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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라선촨촨향 - 낙성대역 근처 중국음식점

Lesley 2023. 3. 27. 00:10

  '향라선촨촨향' 이라는, 얼른 입에 달라붙지 않는 상호의 중국요리집을 소개하려 한다.

  내가 사는 인헌동 바로 옆 낙성대동에 있는 중국음식점인데, 동네마다 몇 개씩 있는 한국식(!) 중국음식점이 아니라 중국식(!) 중국음식점이다.  즉, 짜장면이니 짬뽕이니 하는 한국화 된 중국음식이 아니라 진짜 중국음식을 파는 곳이다.

 

  위치는 낙성대역 근처다.

  낙성대역 4번 출구로 나와 쭉 걸어가면 '하나님의 교회' 라는 엄청나게 큰 교회가 있는데(여기도 말 많고 탈 많은 종교집단이라는... -.-;;), 그 앞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차도 건너 대각선 방향으로 보인다.  간판이 눈에 확 띄어서 길눈 어두운 사람이라도 찾아가기 쉽다.

 

 

포털 사이트의 지도에서 퍼 온 성의없는 사진. ^^;;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여기에 두 번 가봤다.  첫 번째는 동생과 같이 갔는데 금요일이나 주말도 아니건만 손님이 바글거렸다.  대학생들이 모임을 하고서 뒤풀이차 왔는지 왁자지껄했다.  두 번째는 친구와 함께 갔는데('궈바로우' 를 먹어야 한다고 부르짖던 친구... ^^), 이때는 두세 명씩 온 손님들만 있어서 그전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먹었다.

 

 

입구 위쪽 벽에 매달려있는, 깨알같은 북어. ^^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이런 중국음식점이, 그것도 맛집으로 소문난 중국음식점이 있다니 뜻밖이었다.

  진짜 중국요리를 제공하는 음식점은 대림동이나 건대입구역 근처처럼 중국인들이 밀집한 지역에만 있는 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손님들이 우리나라에 체류중인 중국인 위주인 것도 아니고,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다 한국인다.  아무래도 옛날과 다르게 외국을 여행하거나 아예 외국에서 장기체류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런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화 되지 않은 외국 음식이 인기를 끄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징장로우쓰(경장육사).

 

  친구와 음식 두 가지를 시켰는데 내가 고른 '징장로우쓰' 가 먼저 나왔다.

  손님이 거의 한국인이라 중국어 모르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함인지, 메뉴판에는 우리나라식 한자 발음으로 '경장육사' 라고 되어 있다.  

 

  이 음식을 중국에서 처음 먹었을 때 문화충격을 두 번 느꼈다.

  하나는 네모납작한 건두부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두부란 정육면체에 가깝게 생긴 일반 두부와 반 액체인 순두부, 그렇게 두 종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생 처음 보는 건두부를 보고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라고 착각했다. ("이게 웬 종이처럼 생긴 두부?" 하고 놀랐다는... ^^;;)

  또 하나는 완전 '건강식 + 영양식' 이기 때문이었다.  춘장에 볶은 채썬 소고기(단백질과 지방)에, 건두부(단백질)에, 채썬 여러 종류의 야채(비타민과 섬유질)까지...!  중국에 가서 중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이에게 추천할 만한 음식이다.  춘장이야 우리 짜장면 소스에도 들어가는 것이라 익숙한 맛이고, 생야채 여러 종류에 두부까지 나오니 기름지기는 커녕 담백하며, 건두부로 고기와 야채를 감싸서 먹으니 쌈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딱이다.

 

 

서비스로 나온 건두부야채볶음.

 

  위의 음식은 주문한 게 아니라 서비스로 나온 것이다.

  처음 갔을 때 우리가 시킨 음식만으로도 양이 많던 차에 서비스 음식까지 주셔서, 결국 먹다 먹다 다 못 먹고 잔뜩 남겼더랬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비스 음식이 나왔다.

  이 음식의 이름은 모르겠는데 하여튼 건두부와 야채를 볶은 것이다.  사진만 보면 마치 어묵과 야채를 볶은 것 같다.  궈바로우를 먹고 싶어하던 친구에게 "징장로우쓰랑 이거 먹다가 정작 궈바로우는 못 먹겠네." 하고 놀렸더니,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라며 기어이 궈바로우를 먹고야 말겠다는 투지(!)를 보였다.

 

 

마지막을 장식한 궈바로우.

 

  드디어 친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궈바로우' 가 나왔다.

  전에 왔을 때는 메뉴판에 궈바로우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음식이냐고 질문하는 손님들이 많았는지 이번에 갔더니 탕수육으로 고쳐 놓았다. (그래도 한국식 탕수육과 미묘하게 다른 궈바로우가 나오니, 내 친구처럼 궈바로우 좋아하는 분들은 안심하시오~~!)

 

  대림동이나 건대입구역 일대의 중국음식점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아무래도 손님 중 상당수가 이 식당 근처에 있는 서울대 학생들이라, 학생들 호주머니 사정 생각해서 가격을 정한 것 같다.  

 

  진짜 중국요리 좋아하며 서울 지하철 2호선 라인에 사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음식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