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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 절두산 성지

Lesley 2019. 7. 25. 00:01


  집에서 제법 떨어진 알라딘 중고매장 합정점에 간 김에 덤(!)으로 들린 곳이 두 군데 있으니...

  첫 번째는 개화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던 외국 출신 선교사 및 그 가족이 많이 안장되어 있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이다. (다만, 이름과는 달리 안장자 중에는 비선교사도 상당히 많다고 함.)  두 번째는 조선 후기 병인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인들을 기념하는 '절두산 성지' 이다.

  두 곳이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관심 있는 이라면 한꺼번에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알라딘 합정점과 마찬가지로 전철 2호선과 6호선의 환승역인 합정역을 이용하면 된다.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은 우리나라에 왔던 개신교 선교사 및 그 가족들이 묻힌 곳이다.

  다만, 이 묘원 자체는 1980년대부터 조성되었지만 지금처럼 깔끔하게 단장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어수선한 상태였는데, 2000년대 들어서 개신교계에서 관심을 갖고 정비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의 입구.



우리나라의 묘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



  외국인의 묘지라서 그런지, 우리가 묘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우리나라 묘지는 대체적으로 정형화 되어 있다.  무슨 대통령이라든지 재벌 총수라든지 하는 높은 자리에 있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묘지라면 몰라도, 그 외에는 호화로우냐 검소하냐 또는 규모가 크냐 작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은 여러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묻힌 곳이라 그런지, 비석 모양 등이 제각각이다.  비석 위의 글씨를 봐도 알파벳으로만 되어 있는 게 있는가 하면, 알파벳과 한글이 섞인 것도 있고, 한글과 한자로만 되어 있는 것도 있는 등 다양하다. 



한자로 된 비석만 없다면

외국 영화 속 풍경이라고 믿을 듯.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도 힘썼던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목사의 묘지.



  헐버트 목사가 을사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고종의 친서를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전달하려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여기에 다녀오면서 찾아보니, 의외로 한글의 정비에도 관여했다.  같은 한자문화권 국가이며 역사적으로 이리저리 얽혀있는 한중일 세 나라 중 오직 우리나라만 글을 쓸 때 띄어쓰기를 하고 있다.  그게 바로 헐버트 목사와 주시경 선생의 건의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단체 관람 온 학생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교회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단체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절반 정도는 주일학교 교사로 보이는 인솔자와 같이 온 청소년기 학생들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양산과 성경 들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이셨다.




  ◎ 절두산 성지


  절두산 성지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서 도보로 10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다.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이 개신교 선교사 위주의 묘지라면, 절두산 성지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인들을 기리는 곳이다.  특정종교에 집착(!)하는 이가 아니라면, 어차피 두 곳이 가까우니 함께 둘러보는 게 좋을 듯하다. 



절두산순교성지라고 표시된 건물 옆에 있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야 함.



절두산 성지 옆을 지나가는 전철 2호선.



  절두산 성지 바로 옆으로 2호선이 지나가고 있다.

  합정역과 한강 너머 당산역을 잇는 지상 노선이다.  그런데 절두산 성지 옆을 지나는 구역의 아치형 덮개에 천주교 관련 그림을 그려놓았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장독대.



마더 테레사와 요한 바오로 2세의 동상.



  마더 테레사와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인도 아니고 병인박해와도 상관이 없는 인물이라 좀 의외였다.

  어째서 여기에  동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 다녀간 적이 있는데, 혹시 그때 우리나라의 천주교 성지인 여기에 들려서 그걸 기념하는 뜻으로 동상을 만들어 세운 걸까?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신부가 되었던

김대건 신부의 동상.




김대건 신부 동상 맞은편에 있는 건물.



  저 건물이 성당 겸 기념관 정도 되는 듯하다.

  지하에서는 10년 전쯤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관련 전시회를 하고 있고, 지상에서는 미사를 보고 있었다.




순교자들을 형상화 한 것으로 보이는

입구의 나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