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오래간만에 간 성북동

Lesley 2021. 6. 1. 00:07

 

  5월에 정말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나, 역시 정말 오래간만에 서울 성북동에 다녀왔다.

  코로나 사태로 누구를 만나기도 조심스럽고, 볼일이 있는 경우 아니면 돌아다니기도 꺼려진다.  그래서 친구 S와는 7개월만에, 친구 H와는 무려 1년하고도 9개월만에 만났다.  같은 수도권에 살고 있건만 이렇게 만나기 힘들어서야... 

  모처럼 만나게 되어 어디를 갈까 하다가, 너무 멀리 나가면 오가는 길에 시간을 다 쓸 듯하여 성북동으로 결정했다.  내가 여러 번 가 본 곳이라 가이드 노릇을 할 수도 있고(그러나 현실은... ^^;;), 혼자 움직여야 하는 S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을 생각해봐도 딱이었다.

 

 

 

  성북동집 - 손칼국수 만두전문점

 

  H의 차를 수연산방 근처의 공영주차장에 대어 놓고,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S와 접선(!)했다.

  나와 S가 시장했기 때문에 셋이 뭉치자마자 '성북동집' 에 가서 아점으로 만둣국을 먹었다.  H는 집에서 아침을 먹고 왔다며(그리고 나중에야 들었지만 만둣국이 입맛에 맞지 않기도 해서) 만두 중 절반을 나에게 기부(!)했다.  물론 나는 내 몫의 만두와 H에게 받은 만두까지 싹 먹어 없앴다. (이러니 살이 빠질 리가... ㅠ.ㅠ) 

 

  무척 배고팠기 때문에, 성북동집 외관 사진은 물론 음식 사진도 찍지 못 했다.

  한옥으로 된 전통찻집으로 유명한 수연산방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고, '복자사랑 피정의 집' 이란 천주교 관련 건물 바로 옆에 있다.  다만, 간판에는 가게 이름인 성북동집은 자그마하게 써있고 오히려 '손칼국수 만두전문점' 이란 설명글이 훨씬 크다.  그러니 간판을 보고 찾을 때 주의할 것...!

 

 

 

  덕수교회 안 '이종석 별장'

 

  식사 후 '이종석 별장' 을 찾아갔다.

  여기도 성북동집이나 수연산방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옥이다.   구한말 젓갈장사로 큰 부자가 된 이종석이란 사람이 별장으로 썼던 한옥이다.  이 별장은 뜬금없이(!) 덕수교회 안에 있다.  이곳을 찾아갈 때 이종석 별장만 찾으면 헷갈릴 수 있으니, 길가에 있어서 눈에 확 띄는 덕수교회를 찾는 게 쉽다.    

 

간판을 보니 지금은 교회 수련원으로 쓰는 듯.

 

본가가 아니라 별장입니다, 별장...!

 

  위풍당당한 모양새치고 규모는 아담하다. 

  이종석의 본가가 아니라 별장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멋드러진 솟을지붕 있는 기와집은 보통 꽤 큰 편이라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긴 가난한 사람들은 초가삼간에서 열 식구가 우글거리며 살기도 했다는데, 휴식용으로 가끔 이용하는 별장이 저 정도면 대단한 건지도...

 

요즘 서울에서 보기 힘든 장독대 풍경.

 

 

 

  길상사

 

  길상사에 대해서는 과거에 포스팅 한 적이 있으니, 링크로 대신하겠다.

  ☞ 길상사(吉祥寺)  https://blog.daum.net/jha7791/15790814?category=8632 

  ☞ 길상사(吉祥寺)의 단풍 구경하세요  https://blog.daum.net/jha7791/15790845?category=8632

 

  여기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풍경과 귀여운 돌부처 사진으로 퉁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통에 길상사 내부의 흙길이 진흙탕이 되어 오래 둘러볼 수 없었다.  하필 니트로 된 집업을 입고 가서, 그 옷이 습기를 흡수해서 무겁게 늘어졌다.  매직 스트레이트 한 지 몇 달 된 반곱슬 머리카락은 핵폭탄 맞은 꼴이 되었고... ㅠ.ㅠ

 

대나무 숲속에 있는, 대나무로 만든 풍경이라...

 

전에는 못 봤던 것 같은 아기 돌부처.

 

 

 

  심우장이 있는 동네

 

  길상사에서 수연산방으로 가는 길에 산동네를 통과했다.

  길상사와 수연산방 사이를 한용운 스님의 집 '심우장' 이 있는 동네가 가로막고 있는데, 이 동네가 평지가 아니라 꽤 높은 언덕에 있다.  평범한(!) 길을 통해 수연산방으로 가자면, 길상사에서 도로 쪽으로 내려가 도로를 따라 다시 쭉 올라가는 식으로 빙 둘러가야 한다.

  하지만 이 날 그 도로 쪽 길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해서 우리가 좀 질려있었다.  또 비가 내리고 있어서 걷는 시간을 단축하고 싶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독한 방향치인 나와는 다른 '인간 네비게이터'(!) S가 앞장서서 지름길을 개척(!)했다.

 

  그러나 심우장 동네를 넘어간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수연산방으로 가는 시간이 좀 줄어들었을지 모르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모험(?)을 했다는 데에 약간의 의의가 있을지 몰라도, 졸지에 등산(!)을 했기 때문이다...!  노인은 이 동네에서 못 살겠구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 되다가, 역시 노인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급경사 계단이 아래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커다란 개똥까지 등장했다...!  앞서 가던 S가 먼저 보고서 우리를 위한다고 "밑에 개똥 있으니까 보지 마." 라고 했는데, 개똥을 안 보면 어떻게 피하라고...! ㅠ.ㅠ

 

비오는데 창가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수연산방

 

  수연산방도 과거에 포스팅 한 적이 있어서, 그때의 링크로 대신하겠다.

  ☞ 수연산방 - 성북동 한옥 전통찻집, 소설가 이태준의 옛집 https://blog.daum.net/jha7791/15790926?category=8632

 

  여기에서는 비 내리는 날 수연산방의 마당 풍경 두 컷으로 끝~~!

 

이런 것도 센스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할 뿐, 나는 도무지... ^^;;

 

비에 젖은 마당은 보기에만 좋을 뿐, 걷기에는 영~~

 

 

 

  덕분이네통닭 성북점

 

  이 날 아점은 만둣국이었는데 점저는 치킨이었다.

  S가 길상사 가는 길에 '덕분이네통닭' 이라는 치킨집을 보고 반해서(?) 계속 그곳 이야기를 했다. (만일 H와 내가 다른 곳에서 식사하자고 했으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벌어졌을 듯... ^^;;)  그래서 치킨집 이름으로는 수더분한 덕분이네통닭으로 고고씽~~! 

 

누가 성북동 아니랄까봐, 치킨집조차 한옥이 가미된 형태라는...

 

위는 한옥이요, 아래는 양옥이구나, 얼쑤~~

 

  '성북집' 에서 그러했듯이 여기에서도 치킨 사진은 없다.

  치킨 먹느라 정신없어서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  위의 두 사진도 치킨 나오기 전에 찍었으니 망정이지, 치킨이 일찍 나왔더라면 저 사진들조차 못 건졌을 듯하다. (그래, 블로그보다는 먹을 게 우선이다...!)

 

 

 

  총평(?)

 

  유감스럽게도 이번 성북동 나들이 성적은 낙제점이다.

  나와 S에게는 70점 이상은 되는 것 같은데, 우리와 취향이 다른 H는 30점도 안 준 것 같다.  '일상에서 잘 맞는 것' 과 '여행(비록 그 여행이란 것이 반나절짜리 나들이더라도...)에서 잘 맞는 것' 은 별개의 문제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일단, 날씨부터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그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이 날 오전 중에 그칠 것이라 하더니, 그치기는커녕 오후까지 계속 내렸다.  부슬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니, 입고 있던 옷이 눅눅해지고 물기 머금은 머리는 아인슈타인 머리 같이 되어버렸다.  안면홍조와 지루성 피부염으로 원래도 안 좋은 얼굴 피부는, 높은 습도로 호흡을 못 해 달아올랐다.  게다가 몇 주일째 구순염을 앓고 있었는데 마스크가 습기 때문인지 자꾸 입술에 달라붙어 구순염이 도지는 통에, 본의 아니게 두 친구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한 마디로 총체적인 난국...! ㅠ.ㅠ)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H가 성북동 정취에 아무 감흥이 없었다는 점이다. (친구여, 자네는 어머니 뱃속에 감성과 낭만을 두고 태어났더냐...! ㅠ.ㅠ) 

  길상사, 이종석 별장, 수연산방 같은 성북동 일대의 한옥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한옥이란 게 양옥만큼 관리가 쉽지 않아 청결도가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거기에서 살라는 것도 아니고 잠깐 구경하거나 앉아서 쉬는 것은 괜찮지 않나? 

  그리고 나름 유명한 업소에서 먹은 만둣국이나 전통차가 맛은 없으면서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투덜거렸다.  뭐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갈 수준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던 것 같은데... (물론 내가 입맛이 둔하기는 하다는... ^^;;)  높은 가격이야 동네 자체가 부촌인데다가 나름 관광지화 되어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코로나 사태 끝나고 날씨 좋을 때 다시 이 친구들을 성북동에 데려가고 싶지만...

  S는 몰라도 H를 데려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다.  이 날 성북동 나들이가 H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성북동 방문이 될 지도 모르겠다. 

  

 

길상사(吉祥寺)  https://blog.daum.net/jha7791/15790814?category=8632
길상사(吉祥寺)의 단풍 구경하세요!  https://blog.daum.net/jha7791/15790845?category=8632
수연산방 - 성북동 한옥 전통찻집, 소설가 이태준의 옛집  https://blog.daum.net/jha7791/15790926?category=8632
삼청각 - 성북동의 늦가을  https://blog.daum.net/jha7791/15791136?category=8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