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허접한(!) 홍미노트7 폰카로 찍은 괜찮은 사진

Lesley 2019. 9. 10. 00:01

 

  내 휴대폰은 샤오미에서 나온 홍미노트7이다.

  가성비로는 매우 우수한 폰이지만, 말 그대로 가성비로 우수한 거지 성능 자체가 우수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 큰 불편은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  어차피 내가 모바일 게임을 즐기거나 무거운 앱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홍미노트7의 성능은 나 같은 사용자에게는 모자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딱 하나, 카메라 기능만은 어쩔 수가 없다.

  국내산 휴대폰이라면 저가폰에라도 당연히 있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는 게 큰 흠이다.  그래서 야간에 찍거나 한낮이라도 흐린 날 찍거나 실내에서 형광등 아래 찍는 등 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찍은 사진은, 국내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과 확.실.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별 볼 일 없는 폰카로도 괜찮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지난 몇 달 동안 찍은 동네 사진 중에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가 나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진들을 골라 포스팅하겠다.

 

 

푸르른 하늘 아래, 창곡천 모습.

 

 

  다만, 여기에는 반전이 하나 있으니...

  사진으로만 보면 매우 깔끔하고 평화스러워 보이는 풍경이다.  하지만 간간히 비가 와서 물이 콸콸 흐를 정도의 수량이 유지되었을 때만 그렇다.

  날씨가 가물어 수량이 적어진다 싶으면 썩은내가 진동한다.  그래서 비가 온 지 오래 되었다 싶을 때 창곡천 주변을 운동 삼아 한 바퀴 돌면, 엄마 따라 산책 나온 꼬맹이가 얼굴 찌푸리며 "엄마, 화장실 냄새 나."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ㅠ.ㅠ

 

 

저녁의 창곡천 풍경.

 

 

  위에 이미 썼지만, 적당한 수준의 수량만 유지된다면 동네 개천치고 상당히 괜찮은 곳이다.

  청둥오리가 삼삼오오 모여 둥둥 떠다니거나 먹이를 찾아 자맥질을 하곤 한다.  가끔은 백로인지 왜가리인지(혹시 백로와 왜가리가 같은 말이던가... 아, 몰라... -.-;;) 모를 하얀 새가 물에 긴 다리를 담그고 우아하게 걸어다니거나 유유자적 날아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창곡천 상류의 카페 거리.

 

 

  여기는 물길이 좁은 상류 쪽이라서 적은 수량으로도 물이 콸콸 흐른다.

  그래서 그런지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도 물 냄새가 나쁘지 않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운동 겸 산책 겸 해서 걸으면서 한쪽 옆으로 늘어서 있는 카페와 식당들을 볼 때면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느껴지곤 한다.  

 

 

배트맨의 고담시 느낌도 조금 나는...

(으잉? ^^;;)

 

 

카톡 친구들에게 가장 호평 받은 사진.

('어린이 보호구역'이 없었으면 더 좋았는데...)

 

 

  하늘 색깔이 절묘하게 푸르른 색과 붉으스름한 색으로 나뉘어진 때 찍은 사진이다.

  해질녘에 육교를 지나가다가 하늘빛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내 폰카의 성능을 나도 믿을 수가 없어서 보험(!) 삼아 대여섯 장을 찍고, 그 중 가장 괜찮게 나온 사진을 골라서 카톡 프로필에 올렸다. (그런데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보는 것과 큰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과 느낌이 좀 다른....)

 

  이 사진 덕분에 처음으로 "너 포토샵 할 줄 알았어?" 라는 소리를 다 들었다.

  친구들아, 너희는 아직도 나를 모르는구나.  이 몸은 포토샵 같은 것은 전혀 모른다.  그 날 하늘 색깔이 정말로 저랬단다...!

  역시 사진 찍는 기술도 없고 허접한 폰카로 사진 찍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빛과 운빨(!)이다.  햇볕 좋은 날 밖에서 찍은 사진은 초점이 제대로 맞춰지기만 한다면 평균 이상은 나오고, 해넘이 때라 빛이 별로 없더라도 눈앞에 미묘하고 근사한 풍경이 펼쳐져서 여러 장 막(!) 찍다 보면 하나 정도는 괜찮은 녀석이 걸리니 말이다. ^^