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 신종플루의 추억

Lesley 2020. 1. 31. 00:01

 

  중국에서 발생하여 설 연휴 동안 급속히 퍼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어수선하다.

  유동인구와 해외 관광객(특히 중국 관광객)이 많은 시내야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주택가인 우리 동네조차 거리나 마트 등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마침 겨울철이라 평범한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전철이나 버스에서 재채기라도 한 번 하면 주위 사람들이 흠칫 하며 물러서곤 한다. 

  몇 년 전에, 중동에서나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메르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난리를 겪은 적이 있다. (메르스 발생지인 중동 지역을 제외하고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 우리나라라고 했던가...-.-;;)  그러니 아직까지 서너 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뿐이고 사망자는 아예 없다고 하지만, 한 번 신종 전염병의 무서움을 겪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중국 + 전염병' 하니 생각나는 일이 있으니, 2009년도에 발생했던 신종플루다.

  신종플루라는 병이 중국에서 발생했던 것은 아니다.  멕시코에서 시작한 병으로 기억한다.  다만, 당시 어학연수차 머물렀던 중국 하얼빈에서 신종플루 때문에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적어도 나에게는 신종플루 하면 떠오르는 곳이 중국, 그 중에서도 하얼빈이다.

  그 해 봄부터 중국에서도 신종플루가 돌기 시작했지만, 하얼빈을 비롯한 베이징 이북 지역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끝나고 겨우 2주만에 하얼빈에서도 환자가 생겼다.  그것도 내가 공부하고 있던 학교에서...!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신종플루라는 게 보통의 플루(인플루엔자)에 비해 엄청난 병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당시는 세상의 종말이라도 닥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그 몇 해 전에 사스가 창궐하여 큰 피해를 입었던 탓에, 원래는 없었던 전염병이 새로 생겼다고 하니 너도 나도 겁을 먹은 것이다.  물론 우리 한국 학생들이나 그 밖의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도 전염병이 돈다고 하니 걱정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유학생들의 걱정이 막연한 것이라면, 중국 학생들의 걱정은 패닉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학교측에서 전염병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학생들을 학교 안에만 머물게 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겁에 질린 학생들이 학교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줄줄이 짐을 챙겨 고향으로 떠나는 일이 생겼다.  미처 떠나지 못 한 학생들도 당장 죽기라도 할 것처럼 서로 끌어안고 울거나, 학교 직원들에게 자기네 기숙사에 열이 나는 학생이 있다며 흥분하며 고함을 지르는 등, 학교 분위기가 말도 못 하게 어수선해졌다.  그러자 학교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 달짜리 휴교령을 내려서 전교생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동안 학교 안에는 교직원과 유학생만 보였다.  국내에서 왔다 갔다 하면 되는 중국학생들과는 달리, 외국에서 온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학교에 머물렀다.  학생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학생들이 없으니 학생식당조차 최소한으로만 운영을 해서, 여러모로 생활이 불편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친구가 이번 설 연휴 동안 귀국했다가 돌아갔다.

  미국에 도착해서 전화를 해 하는 말이, 한국에서는 언론 보도도 인천공항 분위기도 살벌했는데 의외로 미국은 매우 한가(?)하더란다.  중국과의 거리나 중국인들이 드나드는 빈도 등을 생각했을 때, 미국이 우리나라보다는 안전지대로 여겨져서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초기방역에 실패해서 환자가 줄줄이 생겼던 것을 생각하며, 지나치게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차라리 방역을 확실히 하고 조심해서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게 낫다. 

 

  이 상황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지난 12월에 심한 감기몸살로 2주 이상 앓았는데, 병이 낫고 한 달도 안 된 이번 설 연휴 동안 다시 감기몸살에 걸렸다.  평범한 감기몸살만으로도 제법 고생했는데, 고열 및 호흡곤란 증세가 있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생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이 병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너무 싫다.  한동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정치.경제 관련 이슈들이 전염병 관련 뉴스에 전부 묻혀버렸다.  전에는 그 이슈들이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차라리 그런 이슈 관련 보도나 보고 듣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얼른 사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