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팟캐스트(4) - tbs 색다른 시선 中 '임동근의 숫자너머세상'

Lesley 2020. 10. 24. 00:01

 

  작년 이맘때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 중에 임동근 교수가 이끌었던 '도시정치학' 을 소개한 적이 있다. ☞ 팟캐스트(2) -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 중 '도시정치학(with 임동근)' blog.daum.net/jha7791/15791600

  이번에는 '김종배 + 임동근' 커플(?)가 다시 뭉쳐서, tbs 색다른 시선(나중에 진행자가 김종배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음.)에서 진행했던 '임동근의 숫자너머세상' 을 소개하려 한다.  숫자너머세상이란 이름에 걸맞게 숫자, 즉 통계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훑어보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년간 매주 한 번씩 나온 내용을 전부 소개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생각나는대로 몇 가지만 써보려고 한다. (방송 날짜 순서 및 방송 제목과 상관없이 소개하겠음.)

 

 

  1. 종교

 

  우리나라 종교 관련 통계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천주교는 단일종파라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신자수가 다른 종교에 비해 정확한 편이다.  그런데 천주교가 자체적으로 계산한 신자수와 정부에서 시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상의 신자수가 터무니없이 차이가 날 때가 있다.

 

  이에 대해 임동근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사원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조사했는데 그때 가정에 머무는 이가 주로 가정주부(할머니 또는 어머니)였다는 점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종교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소득이 얼마냐' 또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냐' 처럼 기준이 명확하지도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사항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상황의 사람이라도 각자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  가령, 오랫동안 성당에 안 나간 사람에게 천주교 신자냐고 질문을 하면, 누구는 자신이 아직 신앙심을 간직하고 있으니 신자라고 대답하겠지만, 또 다른 누구는 종교가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종교에서나 '연령이 높은 여성' , 즉 할머니 및 어머니가 신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집에 있다가 인구주택총조사에 응하게 된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의향과 상관없이 '우리 아들 딸도 내가 믿는 종교를 믿어요.' 라고 응답한다. ^^;;  그래서 종교 관련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하고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일이 벌어진다.

 

 

  2. 재산 상속

 

  재벌가에서 기업 승계가 일어날 때마다, 인터넷의 관련 기사에서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곤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 어떤 이들은 '그 돈을 벌면서 이미 세금을 냈는데, 자기 자식한테 물려준다고 왜 또 세금을 내라는 거냐?  이중과세 아니냐?' 하며 반감을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어차피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재산이 10억 미만인 경우에는 상속세를 낼 일이 없는데, 상속세 낼 재산도 없는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자기가 세금 낼 것처럼 아우성친다.' 며 어이없어 한다.

  나 스스로도 재산 상속을 받아본 적이 없고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없어서, 상속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상속 재산이 10억 미만인 경우에는 상속세를 안 낸다.' 는 게 사실일까 궁금했는데... 

 

  임동근 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10억 정도까지 상속세가 면제되는 것이 맞다고 한다.

  배우자 공제라든지 자녀 공제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10억까지는 면제가 된다.  그 밖의 이런저런 공제를 받다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10억을 훨씬 넘는 50억까지도 상속세 면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누군가가 많든 적든 상속세를 납부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이 물려받게 되는 재산 액수가 상당하다는 뜻이 된다.

 

  우리나라는 국가 세입 중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보다 상속세를 유독 많이 걷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세금 비율이 낮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 경우 국가 재정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다른 세금을 높여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상당히 민감한 일이다. (물론 모든 세금이 다 그렇겠지만...)

 

  임동근 교수가 상속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사항을 지적했다.

  젊은 부자들이 음지로 숨어드는 현상이다.  거액의 재산을 처음 모은 이들은 크게 사업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언론에 모습을 비추게 되었다.  하지만 부모 또는 조부모가 이미 일군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젊은 부자들은 언론에 노출될 일이 없다.

  얼핏 생각하면 그 사람들이 반드시 언론이나 대중에게 노출되어야 할 이유가 없을 듯하지만...  윗세대가 세상에 노출되면서 법적인 면에서나 도덕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행동의 제약을 받게 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음지에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재산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도 잦아지게 된다.

 

 

  3.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북촌과 서촌의 비밀(?)

 

  지난 몇 년 유명 관광지가 된 북촌과 서촌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북촌과 서촌은 요즘 드문 한옥마을이라는 점이 특이했을 뿐, 조용하고 평범한 거주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된 시기가, 원주민들이 나이가 들어 사망하여 자식 세대에게 집을 물려주게 된 시기와 겹친다는 것이다.

 

  만일 자식들이 부모가 물려준 집에서 살게 된다면, 그 동네는 일상을 위한 거주지역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자식들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한옥에서 살 생각이 없다.  자식들에게 한옥은 '내가 살 집' 이 아니라 '재산' 일 뿐이다.  그래서 자식들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한옥은 따로 세를 주게 되고, 세입자들은 한옥으로 가득 찬 동네의 특성을 살려 이색적인 음식점이나 찻집 등을 운영하게 된다.  결국, 원래 주거지역이었던 동네가 관광객을 끌어모이는 상업지역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4. 관악구와 옥탑방

 

  옥탑방은 반지하방과 함께 저소득층의 거주지 중 하나다.

  그런데 의외로 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한다.  2017년에 서울특별시 관악구에서 공무원들과 민간인들을 동원해 1년 동안 옥탑방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옥탑방 상당수가 불법이라 서류를 통한 조사가 곤란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발품을 팔아가며 조사할 수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관악구의 옥탑방 조사가 관공서에서 최초로 내놓은 옥탑방 관련 통계다.  즉, 관악구를 제외한 서울 다른 구의 옥탑방 현황, 그리고 서울 이외 지역의 옥탑방 현황에 대해서는 깜깜절벽이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이 내용이 방송된 2018년 시점에서는 그러하다고 한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지방 대도시 청년들이 대거 서울로 올라왔다.

  물론 과거 경제개발 시기에도 많은 지방 청년들이 서울로 몰려들었지만, 그때는 주로 농촌 지역 청년들이 서울로 왔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서울 편중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지방 대도시(부산, 대구, 광주 등 광역시)의 청년들마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게 된 것이다. 

  지방 출신 젊은이들이 서울에 처음 올라와 머무는 지역이 따로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관악구다.  일단, 단독주택이 많기 때문에(과거 신림동 고시촌 등) 아파트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머물 저렴한 방을 구하기 쉽다.  그리고 관악구를 지나는 전철 노선(2호선)은 일자리가 많은 강남 지역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출퇴근하기에도 편리하다.

 

 

  5. 교통량 분석과 휴대폰 신호 / 거주지역과 통근시간 

 

  요즘은 휴대폰이 생긴 덕에 교통 관련 통계를 내기가 쉬워졌고 통계 수치도 정확해졌다.

  과거에는 교통량을 분석하려면 해당 지역의 CCTV 등을 이용해 대략적으로 통계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휴대폰의 신호가 어느 지역 기지국에 연결되는가에 따라, 그 휴대폰 주인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게 되었다.  가령, 밤 시간에는 경기도 도시에서 잡혔던 휴대폰 신호가 오전부터 저녁까지 서울에서 잡힌다면, 그 사람은 경기도에서 거주하면서 서울의 직장을 다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서울 밖에서 서울의 직장을 다니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통근시간의 변화도 알 수 있다.

  서울의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서울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당연히 서울에 거주할 때에 비해 출퇴근시간이 길어졌다.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은, 직장인들이 소비 행태에 영향을 준다.  퇴근시간이 짧아야 자유시간이 늘어 밖에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직장과 집의 거리가 멀어지니, 집에 곧장 돌아가 씻고 자기 바쁘게 된다.  서울 주택 가격 상승이 사회 전체의 소비를 침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6. 전기와 가전용품 

 

  우리나라의 가정이 선진국 가정 수준의 가전제품을 갖추게 된 때가 1987년 즈음이라고 한다.

  6월 항쟁 등 많은 격변을 겪으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되어, 그전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에서나 쓰던 가전제품을 장만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옛날 집과 최근 집은 주방 콘센트 숫자가 다르다.  예전에는 주방에서 전기를 쓸 일이 없었으니 콘센트가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임동근 교수가 지금의 주택 주방에는 콘센트가 10개는 될 것이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그동안 신경을 안 쓰고 살아서 몰랐을 뿐, 우리 집의 주방 콘센트를 세어보니 정말 8개나 된다...!  그래도 우리 주방에는 일반 냉장고, 김치 냉장고,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정도만 있어서 콘센트가 여유롭다.  하지만 오븐, 정수기, 커피머신, 토스터 등 이것저것 다 쓰는 집이라면 콘센트 8개로도 빠듯할 것이다. (멀티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

 

 

  7. 최저임금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니, 당연히 진보계열에서 만들자고 주장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보수계열의 입김으로 이 세상에 등장했다고 한다.  오히려 노동계나 진보 정당 쪽에서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고 한다.

  반대의 이유는, 최저임금이 아이러니하게도 최대임금이 되어버리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그때 그때 협상해서 임금을 정했는데, 만일 '최저임금은 00로 한다' 라고 법으로 규정할 경우에는 경영진 쪽에서 그 액수만큼만 주고 '우리는 법대로 했다.' 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즉, 원래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딱 최저임금 수준' 의 임금만 받게 될까봐 걱정한 것이다.  

 

  이렇듯 탄생부터 묘했던 최저임금은, 운영 과정에서도 묘한 존재가 된다.

  프랑스와 독일은 바로 이웃한 국가이면서, 2000년대 들어 최저임금에 대해 정반대로 움직였다.  프랑스에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고, 반대로 독일은 원래 있었던 최저임금 제도를 폐지해버렸다.  그런데 이쪽은 이쪽대로 저쪽은 저쪽대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먼저 프랑스에서는 고임금에 부담을 느낀 고용주들이 고용을 줄인 탓에 실업률이 치솟았다.  다행히 직장을 구한 이들은 높아진 최저임금 덕분에 그전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예 직장을 구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었다.  이른바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모 아니면 도...!)

  한편 독일에서는 임금 걱정을 덜게 된 고용주들이 적극적으로 고용에 나서면서 실업률이 뚝 떨어지게 되었다.  그 대신 최저임금이 없어진 탓에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하락했다.  결국, 청년층 대부분이 취업을 하기는 했지만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에 쓴 내용 말고도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많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팟빵에서 '임동근' 이라는 검색어로 찾아보시기를...  'tbs 색다른 세상' 중 일부 에피소드(40여개)가 뜨는데, 각 에피소드의 절반 정도부터 듣기 시작하면 된다. (그 앞부분은 다른 코너인데, 이쪽은 여성 게스트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남자 두 명의 목소리가 나오는 '임동근의 숫자너머세상' 과 쉽게 구별할 수 있음.)

 

 

팟캐스트(1) -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blog.daum.net/jha7791/15791596
팟캐스트(2) -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 중 '도시정치학(with 임동근)' blog.daum.net/jha7791/15791600
팟캐스트(3) - 뇌부자들(정신과 의사들의 진짜 정신과 이야기) blog.daum.net/jha7791/15791634팟캐스트(5) - 미래지식을 담다, 미담 blog.daum.net/jha7791/1579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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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6) -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https://jha7791.tistory.com/1579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