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약과 먹다가 빠진 치아 크라운 / 입술 헤르페스(입술 부르틈)

Lesley 2021. 3. 7. 00:01

 

  약과 먹다가 빠진 치아 크라운

 

  지난 달 마트에 갔다가 오래간만에 약과를 샀다.

  마침 설 연휴 직전이라 명절용 음식을 잔뜩 쌓아놓고 세일 중이었다.  우리집은 특이하게 신정을 쇠기 때문에 명절 음식 장만할 일은 없지만, 약과를 보니 오랫동안 안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 5개 들이로 된 것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우유와 함께 맛있게 먹었는데...

 

  약과 먹다가 어금니에 씌워놓은 크라운이 빠져버렸다. (우째 이런 일이... ㅠ.ㅠ)

  엿이나 젤리 같은 찐득찐득한 것을 먹다가 크라운 같은 치아 보철물이 빠졌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약과 먹다가 빠졌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꽤 오래 전에 해넣은 것이라 수명이 다 되어서 빠졌을 수도 있기는 한데...

  흔히 가는 내과나 이비인후과와 다르게, 치과는 한 번 가면 대공사(!)를 치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 것이라 생각하니 한밤중에 짜증이 확 올라왔다. (네, 마땅히 다이어트에 힘써야 하는 몸으로 한밤중에 달디 단 약과를 먹다가 터진 사고랍니다... ㅠ.ㅠ) 

 

  어쨌거나 일은 이미 터졌으니 다음 날 치과에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빠진 크라운을 재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되어서 다시 빠지면 새로 만들어 씌워야 하지만, 당장은 계속 써도 된다고 했다.

 

  크라운을 제자리에 씌우고 나서, 젊은 의사가 급한 일 없으면 스케일링을 받는 게 어떻겠느냐고 은근히 권했다.

  그무렵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 사람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인지, 전에 갔을 때와 달리 치과에 다른 환자가 없었다.  그래서 의사도 모처럼 온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시도한 듯하다.

  다른 때 같으면 얼른 치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거절했을 것이다. (치과는 정말 싫고 무섭다는... ㅠ.ㅠ)  또 스케일링을 받은 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하지만 이 날은 한 달 이상 치과 들락거릴 각오를 하고 갔다가 한 번에 간단히 끝난 것이 좋아서, 얌전히 "네." 라고 대답했다. 

 

  결론 : 치아에 이것저것 씌웠거나 박아넣은 사람은 엿이나 젤리 뿐 아니라 약과도 조심합시다.  

 

 

 

  입술 헤르페스(입술 부르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피곤함 때문에 입술이 부르튼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입술 부르틈이라고 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느낌 밖에 안 들지만, '헤르페스' 라고 하면 대단한 병처럼 들린다.  마치 감기라고 하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상기도염' 이나 '상기도 감염' 이라고 하면 중병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 (상기도 감염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장난으로 목소리 쫙 깔고서 '병원에서 나 상기도 감염 걸렸대.' 라고 말했더니, 상대방은 엄청난 병인 줄 알고 깜짝 놀라더라는... ^^;;)

 

  3월 첫 주를 이 헤르페스란 녀석 때문에 고생하며 보냈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그 며칠 전부터 몸이 깔아지며 피곤하다 싶더니, 3.1절 아침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낮 12가 다 되도록 잤다.  자면서도 입술이 근질근질해서 좀 불안하더니 역시나 일어나보니 입술이 부어있었다. 

  근질거릴 때 헤르페스용 연고나 하다못해 바셀린이라도 듬뿍 발랐더라면, 물집 잡히는 지경까지는 안 가고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이 물 먹은 솜 마냥 무거워서 입술이 이상하거나 말거나 그냥 잤다.  그렇게 몇 시간 귀차니즘에 충실한 결과, 윗입술이 두 군데 크게 부어오르고 입술 양옆까지 헐었다.  보통 때의 입술 부르틈보다 훨씬 심했다.

  1주일 내내 하루에 몇 번씩 연고를 발랐더니(그냥 바른 것도 아니고 아주 치덕치덕 발랐다는...) 입술이 허옇게 변했다.  다행히(?)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집 밖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해서 남들 시선을 의식할 일은 없었다.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 하게 해 주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려나 하나? -.-;;

 

  그런데 나 혼자 헤르페스로 고생한 게 아닌 듯하다. 

  동네 소식을 알아보려고 가끔 들락거리는 인터넷 카페를 훑어봐도 그렇고, 최근에 올라온 인터넷 기사를 읽어봐도 그렇고, 요즘 입술이 부르튼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원래 겨울 끝무렵이 되면, 겨울 동안 떨어진 면역력 때문에 입술이 부르트는 사람이 많다나 뭐라나...

 

  이번 달에 헌혈을 하러 갈 생각이었지만 이것 때문에 포기했다.

  다른 때보다 심하게 입술이 부르트는 것을 보니 몸 상태가 별로인 듯하여 이번 달은 건너뛰기로 했는데...  내 말을 들은 친구 왈, "그거 바이러스 때문이잖아.  바이러스 걸린 사람은 원래 헌혈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아, 맞다...!  내가 느끼기에 컨디션이 좋냐 나쁘냐에 따라 헌혈을 결정할 일이 아니구나...!  이미 아픈 환자에게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를 수혈하면 안 되는 것이구나...! (헤르페스가 입술만 부르트게 만든 게 아니라 두뇌 기능까지 정지시킨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