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실외 마스크 해제 / 행리단길의 등나무길

Lesley 2022. 9. 29. 00:01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얼마 전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나왔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란 녀석 때문에 졸지에 전 국민이 '은행 강도 패션'(!) 으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위 '마스크 대란' 으로 주민등록번호에 따라 특정 요일이 되면 마스크를 구하러 약국 앞에 1시간씩 줄을 서곤 했다. (아예 목욕탕용 의자나 낚시터용 의자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더구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졌다. 

  마스크란 것을 초등학생 시절 겨울철에 방한용으로 썼던 게 전부라서, 한동안 숨쉬기도 불편하고 안경으로 차오르는 김 때문에 짜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럭저럭 마스크와 물아일체를 이루며 살게 되었다.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되었다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어디까지나 실외에서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뿐 실내에서는 여전히 써야 한다.  그러니 밖에서 산책이나 운동만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어딘가(마트든 식당이든)에 들어가려고 나온 사람이라면 마스크를 챙겨나올 수 밖에 없다.  이왕 가지고 나온 마스크다 보니 쓰고 다니는 모양이다.

  그래도 동네에서는 돌아다니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쓰고 다니는 것 같은데, 시내로 가면 마스크를 벗은 사람보다 쓴 사람이 훨씬 많다.  아무래도 동네는 한적해서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시내는 사람도 많고 사람 사이 간격도 빽빽해서 조심하는 것 같다. 

  위에 쓴 실용적(?)인 이유들 말고도 그냥 마스크를 안 쓰는 게 어색해서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처음에는 싫다고 투덜대며 썼던 마스크인데 이제는 오히려 벗으면 어색할 만큼 습관이 된 것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내년에나 해제될 예정이라는데, 그래도 마스크는 우리의 영원한 껌딱지(!)로 남을 지도 모른다.

  지난 2, 3년처럼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 사람이 사시사철 쓰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기 이전처럼 극소수의 사람만 쓰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뿐 아니라 단순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도 막을 겸, 황사 및 미세먼지도 막을 겸, 추운 날씨에는 방한용으로' 계속 쓰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2020년대 초반은 인류 패션사의 중대한 시기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스크를 건강상 착용하는 물건이 아니라 복장의 하나로 취급되기 시작한 역사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세대일 지도 모른다.

 

 

 

  행리단길의 등나무길

 

  지난 달에 수원의 행리단길에 들렀다.

  다만 제대로 건진 사진이 없어서(머리가 벗겨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햇살이 뜨겁고 따가워서 한가롭게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음.) 행리단길에 대해 별도로 포스팅을 하지 못 하고, 이렇게 다른 소재와 옴니버스(?)로 묶게 되었다.

 

  수원의 행리단길은 경리단길의 아류(?)로 붙은 이름이다.

  서울 용산의 경리단길이 대히트 친 뒤로 '0리단길' 이란 이름이 전국적으로 유행한다.  그런 시류 속에서 수원의 상징인 화성(학창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정조, 정약용, 거중기 3총사와 함께 등장했던 그 화성...!) 행궁 근처 거리도 행리단길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화성 자체로도 원래 유명했다.  거기에 더해 요 몇 년 예쁜 카페도 많이 생긴데다가, 이 거리의 우동집이 대단한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 김밥집으로 등장하기까지 해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특색있는 거리로 소문난 곳인데다가 주말이기까지 했으니, 어디를 가도 사람이 바글바글...

  수원에 살고 있는 친구와 만나 함께 갔는데, 카페가 얼마나 예쁜지 무슨 커피가 맛있는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계속 돌아다녔더니, 나중에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 좋아~~' 라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블로그에 올릴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 따위도 없었고...

 

  그나마 건져낸 사진이 있으니... 

 

 

  화성 성벽 바깥을 따라 행리단길로 이어지는, 등나무 덩굴로 된 길이다. (나무로 된 예쁜 등도 잔뜩 달려있고...)

  저 등나무길을 지나면서 도시에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스레 실감했다.  내 머리통으로 곧장 내리쬐는 햇볕에 허덕이다가 푸른 잎사귀가 빼곡히 찬 아치형 길을 지나려니, 몸은 시원해지고 마음은 상쾌해지고... 아치형 길 바깥과 체감온도가 3도는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녹화사업에 힘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