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해

Lesley 2020. 12. 25. 00:01

  2020년이 저물어간다.

  20이란 숫자가 두 번 반복되는 게 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예전에 봤던 TV 만화영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란 제목과 맞물리기도 해서,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만 같았던 연도였다.  결국 뭔가 대단한 것이 있기는 했다.  바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

  다른 해에 대해서는 '그 해에 대표적인 사건이 뭐였지?' 라는 질문을 받으면, 여러가지가 떠올라 대답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2020년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무조건 하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이 많아졌다.

  직장인들도 힘들겠지만, 특히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큰 것 같다.  주위에서 한두 다리 건너 들리는 소식이 전부 암울한 것들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무척 중요시하는 경조사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치료제는 아예 없고 백신도 이제 겨우 나온 상황에서, 전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당국에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 참여 인원에 제한을 두기도 하지만, 사람들 스스로가 경조사 참여를 꺼려한다.  나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올해는 가족이나 친밀한 사이 아니면 결혼식이고 장례식이고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한 후 부조금으로 성의 표시를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사태가 1, 2년 더 계속된다면 이 상황이 그대로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코로나 걱정을 안 하고 사는 세상이 되더라도 '작은 결혼식' 과  '작은 장례식' 이 일반화되지 않을까...  사실, 경조사의 주인공과 딱히 친분이 없는데도 '높은 사람에게 눈도장 찍기' 나 '서로 주고 받기' 식으로 경조사에 참여해야 했던 상황이 좀 이상하기는 했다.   

 

  택배 물량이 넘쳐나게 되었다.

  택배 물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야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게 되자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원래 일주일에 두 번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를 했는데, 이번 달부터 일주일 내내 하게 되었다.  택배로 배달시키는 일이 늘어나니 종이박스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서, 일주일에 두 번으로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환경문제에 별 관심 없어 하던 친구도 올해는 자기네 집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난다면서,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비용을 분담해서라도 플라스틱 대신 다른 재료를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인터넷을 보니, 집 근처 음식점에서 테이크 아웃을 할 때면 자기네 그릇을 들고 가서 거기에 음식을 담아달라고 한다는 사람도 있다. 

 

  등교를 못 하게 되면서 공교육이 엉망이 되었다.

  이 와중에 행복한 사람은 조카 녀석 뿐이다.  유치원 안 가게 된 것이 너무 좋다며 '코로나는 좋은 것' 이라고 한다. -0-;;

  유치원생인 조카야 사정이 훨씬 낫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상황이 안 좋다.  전국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한꺼번에 등교가 중단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고, 등교를 하더라도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이었다.  등교를 안 할 때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차분히 준비한 게 아니라 뜻밖의 사태를 맞아 갑작스레 시행한 것이다 보니, 어설프기 짝이 없어서 학생들도 학부모도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암담한 것은, 이 상황이 언제 끝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기한이 정해져 있기만 하다면야 모두 힘들고 답답해도 잠시 '나 죽었소~~~' 하며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한두 달 후면 끝나겠지 했던 게 계속되었다.  여름이 되어 기온이 오르면 바이러스가 약해질 거라 하더니, 여름이 되어도 여전히 그대로...  결국 한 해를 코로나와 함께 보냈다. (이러다가 정들까봐 무섭다... ㅠ.ㅠ)

  백신이 이미 나왔다지만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해서 말이 많고, 그나마 물량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신 구경도 못 하고 있다.  더 기막힌 것은, 전문가들 왈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2021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 것이다." (뭐라고요? -0-;;)  

 

  소중한 것은 잃고난 후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더니 '평범한 일상' 에도 적용되는 말 같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못 다니니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여행이니 뭐니 다 필요없고, 그저 마스크 없이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행복할 것 같다. 

 

  부디 내년에는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