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계단 오르기 운동 / 무지외반증

Lesley 2020. 10. 18. 00:01

 

  계단 오르기 운동

 

  지난 달 말부터 친구의 영향으로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 운동을 하고 있다.

  친구가 코로나 사태로, 모처럼 큰 마음 먹고 등록한 필라테스 센터에 못 가게 되어서 대신 계단 오르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들었는데, 듣다 보니 나도 자극을 받아서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 가 아니라 계단 올라간다... ^^;;)

  작년에 다이어트한다고 요란떨다가 다쳐서 무릎 상태가 시원찮기 때문에 매일 하지는 못 한다.  그래도 한 번에 40~50층씩, 일주일에 서너 차례는 한다.

 

  계단 오르기가 의외로 운동량이 상당하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무릎이나 다리 근육이 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천천히 오르니 그런 문제는 없다.  그보다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장거리를 뛴 것처럼 숨이 차다.

  친구 말로는, 15층짜리 아파트를 5번 올라가고 나면 목구멍에서 피냄새(!)까지 난다고 한다.  나는 친구보다 적게 올라가고, 그나마 친구처럼 연속으로 오르지 않고 하루 두 번으로 나눠서 하고 있어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여보게, 우리 살살 하세나...  운동하다가 죽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데 운동이 되는 건 되는 거고, 좀 난감한 점이 있다.

  계단을 오를 때는 걸어오르지만, 내려갈 때는 무릎 관절 보호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문제는...  한바탕 계단을 올라갔으니 이마에 땀도 나고 숨결도 거칠어진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는 점이다.  누군가와 같이 타게 될 때에는 꽤 난처하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호흡기 질환에 모두가 민감한 시기인데, 누군가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고 있으면 의심스러워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친구는 같이 엘리베이터 탄 사람이 자기를 보고 흠칫하며 구석으로 물러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친구가 몰라서 그렇지, 아파트 앱이나 맘 카페 같은 데에 '우리 아파트에도 확진자 있나 봐요.  아파 보이는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무서워요.' 식의 글이 올라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러 가정의 성향(?)을 파악하게 된다.

  유모차나 비싸 보이는 자전거를 현관문 앞에 둔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온갖 물건을 현관문 앞에 둔 집이 있다.  분리수거용 쓰레기부터, 수납장이나 화분이나 의자에, 심지어는 새장까지...!

  현관문 앞을 넘어서 아예 계단까지 점거하고 있는 집도 있다.  '저 집은 살림살이가 얼마나 많기에 저러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경우는 화재 났을 때 주민들 피난이나 소방관들 작업에 방해가 되어 소방법에 걸릴 것 같은데...  

 

 

 

  무지외반증

  

  엄지발가락 옆부분의 뼈가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이란 병은, 하이힐 신고 다니는 사람이나 걸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하이힐과는 인연 없이 살았던 내가 무지외반증 초기 증세를 겪고 있다.  알고 보니, 유전적인 요인도 무시 못 한다고 한다.  또한, 류마티스성 관절염으로 발가락 관절 그 자체가 안 좋은 경우는 물론이고, 무릎 관절이 안 좋은 경우에도 걷는 자세가 이상해져서 발가락 관절에 변형이 올 수 있다나 뭐라나...

 

  다행히 아직 초기라 그런지 이런저런 민간요법(?)이 통했다. 

  일단 운동화를 날씬한 여성용에서 오동통한 남성용으로 바꿨다.  치수도 원래 내가 신던 것보다 큰데다가(남성용 운동화는 제일 작은 게 250 사이즈인지라...), 같은 치수라도 남성용은 여성용보다 발볼이 넓게 나온다.  그래서 발이 신발 안에 안착하지 못 하고 따로 놀아서 헐렁거린다.  그래도 발볼이 넓은 남성용 운동화를 신으니, 엄지발가락 관절이 신발 안쪽에 닿지 않아서 편하다.  신발이 커서 헐렁거리는 문제는 깔창을 하나 사서 신발 안에 넣는 걸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다음 번에는 매우 편하다는 니트 운동화라는 녀석도 사보리라...!)

  그리고 인터넷에서 무지외반증을 교정하는 도구를 두 개 구입해서 써봤는데, 그럭저럭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인터넷을 찾아 보면서,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무슨 교정용 도구가 그리 많으며, 무슨 사용기가 그리 넘쳐나는지...

 

  뜻밖이었던 것은, 요즘 들어 여자 뿐 아니라 남자들도 무지외반증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다 보니, 젊은 남자들 중에 키 작은 이들이 키높이용 깔창을 신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키높이용 깔창을 쓰면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과 같은 부작용, 즉 무지외반증이 생긴다.

  그러고 보니 하이힐이란 신발이 원래는 남성용이었다가 여성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법이라더니, 정말로 돌고 돌아서 다시 남자들이 하이힐 비슷한 것을 신는 세상이 되었나 보다. (남자고 여자고 모두 신지 마...!  현대판 전족도 아니고 왜 멀쩡한 발을 고문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