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수연산방 - 성북동 한옥 전통찻집, 소설가 이태준의 옛집

Lesley 2012. 12. 1. 00:02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수연산방(壽硯山房)이라는 전통찻집을, 지난 8월에야 처음으로 가보고 11월에 다시 다녀왔다.

  수연산방은, 북적북적한 서울 한복판이라고는 안 믿어지는 한갓지고 공기 맑은 성북동에 자리한 한옥에 둥지를 틀고 있다.  간송미술관이나 길상사와 그다지 멀지 않은 편이니, 성북동 1일 투어 코스 끝부분에 넣어 투어에 지친 다리를 쉴 겸 투어를 정리하는 장소로 쓰면 제격일 듯하다. ^^

 

  수연산방으로 쓰이는 한옥은 처음부터 찻집용으로 건축한 게 아니라, 월북작가 상허(常虛) 이태준(李泰俊)이 일제시대에 지은 가정집이다.

  수연산방이란 이름도 이태준이 지은 당호라고 한다.  그의 후손(직계후손은 아니고, 그의 외가쪽으로 손자뻘 되는 친척이라고 함.)이 1999년부터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상호로 내걸고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수연산방은 서울시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될 정도로 나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문화적 가치가 아니더라도,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성북동에 자리한 한옥 전통찻집이라는 점 때문에 유명하다.

 

 

 

아담한 돌담을 양쪽으로 날개처럼 펼치고 서있는 수연산방의 대문.

 

  수연산방이 특별히 외진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길에서 좀 옆으로 들어앉아 있어서 초행길에는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길을 잘 모르겠으면, 차라리 성북초등학교에서 덕수교회를 거쳐 금왕돈까스를 찾는게 빠를 수도 있다.  금왕돈까스를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몇 걸음만 들어가면 수연산방이 바로 보인다.

 

 

왼쪽은 여름철에 인기 있다는 정자, 오른쪽은 별채의 모습임.

 

  대문을 들어서서 왼쪽을 보면, 정자와 별채가 보인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도 쐴 겸, 저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면 그렇게 좋다고 한다.  하지만 한여름(8월 중순)에 처음 수연산방을 찾았던 나와 내 동행은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 했다.  길상사 구경하다가 어두워질 때 즈음해서야 이 곳에 도착하기도 했고, 공교롭게도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지던 때이기도 해서, 본채의 방에 들어앉을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여기가 수연산방의 본채임.

 

  대문을 들어서면 앞쪽으로 본채가 보인다.

  최근 복원한 경복궁 안의 건물은 알록달록해서 무슨 레고블록을 보는 느낌인데, 오히려 한 개인의 집이었던 수연산방에서는 고즈넉함과 고풍스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역시 아무리 열심히 복원한다 해도 '세월의 흐름' 이 주는 효과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다.

 

 

(왼쪽) 본채의 툇마루. (여기도 정자처럼 한여름에는 손님들이 앞다투어 차지하고자 하는 명당으로 보임. ^^)

(오른쪽) 툇마루 맨 안쪽에 있는 부채와 재봉틀을 확대한 모습.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가을 정도만 되어도, 저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면 신선놀음하는 기분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수연산방에 발걸음 했던 때는 여름이긴 하지만, 폭우가 쏟아져서 밖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간 이 날은 초겨울이어서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가 부슬비까지 내려서, 역시 툇마루에서의 풍류는 포기해야 했다.  참 아쉽다.  

 

 

(위) 안뜰의 우물과 그 주변 풍경.

(아래 왼쪽) 우물 왼쪽에 보이는 이끼가 잔뜩 낀 맷돌.

(아래 오른쪽) 우물을 덮은 뚜껑 위의 토기 인형.

 

 

본채 툇마루에서 내려다 본, 가을비에 촉촉히 젖은 안뜰 모습.

 

  비록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 때문에 실제 기온보다 더 춥기는 했지만, 비에 젖은 뜰 풍경은 정말 예뻤다.

  흙마당은 비가 오면 진창이 되어 생활하기에는 좀 불편하지만, 비에 젖은 흙마당 보기가 힘든 서울에서 저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호사인 듯하다. ^^  그리고 만일 시멘트 바른 마당이었다면, 마당에 길을 이룬 디딤돌이나 이런저런 화초가 저렇게 예뻐 보이지도 않았을테고...  

 

 

(전체) 본채 안쪽 마루의 모습.

(위 오른쪽) 지붕의 모습.

 

 

(왼쪽) 8월에 찍은 마루의 선반 모습.

(오른쪽) 11월에 찍은 마루의 선반 모습. (8월의 선반 모습과 비교해보면, 도자기 배치가 좀 바뀌었음. ^^)

 

 

마루의 여러 장식품이나 액자. (감과 밤은 실제 과일이 아닌 모형 과일임. ^^)

 

 

8월에 찍은 내가 차를 마셨던 방의 풍경.

(그런데 11월에도 8월 처음 갔을 때와 같은 방에 들어서,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생강차를 마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