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오래간만에 간 옛 동네 - 상월곡역 / 한국예술종합학교 / 의릉

Lesley 2017. 5. 19. 00:01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온 지 어느덧 1년이다.

  원래 살던 동네는 이사하고서 한 달인가 두 달인가 지났을 때 한 번 다녀왔을 뿐, 그 후로는 가지 못 했다.  제법 먼 거리인데다가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서너 번 갈아타야 하는 게 불편하기도 해서, 선뜻 가게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볼일이 생겨서 오래간만에 다녀왔다.  이왕 간 김에, 그 동네에 살 때 자주 갔던 곳들이 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들려봤다. ^^




  먼저, 상월곡역부터... 


  언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세련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이 되었다.

  개찰구를 나가 별 생각 없이 에스켈러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는데...  에스켈러이터가 위로 거의 다 올라갔을 때 눈앞에 보인 것은, 과학적이라기에는 문학적이고 문학적이라기에는 과학적인 대형 판넬이었다.

  이름하여 '작은 과학 행성' 이다.  태양이 있어야 하는 가운데 자리에는, 어린 왕자와 그 짝꿍 여우가 뒷모습을 보이며 나란히 앉아 있다.  그리고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로케트, 사과가 막 떨어지고 있는 나무, 전구, 해골, 두뇌, 책, 실험기구 등 온갖 물건들이 귀여운 그림으로 옹기종기 앉아 있다.



역주변 지도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과학 행성'



  그리고 4번 출구 쪽으로는 '과학자존' 이 마련되어 있다.

  여러 개의 액정화면을 사진 액자처럼 벽에 걸어 놓았다.  그 중 두세 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면이 바뀌며 여러 과학자 또는 과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해준다.  



월곡2동 주민센터 및 성북정보도서관 방향인

4번 출구 쪽 벽에 있는 '과학자존'



  하지만 상월곡역의 변화 중 내 눈길을 가장 잡아끌었던 것은 따로 있었으니...

  1번과 4번 출입구에서 개찰구로 내려갈 때 보이는 SF적인 분위기의 전시물이다.  왜 여기에 가장  관심이 갔느냐 하면, 에스켈러이터를 타는 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대형 지구 사진 때문에 '은하철도 999' 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두 달 가까이 은하철도 999 TV판을 열심히 봤더니만, 은하철도 999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뭔가 가져다 붙일만한 건덕지만 있으면 다 좋다. ^^  



에스켈러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

전철 대신 999호를 타게 될 것만 같은

행복한 착각이 마구마구 드는...! ^^




  그 다음은 나의 저녁 운동 겸 산책 장소였던 한국예술종합학교다.


  상월곡역을 나가 조금 걸었더니 후문이 보이는데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

  나무가 많은 곳이라 한창 더운 7, 8월에도 일단 한예종 교정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바깥보다 온도가 낮아지는 걸 몸으로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가보니 이사가기 전보다 나무가 더 무성해진 느낌이었다.  정말 그런 건지 아니면 오래간만에 가봐서 괜히 그렇게 느끼는 건지...



나무 줄기를 담쟁이덩굴이 뒤덮은 광경을

전에는 못 봤던 것 같은데...



학교와 주택가 사이의 나지막한 담에는

여전히 찔레꽃이 한창임.



  찔레꽃이 잔뜩 핀 담은 길고양이가 자주 나타나는 곳이다.

  혹시나 전에 봤던 녀석들 중 하나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렸는데, 유감스럽게도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전에 산책다닐 때는 하루에 몇 마리를 연달아 보기도 했는데...  일요일이라고 녀석들도 어딘가로 놀러간 건지 어떤 건지... ^^



한예종 연못 위에는 연잎이 가득함.

개구리 왕눈이가 피리 하나 들고서

연잎 위를 뛰어다닐 것 같은 분위기... ^^



올봄에는 보기 드물었던 파란 하늘...!



  올해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떤 봄이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파랗고 맑은 하늘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하늘을 보면 고마울 지경이니... ㅠ.ㅠ  그런데 이 날은 내가 컴백홈 하는 특별한 날이라 날씨가 큰 마음 먹고 인심 썼나 보다.  모처럼 보는 사람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한예종이 나오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의릉은 자동으로 나오지요~~~ ^^


  이 날 의릉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한 게 아쉬웠다.

  원래는 의릉 안에 들어가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하려 했다.  하지만 한예종을 통과해 의릉 앞으로 갔을 때는 벌써 6시가 넘었다.  이미 안에 들어가 있던 관람객조차 밖으로 내보내는 시간이라 표를 팔지도 않았다.  바다 건너 외국도 아닌데 언제고 또 올 기회가 있겠지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한예종에서 펜스를 사이에 두고 바라본 의릉.



앗!  의릉 입구가 변했다! @.@



  매표소와 안내판 자리가 바뀌었다.

  전에는 '음식물, 돗자리 반입 금지 안내' 라고 써진 입간판(입현수막이라고 해야 하나... ^^;;)이 있는 자리에 매표소가 있었고, 그 옆으로 의릉 내부 지도와 의릉 소개글이 실린 안내판이 있었다.  그런데 매표소와 안내판을 반대방향으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 '음식물, 돗자리 반입 금지 안내' 라는 안내문을 보니 좀 그랬다.

  관람객들이 음식 먹고서 깨끗이 처리하기만 한다면 왜 반입을 금지하겠나...  보나마나 일부 관람객이 남은 음식물이라든지 음식물을 쌌던 종이나 비닐봉투를 아무데나 버려서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예 모조리 금지하기로 했나 보다.  꼭 일부 진상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본다. ㅠ.ㅠ  



원래 있던 자리에서 반대편으로 이사한

매표소와 안내판.

(안내판에는 원래 없던 중국어 설명도 생김.)




  내가 이 동네에 오래 살아서 정이 많이 들기는 들었나 보다.

  동네에 생긴 이런저런 변화를 보니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나 모르게 변했다는 게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그게 왜 서운할까...  내가 쓰면서도 좀 황당한... ^^;;)



한국예술종합학교(http://blog.daum.net/jha7791/15790837)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봄꽃 - 이상기온으로 한꺼번에 핀 봄꽃(http://blog.daum.net/jha7791/15791074)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벚꽃이 활짝 피었어요!(http://blog.daum.net/jha7791/15791203)

의릉(懿陵) - 왕릉과 안기부의 기묘한 동거(http://blog.daum.net/jha7791/15790831)
의릉의 가을 풍경(http://blog.daum.net/jha7791/1579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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