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허리를 삐끗해서 1주일 넘게 고생했을 때, 의사 선생님이 거북목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셨다.
사람의 척추는 측면에서 봤을 때 S자 모양이어야 하는데, 내 척추는 I자 모양이라고 하셨다. 사실 현대인 중에 이 나이쯤 되면 제대로 된 S자를 유지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목을 앞으로 기울인 채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했고, 이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주 쓰며 역시 목을 앞으로 빼니, 자연스레 거복목이 된다. 그러면 목뼈랑 이어진 등뼈와 허리뼈까지 모조리 변형이 된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어찌나 큰 목소리로 열정적으로 하시던지.... ^^;;)
그리고 오랜 세월 버릇이 된 자세가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허리 건강을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목을 반듯하게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자세를 바르게 하기 위한 도구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던 중에 신통방통한 녀석을 하나 찾아냈다.
각도를 조절하여 바닥, 침대, 소파 등에서 쓸 수 있는 노트북 거치대 겸 독서대다.
적과 격렬한 전투를 치르다가 상체는 날아가버리고 하체만 남은 로보트처럼 생겼다. (나의 상상력은 왜 이리 끔찍한 쪽으로 발휘되는가... -.-;;) 양쪽 다리에 세 군데씩 있는 다이얼을 돌리면 다리 부분이 조절이 되어서,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고, 같은 높이라도 여러 형태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책상 위에 두는 일반 노트북 거치대로 쓸 수도 있고, 침대에 반쯤 누운 자세에서 쓸 수도 있고, 다리를 높여서 소파에 앉아 쓸 수도 있다.
다만, 실제로는 다이얼을 돌려 각도를 맞추는 게 은근히 까다롭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한 가지 모드로만 맞춰 놓고 쓰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양쪽 다리의 다이얼을 같은 각도로 돌려야 균형이 맞는데, 한쪽에 3개씩 모두 6개를 돌려가며 맞추는 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원래 나의 로망(!)은 위의 사진과 같이 편하게 누워서 노트북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다른 법...!!! 침대를 쓰는 이라면, 위의 사진 속 모델처럼 침대머리 쪽에 두툼한 베개나 쿠션을 두고 몸을 기댄 상태로 노트북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요 깔고 자는 이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반듯이 누운 상태로 노트북 화면을 보려면 거치대의 기울기가 심해져서, 노트북이 내 몸으로 떨어질 것 같은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ㅠ.ㅠ
방바닥과 물아일체를 이루며 노트북을 쓰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그럭저럭 쓸만하다.
요에 두 다리 뻗고 앉아 허리를 옷장에 똑바로 기대고서 거치대를 쓰니, 확실히 목이 앞으로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하고 노트북을 쓰거나 책을 보면 척추 건강에 약간이나마 좋겠지...
거치대야, 이왕 나의 룸메이트가 되었으니 우리 서로 도와가며 잘 지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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