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다음 블로그 서비스 종료 / 티스토리로 이전

Lesley 2022. 8. 12. 00:01

  낮 기온이 35까지 치솟던 지난 주말, 한 블로그에 접속했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다음 블로그가 9월 30일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이다...!!! (우째 이런 일이... ㅠ.ㅠ)

 

  어째서 나는 이 소식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나 했더니... 

  블로그에 로그인 할 때 뜨는 화면 아래에 공지를 해놓기는 했다. (그런데 여기는 왜 또 10월 1일이냐...  공지글에는 분명히 9월 30일이라고 나오는데...)

 

  

  나 같은 해태눈을 위해 눈에 확 띄도록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가령 팝업창으로 알려주던지 커다란 글씨로 알려주던지...  인터넷 포털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잘한 공지나 각종 광고 문구가 뜨는 경우가 많다 보니, 로그인 메뉴 아래에 나오는 문구에 신경을 안 썼다.  만일 지난 주에 그 블로그에 접속하지 않았더라면, 이 소식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내 블로그에 접속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공지에는 '다음 블로그 서비스는 종료되어도 다음 블로그 콘텐츠는 티스토리로 이전해 블로그 활동을 이어나가실 수 있습니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공지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상황이 공지에 나온 것처럼 간단한 것 같지 않다.  일방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통고받은 것에 대한 불만은 둘째치고, 이왕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며 티스토리 이전을 시도한 사용자들까지 분노하고 있다.

 

  같은 카카오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는 엄연히 서로 다른 서비스다.

  다음 블로그 자료를 티스토리로 옮긴다는 게, 단순무식(!)하게 다음 블로그 자료를 한꺼번에 복사해서 티스토리 블로그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카카오 측에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여 호환이 되도록 작업을 한 후에 옮겼어야 하는데, 그냥 밀어붙인 모양이다.  티스토리로 옮긴 후 폰트 크기가 제멋대로 변했네, 사진이 어떤 것은 원래 크기인데 어떤 것은 작아졌고 어떤 것은 아예 사라졌네... 등등 온갖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포스트만 이전할 수 있고 댓글과 방명록은 사라진다는 점도 아쉽다.  댓글이나 방명록도 블로그 주인장들에게는 개인적인 역사라 할 수 있는데, 그것들이 통째로 날아간다니... 

 

 

 

  비슷한 소동이 2년 전에도 있었다.

  2020년 5월에 다음 블로그가 생기고 처음으로 전면적인 개편이 있었는데 그때도 사용자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블로그 사용법이 불편해진 것이야, 백 번 양보해서 '아직 새 메뉴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쓰다 보면 익숙해 질 거다' 라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개편 이전에 쓴 포스트들이 난잡하게 변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개편 전 에디터와 개편 후 에디터가 호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 같은데...  포스트가 얼마 안 되는 사용자라면 귀찮아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고칠 수 있지만,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이나 다음 블로그를 이용하여 포스트가 많은 사용자들은 수정 작업 같은 건 엄두도 안 난다.  결국 옛날 포스트들은 멀쩡하면 멀쩡한대로 이상하면 이상한대로 그냥 내버려두는 수 밖에...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투덜거리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안심했다.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뒤로 다음이란 이름이 붙은 서비스들이 하나씩 사라지던 참이라, 혹시 다음 블로그도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조만간 없앨 서비스라면 귀찮게 개편 따위 하지 않을 테니, 다음 블로그가 살아남기는 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비스 종료라니...  개편하고 2년 5개월만에 없앨 거라면 뭐하러 개편이란 것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개편 후 다음 블로그 모습이 티스토리처럼 변했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혹시 사용자들에게 '앞으로 티스토리와 합칠 테니 미리 티스토리 분위기에 익숙해지세요' 라는 암시였던가...!!!

 

 

  카카오에게 간절히 바란다.

 

  우리 다음 블로그 사용자 입장에서 제일 좋은 것은 다음 블로그를 이대로 두는 것이다.

  물론 다시 개편해서 여러가지 문제점까지 고쳐주면 더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없애지만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아우성친다고 해도 이미 결정된 일을 뒤집을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티스토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안 생기도록 최대한 신경 써주는 게 예의 아닐까?

  네이버 블로그가 대세가 된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다음 블로그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다음 블로그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용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강제로 티스토리로 이사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삿짐을 제대로 옮겨주지도 않고 막 내던져 여기저기 깨지게 하는 것은, 오랫동안 다음 블로그를 사랑한 이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 양반들아, 안티 카카오 세력 늘어나서 좋을 게 뭐가 있소...!!!)

  이미 티스토리로 옮긴 사용자 사이에서, 2년 전 개편 때와 비슷한 문제(글씨와 사진 크기가 뒤죽박죽이 되는 것)가 생겼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다음 블로그 종료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이제라도 담당 인력을 보강해서 다음 블로그 자료들이 멀쩡(!)하게 티스토리로 옮겨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나도 조만간 티스토리로 이사가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언제 가야 할까?

 

  너무 일찍 이사가면 마루타(!)가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카카오가 다음 블로그 사용자들의 집단이주(!)를 위한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일찌감치 이사간 사람들이 여러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카카오는 문의글이나 항의글을 보고서야 개별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시간 끌며 눈치 좀 보다가 이 혼란상이 어느 정도 수습된 후에 이사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종료 날짜인 9월 30일에 임박하여 이사하기도 좀 그렇다.

  나처럼 일찍 이사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 또는 티스토리로 옮겨야 할 지 그냥 블로그를 접어야 할 지 망설이는 사람들이, 막판에 한꺼번에 몰릴 지도 모른다.  이번 일에 대해서 카카오 측이 사전 준비보다는 사후 처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지라, 사용자들이 한꺼번에 이사에 나서면 엄청난(!) 돌발사태가 벌어질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그래도 9월 전에는 가야겠지?

  아예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서 이사갈까?  그러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것처럼 나도 다음 블로그에서 해방되는 건가? (단, 내가 원하는 해방이 아니라 강제적 해방이라는 게 함정...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