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의릉의 가을 풍경

Lesley 2014. 10. 30. 00:01

 

  10월의 마지막 주말, 가을 날씨를 만끽하러 집 근처 의릉에 갔다. 

  ☞ 의릉(懿陵) - 왕릉과 안기부의 기묘한 동거(http://blog.daum.net/jha7791/15790831)

 

  최고기온은 겨우 20도 남짓했지만, 한낮 햇살이 제법 따사로웠다.

  그래서 움직이다 보면 땀이 약간 나는,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게다가 주말이기도 하니, 부모 따라 놀러온 아이들이나 자리 깔아놓고 김밥 싸와서 먹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다.

 

 

홍살문으로 내리꽂히는 가을 햇살.

 

 

샛노랗게 변한 잔디밭 위에 자리 잡은 정자각이 운치 있어 보임.

 

 

정자각을 앞에서 본 모습.

 

 

정자각 위의 괴수들(!).

 

  정자각 위에 있는 저 괴수들을 '잡상(雜像)' 또는 '어처구니' 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전에 종묘에서 본 잡상과 개수가 다르다.  종묘 영녕전 지붕에는 5개가 있던데, 의릉 정자각에는 6개가 있다.

  종묘(宗廟)(http://blog.daum.net/jha7791/15791076)

 

  잡상의 개수와 형상에 대해 정리해놓은 블로그를 발견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서 읽어보시기를...

  ☞ 블로그 '당골네 사랑방' 중 '잡상(어처구니)(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vivamd&logNo=10074496712)'

 

 

왕릉에 제사를 지낼 때 제사음식을 어떻게 배열하는가를 설명한 목판화.

 

  정자각에 전에 못 보던 목판화가 있어서, 어찌된 일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의릉에 간 바로 다음날이 의릉에 제사를 지내는 날이라, 그 제사를 위해 방문객들에게 설명해주는 뜻으로 설치한 것이다.  어차피 의릉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니, 다음날 다시 의릉에 가서 그 제사를 구경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따로 볼일이 있어서, 제사 구경을 할 수 없어 정말 아쉬웠다. ㅠ.ㅠ 

 

 

다음날 있을 제사를 위해 예행연습 중인 '무서운 아저씨들'(!).

 

  사진 속 인물들은 아마도 성북구청 관계자 혹은 전주 이씨 종친회 관계자들일 것이다.

  행사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면서, 제사 때 입장 순서라든지 중간에 거쳐야 하는 절차 등을 설명했다.

 

  그런데 어떤 엄마 때문에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그 엄마는 유치원 다닐 법한 남자아이 둘을 데리고 놀러왔다.  엄마가 그만 집에 돌아가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노느라 말을 듣지 않았다.  화가 난 엄마가 마침 저 사진 속 아저씨들을 보고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저기 봐라.  저기 무서운 아저씨들이 '이 놈~~!' 하러 온다.  그러니까 빨리 가자."

  졸지에 '무서운 아저씨들' 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우스웠지만, 엄마 목소리가 제법 커서 문제의 '무서운 아저씨들' 에게 다 들렸을 것 같아서 더 웃겼다.  정말로 그 엄마의 말을 들었다면, 그 '무서운 아저씨들' 기분이 과연 어땠을까... ^^

 

 

정자각 방향에서 바라본 홍살문.

 

  전에는 홍살문 꼭대기 가운데 부분의 삼태극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작년부터 읽게 된 어떤 인터넷 소설 덕분에 이제는 삼태극 문양에도 눈길이 간다.  소풍이니 사생대회니 하며 어려서부터 고궁이나 왕릉 같은 곳을 많이 다녔는데, 삼태극을 본 기억은 없다.  그런 장소에서 못 봤을 리가 없는데도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은, 그 만큼 삼태극에 무관심했다는 뜻이다.  

 

 

오솔길에 위에도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고...

(오솔길에서 왼쪽으로 벗어난 잔디 위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처자가 치킨 잔치 벌이는 중... ^^;;)

 

 

새파란 하늘, 붉으스름한 소나무, 도도한 자태의 까치...!

 

 

산수유라는 열매를 시나 소설을 통해 이름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처음 알았음.

 

 

조류계의 카멜레온들. (숨은 그림 찾기? ^^)

 

  산수유 나무가 모여 있는 곳은 새 지저귀는 소리가 정말 요란했다.

  적당히 짹짹 거려서 '와~ 자연의 소리다~' 하는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귀가 아플 정도로 너무 시끄러웠다.  처음에는 새떼가 패싸움이라도 벌이나 싶었는데...  산수유 나무들 옆에 서서 자세히 보니, 새들이 산수유 열매를 따먹느라 경쟁이 벌어져서 그 난리가 난 것이다.  

 

  새들의 먹방(?)을 구경하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유독 보호색(?) 비슷한 색깔을 지닌 새들만 보인다.  열매 따먹느라 정신 없이 산수유 나무 가지 여기저기를 옮겨다니는 새들의 종류가 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뭇가지와 반쯤 시든 잎사귀 사이에 앉아있으면, 새와 나무를 구별하기 흠들어진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먹이를 찾던 비둘기도, 서울에서 가장 흔한 초록빛과 군청색이 뒤섞인 집비둘기가 아니라 회색이 도는 멧비둘기다.  그래서 얼핏 보면, 바닥의 흙색깔과 구별이 잘 안 된다. ^^;;     

 

 

뒤쪽 봉분(사진상 왼쪽 봉분)이 사극의 단골 주인공 장희빈의 아들인 조선 제20대 왕 경종이 묻힌 곳.

앞쪽 봉분(사진상 오른쪽 봉분)이 경종의 계비인 선의왕후가 묻힌 곳.

 

  왕과 왕후를 함께 모신 쌍릉의 경우, 보통은 왕의 봉분과 왕비의 봉분이 옆으로 나란히 있다.

  그런데 의릉은 특이하게도 왕의 봉분은 뒤에, 왕비의 봉분은 앞에 있다.  한 곳에 있는 부부가 나란히 앉지 않고, 아내는 앞에 앉고 남편은 뒤에 앉은 모양새다.  의릉이 이런 특이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풍수지리 때문이라고 한다.  이 지역 특성상 경종 부부를 나란히 묻게 되면 풍수지리적으로 안 좋아서, 앞뒤로 묻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능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아내 선의왕후의 뒤통수만 쳐다봐야 하는 남편 경종... ^^;;)

 

 

의릉 밖, 출입구 쪽에 있는 은행나무. (진짜 샛노랗다~~!)

 

 

의릉 옆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있는 정체불명의 굴뚝.

 

  저 굴뚝을 어두운 저녁에만 보다가, 모처럼 대낮에 보니 느낌이 새롭다. ^^

  의릉 양옆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캠퍼스가 있다.  그 중 한 캠퍼스는 겨우 몇 년 전에 새로 지어, 한눈에도 건물이 현대적이다.  ☞ 한국예술종합학교(http://blog.daum.net/jha7791/15790837)  하지만 다른 한 캠퍼스(저 굴뚝이 있는 곳)는 과거에 안기부와 국방대학원이 있던 오래된 곳이라, 80년대 분위기가 솔솔 나는 칙칙한 곳이다.

  그런데 그 오래된 캠퍼스의 건물 뒤편에, 저렇게 생뚱맞게 굴뚝이 솟아있다.  원래 공장이었던 곳도 아닌데, 자그마한 굴뚝도 아니고 4층 높이의 커다란 굴뚝이 덩그러니 서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전에 엄마와 산책 겸 운동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를 돌면서 농담으로 그런 말을 주고 받았다.  캠퍼스가 아직 안기부 부지였던 시절에 사람들 잡아다가 죽인 후 불태우려고 만든 굴뚝 아니냐고... ^^;;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기네 학교 캠퍼스 터를 두고 별 괴담이 다 있는 모양이다.

  학교 지하에 안기부 시절 쓰던 고문실이 아직도 있다는 둥, 시체보관실이 있다는 둥, 과거 안기부에서 고문을 받다 죽은 귀신이 한밤에 연못 근처를 배회한다는 둥...  어쩌면 내가 몰라서 그렇지 저 굴뚝에 대해서도 시체 태우는 용도라는 괴담이 있을지도 모른다. ^^

 

 

새로 지은 캠퍼스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있는 주차장의 단풍.

(파란 하늘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는 P300의 위력...! ㅠ.ㅠ)

 

  나에게는 DSLR이니 미러리스니 다 필요 없고, 니콘의 P300 정도면 과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2년 정도 쓰고 나니, 문제점이 보인다.  다른 것은 다 좋은데, 한낮에 밝은 하늘을 찍게 될 때에는 노출이 과다해서 하늘이 저렇게 새하얗게 나온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 한다는 식으로, 내가 수동기능을 제대로 사용 못 해 노출을 제대로 맞추지 못 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디카가 스스로 알아서 무난한 상태르 찍어주는 자동 모드에서도 저렇게 하얗게 나온다는 것은 좀 문제가 아닌지... (또 다시 디카 지름신이 강림하려는 분위기... ^^;;)

 

 

의릉과 별 상관 없지만, 의릉에서 집에 가는 길에서 본 솟대와 빨간 우편함.

 

  처음에는 끝에 새 모양이 달린 저 막대기가 뭔가 했는데, 인터넷 뒤져보니 현대식 솟대다. ^^ 

  대문 앞에 저렇게 솟대를 예쁘게 장식하는 단독주택이 요즘 생겨나고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에 솟대라고 검색해 보면, 우리가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배운 그 솟대 말고, 저런 현대식 솟대의 가격을 비교하는 사이트나 솟대를 장식한 집의 사진 등이 주르르 뜬다.  내 방문 옆에도 하나 세워놓았으면 좋겠는데, 아파트 방 안에 솟대라면 좀 웃겨 보일까? ^^ 

 

 

의릉(懿陵) - 왕릉과 안기부의 기묘한 동거(http://blog.daum.net/jha7791/15790831)

종묘(宗廟)(http://blog.daum.net/jha7791/15791076)

한국예술종합학교(http://blog.daum.net/jha7791/15790837)

오래간만에 간 옛 동네 - 상월곡역 / 한국예술종합학교 / 의릉(http://blog.daum.net/jha7791/1579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