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팟캐스트(1) -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Lesley 2019. 10. 3. 00:01

 

  요즘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이라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친구가 먼저 듣다가 "너도 이거 좋아할 것 같아." 라면서 추천해줘서 알게 되었다.  내가 몰랐을 뿐이지, 2017년 9월부터 시작한 이 팟캐스트는 인기 순위가 상당히 높다. 

  이 팟캐스트의 주제를 친구의 말을 그대로 빌어 표현하자면 '얇고 넓게 교양 쌓기' 라고 할 수 있다.  문학가, 철학자, 음악가, 과학자, 건축가 등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다양한 인물들을 주제로 해서, 진행자 김태훈과 주제 인물에 대해 잘 아는 게스트 한 명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한 주제 인물을 약 30분짜리 에피소드 3편으로 다룬다.  1편에서는 3개의 키워드로 그 인물의 인생 전반에 대해 훑고, 2편에서는 그 인물의 대표적인 작품(저서, 음악 등)에 대해 설명하며, 3편에서는 그 인물을 주제로 하는 여행 코스(고향이나 주요 활동지 등)를 소개한다.

 

  쟁쟁한 인물에 대해 약 30분짜리 에피소드 3편씩으로 설명하려니 아무래도 자세히 다룰 수는 없다.

  하지만 게스트들이 자신이 다루는 인물에 대해 정통한 사람들이라 이런저런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원래 이름 밖에 몰랐던 인물에 대해서야 말 할 것도 없고,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에 대해서도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어 놀라곤 한다.

  일단,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프로이트에 대한 부분에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은 전혀 다르다' 는 사실을 처음 알고 충격을 받았다. ^^;;  나는 여지껏 정신분석학이 심리학의 원조 혹은 초기 심리학을 일컫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이 팟캐스트를 소개해 준 친구 왈,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무식함을 알려주는 팟캐스트라 할 수 있지.")

  그런가 하면, 전에 축약본으로만 읽어 본 적 있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를 단순히 그리스 신화 모음집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디우스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고 나면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아첨 + 비꼼' 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은 금수저 출신이라 일생 돈에 구애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다윈의 생가에 '다윈은 평생 동안 생계를 위해서 일하지 않았다' 고 써있다고 해서 빵 터지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재수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다윈 편의 게스트가 워낙 유머러스하게 언급해서 오히려 웃겼다는... ^^;;)

 

  여러 분야의 대가들에 대해 알게 되는 즐거움도 크지만, 입담 좋은 게스트들이 진행자와 쿵짝쿵짝 손발 맞춰 가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걸 듣는 것 자체로도 재미있다.

  다윈 편의 게스트로 나온 이정모 박사는 평생 섭취한 음식이 전부 목소리로 갔나 싶을 정도로 화통한 목소리의 소유자이다.  설명도 너무 재미있게 하시고, 본인이 관장으로 있는 서울시립과학관을 깨알 같이 홍보하는 모습도 너무 웃겼다.

  박지원 편에 나왔던 고미숙 작가는 전에 내가 읽어 본 책의 작가라 더 관심이 갔던 게스트다.  이 팟캐스트를 소개해 준 친구는 박지원 편을 듣고 나니, 정작 박지원이나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에 대해서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지만 고미숙 작가의 설명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고미숙 작가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바그너 편에 출연한 이용숙 작가도 진지한 설명과 재담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야기꾼이다.  클래식 음악, 특히 오페라 쪽에 관련한 사람은 당연히 엄숙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을 인정사정 없이 부숴버리는 사람이랄까...

 

  이 팟캐스트의 제작자는 arte(아르테)라는 출판사이다.

  팟캐스트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자기가 담당한 주제 인물에 대해서 쓴 책을 '클래식 클라우드' 라는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다.  즉,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사전 홍보를 위한 팟캐스트인 셈이다. (그래서 가끔 진행자 김태훈이 이 팟캐스트는 ' 본격 상업 팟캐스트' 라며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구매를 독려하는 말을 하곤 함. ^^)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출간 속도가 팟캐스트 진행 속도를 전~~ 혀~~ 못 따라가고 있다.  팟캐스트에서 다룬 인물이 벌써 100명은 되는 것 같던데, 정작 클래식 클라우드는 이제 겨우 11권이 나왔을 뿐이다.  아무래도 팟캐스트 제작보다는 책 출간에 시간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팟캐스트 청취자라고 해서 모두 책을 구입하는 게 아닌데, 출판사는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먼저 나온 책들의 판매량을 봐가면서 후속편을 출간해야 할 테니...

 

  나도 이 팟캐스트 관련해서 책 몇 권을 구입했다.

  다만, 아르테 출판사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작 아르테 출판사에서 내놓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사지 않았다. ^^;;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사다 보니, 어찌된 영문인지 전부 게스트들이 전에 썼던 다른 책이거나, 게스트 본인의 책은 아니지만 게스트가 팟캐스트에서 괜찮은 책이라고 추천한 다른 이의 책이다.

  앞으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점점 늘어나면 그 중에 나와 인연이 닿는 책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 때 꼭 살게요...  약속해요...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팟캐스트를 뒤늦게야 알았다는 것이다.

  자투리 시간 혹은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까지의 시간을 이용해서 듣곤 하는데, 2년 전에 시작한 팟캐스트의 진도(!)를 따라가려니 까마득하다.  모든 에피소드를 다 듣는 게 아니라 제목을 보고 관심 가는 것들만 골라 듣는데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의무적으로 하는 업무나 공부 같은 게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듣는 것이라서,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 팟캐스트의 진도를 부지런히 따라가는 데에 나름 보람을 느낀다.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역사 속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책과 관련한 팟캐스트를 원하는 사람, 너무 요란벅적한 시사 관련 팟캐스트에 질려서 차분한 내용의 팟캐스트를 듣고 싶은 사람, 바쁜 일상 속에서 커피나 차 한 잔 하면서 차분히 들을 수 있는(그러나 간간히 웃을 수 있는) 팟캐스트를 원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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