일 황당했던 사연은, 차 끌고 나타나서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만 내리고 물건 상태를 확인한 후 그냥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세상에는 별 이상한 사람들이 넘쳐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또는 잘 쓰겠다, 그 한 마디 하면 누가 잡아먹는 건지...

  매매할 때도 예의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나눔은 무료로 받으니 만큼 더욱 예의 차려야 하는 것 아닌가?  태어날 때 예의를 엄마 뱃속에 남겨두고 태어난 건지 어떤 건지, 참... 

 

   

 

  3. 첫 번째 먹거리 구매 - 우유와 버터

 

  이 동네에 문닫는 밀크티 가게가 있어서, 그곳에서 정리차 내놓은 우유와 버터를 샀다.

  참치나 스팸 통조림을 당근마켓을 통해 판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우유나 버터 같은 신선식품까지 파는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우유 킬러인 나는 저렴한 가격에 사서 잘 먹었는데...

 

  그 말을 들은 친구가 기겁했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은 당근마켓에서 사지 말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세상에는 정신병자 같은 것들이 많아서 음식에 독극물을 넣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흐음... 친구야, 너무 멀리 나간 것 같구나...

 

 

 

  4. 첫 번째 실패 - 좌식 책상(테이블)

 

  유감스럽게도 당근마켓에서 한 모든 거래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주로 밥상으로 쓰면서 가끔 방바닥에서 독서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책상으로도 쓸 좌식 책상을 구입했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원래 주인이 한 번 밖에 사용 안 했다고 함)인데다가, 색깔도 마음에 들었고, 책이나 노트북 모니터를 편히 볼 수 있게 상판을 5단계로 조절해 들어올릴 수 있다.  안성맞춤이라 생각하며 당근마켓에서 구입했다.

  하지만...!!!  이 책상은 차분하고 우아한 이에게나 어울릴 뿐, 나처럼 와일드(!)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상판이 들린다는 것을 깜빡 잊고 무심코 상판 한쪽만 잡았다가 음식이 든 그릇을 두 번이나 뒤집어엎었다.  그나마 한 번은 음식만 쏟아졌을 뿐 그릇은 멀쩡했는데, 또 한 번은 몇 년 간 아꼈던 컵을 박살냈다는... ㅠ.ㅠ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당근마켓에서 산 이 좌식 책상을 다시 당근마켓에 내놓았다.  아직 안 팔렸지만 여러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언젠가는 팔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상판이 들리는 기능이 없는, 다시 말해서 독서나 컴퓨터 작업용으로는 불편하지만 밥상(!)이라는 기능에는 충실한 좌식 책상을 구입했다.  그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단순한 제품이 딱이다...

 

 

 

  5. 첫 번째 판매 - 접이식 의자

 

  이 포스트 앞머리에 나온, 이삿날 친구가 준 접이식 의자를 당근마켓을 통해 팔았다.

  처음에는 이러이러해서 사용할 수 없으니 다음에 내가 친구네 집에 갈 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치는 물건을 감당 못하던 친구에게도 그 의자는 애물단지였는지, 나보고 그냥 당근마켓에 팔라고 했다.  그래서 당근마켓에 내놓았는데...

 

  겨우 몇 시간만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다음 날 낙성대역 근처에서 만나 구매자에게 넘겼다.  시작이 중요한 법인데, 첫 구매자가 매너가 좋아서 첫 거래를 산뜻하게 끝내 다행이다.  그렇게 2주일 이상 내 방 한 모퉁이를 차지했던 나의 룸메이트(?)를 떠나보내니 시원섭섭했다.  부디 좋은 새 주인과 알콩달콩 살기를...

 

 

 

  뱀발

 

  3주일 정도 당근마켓에서 괜찮은 물건들을 저렴하게 구입한 건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당근마켓을 좀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특정한 물건을 찾으려고 접속했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이것저것 다 찾아보게 된다.  이래서 당근중독이란 말이 나온 거겠지...  앞으로 당근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