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감기와 손씻기 / 요통과 근육이완제

Lesley 2020. 8. 14. 00:01

  감기와 손씻기

 

  '손을 자주 씻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는 말 자체는 상식이다.

  어려서부터 학교에서도 자주 듣던 말이고, 기사 등에서도 질리도록(!) 봤다.  하지만 실감을 한 적은 없었다.  우유에는 칼슘이 많아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고, 양파에는 비타민C가 듬뿍 들어있어서 면역력을 키우는데 좋다는 식의, 원론적인 이야기 정도로 듣고 넘겼다.

 

  나는 호흡기가 약한 탓에 어려서부터 감기를 붙들고 살다시피 했다.

  남보다 자주 걸리기도 하지만, 일단 걸렸다 하면 남보다 심하게 앓고 오래 고생했다.  가끔 인터넷에서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계속 되면 감기가 아니라 좀 더 심각한 병일 가능성이 있으니 꼭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라는 기사를 읽고 코웃음을 치곤 했다.  나에게 감기는 원래(!) 2주 이상 가는 질병이고, 3주 이상 끄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올해는 1월에 심하게 감기를 앓은 뒤로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머리털 나고 감기 없이 반 년 넘게 지내본 적은 처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기적(?)이 벌어진 것은 손씻기 덕분인 듯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이 아직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같은 뻔한(!) 방법 밖에 없다.  그나마 마스크는 주로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기 때문에(방역 마스크 구입에 드는 돈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ㅠ.ㅠ), 사실상 나의 무기라고는 손씻기 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서 손 피부가 이전만 못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손을 비누로 빡빡 씻고 다녔더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감기 바이러스 예방에는 그야말로 탁월한 효력을 보이고 있다.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확실히 손씻기와 손소독이 습관이 된 후로는, 어른들은 물론이고 항상 감기를 달고 살던 어린 아이들도 감기에 덜 걸린다고...

 

  손씻기의 위력을 모두가 실감했다는 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유일한 장점인 듯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여기저기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들린다.  예전처럼 마음대로 놀러다니지 못 한다는 것, 마스크를 쓰고 다니려니 답답하다는 것 같은 비교적 사소한 불편함부터...  회사가 힘들어져 감원에 들어간다거나, 아이들이 1주일에 한두 번 밖에 등교를 못 하니 학습 수준이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심각한 이야기까지...

  그런데 이 와중에, 모두가 알면서도 소홀히 했던 손씻기가 확실히 생활화 되어 감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고마워 해야 하는 건지 어떤 건지... 

 

 

 

  요통과 근육이완제

 

  지난 달에 치통 때문에 치과를 다녔다.

  치과 치료가 끝나서 이제 고생 끝이구나 했더니만, 이게 웬일...  치통 다음은 요통이다. (너희 둘이 사이 좋게 나를 괴롭히기로 약속한 거니... ㅠ.ㅠ)

 

  책이 가득 든 종이박스를 들다가 허리를 다쳤다.

  그러고 보니 택배기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짐이 책 박스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만큼 부피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뜻이겠지...

  정작 책이 들어찬 박스를 들어 옮기는 순간에는 특별히 힘들거나 아프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박스를 내려놓고 몸을 펼 때 허리가 좀 이상하다 싶더니 온종일 불편했다.  그리고 하룻밤 자고 난 후로는 으아악~~! (하긴 학창시절에도 체력장 당일에는 그냥 피곤할 뿐이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온몸의 근육들이 '나 여기 있소...!' 하며 비명을 지르곤 했지... -.-;;) 

 

  전에 조카 녀석이 보던 그림책에 척추는 몸의 기둥이라는 대목이 나오던데...

  정말 척추는 몸의 기둥이 맞다.  허리를 다치니 허리가 아픈 거야 당연한 일이고, 걷는 것도 불편하고 앉는 것도 불편하고 눕는 것도 불편하다.  그냥 모든 게 불편하다, 전부 다...!

 

  근육이완제를 며칠 먹었더니 다행히 통증이 조금씩(거북이 속도만큼...) 가라앉기는 하는데, 뜻밖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근육이완제를 살 때 약사가 "몸이 나른해지며 졸릴 수 있으니, 이거 드시는 동안에는 운전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  어차피 운전면허도 없고 차도 없어서 운전할 일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꼭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큰일날 뻔했다.

  약사 말대로 잠이 쏟아진다.  그것도 시도 때도 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약 이름 그대로 근육이 이완되어서 몸이 나른해지기 때문에 잠이 오는 건지 어떤 건지...  낮이나 초저녁에 틈틈이 자고나면 밤잠이 안 올만도 한데, 밤에는 밤에 먹은 근육이완제 때문인지 역시 잠이 잘 온다.  혹시 나중에 불면증에 걸린다면 근육이완제를 수면제 대용으로 써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근육이완제 복용할 사람이라면 나른함과 졸음을 주의하시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에 몸 관리에 신경써서, 근육이완제 먹을 일을 애초에 만들지를 말기를...! (물론 그게 마음대로 되겠느냐만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