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휴대폰 수난기 - 변기에 풍덩, 떨어뜨려 액정 쫙~~

Lesley 2020. 8. 29. 00:01

  대학 때 처음 휴대폰을 쓰기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휴대폰을 열댓 개는 쓴 것 같다.

  그동안 휴대폰을 바꾼 이유는 보통 두 가지였다.  쓸 만큼 써서 고장나거나, 멀쩡하지만 약정기간이 지난 상태에서 이통사 간의 피튀기는(!) 경쟁으로 공짜폰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거나... (아, 휴대폰을 화장실에 놓고 왔다가 도둑맞아 바꾼 적도 한 번 있기는 함.)

  그런데 작년과 올해는 내 휴대폰에 무슨 마라도 끼었는지, 휴대폰이 전에 없던 수난(!)을 연속해서 겪고 있다.  두 번 다 내 실수 때문에 생긴 일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연달아 겪는 일이다 보니 내가 어디가 모자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ㅠ.ㅠ 

 

 

  먼저 작년에 있었던, 화장실 변기에 휴대폰을 떨어뜨린 사건.

 

  피처폰 시절에는 휴대폰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바지 뒷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화장실에 갔다가 휴대폰을 변기에 빠뜨리는 일을 겪곤 했다.  하지만 자그마한 피처폰의 시대가 가고 커다란 스마트폰의 시대가 오면서, 휴대폰을 변기에 빠뜨렸다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남들보다 한 박자 늦게, 스마트폰 시대에야 휴대폰을 변기에 떨어뜨리는 일을 겪었다.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패딩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그만 변기에 빠지고 말았다.  만일 곧바로 전원을 껐으면 수리가 가능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해서 상태를 살펴본다며 이것저것 눌렀다.  그랬더니 화면이 깜빡깜빡하다가 완전 사망...  결국 내가 내 휴대폰을 확인사살(!)한 셈이다.

  구입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휴대폰이라 무척 속상했더랬다.  그때 단단히 데어서, 이제는 집밖의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휴대폰의 안전(!)부터 챙기는 게 최우선이다.   

 

 

  그리고 올해(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며칠 전)에 있었던, 휴대폰을 길바닥에 떨어뜨려 액정이 쫙 나가버린 사건.

 

  인터넷을 보면,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망가졌다는 이야기가 제법 많다.

  그런 일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런 사연이 많다는 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통은 휴대폰에 액정보호필름이든 강화유리든 붙이고 케이스도 씌우지 않나?  나도 휴대폰을 종종 떨어뜨리곤 하지만, 케이스에 흠이 가고 강화유리가 깨지는 정도일 뿐 액정이 나가지는 않던데...  도대체 어떻게 떨어뜨려야 액정이 박살날 수가 있을까?  설마 자기 휴대폰을 작정하고 패대기(!)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원래 자기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다.

  며칠 전에 길을 가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평소 같으면 휴대폰의 옆면 또는 한쪽 귀퉁이부터 떨어져서 액정에는 충격이 덜 갔을 텐데, 그날은 바닥과 수평으로 떨어졌다.  마치 내가 일부러 휴대폰을 그렇게 떨어뜨린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휴대폰 액정 전체에 충격이 그대로 갈 수 밖에...

  휴대폰을 주워서 보니, 화면 한 구석이 심하게 깨지고 커다란 스크래치 두 개가 화면 전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강화유리가 깨졌을 거라 생각했지, 액정까지 깨졌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는지도... -.-;;)  하지만 강화유리를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뜯어보니, 정작 강화유리는 약간의 흠만 났을 뿐인데 액정이 박살났다. ㅠ.ㅠ  액정을 교체하려고 간 수리업체에서 말하기를, 강화유리를 붙이면 좀 더 안전하기는 해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뿐이란다.  옛말 중 틀린 게 하나도 없다더니,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졸지에 액정 교체하느라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속상하지만, 이왕 벌어진 일을 어쩌겠나... 

  작년에 휴대폰을 변기에 빠뜨려 새 폰을 구입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생각해야지...  수리업체에서 서비스로 액정 클리너 약품도 줬으니, 요즘처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확 늘어난 때에 내 휴대폰을 신종 코로나로부터 철벽방어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게 생각해야지... (← 속상한 나머지 아무거나 갖다붙이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중... ^^;;)

 

  자, 휴대폰아,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앞으로 나랑 오래도록 같이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