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래간만에 대학로 쪽으로 나갔다가 정릉에 있는 '개울장' 구경까지 하게 되었다.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정릉천에서 격주 토요일마다 개울장이라는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 기사를 통해 그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겨울이라 개울장이 휴장 중이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구경하러 가야지 하고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이 날 개울장에 간 것은 순전히 우연함과 충동의 결과다.
원래 이 날의 일정에는 개울장이 없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전에는 대학로 CGV에서 영화 '동주' 를 보고, 오후에는 점심을 먹고나서 한성대입구역 쪽으로 움직여 '최순우 옛집' 을 봐야 했다. 그런데 영화도 잘 보고 점심도 잘 먹고서 최순우 옛집을 가봤더니, 3월 31일까지 동절기 휴관이라는 것이다. ㅠ.ㅠ 그래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할까, 그냥 일찍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최순우 옛집에서 개울장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 나서 갑자기 간 것이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어찌된 영문인지 최순우 옛집은 갈 때마다 휴관이다. 처음에 갔을 때는 수리중이었는데, 다음에 갔을 때는 일요일이라고 휴일이었다. (보통 이런 곳은 일요일에 문 열고 월요일에 쉬던데 여기는 특이하게도 일요일과 월요일에 전부 쉼.) 또 나중에 다시 갔을 때는 무슨 행사 한다고 그 날 하루 외부 방문객 출입을 안 받는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동절기 휴관이란다.
이쯤 되니 최순우씨와 내가 전생에 뭔가 좀 안 좋은 사이였나 하는 생각이 다 든다. 혹시 내가 전생에도 먹는 거 좋아해서 최순우씨 몫을 뺏어먹어서, 최순우씨가 복수 차원에서 현생에서 나를 자기 집에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일까...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침 이 날이 올해 들어서 개울장이 처음으로 개장하는 날이었다. 개장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라고 한다. 장소는 정릉시장 안에 있는 정릉천변이다.
정릉천 다리 위의 개울장 안내판.
노란색 천막이 쭉 늘어선 다리가 안내판 있는 다리.
그 아래로 있는 좌판들.
대부분의 품목은 아기옷, 수작업으로 만든 장신구,
역시 직접 만든 에코백이나 스카프나 찻잔,
역시 직접 만든 잼이나 과자류임.
(레어템으로 고추장이나 참기름도 보임. ^^)
올해 첫 장날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편.
하긴 개울가 자리가 좁아서 상인과 손님이 더 많아도 곤란할 듯함.
여기에서 저리로 가는 손님,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는 손님이
뒤엉켜서 움직일 때마다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함.
좌판 상인 중에 젊은층 비율이 높은 편.
공예 등 예술분야를 전공한 대학생들인 듯함.
한 가지 색상을 농담만 다르게 해서 칠한 찻잔이 탐났음.
하지만 곧 이사를 가야해서 기존의 짐도 처치곤란이라
무언가를 구입하는 것은 무리... ㅠ.ㅠ
처음에는 정릉시장 상인들이 장사에 방해된다고 반발했다고 함.
하지만 이제는 다리 위의 정릉시장과 다리 아래 개울장이 상생의 길을 간다고...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토요일에 1~6시까지 개장한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가보시기를...
꼭 물건을 구입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북적북적한 서울 속에서 시골 비슷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다만, 사진 속 좁다란 공간을 보면 알수 있겠지만, 유모차나 자전거 끌고 가는 것은 본인에게도 힘들고 다른 이들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이다. 그러니 그냥 두 다리로 가주시와요~~~
개울장 근처에 전철역은 없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내 출발지인 한성대입구역에서 정릉시장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몇 개 있다. (모두 6~8 정류장 떨어져있고 정릉시장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됨.) 나는 그 중에서 162번을 타고 정릉시장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정릉시장 정류장에서 차도 건너편을 보면 정릉시장 입구가 보이는데, 그 안으로 들어서면 정릉천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온다. 바로 그 다리 윗부분과 그 아래 정릉천 한쪽으로 개울장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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