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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3

Lesley 2021. 1. 14. 00:01

 

  최근에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3' 가 끝났다.

  원래는 작년 봄에 방영할 예정이었는데, 지구촌 전체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후반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작년 10월 중순에야 방영하기 시작했다.  시즌1과 시즌2의 시간적 배경은 23세기 중반이었는데, 시즌3는 디스커버리호가 웜홀을 통해 930년이나 뛰어넘으면서 32세기라는 아득한 미래를 무대로 펼쳐지게 된다.

 

 

 

  시즌1과 시즌2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들은 작년에 올린 관련 리뷰를 먼저 보시기를...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마이클 버넘 / 시즌1의 1~2회 blog.daum.net/jha7791/15791580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1의 3~15회 http://blog.daum.net/jha7791/15791648

  ☞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 시즌2 blog.daum.net/jha7791/15791650

 

 

  시즌3는 세 가지 소재를 축으로 하여 진행된다.

 

  첫째, 23세기에서 32세기로 점프한 마이클 버넘과 디스커버리호 대원들의 적응 문제.

  둘째, 32세기의 행성연방을 쇠퇴하게 한 열화의 원인 규명.

  셋째, 마이클과 필리파 조지우(미러 필리파 조지우)의 이별.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마이클 버넘.

 

  마이클 버넘과 디스커버리호 대원들의 방황

 

  '마이클 버넘(소니콰 마틴-그린)' 은 웜홀을 빠져나가던 중에 뜻밖의 일로 디스커버리호와 헤어져 혼자만 32세기에 도착한다.

  32세기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인 '클리블랜드 부커(애칭은 '북')' 와 친구가 되어 북처럼 운반인(우주선으로 행성 사이를 오가며 화물을 운송하는 사람)으로 살다가, 1년 후에야 디스커버리호를 만나게 된다.  익숙한 세상에서라도 원래 갖고 있던 인간관계가 전부 단절된 상태로 지내려면 힘든 법인데, 원래 살던 시간대에서 930년이나 건너뛰어 모든 게 달라진 세상에서 지내려니 성격과 행동에 큰 변화가 생긴다.

  뒤늦게 도착한 디스커버리호를 발견해 동료들과 눈물로 상봉하지만, 곧 여러 동료들이 눈치챌 정도로 성격이 변해서 원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나중에는 스타플릿 대원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떠날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성장했던 니바르 행성(구 벌칸 행성)에 임무차 파견된 일을 계기로 방황을 끝내게 된다.

  마이클은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니바르 행성 사람들과 '티칼 인 켓(T'Kal-in-ket)' 이라는 공개 토론을 벌이게 되는데, 뜻밖에도 시즌2에서 만났다가 곧 헤어진 친어머니 가브리엘 버넘이 등장해 마이클의 대변인 역할을 맡게 된다.  가브리엘은 마이클이 방황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티칼 인 켓을 마이클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으려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으로 이용한다.  결국 마이클은 자신이 스타플릿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 해 떠나려 했음을 인정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디스커버리호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가브리엘이 니바르 행성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도, 갑자기 마이클 앞에 등장한 것도, 전부 뜬금없다. -.-;;  하지만 어쨌거나 마이클은 이 일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 

 

  한편, 디스커버리호의 다른 대원들도 저마다 우울감과 고립감으로 힘들어 한다.

  대원들은 우주의 모든 지각 있는 생명체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소중한 것들을 뒤에 남긴 채, 마이클과 같이 32세기로 점프했다.  하지만 막상 32세기에 도착하고나니, 비로소 자신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래 전에 사망했을 테고 자신들은 완전히 변한 세상 속의 외톨이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디스커버리호의 조종사로 디스커버리호가 불시착할 때 큰 충격을 받은 '케일라 데트머(에밀리 코우츠)' 가 가장 심각한 증세를 보인다.  처음에는 임무수행 중 멍하니 있거나 상관의 명령에 즉각 반응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동료 대원인 '폴 스타메츠(앤소니 랩)' 를 소재로 하여 소름끼치는 하이쿠(일본 전통의 짤막한 시가)를 지어 스타메츠와 충돌하기도 한다.

 

  다행히 마이클처럼 대원들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먼저 새로 디스커버리호의 선장이 된 '사루(더그 존스)' 가 대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자 노심초사한다.  모든 대원에게 휴식시간을 갖게 하고, 함교 대원들을 따로 모아 식사대접을 하는가 하면, 나중에는 20세기 초반의 코미디 영화를 상영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 쓴다.

  그리고 처음 32세기에 도착해서는 디스커버리의 소속 기관인 스타플릿과 행성연방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그렇잖아도 모두가 힘들어 하는 상태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행성연방과 스타플릿의 잔존세력을 찾아내어 합류함으로써 고립감을 덜게 된다.

 

  이때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생기는데, '조라' 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조라는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의 외전인 '쇼트 트렉(Star Trek: Short Treks)' 에 등장했던 인공지능 컴퓨터다.  '원래의 디스커버리호 컴퓨터' 와 시즌2에서 디스커버리호가 입수한 어마어마한 양의 '스피어 데이터' 가 결합하여,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것이다.  

  쇼트 트렉에서 조라는 사고능력에서 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면에서까지 인간 수준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온다.  무슨 사정인지 무려 천 년 전에 대원들이 디스커버리호를 떠나면서, 디스커버리호와 합쳐진 조라에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조라는 그 긴 세월 동안 혼자 우주 한복판에서 외로움을 곱씹으며 살다가 한 조난자를 구조하게 된다.  그 사람과 짧은 시간 동안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디스커버리호 대원들이 디스커버리호와 조라를 두고 떠났다는 것은, 혹시 대원들이 23세기로 돌아가게 된다는 복선일까?)

  조라는 시즌2에서도 자신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방어태세를 갖추는 등 자아를 가진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시즌3에서 사루가 대원들 일로 고민할 때 처음으로 확.실.히. 등장하여 조언을 해준다.  시즌3 마지막 회에서는 로보트들을 동원하여 대원들을 도와 적에 맞서 싸우는 모습까지 보인다. 

 

 

 

행성연방을 몰락하게 만든 열화.

 

  열화의 원인 규명

  

  32세기 우주에서는 행성연방의 위상이 이전과 비교도 안 되게 약화되었다.  

  31세기 중반에 터진 '열화(The Burn)' 때문이다.  스타트렉 시리즈 세계관에서는 우주선이 워프 코어 엔진으로 비행하는데, 이 엔진은 다일리튬이라는 물질을 원료로 쓴다.  어느 날 모든 스타플릿 우주선들의 다일리튬이 거의 동시에 폭발하여, 우주선들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대원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게 바로 열화라는 사건이다.

  열화로 스타플릿이 와해되다시피 하자, 스타플릿을 산하조직으로 둔 행성연방 또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게다가 다일리튬 부족으로 스타플릿 우주선 뿐 아니라 다른 우주선도 운행이 곤란해져서, 그전처럼 행성끼리 교류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러니 행성들의 연합체인 행성연합은 더욱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전성기에는 수백 개의 행성이 가입한 거대한 조직이었다는데, 32세기에는 달랑 38개 행성만 남아있을 정도로 쪼그라들어서 우주의 범죄집단이 행성연방을 우습게 알 정도가 되었다.

 

  행성연방의 쇠퇴와 관련하여 특히 놀라운 점은, 지구와 니바르(구 벌칸 행성)가 행성연방에서 탈퇴했다는 사실이다.

  디스커버리호는 행성연방의 잔존세력을 찾아 행성연방의 본부가 있는 지구로 간다.  그런데 오래 전에 행성연방이 지구를 떠났으며, 이제 지구는 행성연방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성연방이 쇠퇴하고 다일리튬이 귀해지자 우주의 온갖 적들이 행성연방을 노리게 되었기 때문에, 행성연방이 지구에 머물면 지구가 위험해진다며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니바르의 경우에는 보다 극적으로 행성연방을 탈퇴했다.  마이클 일행이 23세기에서 32세기로 떠난 후 마이클의 의붓동생 스팍이 애쓴 덕에 벌칸과 로뮬란이 통일을 이루어(원래 이 두 종족은 한 조상에서 갈라져나온 후손들임.), 벌칸 행성 이름을 니바르 행성으로 바꾸고 공존하게 되었다.  그런데 열화가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다일리튬이 고갈되고 있었고, 행성연방은 니바르 측에서 생각해 낸 SB-19 프로젝트가 다일리튬 고갈 문제를 해결할 가장 유망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추진했다.  나중에 니바르는 SB-19 프로젝트에 큰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프로젝트 중지를 요청했으나, 마음이 급했던 행성연방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 후에 열화가 터지자, 니바르는 행성연방이 SB-19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열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해서 행성연방을 탈퇴해버렸다. 

  지구와 벌칸은 행성연방의 창립멤버들이다.  그렇잖아도 행성들 사이의 교통과 연락이 두절되어 일부러 탈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성연방과 관계가 끊겨버린 행성이 부지기수인데, 주요 창립멤버들이 행성연방을 탈퇴해버렸으니...  드라마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지구와 니바르의 탈퇴는 행성연방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열화는 매우 중요한 사건인데도 정작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마이클이 지적했듯이, 행성연방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열화의 원인을 규명하여 그런 사건이 다시 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32세기의 스타플릿 수뇌부 또한 그 점을 알고 있지만, 행성연방이 약해진 탓에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무력분쟁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 상황이다.  그래서 열화의 원인 규명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호기심 대마왕'(!)인 마이클 및 이름부터가 '발견' 이란 뜻의 디스커버리호가 32세기의 스타플릿에 합류하면서, 열화의 원인을 캐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시즌3 후반부에서 열화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는데...

 

  열화가 시즌3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소재이건만, 유감스럽게도 어설프다는 느낌을 지워내기 힘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아이의 절망감과 슬픔 때문에 열화가 터졌다. (이게 뭐냐...!)

  시즌1과 시즌2의 배경이 되는 23세기에서는 '사루(더그 존스)' 가 켈피언 종족으로는 유일한 스타플릿 대원이었다.  그런데 디스커버리호가 32세기에 와서 보니 그동안 켈피언도 행성연방에 가입한 상태다.

  31세기 중반에 한 켈피언 우주선이 부족한 다일리튬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다일리튬이 엄청나게 많은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당시 켈피언 우주선에는 임신을 한 과학자가 있었는데 불시착한 행성에서 아들을 낳았다.  이 '수칼' 이란 아이는 어머니 뱃속에서 다일리튬이 뿜어내는 방사능에 적응한 상태로 태어나, 다른 켈피언 대원들이 방사능으로 죽은 후에도 살아남았다.  수칼의 어머니는 사망하기 전에 혼자 남게 될 수칼을 위해 각종 홀로그램으로 생존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과 다른 대원들이 방사능으로 죽어가는 상황을 숨겼다.  그런데 어린 수칼이 홀로그램 제어판을 건드려서 이미 죽은 대원들의 시신과 어머니가 죽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절망과 두려움으로 울부짖으며 자기도 모르게 강력한 정신 에너지를 내뿜었다.  그 에너지가 불시착한 행성의 다일리튬과 공명하여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 모든 다일리튬이 폭발하는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일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수만 척인지 수십만 척인지 알 수 없는 우주선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 일로 수백 개의 행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번성하던 행성연방이 몰락하면서, 우주 전체가 악당들이 활개치는 무법천지가 되기까지 했다.

  그런 엄청난 일의 원인이 한 아이의 절망감과 공포심이라니...  차라리 대단한 과학기술을 갖춘 악의 무리가 행성연방을 무너뜨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수칼에 대해 알게 되어, 자신들의 기술로 수칼의 정신 에너지를 증폭시켜 열화를 일으켰다면 모를까... (작가님들, 좀 더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 수는 없었나요... ㅠ.ㅠ)

  

 

 

필리파 조지우와 마이클 버넘.

 

 

  시즌3의 9화 및 10화 'Terra Firma' - 필리파 조지우와의 이별. 

 

  시즌3 중 최고의 에피소드를 뽑아보라면 9화 'Terra Firma part 1'10화 'Terra Firma Part 2' 를 들겠다.

  유감스럽게도 시즌3는 이전 시즌들에 비해 느슨하고 허술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열화의 원인 부분은 정말 너무 하다는... ㅠ.ㅠ)  하지만  9화와 10화는 내용도 탄탄하고 진행도 빠르며, 연출이며 음악이며 버릴 게 하나도 없다.

  Terra Firma는 땅이나 육지를 뜻하는 라틴어인데, 여기에서는 미러 우주(거울 우주, 평행 우주)에서 온 '필리파 조지우(양자경)' 가 황제로 살았던 테란제국을 말한다.  시즌1에서 마이클에게 프라임 우주로 끌려왔던 필리파가, 다시 미러 우주로 가서 겪는 사연을 담고 있다.

 

  필리파는 시즌3 중반부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디스커버리호 대원들은 32세기의 스타플릿 본부에 합류한 직후 심문을 받게 된다.  디스커버리호는 23세기에 컨트롤과 전투를 벌이다가 파괴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런 디스커버리호가 갑자기 32세기에 나타났으니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섹션 31의 고위급 요원으로 추정되는 '코비크(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가 필리파를 심문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필리파가 황제로서 통치했던 테란제국이 이미 500년 전에 멸망했고, 지난 500년간 프라임 우주와 미러 우주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서 두 우주를 넘나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코비크가 딱 봐도 심상치 않는 분위기의 인물인데다가, 필리파가 코비크를 만난 직후부터 이상 증세를 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코비크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필리파가 시간 질병에 걸린 것이다.  미러 우주에서 프라임 우주로 끌려왔을 때만 해도 우주라는 공간만 건너뛰었을 뿐이라 괜찮았다.  하지만 23세기에서 32세기로 점프하면서 시간까지 건너뛰게 되고, 원래 살았던 미러 우주와 지금 살고 있는 프라임 우주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몸의 원자들이 원래의 시공간으로 되돌아가려 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되며 미러 우주 시절의 기억들을 환각처럼 보게 되더니, 나중에는 신체가 찢겨나가려 하는 것 같은 증상까지 나타난다. 

 

  필리파와 마이클은 찾아낼 확률이 희박한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다누스5라는 외딴 행성으로 간다.

  두 사람이 인적 없이 눈으로만 뒤덮힌 행성을 걸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그렇고 해외의 팬들도 그렇고 시즌1의 1화의 첫 장면을 떠올렸다.  마이클이 선저우호의 촉망받는 일등항해사였던 시절, 상관이자 멘토이며 친구인 프라임 필리파와 단둘이서 끝없이 사막이 펼쳐진 행성을 걸으며 대화하던 장면이다.

  시즌1의 1화 첫 장면이 있고 얼마 안 되어 필리파가 클링온과 싸우던 중 사망하여, 두 사람은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다.  시즌3의 9화가 시즌1의 1화와 흡사한 것을 보고, 여러 팬들이 미러 필리파도 사망하거나 어디론가 떠나는 식으로 마이클과 헤어지는 게 아닐까 예상했다. (그리고 이 예상은 결국 들어맞았다는...!!!)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던 다누스5에 난데없이 '칼(폴 길포일, 미드 'CSI 라스베가스' 의 '짐 브래스 경감'으로 알려진 배우.)' 이 나타난다.

  칼은 자기와 같이 나타난 문으로 필리파가 들어가도록 은근히 유혹(?)한다.  마이클이 수상하다며 말리지만, 필리파는 문 너머에 치료방법이 있을 거라 믿고 문을 통과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러 우주로 넘어가게 된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예전처럼 화려한 황제 복장을 한 채 테란제국의 디스커버리호에 막 착륙한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것도 필리파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 즉 황제 기함인 카론호의 명명식이 있던 날이며, 필리파의 양녀인 미러 마이클과 측근인 가브리엘 로르카가 반란을 일으켰던 그 날이다.  필리파는 앞으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기에, 이번에는 딸도 살리고 테란제국도 다른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결심한다.

 

  미러 마이클은 시즌1의 미러 우주 에피소드에서는 이미 사망하여(정확하게 말하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 다른 사람들 대화 속에서 언급되기만 했는데, 드디어 직접 등장한다...!

  필리파는 마이클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반란 계획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과 지금이라도 반란 계획을 포기하면 선처해주겠다는 뜻을 넌지시 비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마이클은 그대로 계획을 밀어붙인다.

  카론호 명명식에서 필리파의 과거를 찬양하는 연극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동안, 모녀는 서로를 번뜩이는 눈빛으로 살피고 다른 참석자 사이에서도 긴장된 공기가 감돈다.  이 날 행사의 진행자이며 마이클의 계획에 동참한 미러 스타메츠가 단검을 숨긴 채, 연설하는 필리파 옆으로 은근슬쩍 다가선다.  하지만 필리파가 먼저 스타메츠를 급습하여 죽이고, 마이클은 분노와 놀라움을 애써 누르며 황제 만세를 외치고 나간다. (명명식 장면의 서스펜스가 대단함...!)

 

  필리파는 마이클을 체포한 후, 반역자는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는 법률을 무시해가며 딸을 전향시키려 한다.

  그런데 전향시키려는 방법이 고문(!)이다.  테란제국은 이성적인 설득이나 감정적인 호소 같은 것은 통하지 않고 무조건 힘의 논리로만 움직인다.  그런 테란제국 사람의 특성상, 그 중에서도 유독 철저한 테란제국 사람으로 자란 마이클의 성격상, 마음을 바꾸게 하려면 힘으로 억누르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힘들게 버티지만 애인이자 공모자인 로르카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고, 필리파가 감옥으로 찾아와 자신은 기억하지 못 하는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결국 전향하기로 한다.  그리고 충성의 증거로 모든 공모자를 죽이라는 필리파의 요구에 따라, 함께 반란에 가담했던 동지들을 하나씩 죽인다. (심지어 자신의 일등항해사이며 자신에게 끝까지 충성한 미러 데트머마저...!)

 

  이 과정에서 필리파가 변했음이 드러난다.

  필리파는 프라임 우주기준으로는 여전히 과격하고 위험한 인물로, 원칙과 인권을 앞세우는 프라임 우주 사람들을 나약하고 비효율적이라며 한심해하곤 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프라임 마이클을 비롯한 디스커버리호 대원들에게 감화되어 바뀌었다. 다만 그 동안에는 자신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더라도 그 성격에 절대로 인정 안 했을 테고...)

  프라임 우주 사람들과는 180도 다른 미러 우주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된 후에야, 예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테란제국이 얼마나 끔찍한 세상인지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딸이 아무렇지 않게 다른 행성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고 손을 잘라냈다는 말을 할 때나, 테란제국 장교가 실수로 자기 신발에 소스를 쏟은 노예를 도축장으로 보내 스프로 만들라고 명령할 때나, 티를 안 내려 해도 흠칫 놀라는 기색을 보인다.

  그리고 미러 우주에서는 마이클의 노예 신세인 미러 사루가 사소한 일로 목숨을 잃을 지경이 되자, 적당한 핑계를 대며 구해내기도 한다.  나중에는 바하라이를 앞두고 죽게된 사루에게 바하라이의 진실까지 알려줘서, 다시 사루의 목숨을 구한다.

  

  마이클의 전향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마이클은 몇몇 추종자와 다시 반란을 일으킨다.

  마이클은 필리파가 전과 다른 모습(정복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를 허용하려 하고, 반란군을 무력진압하지 않고 외교적 방법으로 와해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등)을 보이는데 이미 실망하고 분노하던 차였다.  마이클이나 다른 테란제국 장교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런 유화적인 통치 방식은 약한 태도이며, 테란제국에서는 약한 태도를 보이는 자가 살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필리파가 마이클과 싸우는 와중에도 마이클을 설득하려고 '제발(please)' 이란 말을 하자, 마이클은 실망과 분노를 넘어서서 혐오감까지 드러내며 더욱 맹렬히 공격한다.

  결국 필리파는 불가피하게 마이클을 칼로 찌르게 되고, 스스로도 마이클의 칼에 급소를 찔린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딸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바하라이를 무사히 통과하고 자신의 편에 섰던 사루의 품안에서 눈을 감는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자기가 다누스5에서 기절한 채 프라임 마이클의 품안에 있다가 정신을 차린 상태다.

  알고 보니 칼은 '영원의 수호자' 라는 이름을 가진 시공간을 통과할 수 있는 문인데, 사람 형태로 필리파와 마이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칼은 필리파 같은 위험한 인물을 시간 질병 없이 살 수 있는 다른 시간대로 보내도 괜찮을지 테스트 할 생각으로, 필리파를 미러 우주로 보낸 것이라 말한다.

  필리파는 자신이 또 다시 딸을 죽였고 테란제국을 바꾸는 것에도 실패했으니, 테스트에 불합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칼은, 필리파가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변화를 일으키려 노력했고, 또한 필리파 덕분에 바하라이를 겪고도 살아남은 사루가 훗날 많은 동족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필리파가 두 번째 기회를 맞아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 했지만, 적어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필리파는 다른 시간대로 떠나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시즌1의 1화 속 장면과 연결된다. 

  시즌1의 1화 앞부분의 사막이 펼쳐진 행성에서 프라임 필리파는 마이클을 곧 선장으로 승진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터진 쌍성계의 전투로 필리파는 사망하고 말았다.  마이클은 선장은커녕 스타플릿 최초의 반역자가 되어, 존경하고 좋아했던 멘토이자 친구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후회를 곱씹으며 살게 되었다.

  그런데 시즌3의 10화에서 눈으로 덮힌 행성에서 미러 필리파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마이클은 마이클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며 언젠가 사루처럼 선장이 될 것이라는 격려의 말이다.  필리파가 마이클을 위해 생각해두었지만 뜻밖의 사태로 이루어지지 못 했던 '선장이 되는 미래' 가 또 다른 필리파의 축복 어린 격려로 언급된다는 것은, 훗날 마이클이 선장이 된다는 복선이다. (실제로 시즌3 마지막 회에서 마이클은 선장이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각 벌칸식 경례와 테란제국식 경례를 주고받는 것으로 영원히 이별한다.

 

  시즌3는 전체적으로는 시즌1 및 시즌2보다 실망스러웠는데, 시즌3의 9화와 10화만큼은 훌륭했다.

  스토리 전개가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했고 음악과 연출 등도 훌륭했던,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완벽했던 유일한 에피소드들이다. (아, 두 편짜리 에피소드니까 '유이한' 이라고 해야 하나? ^^;;)

  

 

 

  시즌1과 시즌2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시즌3

 

  나는 많은 '트레키(스타 트렉 시리즈의 골수팬)' 와는 달리, 그동안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를 재미있게 봤다. 

  트레키들은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가 기존의 스타 트렉 시리즈의 설정을 무너뜨리고 변형시킨다며 화를 내고 비판한다.  그나마 드라마를 보면서 약점을 찾아내어 비판하거나, 차라리 아예 안 보면서 관심 끊어버리는 사람들은 양반이다.  드라마를 안 봐서 내용을 모르면서도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로 나오는 리뷰에 덮어놓고 시비거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무조건적인 반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전에 봤던 '스타 트렉 :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이나 '스타 트렉 : 보이저' 와는 분명히 이질적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나란 사람은 '60년이나 된 시리즈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설정이 좀 변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따지나...' 라고 생각하는 착하고(!) 너그러운(!) 팬이다. 

 

  하지만 시즌3에 와서는 나조차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 쓴대로 9화와 10화 'Terra Firma' 제외하면, 시즌1과 시즌2에 비해서 흥미도와 완성도가 떨어진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함교 근무 대원들.

 

  첫째, 조연의 출연 비중 문제가 개선되는 것 같더니 원래대로 돌아갔다.

 

  원래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는 다른 스타트렉 시리즈와는 다르다.

  기존의 시리즈는 여러 등장인물이 선장을 중심으로 하여 공동 주연을 맡는 식이었는데,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에서는 마이클이 단독 주연이다.  게다가 마이클의 인생이 워낙 파란만장하다 보니, 스토리가 마이클 중심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문제점이 생긴다.

 

  매 회차마다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10명은 된다. 

  그러나 몇 명을 제외한 사람들, 특히 함교 대원 대부분(바로 위의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은 간단한 대사 두어 마디 하고 끝이다.  유명한 스타 트렉 시리즈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큰 기대를 했을 배우들 입장에서도 불만스럽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도 '저 사람들은 도대체 배우인가 아니면 촬영장의 소품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시즌2에서는 시즌1보다 조연 중심의 회차가 늘어났고(단, 바로 위의 사진에 나오는 조연들 말고 다른 조연들... -.-;;), 마이클의 복잡한 개인사도 정리되었다.  그래서 시즌3에서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여겼다.

 

  실제로 시즌3 초반부에서 '난(레이철 앤체릴)''케일라 데트머(에밀리 코우츠)' 의 비중이 높아져서 좋은 변화라고 생각했건만...

  난은 비중이 높아지자마자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조종사인 데트머가 없으면 디스커버리호가 움직일 수 없어서 데트머는 하차시킬 수 없었나 보다... -.-;;)  필리파 조지우도 'Terra Firma'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하차했지만, 이 캐릭터는 원래 비중이 높았고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의 스핀오프 드라마에 출연하려고 하차한 것으로 보이니 예외로 하고...

 

  함교 대원으로 출연하는 조연 5명이 스타 트렉 시리즈의 토크쇼(The Ready Room)에 출연했다.

  모두 미러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Terra Firma' 를 즐거운 마음으로 찍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드라마 홍보를 위한 뻔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허구한 날 존재감 없이 지내다가 모처럼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당연히 기분 전환이 되었을 것이다.

  그 중 몇 명은 프라임 우주에서의 역할보다 출연분량이 늘었다.  그리고 굳이 출연분량을 따질 필요도 없이 모두가 원래의 역할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로 나온다.  배우들 스스로도 연기하는 보람을 느낄만 하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이 와중에 시즌3에서 새로운 조연들이 등장한다.

  디스커버리호가 32세기로 점프했으니 32세기에 살고 있던 인물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원래의 조연들도 출연분량 못 챙기는 마당에 새로운 조연들까지 나타났으니,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의 '출연비중 확보하기'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듯하다. (디스커버리호 대원들에게는 낯선 32세기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출연분량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모두 연기력 괜찮은 배우들인데, 왜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활용을 못 하는 건지 답답하다.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는 주연인 마이클 중심으로 풀어나가면서, 각 조연에게 번갈아가며 한두 회차로 끝맺을 수 있는 작은 소재를 안겨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1년만에 동료들과 상봉한 마이클.

 

  둘째, 주인공 마이클의 방황이 반복된다.

 

  위에 이미 쓴 것처럼, 마이클은 32세기에 먼저 도착한 후 1년간 혼자 지내며 성격이나 태도가 변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동안 눌러놨던 자기 성격이 드디어 튀어나왔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시즌1과 시즌2에서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때 마이클의 행동을 보면, 좋게 말하면 과감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지만 나쁘게 말하면 원칙이나 규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 마이클의 원래 성격은 자유분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친부모를 잃고, 논리와 이성을 앞세우는 벌칸에서 성장기를 보냈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스타플릿에 입대해서 명령체계와 규율 속에서 살았던 탓에, 자기도 모르게 본래의 성격을 억누른 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고 혼자 지내며 본래의 자신을 찾게 된 것이다.  어쩌면 디스커버리호 동료들을 영원히 만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하고 포기할 즈음, 자신보다 1년 후에 도착한 디스커버리호를 발견해 동료들과 감격적으로 상봉한다.  하지만 여러 동료들이 곧 눈치챌 정도로 성격이 변해서 원래의 생활에 적응을 못 한 나머지, 나중에는 디스커버리호를 떠날 생각까지 한다.

 

  이렇듯 마이클의 성격 변화와 방황은 개연성 측면에서는 말이 되지만, 드라마 진행에는 방해가 된다.

  마이클의 방황은 시즌1과 시즌2에서도 이미 중요한 소재였다.  하지만 그때는 '마이클의 개인적 방황' 이 '드라마의 메시지' 와 잘 섞여서 괜찮았다.  시즌1에서는 '내가 인간인가, 벌칸인가?' 하는 마이클의 정체성 문제가 '옳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원리원칙을 어겨도 되는가?' 라는 화두와 적절히 결합되었다.  시즌2에서는 오랜 세월 남처럼 지낸 의붓동생 및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모와 다시 만나 갈등을 겪고 화해를 하면서, 마이클이 우주 전체를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하려는 이상적인 스타플릿 대원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즌3에서 또 방황한다.  이게 웬 도돌이표 방황이냐...! (마이클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인가요... ㅠ.ㅠ)  더구나 시즌3에 나오는 방황은 시즌1이나 시즌2와는 달리 특별한 메시지와 결합된 것 같지도 않다.

  결국 마이클이 방황을 끝내고 마음을 다잡았을 때는 이미 시즌3가 절반은 지난 뒤였다.  차라리 방황 이야기를 빼고, 그 시간에 열화의 원인 부분에 좀 더 살을 붙여서 개연성 있게 이어나가거나, 아니면 몇몇 조연들의 사연을 풀어놓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이런 도돌이표 방황이 시즌4에서도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제 방황은 그만...!)

 

 

미러 우주의 사루와 필리파 조지우.

 

  셋째, 주연보다 오히려 몇몇 조연이 더 돋보인다.

 

  조연 대부분의 출연비중이 낮아서 문제인 것과는 별도로, '필리파 조지우(양자경)''사루(더그 존스)' 같은 조연은 오히려 돋보였다.

  물론 두 캐릭터 모두 조연이라 주연인 마이클보다는 출연비중이 낮다.  그러나 시즌3에서 어떤 캐릭터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는가, 어떤 캐릭터가 스타 트렉 시리즈의 주제를 잘 보여줬는가를 생각한다면...  필리파와 사루가 마이클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먼저 필리파를 보면...

      

  필리파(미러 필리파)는 시즌3에 들어와서 출연비중이 높아졌다.

  시즌2에서는 비밀정보기관인 섹션 31 소속이라 간간이 등장했는데, 시즌3에서는 디스커버리호 대원들과 같이 32세기로 넘어와서 디스커버리호의 정규멤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즌3에서 시간의 문을 통과하여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는 것으로, 스타 트렉 : 디스커버리에서 하차하게 된다. (필리파 조지우를 주인공으로 하여 제작할 예정인 스핀오프 시리즈를 위해 하차한 것으로 보임.) 

 

  필리파는 분명히 악당이지만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라 처음부터 눈길을 끌었다.

  필리파가 살던 미러 우주의 테란제국은, 스타 트렉 시리즈의 이상적인 세계관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상이다.  호전적이고 폐쇄적이며 약육강식과 음모가 판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의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이니 당연히 잔인무도한 독재자이다.  그런데도 양녀인 미러 마이클만큼은 진심으로 아꼈다.

  시즌1의 미러 우주 에피소드에서, 필리파는 딸 마이클이 반란에 가담한 것을 알면서도 굳이 마이클에게 반란 주동자인 로르카를 추격하여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아마 마이클의 배신을 믿기 싫은 마음에 마이클을 시험할 생각이었거나, 혹은 마이클에게 마음을 바꿀 기회를 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이클이 탔던 셔틀이 반란군에게 격추되어 마이클이 사망한다.  그러자 자기를 죽이려 했던 딸에 대한 배신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모정,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과 후회가 뒤섞여, 애증으로 굳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프라임 마이클이 등장한다.  새로운 마이클은 미러 마이클과 성격 및 가치관이 전혀 다르지만 모습은 똑같기 때문에, 마이클을 죽은 딸처럼 생각하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프라임 우주에서 살게된 뒤로 만날 때마다 마이클의 신경을 건드리며 시비를 걸지만, 마이클이 위험해질 때면 은근히 걱정하며 도와주고, 정작 마이클이 자신을 걱정하며 다가서면 차갑게 밀어낸다. 

  

  필리파가 미러 우주로 돌아갔을 때의 행동을 보면 이 캐릭터가 얼마나 많이 변하고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고문 받는 미러 마이클의 모습 위로 필리파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봤다, 마이클.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도 봤다.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 수 있는지도 봤다.  찬란했다."  자신이 미러 우주에서 살 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테란제국의 모습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자유.평등.협력을 기반으로 발전한 프라임 우주 생활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몇 번이나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프라임 마이클에게 순교자 컴플렉스라도 있느냐고 타박했지만, 그러한 프라임 마이클에게서 '이상적인 딸' 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미러 우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자신의 딸과 자신의 제국 모두를 변화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미러 사루와도 단순한 주인-노예 관계가 아니라, 정과 의리를 바탕에 둔 관계가 된다.  예전 같으면 노예 따위 죽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썼겠지만, 미러 마이클에게 죽을 뻔한 사루를 구해주고 바하라이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기까지 한다.  '영원의 수호자' 인 칼은, 필리파 덕분에 살아남은 사루가 수많은 동족들을 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큰 폭풍을 불러일으키듯이, 미러 우주에서 필리파가 일으킨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필리파의 변화는 스타 트렉 시리즈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평생을 '힘의 논리' 와 '약육강식의 법칙' 만 판치는 세상에서 살았던 냉혹하고 잔인한 독재자조차, 평화를 추구하고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살다보니 바뀌었다.  현실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악인이라도 환경의 변화와 스스로의 깨달음에 의해 개과천선할 수 있다는, 이상적이면서 낙천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사루를 보면...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의 외전인 쇼트 트렉(Star Trek: Short Treks)에서, 사루가 스타플릿에 입대하게 된 경위가 나온다.

  켈피언은 채집과 어로로 먹고 살 정도로 과학 수준이 발달하지 못 한 종족이라, 원래대로라면 사루는 스타플릿과는 인연 없이 살 운명이었다.  행성연방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한 종족하고만 접촉하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켈피언들은 주어진 환경과 운명에 순응하며 살지만, 사루는 지적 호기심이 높아서 자기 종족의 상황에 의문을 갖고 바깥 세상을 궁금해 했다.  그래서 바울(켈피언을 지배하고 살육하는 포식자 종족)의 기계를 손에 넣게 되자 우주로 신호를 보냈다.  이 신호를 프라임 필리파 조지우(당시에는 선저우호의 선장이 아니라, 다른 우주선에서 근무하는 대위였음.)가 포착하고, 켈피언 사회의 통념을 뛰어넘는 사루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  그리하여 스타플릿 상부를 설득하여 사루를 스타플릿에 입대시킨다. 

 

  시즌2에서는 사루가 오랜 세월 켈피언을 속박했던 바하라이의 비밀을 알게 되어, 켈피언을 모두 해방시킨다.

  이전까지는 켈피언이 바하라이를 겪으면 곧 미쳐버리기 때문에, 포식자 종족인 바울이 바하라이 단계에 진입한 켈피언을 죽여주는 은혜(!)를 베푼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사루는 디스커버리호에서 근무하다가 바하라이를 겪게 되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동료 대원 누구도 사루를 죽이지 않았다.  그런데 바하라이를 겪고나니 미치기는커녕 오히려 켈피언 특유의 공포심과 소심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알고보니 바하라이를 겪으면 미친다는 믿음은, 켈피언을 계속 지배하려는 바울의 거짓 선동이었다.

  이때 사루는 소심함에서 벗어나는 수준을 넘어 다소 과격해진 모습까지 보이며 동족들의 해방에 나선다.  당시 디스커버리호 선장이었던 크리스토퍼 파이크를 설득하여 고향 행성으로 가서, 바울에 맞서 싸우며 켈피언들에게 인위적으로 바하라이를 일으켜 모두를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한다.

 

  시즌3에서는 프라임 사루 뿐 아니라 미러 사루도 동족을 해방시키게 된다.

  미러 사루는 시즌1의 미러 우주 에피소드에서 미러 마이클의 전용 노예로 등장한 바 있다.  시즌3의 9화 및 10화의 'Terra Firma' 에피소드에서 필리파가 미러 우주로 돌아갔을 때, 미러 사루가 다시 등장한다.  사소한 일로 기분이 뒤틀린 미러 마이클이 사루를 죽여서 요리로 만들려고 했는데, 필리파가 나서서 사루를 자기 노예로 데려간다.

  사루는 필리파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셈인데,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나중에는 필리파에게 바하라이의 비밀까지 듣게 된다.  사루는 그 동안 잘못된 믿음으로 목숨을 잃은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충격을 받는다.  그러자 필리파는 반드시 살아남아 동족에게 진실을 알려주라며, 그렇게 하는 것이 그동안 켈피언을 핍박한 자들에게 복수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필리파가 프라임 우주로 돌아갔을 때 '시간의 수호자' 칼이 한 말에 의하면, 바하라이를 겪고 변한 사루가 수많은 이를 구하게 된다고 한다.  

 

  사루의 변화와 성숙이 필리파 조지우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루는 미러 우주와 프라임 우주 양쪽에서, 스스로도 큰 변화를 겪고 동족 전체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프라임 우주에서는 사루가 스타플릿에 입대하지 않았더라면 바하라이의 비밀을 알지 못 했을 테니, 사루를 스타플릿 대원으로 만들었던 프라임 필리파가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다.  그리고 미러 우주에서는 사루에게 바하라이의 진실을 알려준 미러 필리파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양쪽 우주의 필리파와 마이클이 애증으로 얽힌 모녀관계(혹은 유사 모녀관계)라는 것이야 직접적으로 드러나서 누구나 알 수가 있다.  그에 비해 양쪽 우주의 필리파와 사루 관계는 얼핏 보면 상대적으로 연결고리가 약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필리파가 사루의 인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양쪽 우주의 필리파와 사루의 관계 역시 유사 모자관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사루와 마이클이 프라임 필리파를 사이에 두고 막장(!)스러운 남매에서 의좋은 남매로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시즌1 초반부의 선저우호 시절에, 사루와 마이클은 필리파 조지우 선장 앞에서 서로 자기 의견이 옳다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어머니의 관심과 인정을 더 많이 받으려고 경쟁하는 남매 같다.  디스커버리호에서 재회했을 때 사루는 필리파의 죽음이 마이클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해서, 가뜩이나 죄책감에 젖어있던 마이클에게 충격을 줬다.  마치 동생 때문에 어머니를 잃었다고 원망하는 오빠처럼...

  하지만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동료애를 쌓아가게 된다.  사루가 바하라이를 겪으며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 믿었을 때에는, 마이클을 고향에 두고 온 여동생처럼 생각한다고 고백할 정도가 된다.  어머니 생전에는 경쟁심만 넘쳐흘렀던 사이 나쁜 남매가, 어머니 사후에 온갖 풍상을 겪더니 마침내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남매로 변한 것 같은 상황이다. 

 

  필리파와 사루가 매력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이, 안타깝게도 시즌3의 단점을 부각시킨다.

 

  필리파와 사루가 아무리 인상적인 캐릭터라도 해도 결국 주연은 마이클이다.

  조연들은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며, 그 조연들이 중심이 되는 사건도 박진감 넘치게 혹은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정작 주연은 도돌이표 방황만 거듭하고 있고, 주연이 중심에 서는 사건(열화의 원인 밝히기)은 밋밋하고 느슨하게 진행되다가 나중에는 납득하기 힘든 결론에 이른다.

  여러 조연들의 출연 분량 조절에 실패한 것만큼이나, 이것 역시 제작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게 작가들의 역량 부족이든, 작가들은 멀쩡하게 대본을 썼는데 여러 제작자나 감독이 끼여들어서 배가 산으로 간 것이든 간에 말이다.

 

  두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빠진 것은 장차 나올 시즌4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필리파는 시즌3의 후반부에서 하차했고, 사루는 시즌3의 마지막 회에서 수칼이 바깥 세상에 적응하도록 돕겠다며 함께 고향 행성으로 떠났다. (다만, 사루는 드라마에서 완전히 하차한 것 같지는 않고 시즌4에 컴백할 것으로 보임.)  조연들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고 그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던 두 캐릭터가 빠진 자리를, 시즌4가 어떤 식으로 메울 것인지가 중요하다.

  시즌3의 마지막 회에서 행성연합을 위협하던 악당 무리를 물리쳤으니, 시즌4에서는 디스커버리호가 행성연합을 본격적으로 재건하는 일에 나서며 온갖 모험을 겪게 될 것이다.  필리파와 사루가 사라져서 생긴 여유공간(?)을 흥미진진하거나 감동적인 사건(이왕이면 개점휴업 상태인 다른 조연들이 관련된 사건)으로 채운다면, 시즌4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편이었던 시즌3도 '디스커버리호가 32세기에서 겪을 일에 대한 서론(!) 격의 시즌이었기 때문에 뭔가 좀 부족하고 재미가 없었던 거지.' 식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2세기의 제복을 입은 디스커버리호의 새 선장, 마이클 버넘.

 

  그래도 '그 희망은 바로 당신' - 시즌4는 더 나을 것이라 기대하며... 

 

  시즌3의 시작과 끝은 수미쌍관을 이룬다. 

  시즌3의 1화 제목이 '그 희망은 바로 당신 1부(That Hope Is You, Part 1)' 이다.  그런데 2화는 전혀 다른 제목이라서 어찌된 일인가 했는데, 시즌3의 마지막 회인 13화 제목이 다른 것이었다가 '그 희망은 바로 당신 2부(That Hope Is You, Part 2)' 로 바뀌었다.

 

  1화에서 마이클은 '아디트야 사힐(아딜 후세인)' 이란 사람을 만났다.

  그는 언젠가 행성연방을 다시 일으킬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 믿으며 홀로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  그리고 32세기에 나타난 마이클 버넘에게 말했다.  "그 희망은 바로 당신입니다, 버넘 중령님."

  13회에서 마이클은 선장인 사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적에게 빼앗겼던 디스커버리호를 되찾고, 외딴 행성에 고립되어 죽을 뻔한 사루 일행을 구해내는가 하면, 완전히 무너질 뻔한 행성연방을 지켜내는 등 엄청난 공을 세운다.  그 후 밴스 제독의 호출을 받고 갔다가, 마침 밴스 제독을 만나고 나가던 아디트야 사힐을 다시 만나 서로 반가워하며 굳게 악수한다.  그리고 고향 행성으로 돌아간 사루를 대신하여, 디스커버리호의 새 선장으로 임명된다.

 

  아디트야 사힐이 1화에서 등장한 후 내내 안 나타나서 '혹시 작가들이 이 캐릭터를 잊어버렸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행성연방 앞에 다시 희망 어린 날이 펼쳐지게 된 13화에 아디트야 사힐이 다시 등장하여 마이클을 만나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1화와 13화의 제목처럼 행성연방 재건의 희망은 바로 마이클이었다.  홀로 32세기에 뚝 떨어져 막막한 처지였던 마이클이 천신만고 끝에 무너져가던 행성연방을 희망의 길로 이끈 것이다.  그리고 디스커버리호의 새로운 선장이 되어, 행성연방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시즌3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지만, 시즌 첫 회와 마지막 회의 제목과 내용을 수미쌍관으로 맞춘 것은 좋은 시도였다.

  마이클은 혼자 미래에 도착해서 가장 막막했던 때에 아디트야 사힐에게서 '그 희망은 바로 당신' 이라는 말을 듣고 각오를 다졌다.  그 후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스타플릿 대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정말로 희망이 된 것이다.  첫 회와 마지막 회의 제목과 내용을 서로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참 좋았다. (그 형식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개연성에 구멍이 숭숭 나있는 게 문제일 뿐... -.-;;)

 

  이미 몇 번이나 썼지만, 시즌3는 9화 'Terra Firma part 1' 과 10화 'Terra Firma Part 2' 빼고는 실망스러운 편이다.

  특히, 열화의 원인이 밝혀졌을 때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재미있는 Terra Firma 두 편만 되풀이 해서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제작진이 시즌3의 배경을 굳이 32세기로 잡은 이유는, 왜 자꾸 기존의 설정을 바꾸냐는 트레키들의 집요한 공격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어떤 스타 트렉 시리즈(드라마든 영화든 간에)도 32세기를 다룬 적이 없었으니, 무대를 32세기로 옮기면 기존의 설정과 충돌한다는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러니 트레키들의 비난을 덜 받으며 마음껏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전 시즌에서는 거의 없었던 개연성 문제가 불거지며, 좋은 시도가 빛이 바래버렸고 전체적인 질이 이전 시즌보다 떨어졌다. (이 문제를 피하니 저 문제가 생기는...ㅠ.ㅠ)

 

  하지만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마이클이 선장이 되는 것을 보고나니, 시즌3에 대해 달리 생각할 여지가 생긴다.

  시즌4부터 마이클 버넘 선장이 이끄는 디스커버리호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대에서 새로운 모험을 겪게 될 것이다.  시즌3는 어디까지나 시즌4에서의 활약을 위한 판(!)을 깔아주기 위한 기초공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즌3가 허술했던 점이 좀 용서(?)가 된다. (그런데 본격적인 공사 전에 기초공사가 허술해도 되는 건가... ^^;;)

  그래, 마지막 회 네가 바로 '그 희망은 바로 당신' 이다.  지금까지 보면서 정도 많이 들었으니, 시즌3의 실망스러움은 잠시 옆에 치워두고 내년에 방영할 시즌4도 챙겨서 봐야겠다.  부디 시즌4에서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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